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65
160. 사진이 아름답다고 촬영장도 아름다운 건 아니야. >
“예성 씨, 여기 아래로 들어가세요.”
“여···. 여기 밑으로요?”
“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의 분위기는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 김명식 감독일 때 알아봤어야 했어.’
김명식 감독. 나를 스타로 만드는 데 크게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전(?) 국민을 포크로 피자를 찍어 먹게 하였던 ‘사랑은 치즈와 같다’를 촬영했던 감독이다.
아침에 석태 형이 나를 데리러 왔을 때 물었다.
“형, 어디로 가나요?”
“응? 뭐가?”
“촬영지 말이에요.”
“이제껏 궁금해하지 않다가 가는 날이 되어서야 궁금해졌어?”
“물어보지 않은 저도 문제긴 하지만, 안 물어본다고 입도 뻥긋하지 않는 형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요.”
“난 당연히 네가 다른 이에게 들었을 줄 알았지. 네 연습실에 사람들이 좀 드나드니?”
“허, 그렇게 말하면 제가 할 말이 없죠. 석태 형 요즘 너무 말발이 센 거 아닌가요? 스피치 관련 책을 몇 권이나 봤길래 이래요? 아! 옛날이 그립네요. 그저 응. 알았다. 네. 이런 단답형으로 말하던 석태 형은 도대체 어디 간 건가요?”
“책? 그거 아무 소용없어. 그저 너와 본부장님 사이에서 있다 보니 절로 이렇게 되더라. 책 포장 안 뜯은 것만 해도 서너 권 된다. 줄까?”
“아니요. 안 그래도 말 많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사는데, 여기서 더 말이 많아져서 어쩌려고요?”
“어쩌기는 분야를 넓히면 되지. 예능 MC나 라디오 DJ 같은 거 해도 좋잖아. 이제 학교도 관뒀겠다. 매일 기획사에 출근하는 것도 지겹지 않아?”
“지겹긴요. 오히려 기획사의 연습실이 제 집 같아서 좋기만 한걸요.”
“그래?”
“네, 연습실에 앉아서 사람들이 놀러 올 때마다 마치 집에서 손님을 대접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느껴?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잠깐!! 하기 뭐하다면 안 하는 게 정답이에요. 보나 마나 방금 제가 한 말에 대한 이야기일 텐데. 가령 오히려 집이 없어서 사람들이 쉬는 휴게실에 연습실을 차린 것 같다거나.”
내 말에 석태 형이 내 곁에서 멀어지면서 중얼거렸다.
“이···. 이 자식. 예리한데···.”
“석태 형이 할 말이야 뻔하죠. 저와 본부장님 사이에서 말발이 늘었다고 했으니까. 저나 본부장님이 하는 이야기 흐름대로 가는 거죠.”
친한 사람들과의 대화는 그런 것이다.
‘하우 아 유?’ 물으면 ‘파인 땡큐 앤드 유?’’라고 대답하는 약속된 대화이다.
그런데 약속된 대화를 떠올린 나에게 약속된 운명이 다가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분명 이 길은······.’
“석태 형, 설마?”
“흐흠, 알아챘냐? 이게 바로 너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다.”
“허, 정말 김명식 감독님에게 가는 건가요?”
“그래. 그분만큼 뛰어난 이가 어디 있겠어?”
“찾아보면 많지 않을까요?”
“굳이 찾자면 없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가성비다.”
“가성비, 설마 돈 아끼자고 이분 찾아가는 건가요?”
내 말에 석태 형이 나를 한심하게 본다. 하지만 가성비라는 것이 같은 값에서 효율을 따져서 선택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시간이다. 시간. 알다시피 이제 곧 일본에 가야 하는데 시간이 없잖아?”
“사진 찍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고, 하루면 충분하잖아요.”
“사진이야 그렇더라도 해외로케 촬영을 생각하고 있는데, 왕복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이야기지. 한국에서 발매하고 반응을 먼저 보고 가야지”
“김명식 감독이 촬영하면 절약이라도······. 설마?”
