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64
159. 키 작은 내가 나타나다. >
학교를 관둔 후에도 내 생활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나를 갈아 신곡을 만들려고 했지만, 그렇게 여유 있는 생활이 이어지지 않았다. 일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회사도 회사지만 나 자신도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기획사는 내가 학교를 그만두자 본격적으로 일본 진출을 앞두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떠냐?”
“어떠냐고 물어보셔도, 이걸 꼭 해야 해요?”
“물론이다. 이걸 하지 않으면 일본 진출은 생각지도 않은 암초에 걸려 좌초될지도 모른다.”
“그 생각지도 못한 암초란 건 뭔데요?”
“응?”
“암초란 건 장애물이란 소리잖아요? 그 장애물이 뭔가 싶어서요.”
“그······. 그건 아직 비밀이야.”
“어휴, 석태 형 아무리 본부장님이 본보기라지만, 이렇게 말해놓고 생각하는 것은 안 닮아도 돼요.”
“그런 거 아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딱 봐도 그냥 생각 없이 말했다가 내가 물어보니 당황한 거죠?”
“아···. 아니거든!”
석태 형이 당황하든 말든 중요한 게 아니다. 석태 형이 내민 서류를 보니 돈슨사와의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피규어라니, 나를 피규어로 만들겠다니.’
[Light of Hero] 게임은 인기순위에서는 밀려 내려왔지만, 여전히 매출 분야에서는 1위를 하고 있었다. 돈슨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게임답다고 해야 할까?돈슨사는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될 때마다 새로운 동료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런 동료 캐릭터는 사람들을 뽑기의 세계로 인도했다.
새로 나온 동료기에 스킬 성능이 좋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보너스로 주인공인 나와 새로운 동료의 첫 만남 에피소드가 신 캐릭터를 소유해야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추가되는 에피소드를 녹음하기 위해 나도 돈슨사를 방문해야 했다.
덕분에 친해지고 싶기는커녕 피하고 싶은 이와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시나리오 작가 이영기 씨다. 친해지면 왠지 피곤하다 못해 겁이 나는 사람이라 이름도 기억에서 듣고 바로 지웠건만 그와 나는 전생에 무슨 원수를 져서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단 말인가?
지금 석태 형이 보여주는 피규어도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하지만 [Light of Hero] 시나리오 작가 이영기 씨만큼은 아니다.
얼마 전 녹음을 위해 돈슨을 방문했을 때, 영기 씨가 나를 기겁하게 하는 이야기를 했다.
“예성 씨, 어쩌면 제 시나리오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지도 모르겠어요.”
“정말인가요? 축하해요.”
“다 신예성 씨 덕분입니다.”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왜 내 도움이라고 하는 걸까? 설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게···.
“혹시 애니화 되는 게···.”
내 물음에 영기 씨가 상큼한 미소를 짓는다. 이 미소를 보니 나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네. Light of Hero입니다.”
“정···. 정말인가요? 어떤 미친 인간이···. 핫! 죄송합니다. 무심코···.”
정말 이 사람 하나도 족한데, 이런 빤한 스토리로 애니를 만들겠다니 미친 게 틀림없었다.
“크큭, 아닙니다. 저도 동감을 합니다. 제가 나중에 실사를 욕심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가 하고 싶어 했던 거지. 설마 다른 곳에서 먼저 제안이 들어올지 몰랐습니다.”
“애니메이션이라면 일본인가요?
“네.”
그리고는 영기 씨는 눈을 반짝이며 내 손을 두 손으로 잡는다. 이게 여자 손이라도 놀랄 텐데 하물며 남자. 나는 세차게 뿌리쳤다.
“죄송합니다. 이런 접촉은 곤란해요.”
“이런. 너무 기뻐서 그만, 이런 일이 생긴 것이 다 지하철에서 잠을 잔 신예성 씨 덕분이라고 생각하니······.”
이 사람이 은근슬쩍 나의 아픈 기억을 건드린다. 내가 거기서 자고 싶어서 잤던가? 파출소에서 웅크려 자다가 피곤한 나머지 종점까지 잠들었던 건데.
