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60
155. 070-6262-1004 >
대한민국 축제 한마당.
내가 붙인 이름이 아니고, 하물며 본부장님 스스로 떠든 것도 아니다.
저녁 9시 뉴스에 그렇게 나왔다. 정말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그럼 현장에 나가 있는 이기태 기자 나와주세요.
[네. 여기는 이제 내일이면 신예성의 희망 나눔 콘서트 ‘작은 개울이 모여 큰 강을 이루어’가 열리는 올림픽 주경기장입니다.아직 콘서트가 열리기까지 하루가 남았지만 벌써 사람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올림픽공원에 서울의 명물인 도깨비 시장이 들어서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마치 축제의 전야제를 보는 듯한 모습입니다.]
“화면으로 보는 저도 정신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아 보입니다. 이기태 기자. 그런데 오늘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고 들었습니다.”
[네. 오늘 여기 도깨비 시장이 들어선 올림픽공원에서는 신예성 씨를 비롯한 여러 가수가 자신들의 애장품을 가지고 와서 판매했습니다.특히 그중에 콘서트의 중심인 신예 성씨는 아직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애장품이 없다는 핑계로 자신을 협찬해주는 안경원을 끌어들여서 선글라스를 판매했습니다.]
“직접 말인가요?”
[네. 직접 선글라스를 직접 쓴 모습을 보이면서 사진과 사인을 해주면서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신예성 씨의 안경을 협찬하는 시원 안경원으로 인해서 벌어진 일입니다.]“그런가요?”
[네. 전국 대형 마트에 체인점을 둔 시원 안경원은 이번에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바로 신예성 씨가 파는 모든 물건의 가격을 기부로 내어놓기로 했습니다.지금 집계된 가격만 해도 천만 원이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신예 성씨도 신예성 씨지만 바로 옆에서 몇 가지 물건을 가져와서 팔던 비주얼 가수로 이름 높은 김봉수 씨가 돕게 되니 순식간에 판매가 이루어졌습니다.]
“연예인의 애장품 판매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몰렸다는 이야기군요?”
[그렇진 않습니다. 지금 이 공원 곳곳에선 가수들의 거리공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신예성 씨와 같은 경연 프로그램에 나왔었던 이들이 도움을 주기 위해, 이곳에 와서 공연을 펼치면서 기부를 독려하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콘서트가 시작되기 전부터 기부가 시작되었다는 말이군요?”
[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금전거래는 모두 기부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이곳에 있는 도깨비 시장 자체도 모든 판매금액을 기부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장사를 시작했습니다.정말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협찬하는 기업, 공연하는 연예인, 장사하는 상인, 거기다 소비하는 시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어려운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화면으로 보는 저도 콘서트준비라기보다는 한 지역의 축제를 보는 느낌입니다. 내일이 되면 정말 복잡해질지 모르겠습니다.”
[네. 콘서트 당일이 되어서도 인원이 줄어들 것 같지 않습니다.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기획을 한 만큼 많은 준비를 한 것이 돋보입니다. 콘서트 당일이 되어도 생중계로 방송이 되기에 비록 경기장에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공원에서도 충분히 공연장의 열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대한민국 축제의 장이라. 어쩌다 이런 꼴이 나고 말았을까? 어디서부터, 아니 언제부터······. 그저 바자회에서 거리공연 정도의 콘서트였을 텐데······. 한사람이 뜻을 세우면 이렇게 무서운 결과가 만들어지는구나.’
미친 듯이 사방팔방을 휘젓고 다니던 본부장님은 정작 당일이 되어서는 장렬하게 산화하시고 말았다.
듣기로는 석태 형에게 ‘뒤를 부탁한다.’ 이 말을 남기시고는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고 한다, 본부장님에게 뒤를 부탁받은 석태 형은 나에게 무거운 짐을 건넨다.
“사회는 네가 봐라.”
“네?”
“본부장님의 마지막 부탁이다.”
석태 형의 진중한 목소리에 기가 찼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운명하신 줄 알겠네요. 그냥 잠이 모자라서 그런 거라면서요?”
여전히 석태 형은 진지했다.
“이 상황에 잠든 게 중요하니? 쓰러졌다는 게 중요하지, 하얗게 불태운 본부장님의 마지막 부탁이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는데, 혼자 부나방처럼 활활 타오르다 재가 되어 쓰러지신 분의 부탁이죠.’
