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56
151. 이젠 나도 내가 무섭다 >
“또 매진이야.”
“그러게요.”
영훈 형이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감탄을 했다.
“히야. 이제 5분도 안 걸리는구나.”
내가 일본에 갔던 사이 대전콘서트 티켓이 판매가 되었다.
그런데 판매가 개시된 지 5분이 채 되지 않아, 매진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기획사에는 항의 글이 빗발치듯 올라왔다고 한다.
서버접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지 못했다고.
그만큼 동시접속자 수가 많았던 것이다.
지난번 콘서트만 해도 티켓이 다 팔릴까 걱정했는데, 이제는 항의 글 마저 올라오다니 세상은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하긴 카미사마의 콘서트인데, 어련하겠어?”
“그거 이야기하지 마세요. 부끄럽다니까요.”
카미사마.
내가 이번에 일본에 가면서 알게 된 내 별명이다.
대단한 이유로 붙은 것은 아니다. 그저 내 성이 신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나를 신예성이라 부르지 않고 갓 예성이라 부르는 이유와 같다.
세상에. 신이라니.
남들이 들으면 오해하기 딱 좋은 별명이 아닌가? 얼마나 대단하게 노래를 불러서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가 되었단 말인가?
도쿄 하네다 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 별생각이 없었다. 이미 중국이라는 나라를 갔을 때 환영인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같이 갔던 게임회사 직원과 매니저 형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공항에서 내리자 콩나물시루처럼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였다.
한 손에는 태극기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환영합니다. 신예성♥]이라는 피켓을 들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는 모습에 [카미사마, 카미사마!] 연호했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랐었다. 하지만 같이 갔던 통역사 김희연 씨가 듣고는, 내 별명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아 이놈의 열도인들, 과장은 생활 일부란 말인가?’
[스고이! 오이씨!] 등 방송에서 보면 항상 과장된 행동으로 말을 한다. 그게 방송이 아니라 일상생활이란 말인가?하지만 그런 카미사마를 뒤로하고, 다시 한번 KO 펀치가 날아왔다. [Hibike! Watashi no uta yo!]
사람들의 환영 목소리를 뚫고 들려오는 외침.
희연 씨가 통역하려고 했지만 나는 손을 들어 막았다.
“누나. 안 해줘도 돼요. 그저 약속된 대사가 들렸을 뿐이에요.”
아는 단어는 우타 즉, 노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외치는 뉘앙스를 들으니 그들이 외치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역시 명대사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구나.”
“석태 형, 놀리는 건가요?”
“아니, 감동해서 그렇다.”
“그래요? 덕분에 저는 도착하자마자, 근육이 오그라들어 담이 올 것 같아요.”
내가 어깨를 주무르면서 이야기하자 게임회사 직원분이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벌써 그러면 곤란합니다. 신예성 씨의 명대사는 아키하바라에서 프로모션 할 때 행사 순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힘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의 성공은 예성 씨의 노래가 얼마나 울려 퍼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분명 말은 나를 놀리는 말이지만, 표정이 워낙 진지해서 놀리냐고 물어볼 수 없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열심히 할 겁니다. 그렇지?”
석태 형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이다. 나는야 프로 중의 프로. 입금됐다는 말이 들리면 목소리의 톤부터 달라지는 프로는 아니지만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만 이 돈슨사는 이름에 걸맞게 돈을 준 만큼 나에게 원하는 것이 많았다.
“정말 이걸 입어야 하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신예성 씨.”
프로모션의 절차에 내가 등장하는 타임은 분명 OST인 ‘여로’를 부를 때라 생각했다.
애초에 일본에 출시되는 게임은 내가 일본어로 녹음 한 게 아니라 일본 성우를 썼다. 그래서 등장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순서를 보니 게임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고 난 후 캐릭터 소개가 있었다.
게임을 시작하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과 동료 3명, 탱커 공격수 힐러. 전형적인 모험가 포지션 형태의 동료들이다.
그런 캐릭터를 코스프레를 통해서 실사로 보여주는 순서가 있었다.
“왜 저만 코스프레어가 아니라 직접 하게 된 걸까요?”
“주인공이잖아.”
“아니, 성우는 일본 성우 쓰면서 왜 저만···.”
“그러니까 주인공이잖아.”
석태 형이 다시 한번 강조를 한다. 그냥 입금 됐으니 일하라는 뉘앙스다.
“하아, 그런데 들었어요? 800명이래요. 제 콘서트 인원보다 많아요.”
“그래 봤자 게임하는 이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그런 큰 행사라 그런지 리허설이 세세하게 진행이 되었다. 돈슨사에서 정말 투자와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다.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대 뒤를 빈틈없을 정도로 채우는 거대한 스크린이다. 이 정도면 오히려 극장보다 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게임은 조그만 핸드폰으로 하는데 영상은 이런 대형화면으로 보여주다니, 이거 사기 아니야?’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는 나에게 스텝이 다가와 말했다.