나에게는 아픈 기억이지만, 그래도 축하는 해줘야 한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게 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로서 책으로 만들어지기만 해도 기쁠 텐데, 하물며 영상으로 자신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제가 잘은 모르지만 애니화 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입니다. 쉬운 일이라뇨, 웬만한 인기로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죠. 이게 다 신예성 씨가 주인공으로 활약을 해주는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 기껏 녹음밖에 없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예성 씨,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인공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하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예성 씨가 Light of Hero라는 게임을 하드캐리하고 있는 것은 우리 회사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습니다.
신예성 씨, 기대하세요. 엄청난 태풍이 밀어닥칠지 모릅니다. 애니는 시작에 불과할 겁니다. 애니를 만들고, 그걸 다시 3D로 극장판을 만들고, 결국에는···.“
“실사인가요?”
“네. 그런 후에 모든 작품을 블루레이로 제작해서 세계 곳곳으로 판매하게 될 겁니다.”
말을 하며 영기 씨는 먼 곳을 아련하게 쳐다본다. 마치 그런 미래를 머릿속에 상상이라도 하는 듯이.
그 모습을 보면서 깨닫고 말았다.
‘아! 된장, 어쩐지 이 사람만 보면 거리를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니.’
완전 돈슨사의 이기호 본부장님이 아닌가?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기시감이 들었는데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스스로 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영기 씨는 성공이라 쓰지만 나는 흑역사라고 읽는 일이 또 발생할 것만 같았다.
그 당시의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 이렇게 또 나에게 새로운 시련이 밀려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거 판매가가 왜 이래요? 세상에 23만 원이라니······.”
“피규어니까. 거기 12인치 실물 피규어라고 적힌 거 안 보여?”
“보여요. 설마 커서 비싼 건가요?”
“아니지 실제 축소라서 비싼 거지. 피규어는 리얼리티가 생명이거든.”
“리얼리티요?”
“그래. SD 피규어와는 다르지.”
“그건 또 뭔데요?”
“인마, 굿즈 팔아먹는 놈이 SD 피규어를 모르면 어떡해?”
“말해줘야 알지. 거기다 굿즈로 어떤 게 팔리는지도 모르는데 SD 피규어를 알까요?”
“쉽게 말하면 피규어랑 비슷한데, 머리 크기가 다르지. 이~ 등신 알지?”
“발음 참 이상하게 하네요. 이등신 말하는 건가요? 대가리가 몸통만 한 것 말이에요.”
“그래. SD 피규어와 12인치 피규어의 큰 차이는 바로 12인치는 실물을 줄여서 만들지. 180cm의 사람의 키를 6분의 1로 줄였다고 해서 그렇게 불러. 당연히 생김새는 실물과 똑같아.”
말을 하며 석태 형은 나에게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주었다. 유명한 어벤저스의 블랙위도우 사진이었다.
“스칼렛 누님이네요. 헐, 석태 형, 이런 사진은 어떻게 찍었어요? 한국에 촬영 왔을 때 구경이라도 갔어요?”
“무슨 헛소리냐? 이게 12인치 피규어다.”
“헉, 설마···. 이건 사진이잖아요?”
“그래. 피규어를 찍은 사진.”
“이게 피규어라고요?”
내가 아는 피규어랑은 아주 달랐다. 내가 아는 것은 애니 캐릭터들인데 이런 실물과 같은 피규어라니.
“그래. 사진으로는 차이를 모르겠지?”
석태 형의 말대로다. 정말 실물이랑 똑같다. 오히려 실제로 본다면 실물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다. 인형의 얼굴에는 피부병이 없을 테니까.
내가 관심을 보이자 석태 형은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여준다. 그런 사진을 보니 확실하게 인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손목과 발목에 이음새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석태 형, 이건 어떻게 촬영했어요?”
내 말에 한창 신나게 스칼렛 누님을 요리조리 찍은 사진을 설명하던 석태 형이 그대로 굳었다.
그저 당연한 걸 물어봤을 뿐인데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석태 형의 눈가에 반짝이는 것은 설마 눈물인가?