“사회자 섭외 안 했어요?”
“본부장님이, 출연진을 구성하고는 MC를 뺐다. 너무 남들에게 다 퍼주다 보니 남는 게 없데.”
“그러게. 누가 그렇게 욕심을···.”
“그만, 고인이 되신 분을 욕하는 게 아니다.”
“헐, 멀쩡하게 살아계시거든요.”
‘오늘은 이 형이 분위기를 탔구나.’
“무거운 짐인 건 알죠?”
“괜찮아. 넌 잘할 수 있어. 너는 항상 콘서트를 할 때 스스로 대본을 만들고, 스스로 진행을 해오지 않았어? 그러니 잘할 수 있다.
이미 출연진의 이름값에 네가 빛이 바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어. 네가 사회를 보면서 내가 바로 신예성이다.
이 무대는 나로 인해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는 걸 알려야지. 그게 바로 본부장님의 뜻이다.”
“정말 쓰러져서까지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시는 분이네요. 알았어요.”
“하겠다는 거지?”
“해야죠. 비록 제가 이렇게 일이 커지길 바라지는 않았지만 노력한 본부장님의 뜻을 헛되이 만들 수는 없죠.”
“야, 너도 만만치 않거든. 애초에 네가 노래 기부만 하지 않았더라도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야. 나로서는 도긴개긴이다. 아무래도 너와 본부장님은 4주 정도 떨어져 있을 필요가 있어.”
“헉, 그렇게 오래 입원하신대요?”
“임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마 우리 중에 누구도 이번 일의 결말이 이렇게 될 거라고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결과는 확실하게 내야 한다.
‘그래. 해보자.’
*****
올림픽경기장은 초만원을 이루었다. 야시장을 구경하는 이들, 콘서트에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
“이야, 꼼꼼하게도 준비를 했네. 공연장에 못 들어가는 이들을 위해서 밖에도 스크린을 설치한 모양이야.”
“그러게. 입장료는 이천 원이라고 봐야 하냐? 무료니까.”
“무료로 할 줄은 몰랐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콘서트는 미친 게 틀림없어.”
“나도 이게 현실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의심이다. 우리 엄마는 옛날 생각난다고 하더라. IMF가 왔을 때도 이렇게 사람들이 손을 합쳐서 모금했다고 하더라.”
“그리 멀리 갈 필요가 있어? 세월호 때만 해도 난리였지. 하지만 이번은 다르지. 안 그래?”
“맞아. 힘든 일이 생겨서 돕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우러나서 좋은 일 하는 느낌이지.”
“그래. 그게 좋은 거지. 다들 하니까 나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 그게 바로 기부지. 어, 우리 차례다.”
콘서트장에 관객들이 모두 입장을 마쳤다는 이야기가 무전으로 들려왔다. 환하게 빛나는 조명으로 가득한 올림픽 주 경기장. 이번 콘서트에는 모두 6만여 명이 들어왔다.
애초에 이렇게 커질 무대가 아니었지만, 출연진이 호화롭게 바뀌는 바람에 본부장님이 또 일을 키우기로 마음을 먹고 주 경기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덕분에 협찬하는 돈슨사를 비롯한 방송국, 와이버, 협찬사들이 ‘1억 받고 2억 더!’라는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다는 후문이다.
무대가 만들어지는데 들어간 돈만 12억. 수많은 조명과 곳곳에 설치된 스크린, 빈틈없는 무대가 만들어졌다. 일 잘하는 본부장님이 쓰러지실 정도로 일했는데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예성아, 준비해라.”
“네.”
내가 준비를 하는 사이 무대를 비롯한 콘서트장의 모든 조명이 암전되었다.
“어! 뭐지?”
“이제 시작하나 보다.”
관객들의 말처럼 스크린에 카운트 다운 숫자가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누가 시작했는지 몰라도 줄어 들어가는 숫자를 관객들은 외치기 시작했다.
“5!”
“4!”
“3!”
“2!”
“1!”
“0”
제로를 외치는 순간 여러 개의 폭죽이 하늘로 날아올라 아름다운 색깔로 하늘을 수 놓았다.
“와! 예쁘다.”