“신예성 씨, 이쪽으로.”
스텝의 주문에 무대의 중앙으로 이동했다.
무대의 중앙에서 스텝이 나에게 하는 말로 인해 나는 이 스크린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사회자가 초필살기 시연이 있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 스크린 속에 저에게 달려드는 몬스터들이 보인다 이거죠?”
“네. 그때 신예성 씨가 초필살기 포즈를 취하면서 약속된 대사를 날려주시면 스크린에서 그 필살기가 펼쳐질 겁니다.”
듣자마자, 인상이 찡그려진다.
‘슈발, 오늘 나의 흑역사가 또 하나 만들어지겠구나.’
또 다른 나를 가슴속에 데리고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을 예측한 건 아니지만, 쉽게 넘어가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속옷바람으로 만든 돈슨사가 아닌가?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더 있습니까?”
내가 놀라 묻자, 스텝은 웃으면서 말한다.
“아닙니다. 그저 육성으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를 그때 깜짝 놀라게 했던 것처럼. 비장하면서도 웅장하게.”
순간 농담이냐고 물으려 했지만, 스텝이 온몸으로 궁서체라는 걸 어필하는 바람에 말을 삼키고 말았다.
‘그래. 이왕 버린 몸, 뭘 못 해줄까?’
이 게임이 망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잘 되면 잘 될수록 나에게도 지급되는 금액이 커진다. 아니 돈은 둘째 치고, 흑역사까지 만들어 가며 노력했는데 망하면 내 노력은 어디에서 보상을 받는다는 말인가?
이왕 버린 몸, 얻는 것이라도 확실히 얻어야지 않겠는가?
‘그런데, 잘 되면 잘 될수록 흑역사도 길어진다는 게 함정이지. 제길’
홀에 사람이 가득 차고 프로모션이 진행된다.
“그럼 본격적인 진행에 앞서, 이 게임의 주인공이자 OST를 부른 가수 신예성의 축하 무대가 있겠습니다. 박수로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용한 홀에 박수 소리가 흘러나왔다. 박수를 받으며 나는 무대 중앙으로 나가 인사했다.
이 낯선 나라 일본에서 한국어로 된 노래를 일본인들 앞에서 부르게 되니 긴장이 된다. 이들은 내 노래를 들어봤을까?
표정만 봐서는 알 수 없었다.
누구도 간 적 없는 길을 걸어요.
칠흑 같은 하늘에서 까만 눈이 내려
세상은 어둠으로 가득 차고 있어요.]
잔잔한 오케스트라 MR에 맞추어 노래하면서 앞을 보니, 조용히 눈을 감고 듣는 관객들이 보였다.
‘이 게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만든 곡인데 이들은 들으면서 그 의미를 알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노래를 마치자. 박수 소리가 들린다.
‘뭐, 이런 정도지.’
축하 무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무대. 애초에 이 노래는 게임의 업데이트 순간이나 접속할 때 들리는 음악이라 강렬한 부분이 적었다.
하지만 공항의 일을 겪어서 그런지 내 마음속에서는 내 이름을 연호해줄 거라는 기대가 생겼었나 보다.
‘그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노래했는데, 무시 안 당하고 박수를 받은 것을 위안으로 삼자.’
무대를 마치고 들어와 형들의 도움을 받아 코스프레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여러 가지 장식이 들어간 의상이라 묵직했다.
행사가 진행되면서 다시 내가 등장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이어서 캐릭터 소개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을 시작으로 탱커, 공격수, 힐러들이 차례대로 무대에 올라갔다. 순간 오오~ 하는 소리와 함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당연했다. 나를 제외한 이들은 모두 여자였다. 거기다 판타지 게임 법칙에 충실한 돈슨사는 여 캐릭터의 노출이 많으면 방어력이 올라간다는 법칙을 충실히 따랐기에 남자라면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 남자는 감출수록 방어력이 올라가는 법. 얼굴을 제외하고는 온몸을 반짝이는 재질로 된 것으로 도배한 상황이다. 모자가 달린 로브 위에 빛나는 갑주를 다시 입고 있었다. 그 위에 둘러멘 기타까지.
한순간, 코스프레하는 이들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더운 옷을 입고 몇 시간씩을 버틴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잠시만 입고 있어도 이렇게 땀이 쏟아지는데.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
내 차례가 되어 무대로 나갔다. 이미 무대는 암전이 되어 어둠인 상황.
무대의 중앙에 내가 서자 스크린에서 나에게 몰려오는 것처럼 보이는 몬스터 무리가 등장했다. 스크린이 워낙 크다 보니, 몬스터 중에 나보다 작은 몬스터가 없었다.
“그럼 초필살기 시연이 있겠습니다.”
