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7
11.家 和 萬 事 成
딩동. 딩동
예성은 목동 타워 펠리스에 와 있었다. 예성은 여기에 올 때마다 불타오른다. 자신이 조물주보다 높은 건물주가 돼야겠다고. 그리고 꼭 이런 곳에서 살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누구?”
“저예요. 상우친구 예성이요.”
“어머, 예성아, 잠깐만!”
출입구가 열리자 예성은 상우의 집으로 향했다.
“예성아, 정말 오랜만이야. 요즘 왜 놀러 안 오니?”
오늘도 여전히 화사함을 뽐내는 상우의 엄마다. 오늘도 엄마는 의문의1패를 당한다. 예성은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 엄마가 제일 젊은데 어찌된 게 주위에는 동안들만 사는 건가?
“상우가 알바 뛰러 다니니 제가 혼자 어떻게 와요?”
“어머, 상우 없다고 왜 못 오니? 예전에는 아줌마랑 자주 놀아주고 그랬잖아”
“그거야 어릴 때 이야기죠.”.
“어이구, 지금은 어른이니? 아직은 애기야 애기, 여기서 이러지 말고 들어가자.”
예성은 오늘 상우 집에 놀러 온 것이 아니다. 부탁할 것이 있어서다.
“저기 어머니, 상우아버지 계세요?”
“응. 일요일이잖니?”
“골프 치러 안 가셨나 봐요?”
“상우가 이야기 한 거니?
“
별 이야기 한 건 아니다. 아버지는 집 밥 먹기 싫어 골프와 낚시로 도망 다닌다는 이야기. 군대 간 형이 짬밥에 고기가 자주 나와 행복해서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 밖에 안했다.
“네.”
“쉬는 날마다 골프 치면 난 누구랑 노니? 집에 있는 날도 있어야지.”
웃으며 말하는 상우 어머니의 모습에 눈이 부셨다. 그리고 상우 아버지가 불쌍했다. 삼시세끼 풀만 드시겠군요.
“아저씨 좀 뵐 수 있을까요?”
“왜? 나 보러 온 거 아니었어? 예성이 실망이야. 잠깐만. 상우아빠! 상우아빠! 좀 나와 봐.”
상우어머니가 연신 아빠를 부르자.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상우의 아버지 김성태씨가 거실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그래. 오랜만이다. 어머니는 잘 계시지?“
말하는 아저씨의 표정이 수척해 보이는 건 예성의 착각일까?
“네. 덕분에 잘 계십니다.
상우 아버지는 예성을 몇 번 보지는 않았지만 잘 안다고 할 수 있었다. 상우가 늘 이야기하는 내용에는 늘 예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일단 앉자. 상우에게 듣기로 가수의 꿈을 접었다면서?”
“그렇게 됐습니다.”
예성의 대답에 정수진 여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유, 그냥 하지 그러니? 우리 상우가 얼마나 마음 아파했는지 아니?”
“물론이죠. 제 앞에서 울기까지 했는데요. 상우가 좀 헐리우드 스타일이잖습니까?”
“헐리우드 스타일은 또 뭐니?”.
“있잖아요? 과장된 연기, 상우는 오버가 심해요. 거기다 감정과잉, 꼭 연기 지망생 티를 낸다니까요. 저희들끼리는 상우가 한국에 있어서 엑스트라를 하는 거라고 해요. LA였으면 슈퍼스타가 됐을 거라고 놀려요.”
“우리 상우가 감성이 풍부하고 여리긴 여리지. 곱게 컸잖아.”
“그렇죠. 엑스트라 알바 꾸준히 나가는 거 보면 참 용하다는 생각을 해요. 이야기 하는 거보면 보통 힘든 게 아니던데.”
“상우가 좋아 해서 놔두기는 하는데 참 마음이 편하지는 않아.”
“알아서 잘 할 거예요.. 상우는 일단 어머니를 닮아 얼굴이 되니까요.“
예성의 말에 상우엄마는 얼굴이 활짝 폈다. 여자는 젊으나 늙으나 예쁘다는 소리가 좋다.
“어머나, 여보 들었죠?”
“크흠! 그래. 왜 날 보자고 했지?”
상우 아버지의 물음에 예성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부탁하는 마당에 편한 자세로 말할 수는 없었다.
“저기 아저씨, 병원에서는 건강 검진권이라는 것을 판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런 상품이 있다.”
“그거 얼마나 합니까? 제가 좀 사서 어머니 드리려고 하는데?”
“그거 학생이 사기에는 가격이 좀 비싸다. 아이들 용돈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혹시 100만원이 넘습니까?“
예성은 자신이 가진 맥시멈을 불렀다. 생각보다 큰 금액을 말하자 상우 아버지가 ‘이것 봐라’ 라는 표정으로 예성을 바라봤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지. 그 정도 하는 것도 있지만 그건 VIP용이라 가격만 비싸지, 똑같아.“
“그럼 얼마나 합니까? 제가 가진 것이 100만원 있습니다.“
예상보다 큰 금액에 상우 엄마가 놀라 물었다.