관객들이 예쁘게 하늘을 수놓는 불꽃에 빠져있을 때 어둡던 무대에 조명이 켜지며 한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바로 나였다.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밤이에요. 오늘 콘서트의 사회를 보게 되는 신예성입니다.”
인사를 건네자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바로 오늘의 이 엄청난 무대를 만들게 낸 주인공이 등장한 것이다.
“저에게 요즘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번처럼 칭찬을 받은 적도 없고, 상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칭찬을 받고 상을 받으면서도 이걸 내가 받아도 되는 걸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저 내가 만든 노래가 남들에 많이 불렸으면 좋겠다. 노래로 적은 사람에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치기 어린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놀랍게도 지금 꿈꾸지도 못했던 이런 무대에 제가 서게 되었습니다.
제가 치기 어린 마음으로 말했던 ‘작은 개울이 큰 강이 되어’라는 말처럼 지금 여기에 서 있게 된 겁니다.
저 혼자의 힘이 아닙니다. 우선 구매해주신 분들의 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이런 큰 자선 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이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지금 생방송으로 내보내고 있는 TBM방송국, 인터넷 1위 포털 사이트 와이버, 마스터 피자, 돈슨, 필링스 코리아, 그리고 저의 소속사인 GJ 엔터테인먼트가 후원해 주었습니다.“
“어? 다 신예성과 관련 있는 기업이네.”
“그러게 평생 같이 가자는 이야기인가? 이런 무대라면 적은 돈을 내놓은 것도 아닐 텐데.”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들에게 예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여러분이 이렇게 보고 계신 이 공연은 어려운 이들에 돕기 위해 모금을 하려는 자선 공연입니다. ARS 070-6262-1004로 전화를 거시면 자동으로 2,000원의 성금이 보내지게 됩니다.
어려운 일 아닙니다. 햄버거 하나 안 사 먹으면 그만인 금액, 그저 전화 한 통, 여러분의 전화 한 통이 모이고 모여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게 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얼마 안 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이미 몇백 원이 모여 어떤 기적을 만들었는지 내 눈으로 보았기에 2,000원이 만들어 낼 기적에 기대감이 솟아오른다.
“긴말은 생략하겠습니다. 070-6262-1004, 한 번만 걸어주세요. 그 전화 한 통이 우리나라를 더욱 아름답고 행복한 나라로 만들 겁니다.”
말을 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할까 합니다. 우선 오늘의 공연을 열어줄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누굴까? 오프닝은 화려한 게 좋으니까, 아이돌이 나올까?”
“레드엔젤, 뷰티핑크?”
“걸스 패밀리일지도 몰라.”
“모든 일에는 시작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 무대는 화려하게 문을 열어줄 분이 준비하고 계십니다.
바로 가왕 조필용 씨를 소개합니다.“
내 소개에 나를 비추던 조명이 꺼지고 무대 전체를 환하게 비추었다. 잔잔한 밴드의 반주와 철학적인 가사가 가왕의 목소리를 타고 경기장을 메워나간다.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세월 가면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여유와 관록이 느껴지는 무대. 그저 자신이 노래에 심취해서 부를 뿐인데, 관객들은 벌써 호응하면서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저 무대 위의 그의 모습만 보였다.
‘나는 그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겠네. 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겠네. 아! 좋다.’
내 귀가 오늘 제대로 호강을 하는 날인가 보다. 앞으로 내가 어릴 때 들었던 주옥같은 명곡들이 줄줄이 나오게 되겠지.
감상 상태에 젖어있는데 옆에서 석태 형이 나를 일깨웠다.
“정신 차려라. 넌 관객이 아니야.”
“네. 걱정하지 마세요. 아! 그런데 다들 노래 듣느라 전화 안 하는 걸까요? 금액이 더디네요.”
시작하자마자 백만, 천만 이렇게 치고 나갈 줄 알았건만 아직 100만 원도 모이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지만, 마음이 급했다. ARS 모금은 이 콘서트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마감이 되기 때문이다.
‘안 되겠어. 바꾸자.’
나는 무대를 벗어나 대기실로 향했다. 석태 형이 그런 나에게 소리쳤다.
“어디가?”
“다음 가수 보러요.”
대기실로 들어가 신성훈 씨를 만났다.