일본어로 들리는 말에 나는 자세를 잡았다. 눈을 감고 속으로 조용히 읊조렸다.
‘눈을 떠라! 또 다른 나여. 네가 필요한 시간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스텝의 오더를 떠올렸다.
‘비장하고 웅장하게 해달란 말이지?’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눈을 번쩍 떴다. 그와 동시에 한 손을 심장에 대고는 마치 심장에서 뭔가를 꺼내어 몬스터에게 내미는 포즈로 외쳤다.
“울려 퍼져라! 나의 노래여!”
내 웅장한 외침에 홀은 메아리가 치듯이 내 목소리가 울렸고, 스크린에서는 하얀 태풍처럼 음표들이 쏟아져 나가면서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이펙트가 그려졌다.
내 외침에 몬스터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니, 마치 나 자신이 스크린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슈발, 순간적으로 [난 너무 멋져!]라고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화면이 크니 정말 압도되는구나.’
나보다 큰 몬스터들이 내 말 한마디에 쓸려나가는 모습은 다시 봐도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나만 압도된 게 아닌 모양이다. 보고 있던 관객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 코에 가 오끼!”
“카미사마. 스고이!”
“카미사마, 스바라시!”
“카미사마, 간도다요!”
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들이다. 목소리 크다. 대단해. 훌륭해. 감동이다.
멋진 말이다. 하지만 왜 하필 지금인가?
‘슈발, 나는 지금이 아니라, 노래 부르고 나서 그 말을 듣고 싶었다고’
그런 나와는 다르게 돈슨사의 스텝들은 나에게 엄지 척을 들어 보였다.
그들의 손짓은 마치 나에게 그래도 ‘돈값은 하고 가는구나’로 보였다.
그 프로모션을 하고서는 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온김에 여행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돌아오면서 생각하니 참 아이러니했다. 내가 부른 4분의 노래보다 그저 고함 한 번 친 게 더 대단하다니!
“그래도 앵콜이 나왔잖아?”
석태 형이 옆에서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 놀려요? 그런 앵콜 반갑지 않거든요?”
관객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면서 앵콜을 외쳤다.
물론 노래가 아니다. [울려 퍼져라! 나의 노래여!]를 일본어로 다시 한번 외쳐줘야 했다. 그리 어려운 단어가 아니기에 힘들건 없었지만, 왠지 속으로 눈물이 나왔다.
‘내가 부른 노래는 의미가 있었을까?’
일본어로 그저 외쳐 주었을 뿐이건만, 마치 참석했던 이들은 세상을 얻은듯한 표정이었다.
“일본은 이해하기 어렵네요.”
“뭐가?”
“노래 보다 그 대사 한 마디에 더 좋아하는 모습이잖아요?”
“노래야 그들도 앨범을 사서 들어도 되지만, 네가 외치는 그 한마디는 게임이 나올 때까지 다시 듣기 힘들잖아. 아니지. 일본어 대사는 이번이 마지막이잖아. 희소성의 가치가 높아.”
“그런가요? 그런데 요새 본부장님이랑 장 프로듀서님 무슨 일 있어요?”
“응? 무슨 일?”
석태는 대답하면서도 뜨끔했다.
‘이놈이 무슨 낌새를 차린 건가? 릴렉스, 릴렉스. 이번에 내 입에서 이야기가 퍼져 나가면 시말서 쓰게 만든다고 했어.’
“요즘 연습실에 안 오셔서요. 오지 않으니 편하긴 한데, 보이던 사람이 안 보이니 궁금하네요.”
“나도 모르겠네.”
하지만 이날 이후 난 본부장님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게 되었다.
[신예성, 트리플 크라운 달성, 발라드의 역사를 새로 쓰는가?] [이름 그대로 새롭게 떠오른 별이 되다. 이름값 하는 가수 신예성!] [윤종수, 신예성 슈스케때부터 남달랐다.] [신예성 앨범판매량 급증, 대상은 일본! 새로운 한류의 바람이 부는가?]뭔가 이상한 기사가 하나 섞여 있지만, 다 나의 위대한 업적을 찬양하는 기사다.
“아들 장하다. 장해. 우리 아들이 언젠가는 큰일 낼 줄 알았어.”
엄마의 말에 예린이 중얼거렸다.
“이런 일이 아니라 대형 사고를 칠 줄 알았겠지만.”
“딸!”
“맞잖아. 나도 오빠가 언젠가는 사고 칠 줄 알았지만 이런 쪽은 아니었어.”
“맞아. 나도 그래. 내가 뭔가 일을 낼 줄 알았지만 이건 아니었어.”
그렇다. 이건 아니었다. 21세기에 들어서 누가 이런 일을 해냈을까? 발라드 가수가 1위만 해도 대단하다고 추켜세우는 시대다. 그런데 트리플 크라운이라니.
