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62
157. 스카이워커의 주인공 >
“석태 형, 쉬엄쉬엄해요.”
“아니, 쉬엄쉬엄 할 시간이 어디 있어? 1,000억 원의 사나이가 되기 위해서는 한시도 쉴 틈이 없어.”
“제가 되고 싶다고 한 것도 아닌데 너무 하네요.”
“예성아,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다.”
석태 형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안다. 날이면 날마다 오지 않는다는 걸, 누군가는 그렇게 원하는 지금의 순간이라는 것을, 빚에 허덕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정말 세상은 요지경이다.
‘정말 돈 벌기 쉽구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다.
7월이 되어 방학을 맞이했다. 고3 수험생은 대입을 위해 모든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지만 나는 모든 시간을 스케줄에 투자를 했다.
괜히 시간에 여유가 있어 봐야 잡생각이 들어 기분만 땅 파고 들어갈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이왕 이렇게 된 거 돈이나 벌어보자 이런 생각이었다. 내가 석태 형이 들이미는 스케줄에 콜을 외치자 석태 형은 기다렸다는 듯이 스케줄을 줄줄이 만들어 왔다. 이미 이게 정말일까, 싶을 정도로 놀란 광고액은 그저 시작일 뿐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몸값이 달라져 있었다. 그저 찍고 난 후 다른 촬영을 할 때도 몸값이 널뛰기하듯 변했다.
연예 기사에서도 내가 광고를 쉬지 않고 촬영하니 ‘스카이워커 신예성, 몸값도 하늘을 걷는다?’ 이런 기사마저 나왔다.
그런 와중에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지난 6월 말에 열린 자선 콘서트의 주인공 신예성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자선 콘서트가 여러 나라로 콘텐츠 판매가 되어 한류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지금 그 중심에 선 신예성에게 광고 및 행사 출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TV, 냉장고, 에어컨, 휴대폰, 백화점, 의류, 식품 할 것 없이 신예성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삼송에서 신예성을 모델로 삼아 광고를 했던 냉장고가 다른 기업들을 모두 제치고 판매량 1위를 달성하자, 신예성에게 다시 중국,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를 겨냥한 광고출연을 제안했다.
가격은 무려 70억 원. 이제 데뷔한 지 1년이 지난 갓 신인에게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을 겨냥하는 다른 기업들도 그와 비슷한 금액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예성 같은 경우는 콘서트를 기점으로 앨범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120만 장이 넘은 거로 집계가 된다.
이미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음원 판매가 주를 이루는 시기에 엄청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돈슨사가 개발하고, 신예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게임 [Light of Hero]가 발매된 지 첫날에 구글 마켓 1위를 하면서 신예성의 힘을 실감하게 했다.
이 게임은 중국, 일본 등에 동시에 서비스되는 게임으로 돈슨사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본에서는 ‘카미사마’라는 별명으로 보일 만큼 독보적인 팬층을 확보한 신예성이다.
거기다 중국에도 촬영이 막바지에 이른 무협 드라마 ‘녹정기 2018’의 주인공인 양민과 함께 부른 별리가 중국을 휩쓸고 있다.
이미 신예성의 인기는 한국을 넘어섰다. 많은 아시아의 팬들이 포털사이트와 SNS를 통해서 신예성에 대한 팬심과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중국의 후난 방송사에서 신예성을 초대하기 위해 5억이라는 출연료를 제시한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다. ]
이 기사처럼 나는 무지하게 바쁜 시기를 보냈다. 촬영, 또 촬영, 촬영의 연속이었다. 아마 인터넷 쇼핑몰을 열면 내가 찍힌 광고 사진의 제품만 모아도 화면에 상품 한 페이지를 채울 것이다.
바쁘게 움직여서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했다.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라진 것이다. 그저 나에게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도 사람들은 좋아했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콘서트도 마찬가지였다. 석태 형의 요구대로 인원을 대폭 늘렸다.
그러면서 돈독이 올랐다는 소리를 안 들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말은 혜자스럽다. 이제 스타의 의무를 행하는구나. 스타는 남들에게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나눠줄 의무가 있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규모를 키웠건만 여전히 티켓은 매진행진이다.
‘이러면 마치 내가 좀생이처럼 나를 위해 작은 공연을 한 것처럼 되잖아’
생각만이 아니라 형에게 물었을 때 너 때문이라는 소리를 듣고 말았다.
*****
“어, 시원하다. 이것이 바로 천국이지.”