설마 이형 다 큰 어른이 인형을 갖고 놀고 있는 건가?
“형, 설···. 설마?”
내 말에 형은 눈가를 스윽 문지르더니 나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는 다가오면서 이야기한다.
“예성아, 오늘 돈슨사에서 말이야. 너를 피규어로 제작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 그것도 12인치 피규어로 말이야.”
헐, 이형 보게, 마치 테이프를 되감은 것처럼 뻔뻔하게 이제까지의 일은 잊고 다시 새로 시작하자는 모양새다. 그런다고 있던 사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닐 텐데.
“하아, 형이 그 나이가 되도록 왜 혼자인지 알겠네요. 집에 그렇게 예쁜 금발 미녀가 기다리는데 일반인들이 눈에 들어오겠어요?”
“예성아, 네가 뭔가 오해를 하는 모양인데, 나 인형을 애정하고 그런 남자 아니다. 그저 초라한 내 집을 환하게 만들어줄 인테리어 소품일 뿐이야.”
“어디 보자. 블랙 위도우······.”
핸드폰에 검색을 해보았다. 하도 실물 같아서 얼마나 하는지 궁금했다.
“헉, 석태 형, 이거 40만 원이 넘네요. 미쳤다 미쳤어. 이런 걸 왜 샀어요? 아무리 서양 누님의 몸매에 눈이 돌아갔어도 그렇지 40만 원짜리 인형을 사다니 미쳤어요?”
“허, 이놈 봐라. 자기는 몇억 하는 차를 엄마에게 사주면서 형은 몇십만 원으로 취미 생활하면 안 되는 거냐?”
“헉, 취미생활? 설마 더 있는 거예요? 혹시 집에 가면 이런 서양 누님들이 메이드복 입고 엎드려 있는 모양새로 기다리고 있는 건가요?”
내 말에 석태 형은 졌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쉰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리고 그 여인네들 틈에 꼭 네 피규어를 넣어 줄게. 주지육림에 파묻히게 해주마.”
“헉. 그건 참아주세요. 꿈자리가 사나워질지 모르니까요.”
“그렇겠지. 피가 끓는 십 대에는 자극이 조금 강하려나? 막 상상이 되지?”
“아···. 아니거든요. 순수한 19 몰라요? 제가 바로 그 19세라고요.”
“그 순수가 네가 생각하는 뉘앙스의 순수는 아닐 거야. 오히려 19금에 가깝지. 예성아, 12인치 피규어의 장점이 뭔 줄 알아?”
“실물과 같다는 거요?”
“아니, 그건 기본이지. 더 중요한 건 말이야···.”
석태 형은 말을 하면서 뭔가 중요한 걸 말한다는 듯이 내 옆으로 가까이 왔다.
그러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12인치 피규어는 옷을 갈아입힐 수가 있어.”
석태 형의 말에 이제껏 석태 형을 놀리던 기분이 확 날아갔다. 뭣이라. 옷을 갈아입혀?
실물과 똑같이 생긴 것도 놀라운데 옷을 벗긴다고? 그럼 그 옷 속에는?
아니 가만, 왜 석태 형이 이 시점에 이 이야기를 꺼내는 거지? 아니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헉! 슈발, 내가 12인치 인형이 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그러면 나도 옷이 벗겨진다는 이야기잖아? 이놈의 돈슨! 나의 속옷으로는 부족했단 말이냐? 얼마 전에 봤던 이영기 씨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형, 이 기획은 포기 해야 해요. 나의 소중한 몸을 남 앞에서 보인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미안하다. 이미 본부장님의 결재가 떨어졌다. 본부장님이 돈슨에서 온 이 기획을 보고 무릎을 ‘탁’ 치시더구나. 자신이 원한 게 바로 이거라고, 기획서를 받고 바로 돈슨사로 연락했다.”
“그럼 이미···.”
내가 힘없는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석태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 혹시나 해서 묻는 거지만 굳이 인형인데 속까지 사실적일 필요는 없겠죠?”