“성훈 삼촌, 릴레이 소개로 가면 어떨까요?”
“갑자기 왜? 사회 잘 봤잖아.”
“계속 전화번호를 언급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순서 때마다 제가 언급하면 너무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거 자막으로 나오고 있잖아.”
“하지만 저나 선배님들이 권하는 것은 자막으로 나오는 것이랑 마음에 닿는 느낌이 다르잖아요.”
“한마디로 팬심을 움직이자 이거지?”
“네. 성훈 삼촌.”
“전 이런 공연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려면 성과가 좋아야겠죠. 후원하는 이들도 자신들이 후원해서 성공을 거둬야 다음에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 거고, 다른 이들도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요?”
말을 하는 나를 물끄러미 보던 성훈 삼촌이 내 머리를 흩트리며 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렇게 하자. 전화번호를 언급하는 게 좀 없어 보이기는 한다만, 이건 나를 위한 공연이 아니고 사람들을 돕기 위한 공연이니 필요하면 해야지. 좋은일 하자고 나섰는데 성과가 없으면 나도 마음이 안 좋을 것 같다. 모건아, 너도 그렇지?”
“응. 형.”
오늘의 출연자 중에 공연에 초보는 없었다. 기껏해야 나와 레드엔젤일까?
“에구, 작년에 봤을 때는 아이였는데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효리 누나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효리 누나는 내가 슈스케에 나갔을 때 심사위원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를 아직도 기억하시나 보다.
“누나, 작년이랑 지금의 키가 똑같거든요.”
“누가 키를 말하니? 생각이야. 생각. 1위 했다고 이불킥을 차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컸니?”
“그런 기억은 빨리 잊어주시는 게 좋은데.”
“그게 되겠니?”
“어서 가봐. 다음 소개해야지.”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무대로 돌아가니 ‘심장이 바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운스!”
“바운스!”
이제 시작이건만 이미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펜스로 나와 서서 구경하는 이들이 많았다. 입석 콘서트로 변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이러면 어째? 역시 어린 내가 먼저하고 뒤로 빠졌어야 했던 거 아닐까?’
노래는 부르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고 즐기는 사람에게도 체력소모를 가져온다. 내 차례가 되면 모두 지쳐서 쓰러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손뼉을 쳤다.
기립박수의 향연, 고작 두 곡의 노래로 관객들을 완전 사로잡아버린 가왕의 위엄이다.
“앵콜!”
“앵콜!”
관객들의 앵콜 요청에 조필용은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여러분, 예성의 말대로 아름다운 밤입니다. 좋은 일을 위해 이런 무대가 마련되고, 함께하기 힘든 가수들이 오늘 모였습니다.
저를 시작으로 아직 많은 무대가 남아 있습니다. 제가 시간을 끄는 만큼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됩니다.
후배들이 오늘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으니 재밌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우리끼리 즐기기 위한 무대가 되어 후회하지 않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필용 선생님은 그 말을 끝으로 무대를 정리하기 시작하셨다.
‘아! 070-6262-1004 한번 언급해주시지.“
하지만 이만큼 독려 해준 것도 감사한 일이다.
나는 무대로 올라가면서 외쳤다.
“여러분 아쉬우시죠?”
“네~”
“저도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뒤에서 준비하고 계신 분도 굉장하기에 아쉬움 반면에 기대감도 큽니다.
다음 무대를 꾸며주실 분은 저의 직속 선배, 아니지 선배라고 하기에는 너무 까마득한 분들이십니다. 저희 발라드 계의 조상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 말에 기대의 탄성과 안타까움의 탄성이 같이 들려왔다. 이미 조상님이라는 언급만으로
“어쩜 좋아, 성훈 오빠가 조상님이래.”
“우리 나이를 생각해. 저 아이에게는 그럴 만해.”
“아! 선희 누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관객석의 분위기가 변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뷔페에 밥 먹으러 가서 하나의 음식만 고집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전설들의 환상적인 무대가 줄지어 펼쳐졌다. 오랜만에 보는 레전드 가수들의 모습에 환호를 보내면서, 사람들은 그들이 언급하는 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금액은 순식간에 불어나기 시작해 1억을 넘어선다. 그런 분위기에 바야흐로 시대는 밀레니엄으로 접어들었다.