말을 하다 보니 생각났다. 그분이 어떻게 광고를 촬영하는 분인지.
“설마, 미니어처인가요?”
“글쎄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장면을 이야기할 때 시간을 맞출 수 있다고 한 분은 김명식 감독밖에 없다.”
“그래요?”
“뭘 원했는데요?”
“그거야 당연히 화보 하면 뭐가 떠올라?”
“당연히 멋진 모습이죠.”
“그래. 거기다 아름다운 배경을 빼놓을 수 없지.”
“그렇긴 해요. 그런데···. 아! 아니에요.”
석태 형에게 말해봐야 무슨 소용일까?
석태 형이 촬영하는 것도 아닌데.
시간이 지나 김명식 감독의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들어가니 여러 가지 준비가 한 창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 누나”
“이제 왔어?”
심영 누나가 스튜디오에 미리 와 있었다. 누나에게 인사를 건네자. 누나는 내 얼굴에 손을 대면서 얼굴을 요모조모 살폈다.
“잠은 푹 잤나 보네.”
“네.”
“잘 됐다. 화장이 잘 먹겠어.”
“잘 부탁해요.”
“그래.”
심영 누나와 인사를 하고 분주한 김명식 감독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어서 와요. 신예성 씨, 오랜만이에요.”
“네.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오늘도 지난번처럼 잘해봅시다. 아직 준비가 덜 됐으니 기다려 주세요.”
“네.”
감독의 말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한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대충 오늘 촬영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보였다.
“바닷가 콘셉트인가 본데.”
“맞을걸. 듣기로 몰디브 해변 콘셉트라고 들었어.”
“헉, 몰디브라니···. 그 허니문으로 유명한 그 몰디브 말인가요?”
“그래. 나도 결혼하면 그곳으로 갈 거야.”
허, 이 누나가 가을이 다가오니 헛된 꿈을 꾸는구나.
“과연 그런 날이 올까요?”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입으로 나오고 말았다. 그런 나를 심영 누나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야려보면서 말한다.
“예성아, 오늘 누나 자극하지 마. 프로페셔널하게 공과 사를 구분하는 나지만, 촬영 직전에 그런 이야기 들으면 나도 네 얼굴에 무슨 낙서를 하게 될지 몰라.”
“넵, 죄송합니다.”
“그럼 시작해볼까? 오늘은 땀에 강한 메이크업을 할 거야.”
“땀이요? 이제 선선해지는 가을인데 갑자기 땀에···. 설마, 조명 때문인가요?”
내 말에 심영 누나가 환한 표정으로 웃음을 짓는다.
“왜 그렇게 웃어요? 마치 표정이 ‘너 오늘 한번 죽어봐라.’ 이런 표정인 거 알아요?”
“그런 표정이 어디 있니?”
“지금 거울 보시면 누나 얼굴에 그런 표정이 있는 걸 알게 될 거예요.”
“흰소리는 그만하고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네.”
심영 누나의 샤샤샤를 받는 동안,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봤다.
그런데 뭔가가 잘 안 되는지 짜증을 내는 김명식 감독이 눈에 들어왔다.
“왜 저렇게 화를 내실까요? 좋게 말해도 될 텐데.”
“아티스트잖아? 예민할 수밖에 없어. 자기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을 촬영하려는데 거기에 필요한 피스가 부족하면 당연히 짜증이 나지.”
“누나도 그래요?”
“나? 나는 아니지, 나야 필요한 게 없으면 대체 가능한 물건들이 많잖아. 하지만 저런 광고 촬영이나 사진작가들은 예민해. 하나의 장면을 위해 몇 날 며칠을 계속 촬영하는 이도 있으니까.”
“그런가요?”
“그래.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보다 더 예민할걸.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보여주는 광고나 하나의 사진 속에 모든 것을 담아야 하는 작가는 다른 만회할 부분이 없으니까.”
“그렇군요. 그런데 의외네요. 광고 촬영 감독님인데, 화보도 한다니까.”