찬물을 양동이에 받아와서 발을 담그고 런닝 바람에 부채를 부친다. 이게 바로 이형식의 더운 여름나기 비법이다.
“이 상태에서 시원한 수박을 한 입 먹······.”
삐익.
“아! 미연아, 제발 이러지 말자. 왜 하필 지금이니?”
인터폰이 들어왔지만, 전화기는 쳐다보지도 않고 문을 향해 외치는 이형식이다. 그러자 문을 빠끔히 열고 미연이 대답했다.
“대표님, 본부장님이 오셨습니다.”
“이 시간에? 들어오라고 해.”
형식의 말에 문이 열리면서 이기호가 들어왔다.
“밥은 먹고 왔냐?”
“하아, 그게 중요합니까? 제발 좀 회사에서 이러지 맙시다. 대표잖아요?”
“어때서 그래?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대표 체면이 있지. 이게 뭡니까? 촌구석 원두막에 앉아, 혼자 수박 먹는 할배도 아니고···. 쯧”
“근데, 이 자식이 보자마자 하는 소리가···. 그래도 내가 아직 할아버지 소릴 군번은 아니지. 됐고 무슨 일이야?”
“드디어 연락이 왔습니다.”
“이 자식이 또 스무고개 하자고 덤비네. 앞뒤 다 잘라먹고 이야기하면 내가 알아들어? 일단 수박 먹을래?”
이형식이 내미는 수박을 받아들면서 기호는 말했다.
“아! 형님, 지금 수박이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요. 그런데 달달한게 시원하네요.”
“그렇지? 괜히 먹으면 좋아할 거면서 빼기는···. 거기다 식후 디저트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다고? 담배를 끊고는 이게 없으면 곤란해. 그럼 이제 이야기해봐 무슨 연락이 왔기에 그래?”
“일본 프로모터가 연락해 왔습니다.”
“누구? 예성이?”
“네.”
“허, 드디어 인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이 되네.”
형식의 말에 이기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콘서트 영향이 컸어요.”
“하긴, 이런 대박을 쳐줄 줄이야.”
“다 저의 선견지명이죠.”
“지랄.”
“컥, 지랄이라뇨? 저 이번에 열심히 일하다 입원한 거 아시면서 그런 소리를 하세요?”
“그거야. 네 일이고, 정말 선견지명을 발휘한 건 이 몸이지. 계약금 20억을 베팅한 바로 이 몸.”
이형식이 두툼한 배를 내밀면서 하는 말에 이기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좀생이 형님이 20억 배팅할 때 자신과 일형이 얼마나 놀랐던가.
“틀린 말은 아니네요. 20억 부를 때 놀랐지만, 이제는 오히려 껌값 주고 황금 거위를 산 격이 됐어요.”
“그렇지. 더구나 일본이라니.”
“그렇죠. 드디어 일본입니다.
신예성이 화제가 된 것은 돈슨을 따라 일본을 방문하기도 전이었다.
거기다 화제가 되자 일본에서 접촉이 온 것도 여러 번이다. 하지만 남는 것도 없이 그저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공연을 하는 것은 오히려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손해였다.
그래서 계속 거절을 하면서 자신들의 뜻과 부합하는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애초에 예성의 콘서트를 한 달에 한 번씩만 개최하는 이유도 외국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한류.
한때 일본에는 한류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2000년도에 들어서서 2013년도 까지만 해도 한국의 인기 아이돌이라면 대부분 1만 석을 자랑하는 아레나 공연을 쉽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에는 한류의 거품이 많이 걷힌 상태다. 여전히 드라마는 큰 인기를 끌지만, K팝은 거품이 많이 꺼진 상태였다. 일찍 시작해서 초기의 한류의 주역이었거나, 정말 확실한 팬덤을 일으킨 이들만 일본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일본에서 아이돌들이나 탤런트들이 한류 바람을 크게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주 소비층의 구매력이 엄청나게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나이 있는 주부나 아줌마들이 팬덤을 형성해서 한류의 바람이 거세게 일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에게는 10대 20대들이 팬층을 이루었다. 당연히 예전만큼의 구매력이 나올 일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콘서트 같은 경우는 티켓값이 비싸기에 구매력이 약한 이들로 인해서 티켓이 팔리지 않으면 손익을 넘기기 어렵다. 그래서 쉽게 공연을 열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초창기에 한류를 이끌었던 이들이 아니라면 콘서트 개최를 하는 데 애를 먹는다.