밀레니엄의 시대를 넘어 드디어 현재에 이르렀다.
현재를 대표하는 우리는 압도당해 있었다.
“예성아, 누나 떨고 있니?”
“네. 확실히 떨고 있네요.”
하지만 우리 중에도 여유로운 이가 한 분 계셨으니 팝페라의 황제 김형주 씨 되시겠다.
“이제 제 차례네요. 갔다 올게요.”
장르가 달라서일까?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는 분이다. 이미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분이랴 이런 공연을 많이 서본 것일까?
김형주 씨는 자신과 함께 하는 소프라노와 함께 내가 얼마 전 선생님과 함께했던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불렀다. 나머지 한 곡은 우리에게 친숙한 지킬 앤드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불러 엄청난 환호를 끌어내었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이런 공연처럼 의미 있는 공연을 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070-6262-1004 한 번씩 눌러주세요. 오늘 밤이 기적 같은 밤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김형주 씨의 다음, 드디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여자 아이돌들이 출격했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콘서트장을 채웠다. 꺅 소리 대신 악악거리는 해병대의 목소리가 경기장을 집어삼켰다.
거기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기부금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문득 깨닫고 말았다. 본부장님의 실수를
‘아! 본부장님, 남자 아이돌 팀 하나를 넣었어야죠. 딕스 형님들이라던가, 아니면 빅밤이라도.’
이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아이돌의 힘은 굉장했다.
순식간에 금액이 40억을 돌파했다. 딱 2배로 증가한 것이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형들 준비됐어요?”
“오케이~”
무대 위로 올라가 준비를 시작했다.
내 첫 곡은 기도로 선택했다. 승아를 데려오려고 했지만, 승아는 내가 부탁하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줄행랑을 쳤다.
아직 여기까지는 무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출연진 중에 훌륭하게 대신해줄 사람이 있었기에 미리 부탁을 해놨다.
“제가요?”
“네. 부탁드립니다.”
“저야 좋지요.”
그렇게 되어 기도의 울게 하소서 도입부는 김형주 씨가 불러 주게 되었다.
“어머, 멋지다.”
승아와는 다른 김형주 씨의 아리아가 울려 퍼지고 명태 형의 전자기타가 날카롭게 울기 시작했다.
[♪너 없는 세상에서나 홀로 오늘도 너를 느끼며 숨을 쉬어]
스탠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면서 그동안 눌러왔던 마음을 폭발시켰다.
노래를 감상하면서 우와 좋다라고 느끼던 마음은 계속되는 무대를 지켜보면서 나를 숨 가쁘게 만들었다.
나도 무대에 오르고 싶다. 어서 나의 노래를 불러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그 순간 새삼스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실감이 났다. 올림픽 주경기장. 내 앞에는 지금 6만 명이 넘는 이들이 노래를 듣기 위해 이 자리에 와 있는 것이다.
‘그래. 성금은 머리에서 잊고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자. 나는 6만 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노래가 하이라이트에 접어든다.
[♪ 단 한 번만~ 그저 단 한 번만이라도~~나에게 모습을 보여주기를
햇살 아래 눈부시던 너의 미소를
다시 한 번만 볼 수 있다며~~~언~}목이 간질거려 올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음을 길게 끌었다. 음이 마이크를 타고 주 경기장에 퍼져 나갔다.
“꺅!”
“하~아! 죽인다. ”
관객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너 없는 하늘 아래나는 오늘을 살아가]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마무리했다.
그런 가운데 가만히 머리를 숙이고 스탠드 마이크에 몸을 기대었다. 반주하던 형들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자 관개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왜 저러지?”
“사고 난 거 아니야?”
그런 웅성거리는 순간에 명태 형의 기타가 ‘딩, 딩 기딩. 딩.’ 소리를 낸다. 마치 초보가 음을 하나씩 짚어보듯이 천천히 연주되었다.
“어?”
“어!”
“어라?”
“이건!”
관객들이 어딘지 모르게 들어본 멜로디라고 생각할 때, 명태 형의 기타가 마치 불을 뿜듯이 폭발적으로 멜로디를 쏟아 낸다.
“슈발, 이건?”
“그래. 스카이워커야.”
나는 숙였던 머리를 들면서 마이크를 뽑아 들었다.