내 말에 석태 형이 나를 마주 보던 시선을 내려 내 허리 부근을 가늘게 뜬 눈으로 쳐다본다.
“왜 제 소중이 있는 곳을 그런 시선으로 보는 건데요?”
“그냥, 당연히 네가 걱정하는 게 신경 쓰여서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실물과 같다고 해도 이건 성인 돌이 아니라 일반 피규어니까.”
“그런데 석태 형, 이런 게 팔리기나 할까요?”
“당연히 팔리지. 팬은 말이다. 스타와 항상 같이 호흡을 하고 싶어 해. 기획사 앞에만 봐도 너를 보기 위해서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잖아. 그런 이들에게 실물과 똑같은 네 피규어가 등장한다고 생각해봐. 살까? 사지 않을까?”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잖아요.”
“어허, 퀄리티를 존중해줘야지. 네가 방금 봤던 스칼렛 양 같은 경우도 여러 가지 가격대가 있다. 당연히 퀄리티에 따라 그렇지. 너도 이번에 만들게 되면 더 상급으로 갈 수도 있고,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는 거지.”
“그런데 이건 그냥 하는 말이지만 저도 가지고 싶긴 하네요. 나랑 똑같은 인형, 이왕이면 내가 콘서트장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본뜬 인형이면 좋겠네요.”
“그래. 제품 의뢰할 때 알아봐 줄게.”
하지만 석태 형이 나설 필요도 없이 그 인형은 자연스레 내 손에 들어오게 된다. 바로 본부장님에 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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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이건 해야 한다니까요.”
“너무 무리수잖아?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굿즈 가격이 20만 원이 넘잖아. 누가 살까?”
“살 사람은 삽니다.”
“기호야, 미미의 집이라고 알아?”
“알죠. 우리 은혜가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어린 여자애들의 워너비 장난감 아니겠는가?
“그걸 보고도 모르겠어? 미미를 사면 집도 주고 살림살이를 다 주는데도 5만 원이면 떡을 쳐. 그런데 고작 인형 하나에 20만 원 넘게 받아서 팔리겠어?”
“대표님, 예성이랑 미미가 같습니까?”
“그래. 달라.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는 이야기지.”
“당연히 있죠. 돈슨사에서 미쳤다고 돈도 안 되는 짓을 할까요? 당연히 돈 냄새를 맡았으니까 하는 겁니다. 팬들이 가수를 쫓아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함께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닙니까? 그런 그들에게 실물과 똑같은 피규어가 안 팔릴 이유가 없습니다.
비싸다고요? 그들이 예성을 보기 위해 사용하는 콘서트 티켓 값과 차비만 해도 사고도 남을 겁니다.
대표님도 알다시피 예성의 콘서트는 대성황입니다. 오죽하면 콘서트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고 할까요?”
기호의 말에 형식은 기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렇게 자신 있어?”
“네. 이건 저희에게 또 하나의 수익이 되어줄 겁니다.”
“그냥 돈슨사에서 하는 것 보고 나중에 끼어드는 게 어때?”
“그러면 늦는다니까요. 시작할 때 분야를 나눠서 해야지. 나중에 자기들이 해 먹는데 우리가 숟가락 올리면 기분이 좋겠습니까?”
“알았다. 하지만 초반에 안 좋으면 바로 접는 거다.”
“알았습니다. 하지만 성공할 겁니다.”
기호는 이형식 대표의 승낙을 얻자 바로 돈슨사와 연합을 했다.
그런 후 얼마 지나자 대문짝만한 기사가 인터넷을 달구었다.
돈슨사에서 GJ 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신예성의 12인치 피규어를 만들어 내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피규어는 돈슨사에서 그동안 [Light of Hero]를 사랑해준 팬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제작했다고 알려졌다.
……
“역시 돈슨사, 이렇게 욕을 먹기 위한 이벤트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죠.”
기사를 보면서 중얼거리자 석태 형이 말했다.
“그래도 홍보 하나는 확실히 됐잖아.”
“그러게요. 기분이 묘해요.”