“당연하지. 광고는 영상광고만 있는 게 아니라, 지면광고도 있잖아. 사람이나 물건이 같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김명식 감독은 자신이 찍는 물건이나 인물에 포커스가 맞추어지게 하는 데는 스페셜리스트지. 다만···.”
“다만···.”
“아니다. 겪어보면 알 거야.”
“그렇게 말하면 무서워지는데요.”
이미 겪어봤지만 할 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지나간 추억이 아닌가?
“무서워해야 할걸? 이 스튜디오 안에서는 네가 아무리 스타라고 해도 그가 왕이니까.”
누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데 스튜디오 안으로 커다란 수레가 들어왔다.
“감독님, 왔습니다.”
“그래. 서둘러 깔아.”
“네.‘
스태프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감독님은 나에게 다가왔다.
“신예성 씨 준비가 끝났나요?”
“네.”
“그럼 이쪽으로 잠시 오시겠어요?”
“네. 감독님”
감독님의 곁으로 가니 커다란 보드가 놓여 있었다. 거기에는 마치 내가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처럼 그림으로 콘티가 그려져 있었다.
“일단 해변을 걷는 것부터 촬영을 할거에요. 저기 보이시나요?”
감독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하얀색의 모래가 바닥에 깔리고 있었다.
“네.”
“저기를 걷는 겁니다. 의상을 몇 벌 갈아입으면서 촬영을 할 겁니다. 조금 힘들겠지만 다 좋은 사진을 위한 거니 힘내주세요.”
“제가 힘들 게 뭐가 있을까요? 촬영에 수고해주시는 여러 스태프분들이 힘들죠.”
“픽!”
“아! 누나, 여기에서 웃으면 어떡해요?”
“아니, 네가 기특한 소리를 하긴 하는데, 그 마음이 언제까지 갈까 싶어서 그만.”
“당연히 끝까지 가죠. 저를 위해 묵묵하게 일해주시는 분들의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 아닙니다.”
“그래. 그렇구나.”
말을 하면서 여전히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는 심영 누나다. 그리고 촬영이 시작되자, 누나는 아예 박장대소를 하면서 데구루루 구르기 시작했다.
“앗 뜨뜨.”
슈발, 누나가 웃을 때 예상 해야 했는데, 저번에 와서 고생했던 기억이 머리에 스쳤다. 이건 그때와는 또 다르게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예성 씨, 참아요. 그렇게 날뛰면 사진을 어떻게 찍어요? 오늘 할 것 많습니다.”
“하지만 감독님. 모래가···. 모래가···. 너무 뜨거워요.”
“예성 씨, 그거 실제 모래도 아닙니다.”
“네?”
“특수제작된 유리 알갱이들입니다. 조명에 빛이 반사돼서 하얀 백사장을 연출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 된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뜨거운 건가요?”
“네.”
‘슈발, 이래서야 예전에 촬영했던 때랑 다른 게 없잖아. 그때는 그래도 겨울이라 참을 만했는데. 이번에는 한술 더 뜨시네.’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때 가장 힘든 점은 바로 조명이다. 조명에 빛이 투과되는 타지 않는 종이를 대고, 태양을 대신한다. 거기다 다시 강한 햇살을 연출하기 위해서 여러 개의 강한 조명들이 동원되어 나를 비춘다.
‘이건 미친 짓이야. 미친 짓이라고.’
내가 발광을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이 촬영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참아야 한다. 하지만 바닥에 깔린 유리 알갱이들이 조명 온도에 열을 받아 발바닥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신예성 씨, 한 장면이에요. 잠깐만 참으면 됩니다.”
그러더니 김명식 감독이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 위로 올라왔다. 마치 나와 고통 분담을 하겠다는 듯이 말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억지로 참으면서 분위기를 연출했다. 손을 경례하듯 이마에 올려 뜨거운 햇살을 막는 자세라던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음을 걷는 자세라던가.