“너도 알바 뛴 거니?”
“네 비슷합니다. 아줌마”
“그래서 알바 모은 돈으로 어머니 건강검진 해드리려고?“
아! 상우 엄마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린다. 이분도 상우를 닮아 살짝 감정과잉 증후군을 앓고 있다.
“네, 아무래도 불안해서요. 엄마는 저희 키우느라 건강검진 같은 건 한 번도 안 해보셨어요. 아줌마도 알다시피 저희 엄마 열심히 사시느라 제 운동회나 학예회도 못 오셨잖아요. 그런데 건강검진 받을 시간이 있었겠어요?”
“하긴 너희 어머니 바쁜 거야 나도 잘 알지.”
상우 엄마가 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보았다.
“그래서 혹시 저희 어머니의 몸에 병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V에서 보면 암이라든지 간경화 같은 것은 아파도 표시가 잘 안 난다고 말하잖아요? 그래서 돈이 생긴 김에 엄마 건강검진을 해드리고 싶어요.”
“그냥 모시고 가지 그러니?”
상우엄마의 말에 예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그게 되면 제가 이러겠어요? 돈 아까워하면서 흐지부지 될게 뻔해요. 그냥 건강 검진권을 사서 드리면 환불도 안 될 테니 받으시겠죠.”
“어쩜 어린데도 이렇게 생각이 깊니?”
“뭘요? 상우도 어머니 걱정 많이 해요.”
“행여나 그러겠다.“
상우엄마가 콧방귀를 뀌면서 말하자 예성은 바로 긍정을 했다. 이집은 상우 빼고는 걱정거리가 없는데 상우가 무슨 걱정을 할까?
“사실 그렇죠? 그런데 상우는 집이 행복하니 걱정할게 없잖아요. 저희 집은 걱정이죠. 아무래도 식당일이라는 게 많이 힘들어요. 그리고 솔직히 엄마 보면 속상해요. 아줌마보다 10살이나 어린데 우리 엄마가 더 나이 들어 보여요.”
“은근슬쩍 나 칭찬한거니?”
정수진이 어려 보인다는 소리에 기쁘다는 듯이 말했다.
“흐흠! 예성이 이야기를 마저 듣지.”
“이이는, 간만에 여자로서 칭찬 좀 들으려고 하는데 꼭 지금 지금 들어야 해요?”
“그건 예성이에게 나중에 듣고, 예성아, 계속 말해라”
“네. 사실 병원에 가서 그냥 제가 건강 검진권이라는 걸 살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 미성년자고, 또 이게 중요한데 혹시 검진을 받고 혹시 엄마가 아프면 저와 제 동생에게 말을 하지 않고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그래서 아저씨가 좀 챙겨주셨으면 해요.“
이 챙겨달라는 말의 의미는 확인을 좀 해달라는 의미로 말했다. 다행히 아저씨는 그 의미를 정확히 알아 들었다.
“그래. 아저씨가 챙겨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만 혹시 병에 걸리셨으면 아무리 나라도 알려주기는 곤란 할 것 같구나. 의사는 환자와의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으니까.”
“저도 그런 게 있다는 것은 TV를 봐서 알아요. 하지만 아저씨, 저희 엄마 잘못되면 저희는 고아가 되요. 그런 상황인데 비밀이 중요할까요?”
예성의 말에 김성태는 묘한 표정을 예성을 지켜봤다.
“넌 꼭 너희 어머니께서 아플 거라고 예상하는 듯하구나. 어머니가 어디 불편해 하는 모습을 보인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저희 어머니 고생 진짜 많이 하셨거든요. 촌에서 사실 때도 농사일 하시느라 힘들였는데, 서울 와서도 엄마는 처음에는 식당이 잘 안 되어 사람도 못쓰고 혼자 일하셨어요. 그런 고생을 한 엄만데 몸의 어디가 고장 나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래서 걱정인거구요.”
예성은 답답했다. 꿈에서 엄마가 죽는 것을 봤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예성은 어제 많은 생각을 했다.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실까? 아니면 사고? 아니면 개꿈? 확인이 필요했다. 자신의 나이 17살, 꿈에서 봤을 때 대충 서른이 넘었으니 10년이 넘게 남았다.
하지만 인터넷을 보니 암 같은 것은 잠복기가 10년이 넘는다고 나왔다. 만일 꿈이 진짜고, 엄마가 병으로 죽는다면 지금 초기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인이 필요했다.
마침 돈도 생겼고 상우의 아버지는 병원 의사, 확인을 위해 필요한 것이 착착 맞아 떨어지고 있다.