거기다 외국에서 콘서트를 열기 위해서는 프로 모터를 반드시 끼게 된다.
프로 모터들이 공연을 기획하고 한 국가 수를 데려와서 콘서트를 열기 위해서는 대략 5,000석 이상의 티켓동원력이 있어야 수지타산이 맞았다.
기본적으로 항공료·대관료·무대 시스템·숙박·차량·통역까지 합해 대략 2억 원의 돈이 투입된다. 이미 일본에 들어서면서부터 홍보는 시작되기에 최고급으로 맞추어 줘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유명한 가수를 불러들였기에 고액의 출연료를 주어야 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미 일본에는 한류의 바람을 타고 형성된 출연료는 거품이 끼어 국내와는 다르게 많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실정이다. 하지만 그걸 내면서 콘서트를 기획하기에는 수지가 맞지 않았다.
그렇기에 한국의 가수가 일본에서 콘서트를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었다. 출연료와 다른 부가 수입을 포기하던가? 아니면 티켓동원력이 그 커미션을 주고도 이익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던가? 둘 중의 하나였다.
신예성 같은 경우도 입질은 계속 왔지만 이런 이유로 기획사에서 거절했다.
아직 어린 예성으로서는 급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일본에서 인지도를 쌓을 필요성이 없다고 이기호는 생각한 것이다.
외국에서 활동할 때 한번 져주면 계속 져줘야 한다는 것을 이미 딕스를 일본에 데뷔시킬 때 경험했기에 이기호는 배짱을 튕긴 것이다. 결국,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파게 되어 있는 법. 자기 생각이 맞아떨어졌다.
다시 연락이 온 것이다.
이번 한 번만 공연하고 일본과 인연을 끊을 게 아니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앞으로가 수월해진다.
“그런데 괜찮겠어?”
“뭐가요?”
“예성이 놈이 순순히 따르겠냐는 말이야? 뭐 요즘은 시키는 대로 잘하긴 한다는 소리는 들린다만.”
“괜찮을 겁니다. 이미 국내 콘서트도 5,000명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잘 치러내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만, 잘 챙겨라. 너도 알다시피 어린 나이에 큰 인기를 얻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게 연예인이다.”
“예성인 그런 아이 아니라는 거 알면서 그러세요?”
“누구는 처음부터 그러냐? 자신의 서 있는 위치가 변하면서 바뀌는 거지.”
“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석태가 붙어있으니 그럴 일 없습니다.”
이기호는 자신 있게 형식에게 말했다.
****
“석태 형 곤란해요. 이러면 저 삐뚤어질 거에요. 저 요즘 잘나가는 거 몰라서 이래요? 자꾸 이러시면 일 못 하겠다고 병원에 가서 드러눕는 수가 있어요.”
이 형이 보자 보자 하니까 사람을 보자기로 보나?
이만하면 됐지 싶은데 자꾸 광고를 더 하자고 한다. 이미 내가 찍은 광고로 쇼핑몰 운영을 해도 될 정도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더해 어쩌자는 건가?
“형, 제 이미지 소모도 생각 좀 해요.”
“그런 건 돈 안 되는 거 할 때 생각하는 거다. 면세점 광고 하나만 더 하자.”
국내에서 가장 돈이 되는 광고는 무엇일까? 가전제품? 화장품? 둘 다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돈이 되는 광고는 바로 면세점 광고라고 할 수 있다. 면세점 광고는 기본이 10억이란다. 거기다 많게는 60억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무시무시한 동네가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삼송과 계약을 했던 것처럼 70억을 광고료로 받는 일도 있지만 순수하게 국내에서 제작되는 광고로는 제일 비싸지 않을까 싶다. 공항에 위치하는 가게인 만큼 최고의 한류스타들을 광고판으로 쓴다고 한다.
나의 라이벌인 빅밤도 면세점을 광고를 하고 있다. 물론 라이벌은 나만의 생각이다.
나는 이미 많은 광고를 찍었다. 동생이 말하길 지하철을 타러 가면 그 역에 오빠 얼굴 2~3개는 기본적으로 걸려 있어 징그럽기까지 하다고 하니 더 할 말이 있겠는가?
“어허, 예성아, 이게 다 너 좋아지라고 하는 거다. 젊어서 하는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 몰라? 조금 더 힘내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금자탑을 쌓아 올리는 거야.”