하얗게 반짝이는 비단 셔츠에 흰색의 하늘거리는 바지를 입고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여긴 몰디브야. 뜨거운 태양 아래 나는 걷고 있어. 그렇다면 어떤 모습을······. 슈바, 가본 적이 없으니 상상이 안 되잖아. 그래. 익숙한 곳으로 하자. 여기는 부산 해운대야. 상우랑 같이 놀러 갔던 그 해운대야. 그래 상우와 함께했던 SUMMER TIME,’
“오! 지금 좋아요. 바로 그 표정이에요. 싱그럽고 깨끗한 바다를 보면서 힐링 받는 표정 좋아요. 예성 씨 계속 갈게요. 상의 단추 3개만 푸세요.”
“네.”
감독님의 요구에 상의 단추를 풀었다.
‘내가 또 근육은 없어도 슬림한 몸매에 동전 70개는 올라가는 쇄골 미남이지.’
자신 있게 쇄골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단추를 풀었다.
“아! 예성 씨, 쇄골 가리세요. 너무 깊어서 사진이 안 살아요.”
‘슈바, 이 사람 정말 프로가 맞는 건가? 어떻게 나의 쇄골을···.’
감독의 말에 쇄골을 반쯤 가렸다.
그 촬영 이후 낮이 밤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드르륵 소리와 함께 커다란 패널이 들어왔다. 밤하늘 사진을 거대하게 확대해놓은 사진이다. 마치 하늘에서 별이 쏟아질 듯 수많은 별이 빛나고 있는 사진.
‘이번에는 밤이니 좀 낫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던 과거의 나에게 쭉빵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여전히 조명은 나를 뜨겁게 비추고 있었다. 그저 태양에서 달로 바뀌었을 뿐이다.
“예성 씨, 인상을 찡그리지 마세요. 멀리 차갑게 빛나는 달을 보는데 눈부시다는 표정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눈부신걸요.”
“그렇지만 화보를 보는 사람들은 그걸 모르죠. 힘냅시다.”
“네.”
어찌어찌 촬영했다. 하지만 나의 고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침에 시작된 촬영은 점심이 되어서도 끝이 나질 않았다.
밥을 먹는데 심영 누나가 나에게 자신의 밥을 덜어주었다. 아침에 내가 놀려 짜증이 날만도 한데 이런 심성이라니.
“예성아, 먹고 힘내. 이제 시작이래. 땀을 많이 흘려서 푸석해진 피부에 영양분을 줘야지. 피부를 위해! 입맛 없어도 다 먹어.”
이런 젠장, 그럼 그렇지.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 이건가? 먹고 힘차게 구르라는 이야기인가?
“예성아, 너만 이런 촬영하는 게 아니야. 사람들은 아름답고,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장면을 한 컷 찍기 위해 얼마나 힘든 고통과 인내를 참아야 하는지 알지?”
“네. 그래서 참고 있잖아요.”
아마 가수가 되기 전이었다면, 이건 나 못해. 아니, 안 해! 이랬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짓을 안 해도 밥 먹고 살잖아.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밥을 먹고 사는 것보다 나를 좋아해 주는 이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스타라서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석태 형 인제 그만해도 되요.”
석태 형은 내가 밥을 먹는 동안 수건에 물을 적셔와 내 등과 발에 찜질해주고 있었다.
“아니 조금 더 하자. 열이 안 내리네.”
“형, 사람의 체온이 식으면 죽어요!”
“그래도···.”
내가 안쓰러운지 형이 말을 끝맺지 못한다.
“매일 하는 것도 아닌데 괜찮아요. 나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
점심을 먹고 다시 촬영이 이어졌다.
‘오늘 정말 통구이가 되는 날이구나.’
물속에 들어가 있는 장면을 연출한단다. 실제로 물에 들어갔으면 좋겠지만 여기는 바다도 아니고 풀장도 아니다. 그저 스튜디오일 뿐이다.
커다란 유리 수조가 들어왔다. 거기에는 아주 얕게 물이 들어 있었다.