걱정하던 것과는 달리 피규어의 판매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그러게 연예인들이 피규어를 그렇게 좋아할 줄이야.”
석태 형의 말처럼 연예인들, 즉 여자 아이돌 가수들이 내 피규어를 구매한 이들이 SNS에 올렸다.
왜 샀는지가 의문이다. 나와 친분도 없는 이들인데.
한때 가수가 만나고 싶어 하는 가수로 내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했던 적이 있다. 설마 그게 진짜였단 말인가?
아무튼, 그런 아이돌들의 행동에 크게 이슈가 되어 판매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손에 나와 똑같은 모습의 피규어가 주물러진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언제나 말하지만 난 만인의 연인이 아닌가?
하지만 정신영 누나가 방송에서 내 피규어를 쓰다듬으면서 ‘예성아, 누나랑 비밀친구 할래?’ 이럴 때는 온몸에 소름 돋았다.
‘설마 다른 곳곳에서도 저런 상황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오늘은 일찍 들어갈 거지?”
석태 형이 끔찍한 생각 속에서 나를 끄집어냈다.
“네. 그래야죠. 화보 촬영하는데 피부재생을 시켜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 집에 가서 팩하고 자라.”
“알았어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그래.”
무더웠던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
‘그리고 발라드의 계절이지.’
가을을 맞아 화보 촬영도 하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 일본을 가기 위해서는 노래만 준비해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일단 가서 팔 물건을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렇게 준비하고 폭삭 망하면 어쩌지? 새로운 노래도 못 썼는데.’
본부장님은 늘 신곡을 걱정하는 나에게 서두르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예성아, 서두르지 말자. 지금 있는 것도 충분해. 네가 만들어놓은 노래도 많잖아. 그중에 골라서 쓰면 돼. 네가 그동안 쉬지 않으면서 곡을 만들어 냈기에 조바심이 드는 것도 이해는 간다만, 그런 상황에서 만들어져 봐야 네가 만족할 수 있을까?
나도 그런 곡은 원하지 않아. 네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네가 노래를 잘 불러서이기도 하지만 네 노래는 다른 작곡가들과 다르기 때문이야. 너의 어린 나이와 순간적으로 느낀 감정이 합쳐져서 색다른 곡이 되었잖아. 이렇게 조바심을 느끼면서 쥐어 짜낸 곡이 사람들을 만족하게 할까?
아니지. 그 이전에 너 스스로가 만족할까? 아니잖아. 만족했다면 나나 일형이에게 보였을 테지. 그러니 서두를 필요 없어.”
“하지만.”
“예성아, 네가 싱송라로 불려서 네가 만든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하는 건 알겠어. 하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야.
혹시 곡을 만들지 못해서 스스로 자책할까 봐 말한다만 작곡을 못 해도 넌 여전히 잘나가는 가수야.
만들어놓은 곡도 여러 개가 남아있고, 그게 마음에 안 들면 곡을 모으면 되는 거야. 네가 불러준다고 하기만 하면 곡을 갖다 바칠 작곡가가 강남에서 목동까지 줄을 설 거다.”
“그건 아니죠.”
“아니. 과장되긴 했지만 맞아. 거기다 예성아, 넌 학교 다닐 때 시험을 보고는 방학을 맞이하고는 했지.
그거랑 같다고 생각해라. 그동안, 네 머리가 곡을 작곡하느라 고생했잖아. 회복한다는 느낌으로 쉰다고 생각해.
그러니 머리가 쉬는 동안 몸이나 열심히 움직이자.”
그런 말씀에 알겠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답답하다. 영화를 봐도 이제는 뭐라도 하나 건져보자는 마음을 가져서 그런지 재미도 없고, 느껴지는 것도 없다.
누구도 나를 신경 써서 말은 안 하지만 아마도 이게 슬럼프라는 것이겠지.
‘그래. 일단 닥친 일부터 처리하고 나중에 고민하자. 곡은 안 써도 여전히 할 일이 있잖아.’
그래. 당장도 집에 가서 동생을 꼬셔 팩 마사지를 받아야 한다.
‘얼마를 뜯겨야 할까?’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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