“자, 친구들! 하늘을 걸을 준비 됐습니까~~~!”
나의 외침이 경기장의 조명들을 터트려 버릴 듯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우와~~~ 미쳤어. 마이크 터지겠네.”
“아 몰라. 나는 하늘을 걸으러 가야겠어.”
이제껏 가만히 앉아 있던 학생들이 앞으로 밀려 나오기 시작했다. 나도 그런 학생들을 마중하듯이 마이크를 뽑아 들고 무대 앞으로 나아갔다.
오늘을 위해 북두칠성 형들과 스카이워커를 반 박자 빠르게 편곡을 했다.
한 점 구름도 없는 파란 하늘이
날 내려다봐.]
앞으로 나서면서 노래를 불러 갔다. 그러자 합창하듯이 들려오는 목소리.
하늘에 맞닿는 길에 닿으면]
노래를 부르면서 마이크를 내밀면서 외쳤다.
“어쩐다고요?”
그러자 화답하듯이 들려오는 떼창소리.
[그 하늘 위에 올라서 걷는다~ 예~]상기된 또래의 아이들이 펜스를 밀어 넘어드릴 듯이 잡고 흔들면서 소리를 지른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그곳에 가하늘에 닿는 다리 위를 걷고 싶어끊임없이 길을 따라 걸음을 옮겨 이제는 길을 걷는 이유가 더는 생각이 나지 않아.]함께 부르는 목소리에 내 목소리가 묻혀서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면서 보니 아이 중에 울면서 부르는 친구도 보였다.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기댈 수 있는 건 내가 가진 꿈뿐이야.
길을 떠난 처음을 기억해.]
“나의 꿈은?”
다시 마이크를 관객들을 향해 넘겼다.
그러자 악을 쓰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그들에게 너희들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뒤로 돌아오면서 마이크에 대고서 가장 낮은 저음을 시작으로 조금씩 단계를 밟아가듯이 음을 끌어올렸다.
“우우오오오오오오~~~~~아아악~~~]
나의 샤우팅에 맞춰서 명태 형의 강렬한 일레트릭 속주가 쏟아지고 태수형의 힘찬 드럼소리가 심장을 두들기듯 울려 퍼진다.
“우와 어떡해. 나 눈물이 멈추지 않아.”
“씨발, 오늘 제대로 미쳤다. 신예성,”
“오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다능, 나 완전 가버린다능.”
[자아~ 시작해 봅시다.]그저 툭 던진 말이지만 몰라 듣는 이들은 없었다.
[♬하늘에 닿아(하늘에 닿아~) 하늘에 닿아(하늘에 닿아) 하늘에 올라 하늘을 밟고~]내가 노래를 멈췄지만, 아이들은 멈추지 않는다.
“하늘을 걷는다~”
그들의 떼창에 나는 샤우팅으로 대답을 해주었다.
“예에에에에~~~~!”
나의 샤우팅에 Я?모든 연주가 멈추었다.
“우와~ 짱이다. 갓 예성! 갓 예성! 갓 예성!”
내 이름을 연호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숨을 몰아쉬었다. 아쉽지만 내 순서를 끝으로 막을 내릴 시간이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하지만 어느덧 이제 마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아껴두고 전화를 걸지 않으신 분은 070-6262-1004로 전화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큰 무대에서 환호를 받으면서 노래하기도 처음이고,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함께해서 더욱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저에게 특별했던 만큼 여러분에게도 특별한 밤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내가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잔잔한 반주가 나오면서 오늘 출연했던 선배님들이 한 분씩 내 옆으로 다가와 섰다.
[♪울지 말아요. 외롭고 힘든가요~]동행을 부르기 시작하자 경기장은 어둠에 휩싸였다. 그리고 작은 불빛 하나하나가 어둠 속에서 빛나기 시작했다.
그런 촛불이 하나에서 둘, 둘에서 셋, 마치 내가 이야기했던 작은 개울이 큰 강이 되듯, 작은 촛불이 모여 경기장을 환하게 밝혔다.
입장하는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LED 촛불이었다.
노래를 마치면서 전광판을 쳐다봤다.
아름다운 밤으로 기억될 것이다. 함께하는 사람으로 보나, 성금으로 보나 부족하지 않은 밤이다.
그렇게 기억이 될 밤이 저물어 간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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