그 수조를 보니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감독님에게 물었다.
“여기 들어가라는 이야기는 아니죠?”
“맞습니다.”
“아니 너무 얕잖아요!”
“얕아야 예쁘게 화면이 잡혀요.”
“제 몸도 물에 안 잠기는데 어떻게 예쁘게 나와요?”
내 말에 감독님은 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깨달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신다.
“예성 씨 의미가 잘못 전달됐나 보네요. 수조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수조 아래쪽에 눕는 겁니다.”
“네? 뭐라굽쇼?”
하도 황당해서 이런 말투가 나와 버렸다. 수조 아래쪽이라니, 수조 아래쪽에는 바다를 표현하기 위한 아까의 하얀 유리 알갱이가 깔려있다.
결국, 이번에는 발바닥이 아니라, 몸을 뉘어야 하는 사태이다. 거기다 내 위에는 유리 수조가 위치한다.
거기 위에는 조명, 어떤 상황이 될지 뻔하지 않은가? 마치 내 몸을 돋보기로 지지는 느낌이 날 것 같다. 어릴 때 내가 돋보기로 개미를 지지던 것처럼.
“저기, 감독님 이거 정말 해야 할까요?”
“물론입니다. 고통은 잠시지만 아름다운 사진은 영원합니다. 예성 씨. 팬들을 생각하세요.”
반칙이다. 나를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게 만들어 주는 팬을 들먹이다니.
“하아, 알겠습니다. 감독님, 한꺼번에 부탁드려요.”
“그거야 예성 씨에게 달렸습니다. 자 시작합시다.”
“네.”
그 뒤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그 날 집에 들어가서 이 가을에 더위라도 먹었는지 끙끙 앓았다는 것은 나만의 비밀로 해두고 싶다.
그 촬영이 끝나고 화보가 나왔다.
당연히 엄마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었다.
“어머, 어머, 아들, 이게 누구니?”
“누구긴, 엄마 아들이지. 잘 생겼지?”
“그러게 아들이 안 가져 왔으면 누구 집 아들인지 정말 잘생겼다고 할 뻔했어. TV에 나올 때도 멋있었지만 이건 정말 내가 배 아파서 낳은 아들이 아닌 것 같아.”
“팬들도 그렇게 말했어. 특히 보일 듯 말 듯 한 쇄골이 멋지다고,”
“그러니? 왜 쇄골이라니? 엄마는 아들의 잘생긴 얼굴이 마음에 드는데.”
“그런 말도 있어. 얼굴 잘생겼다. 발라드 가수답게 턱선이 매력적이네, 이런 이야기. 덕분에 정통 발라드 가수의 계보를 잇는 신예성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어.”
“그러니?”
“응. 지금의 시대에는 성대 미남들이 너무도 많아서 나처럼 이렇게 얼굴이 되고 턱선이 살아있는 이가 없데. 그래서 내가 정통이라고 하네.”
“그렇지. 가수는 우리 아들처럼 얼굴이 돼야지.”
“아! 진짜 고만 좀 하자. 부끄럽지도 않아? 보는 내가 다 부끄럽다. 이거 봐 망치도 이제는 못 보겠다고 눈을 가리잖아?”
동생이 말을 하면서 망치의 앞발을 들어 눈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그런데 오빠, 그건 얼마나 돈이 되는 거야?”
“어허, 이런 예술작품을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까? 예술은 돈으로 환산하는 순간 예술이 아니라는 것도 모르느냐?”
“지랄~!”
“헉, 이 미친년이 어디서 감히! 이 위대한 오빠에게 지랄이라니?”
내 말에도 동생은 나를 보지 않고 또 망치에게 말을 건다.
“망치야 정말 속 보인다. 그렇지? 저렇게 말하면서 내일 되면 회사에 가서 판매량 체크부터 할 거 뻔한데. 그지?”
‘헉, 예리한 년. 하여간에 이건 눈치가 너무 빨라.’
안 그래도 이제 사람들의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으니 내일 가서 물어볼 생각이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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