“아니 이만큼 쌓았으면 충분히 쌓았잖아요? 지금 금자탑 대신 바벨탑 세울 거에요? 그러지 마요. 하느님이 옛날에 말을 잃어버리게 했던 것처럼 천벌을 내릴 거예요.”
석태 형과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면서 본부장님이 환한 표정을 지으면서 들어온다.
“예성 학생, 듣고 놀라지 마.”
“네. 놀라지 말고 짜증은 내도 될까요? 반가운 이야기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내 말에 잠시 움찔하시는 본부장님이다. 역시 이 사람도 일거리를 가지고 온 게 분명했다.
“예성 학생, 기억나? 문득 너를 처음 보았을 때가 생각나네.”
그러면서 열린 창밖을 응시하는 본부장님이시다.
‘슈발, 이건 좋지 않아. 좋지 않다고~~~!’
속으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얼마 전에 운명의 데스티니를 부르짖으실 때 이런 모습을 보이셨다.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하셨기에 이런 모습이란 말인가?
“너는 가수는 아무나 하나요? 전 그저 취미로 음악을 해도 된다고 이야기를 했지. 거기다 음악으로 밥만 먹고 살아도 만족한다고.”
“저기 본부장님, 이야기하시는 와중에 죄송한데, 저 집에 가도 될까요? 나머지는 내일 하면 안 될까요?”
말을 하면서 문 쪽을 확인하는데 아뿔싸, 어느새 내 옆에서 바벨탑을 세우자고 이야기하던 석태 형이 문을 막고 서 있었다.
‘이놈의 두 인간, 어느새 말하지 않아도 서로 뜻이 통하는 경지에 이르렀단 말인가?’
“예성 학생, 들어봐. 너에게 나쁜 이야기가 아니야.”
“물론 그러시겠죠. 언제나 시작은 소박하게~, 하지만 끝은 창대하다 못해 안드로메다로 흐르게 되는 이야기겠죠. 그냥 안 들으면 안 돼요?”
“예성 학생, 가수란 말이야.”
“헐, 제 말은 그냥 씹으시는 건가요?”
“들어봐.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쁜 이야기가 아니야. 석태처럼 광고 찍자는 이야기도 안 하고, 그건 석태만으로 충분해.”
“어느새 분업화된 건가요? 광고는 석태 형. 그럼 본부장님은 무슨 담당인가요?”
“예성 학생, 요즘 돈을 많이 벌었지?”
“네. 너무 많이 벌었어요.”
내 말에 본부장님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돈은 신외지물이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곤란해. 그러니 이제 본업에 충실하다꾸나.”
“본업이요?”
“그래. 가수란 뭘까? 넌 왜 가수가 되려고 했어?”
“그거야 혼자 부르는 것보다 남에게 들려주는 게······.”
말을 하다가 멈추었다. 왠지 본부장님 페이스에 말려드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늦은 것 같다. 내 말을 들은 본부장님이 내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 흔들면서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어이쿠, 월척이로세’를 외치는 표정이다.
그런 본부장님의 표정은 언제가 경험했던 느낌이 ‘빡’ 들었다.
‘슈발, 망했구나. 난 이제 끝났어.’
(♪My destiny 꿈에서조차~ 현~실에서도 자유를 꿈꾸지만, 운명의 그물에~ 걸려 벗어날 수 없어)경수형이 작곡, 신예성 작사의 ‘운명’이 뇌 속에서 BGM처럼 재생이 된다.
“바로 그거야. 예성 학생, 가수는 남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게 가수지. 절대 혼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가수가 아니야. 그럼 가수로서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네? 그야 당연히 좋은 노래를 작곡하고, 연습을···.”
말을 하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아니야. 그게 아니야. 예성 학생! 가수가 더 잘하려면 당연히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하는 거다. 그것도 새로운 무대를!!
“네? 갑자기 무슨?”
오! 하느님, 저 망한 것 같습니다. 꽤 그럴듯하게 들려요. 어쩌면 좋죠?
“갑자기가 아니야. 이미 콘서트를 하면서 너도 느꼈을 거야. 아! 이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부르더라도 좋아해 주는구나. 내가 공들여서 부르던 대충 부르던 자기들이 스스로 즐기는구나.”
대충 부른 적은 없지만, 본부장님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 콘서트에 오는 이들은 이미 자신들이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이다.
마치 여러 번의 콘서트를 통해서 어떻게 진행 될 거라고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 왔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부르는 나도 듣는 이들도 마치 톱니바퀴가 맞아 들어가는 것처럼 콘서트가 이루어졌다.