“봐. 오빠도 인정하잖아. 어디 감히 발라드가수가 트리플 크라운을 해?”
“감히 해버려서 미안해.”
트리플 크라운, 지상파방송 삼사 1위.
21세기 발라드가수 중에 이 업적을 가진 이가 얼마나 있을까? 내가 대단한 건가?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걸까?
“동생아, 이게 무슨 일일까?”
한 방송사에서 1위하는 것은 납득이 간다. 하지만 삼사 동시라니, 아이돌이 1위를 할 때도 트리플 크라운은 자주 나오지 않는다. 하물며 발라드 가수인 내가 트리플이라니.
“오빠도 믿기지 않지?”
“그러게.”
오래전 본부장님이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예성 학생, 음악방송은 신경 쓰지 마. 그곳은 예성 학생이 놀 만한 곳이 아니야.’
납득이 가는 설명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본부장님 틀리셨네요. 여긴 제 놀이터인가 봐요.
정말 사람의 앞날은 모르는 일이다.
영원이라는 노래로 이렇게 트리플 크라운이라니. 부르기 싫은 걸 억지로 불렀는데 트리플이라니.
지금 방송국에서 방영되는 음악프로그램은 5개가 있다. 3개의 지상파와 두 개의 케이블. 그중 지상파 세 개의 방송에서 1위를 거머쥔 것이다.
“아들 힘들지는 않아?”
“괜찮아. 지금 힘들다고 하면 욕먹지.”
“그건 오빠 말이 맞아. 1위 후보인데 힘들다고 하면 욕먹지. 내가 사는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이런 말도 있잖아. 오빠가 사는 오늘은 수많은 가수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라는 말이지.”
“이 계집애. 말하는 거 좀 보소. 너 나 몰래 본부장님이라도 만났어? 왜 갑자기 명언 질이야?”
동생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솔직히 힘든 상황이다. 매일 방송국으로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당연히 5개의 음악프로그램에 모두 1위 후보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학생이라 방송국에 양해를 구해서 다른 이들보다 늦게 가지만, 온종일 녹화하는 것은 같았다.
“아! 이러다 5개 방송 모두 1위를 하면 어쩌지?”
내 설레발에 동생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하아, 아니라고 하지 못하는 내가 정말 싫다. 가능성이 커.”
학교의 친구들에게도 오빠가 5개의 트로피를 다 들어 올리느냐는 초미의 관심사다. 거기다 이미 음원 순위는 3주 넘게 1위를 지키고 있었다. 정말 자신의 오빠지만 미친 것이 틀림없다.
‘스카이워커’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이번 노래인 ‘영원’은 그런 것도 없었다. 들은 친구들은 모두 좋다고 난리다.
“그런데 오빠, 학교는 괜찮아?”
“선생님이 편의를 봐주시니까.”
요 며칠 아침에 학교에 출석만 하고 조퇴를 하고 있었다. 음악방송 때문이다.
음악방송은 방송사마다 녹화하는 날이 다르다. 그래서 매일 방송국을 바꿔가면서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안 나갈 수가 없었다. 안 나가면 다 안 나가고, 나가면 다 나가야 한다. 괜히 선별해서 나가면 우리 방송국 무시하냐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방송국에 가기만 해도 ‘아이고! 오셨어요?’라고 말하며 챙겨주려고 난리지만, 이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인기가 떨어지면 당연히 내가 행했던 만큼 후폭풍이 밀려오게 될 것이다.
그러니 힘들더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출석 일수 모자라서 졸업 못 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지금은 학교보다 방송이 중요하니까. 오빠 인생에 다시 이런 날이 올까?”
“그 말, 스카이워커가 1위 했을 때도 했던 말인 거 알아?”
“그랬나? 설마······. 동생아!”
나는 말을 하면서 동생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내 행동에 동생이 놀란다.
“오···. 왜?”
“이 오빠, 이대로 쭉 잘나가는 거 아닐까?”
“설마.”
동생과 이야기하는 아들을 보며 이 여사는 입이 근질거렸다. 이미 슈퍼스타들이 하는 대형 콘서트를 본부장이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님, 준비될 때까지는 비밀입니다. 예성 학생은 지금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미 준비가 시작되었기에 일찍 알아봐야 걱정만 늘 뿐입니다. 그냥 제가 나중에 때가 되면 말하겠습니다. 그때 지원사격을 부탁드립니다.’
이기호의 당부에 이 여사는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아들 미안. 다 너를 위해서야.’
“그런데 오빠?”
“왜?”
“유급하면 나랑 같은 학년이네. 미리 연습 좀 할까? 흠흠, 예성아, 그때는 같이 잘 지내보자.”
그러면서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예린이다.
“미쳤구나! 네가”
동생에게 면박을 주면서도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정말 전학을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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