“도와주세요. 아저씨”
“그래요. 여보, 이상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잖아요. 나도 내가 아프면 가족들에게 감출 것 같아요.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삶을 정리하려 하겠죠. 남겨진 가족들에게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거잖아요. 하지만 아픈 사람은 자신의 병을 알려주기 보다는 자신의 남은 시간을 자식들과 보내기 위해 힘을 내겠죠. 그러고는 조용히 눈을 감아요. 그리고는 천국에서 편지가….”
예성의 얼굴에 황당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이 감정과잉 아줌마 같으니.
“아줌마, 너무 나갔어요. 우리 엄마 아직 멀쩡하고, 아줌마도 멀쩡해요.”
“어머, 미안 옛날에 봤던 영화가 떠올라서 그만…..”
“아줌마, 상우 닮아가나 봐요.”
“그건 너무 심한 말 아니니?”
“헐, 아줌마, 아들 이름이 뭐죠?”
“알아. 그런데 닮고 싶진 않구나.”
“어쩌면 상우가 어머니 닮았을 거 같네요.”
“예성아, 네가 이 아줌마 젊었을 적에 못 봐서 하는 말인데. 이화여대 오드리 헵번으로 통했어.”
“그게 누군데요?“
예성의 물음에 상우 엄마가 기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억! 어떻게 오드리를 모를수가 있어? 오드리를”
“오로라는 알아도 오드리 햇반은 들은 적이 없는데?”
“오로라도 아니고 햇반도 아니야. 오드리 햅번”
상우 엄마는 흥분해서 소리쳤다.
“역시, 아저씨, 상우는 어머니 닮았죠?”
“맞다. 큰 애 상윤이가 날 닮았지.”
“그렇게 따지면 어머니도 상우와 비슷하게 공부 잘 못했겠네요.”
“너 지금 상우와 날 비교하니? 이거 왜 이래? 나 이대 나온 여자야.”
“보세요. 영화 좋아하는 것도 닮았어요.”
“그래도 나 공부 잘했어. 그런데 무슨 이야기 하다 여기까지 왔지?”
“그러게요. 아저씨 건강검진권은 상우 편으로 보내주시고요. 돈은 지금 제가 드리고 갈게요. 얼마짜리가 제일 정밀할까요?”
예성은 자신 있게 봉투를 꺼냈지만 상우 아버지는 한 숨을 내쉬었다.
“네가 병원의 무서움을 모르는 구나. 정밀하게 한다면 한도 끝도 없다.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도 없고, 기본 30만원에다가 내시경, 뇌, 간, 폐의 정밀 검사 정도면 자세한 건강검진을 했다고 볼 수 있지. 80만 원 정도구나. 하겠어?”
예성은 그 말을 듣고 진지하게 말했다.
“친구 디씨는 없습니까?”
“내가 네 친구냐? 힘들면 내가 손 써주마.“
상우 아버지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예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이건 제가 해야 하는 일이죠. 다른 일도 아니고 엄마의 일인데 그렇게 하면 제 마음이 편치가 않아요. 그냥 제값으로 해주세요. 그리고 기간을 촉박한 걸로 보내주세요. 긴 걸로 보내주면 엄마 안가요.”
“알았다. 원하는 대로 해주마.”
“감사합니다. 이왕이면 결과도 좀 부탁드립니다.”
“그건 검사가 끝나면 이야기 하자. 건강하실 확률이 훨씬 높으니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예성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차라리 병이 걸렸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물론 치료 가능한 병으로 말이다. 병이 아니라면 자신은 앞으로 두려움에 떨며 인생에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살아가는 동안 꿈에서 죽은 엄마가 계속 눈에 밟힐 것이다.
병이 아니라면 사고사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시피 한다. 꿈에서의 나이도 정확히 모르고 무슨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번 돈의 대부분을 쓰게 되었지만 후회는 없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벌써 가려고?”
“네. 다음에 또 놀러 올게요.
예성의 말에 상우 엄마가 부엌으로 가더니 종이 가방에 과일을 이것저것 담아서 꺼내왔다.
“가져가서 먹어. 너 좋아 하잖아.”
“헤에, 이거 오랜만에 보내요. 예전에도 이렇게 싸주셨는데. 잘 먹을게요.”
“그래. 우리 상우랑 잘 놀아주고.”
“놀아 주다니요. 같이 어울리는 거죠.”
“아니야. 오늘 너를 보니 상우가 어려 보인다.”
“그만 갈게요. 건강 하세요.”
“그래. 조심해서 가.”
예성은 상우의 집을 나서면서 큰 숨을 내쉬었다. 마치 커다란 일을 하나 마친 느낌이었다. 그리고 새삼 돈의 위력을 알 수 있었다. 자신에게 돈이 없었으면 이런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 돈이야. 돈을 벌어야해. 일단 슈스케, 5억을 노려보자. 최선을 다하고 안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안 된다고 지레 포기하진 말자. 난 기회를 얻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12. 목동의 도시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