“그렇긴 한데, 그게 꼭 나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본부장님은 내 말을 끊어먹고는 말씀하신다.
“나쁘지. 나빠. 너는 창조자야.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터가 매너리즘에 빠지면 어떡해? 안 될 말이지. 안될 말이야.”
본부장님은 말을 하면서 여전히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흔드신다.
“하아, 지치네요. 짧게 해요. 제발. 원하는 게 뭐예요?”
“예성 학생!”
“네”
“예성 학생!”
“네”
“예성 학생!!
“아! 고만 좀 해요. 진짜. 뭘 원하시는데요? 제가 웬만하면 거절 안 하는 거 알잖아요? 그러니까 말씀하세요.”
“예성 학생, 우리 새로운 무대에서 공연을 한 번 해보자. 말이 안 통하는 곳에서 예성 학생의 노래가 얼마나 통하는지 알아보자고.”
“그 이야기는 지금 다른 나라로 가서 노래를 부르자는 이야기죠?”
“그래.”
“어디요?”
“일본.”
“에이, 거기는 갔다 왔잖아요.”
“하지만 예성 학생이 간 것은 게임 때문이지. 이번에는 오로지 예성 학생의 힘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자는 이야기야.”
“제힘이요?”
“그래. 노래는 만국공통어라고 하지. 정말 그런지 시험을 해보자고.”
“지금 해외진출 이야기하시는 거죠?”
“그래.”
“아! 그냥 해외진출 네 글자면 충분한 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 하시는 건데요? 그래서 제가 무슨 무대에 서면 되는 건가요? 저번에 갔던 아키하바라 컨벤션 그런 곳에서 하면 되는 건가요?”
“어허, 그런 곳에 대스타 신예성을 어떻게 세워? 그런 곳에서 할 거면 애초에 우리가 세웠지.”
“그···. 그럼 어디?”
“무도관”
“무도관이요?”
“도장인가 봐요. 얼마나 해요?”
“아! 미안, 일본에서는 부도칸이라고도 해.”
부도칸, 부도칸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아!!
“서···. 설마 그 부도칸을 말하는 건가요?”
내 말에 본부장님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제가 거기에서 공연한다고요?”
“그래. 우리 쪽에서 오케이 한다면 바로 기획에 들어갈 거다.”
“기획이 들어간다면?”
“이건 우리가 기획하는 게 아니라 일본에서 기획한다. 기획하고 우리 쪽에 보내면 우리가 필요한 것을 덧붙이는 거지.”
“그래요?”
“그래. 거기다 일본 같은 경우는 굿즈 판매가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활발해. 기본적으로 매진이 되는 경우도 많지. 우리도 많은 준비가 필요한 일이야.”
“그런가요?”
부도칸이라, 말로만 들어봤다. 일본에서 한국 가수들이 공연했다고 기사를 타면 대부분 거기였다. 한류스타라면 한 번씩 서봤다는 바로 그곳. 드디어 나에게도 거기에 서는 기회가 오는 것인가?
“아마 이번을 시작으로 예성 학생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게 될 거야. 이미 알겠지만, 글로벌을 겨냥하는 기업은 한류스타들에게 관심이 많아. 그러니 이번 공연으로 일본에서 인지도를 넓히게 되면 예성 학생은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스타가 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거야.”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데요. 아무튼, 할게요.”
지금의 나에게도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부장님 말대로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면 나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아니더라도 그냥 이렇게 마냥 시간만 축낼 수는 없었다. 고작 한 달이지만 새로운 음악을 만들거나 흥얼거린 적이 없다.
내 말에 본부장님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셨다.
“뭐?”
“한다고요?”
“아니, 왜?”
“하자고 해서 한다고 했는데 왜라고 물으면 제가 뭐라고 해야 돼요?”
“예성 학생, 이러면 곤란해. 아직 예성 학생을 설득하기 위해 준비된 말이 많이 남아 있단 말이야.”
“네. 그냥 들은 거로 하고 건너뛰죠.”
“그럴까?”
“본부장님 말대로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예성아, 그런 의미에서 면세점에서 광고를 찍으면서 새로운 나를 만나는 것도 생각해봐!”
“석태 형, 제발 좀!”
“예성아! 제발 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눈싸움이 벌어진다. 하지만 언제나 내가 지는 것은 약속된 운명이다.
‘공항에 대문짝만하게 내 얼굴이 걸리겠구나.’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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