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73
168. 전우여 부디 내몫까지 힘을…. >
그 날 이후로 본부장님은 바쁘게···. 아니. 본부장님만이 아니라 회사 자체가 바쁘게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기획사의 작곡가들도, 장 프로듀서님도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한가한 이를 뽑자고 한다면 그게 바로 나였다. 이미 계절은 가을을 지나 겨울이 찾아오는지 쌀쌀해지고 있었다.
그런 날씨 속에 한가한 나를 하늘이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음인가?
한가한 나에게 피할 수 없는 뜬금없는 오더가 내려졌다. 그것도 기획사가 아니라 외부에서···.
때는 바야흐로 어제저녁.
나의 하루는 여전히 비슷하게 흘러간다. 기획사를 벗어나지 않으면 그런 것이다. 날씨도 쌀쌀해지겠다. 기획사 밖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연습실 밖을 나가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차를 마시며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러닝머신에서 달리기한다.
특별할 것도 없는 나의 일상. 그런 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 번호에 뜬 이름을 보고 얼른 전화를 받았다.
“네. 접니다.”
“예성아, 바쁘냐?”
“아닙니다. 선배님 휴식기라서 한가합니다.”
“그럼 너 방송에 한 번 나올래?”
“방송이요? 선배님 방송 안 하시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나가야 할 것 같아서. 너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했다.”
“혹시 무슨 방송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래. 불멸의 명곡이란 프로그램인데 알지?”
“헉, 거기요? 선배님편은 예전에 방송되지 않았어요?”
“응. 했어. 그리고 할 때 안 나갔지. 그런데 이번에 또 한다고 하면서 제발 좀 나와달라고 해서 이번에는 거절하기 힘들 것 같아. 이 사람들이 좀 끈질겨야지.”
“네. 방송국이 그렇긴 하죠. 그런데 언젠지 물어봐도 될까요?”
“다음 주 목요일이 녹화야.”
“네 알겠습니다.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누구의 전화인데 감히 거절할까?
콘서트로 인해 마음속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괜찮아? 무리한 부탁이면 거절해도 된다. 네가 나와서 내 노래를 불러주면 좋을 것 같아서 연락한 거야.”
“아닙니다. 선배님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
“영광은 무슨. 그럼 불멸의 명곡 스태프에게 그렇게 이야기해둘게.”
“네. 선배님”
“그럼 그 때보자.”
“네. 들어가세요.”
전화를 끊고 큰 숨을 내쉬었다.
“후아~ 불멸의 명곡이라. 이럴 때가 아니지. 비상사태다.”
연습실을 나와 본부장님에게 달려갔다.
“누나, 본부장님 계시죠?”
“응. 무슨 일이니?”
“스케줄 때문에요. 들어갈게요.”
“그러렴.”
문을 열고 들어가니 본부장님이 인적 서류를 보고 있었다.
“연습생들 프로필 보시는 건가요?”
“그래. 무슨 일로 여기까지 행차하셨을까? 내가 안 가니 궁금해서 온 거야?”
“헐, 또 왜 이러실까요? 제가 처음 온 것도 아닌데.”
“처음 온 것은 아니지만 아무 일 없이 찾아오지는 않지. 내가 찾아가야 만날 수 있는 귀한 분이 아니신가?”
그 물음에 대답을 하려는데 본부장님의 핸드폰이 울렸다.
띠리 리 리.
“잠깐만.”
“네. 통화하세요.”
“어. 석태야! 뭐?”
‘석태 형인가? 왜 그런데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거지? 설마 벌써 연락을 받은 건가?’
“알았다. 마침 같이 있으니까 내가 이야기할게.”
본부장님은 전화를 끊고 나를 쳐다보셨다.
“혹시 해서 묻는 건데, 불멸의 명곡 때문에 왔어?”
“허, 정말 빠르네요. 저도 방금 연락받았는데.”
내 말에 본부장님이 한껏 인상을 찡그렸다.
“뭐? 너에게 다이렉트로 연락했다고, 아니 이 사람들이 어떻게 네 번호를 알아?”
“그게 아니고 조필용 선배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그래. 조필용이 연락을······. 뭐? 직접 연락을 주셨다고?”
“네. 방금 연락받고 오는 길이에요.”
“이번이 가왕 편인가?”
“다음 주라고 하던데요?”
“그럼 나가기로 한 거야?”
“네. 나간다고 말씀드렸어요. 저번에 크게 도움을 받은 것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 어린 저에게 직접 전화를 하셔서 나오라고 말씀하시는데.”
“그건 그래. 어쩌면 너를 챙긴다는 생각으로 말한 건지도 몰라. 솔직히 네 인기를 이용해야 할 분이 아니잖아?”
“그렇죠. 그냥 문득 제안을 받자 제 생각이 나셨을지도 몰라요.”
“불멸의 명곡이야 가면 가왕과 마찬가지로 나가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많지. 그래. 준비는 어떻게 할 거야? 필요한 거 있으면 말만 해. 뭐든지 구해줄 테니까,”
이기호는 오랜만에 예성이 방송에 나간다고 하니 지원을 팍팍 해주고 싶었다. 지금처럼 인기가 많아지기 위해서 예전에는 등 떠밀어서라도 내보내고 싶었던 방송 무대다.
하지만 지금의 예성에게는 크게 의미가 있는 방송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그런 방송의 인지도가 필요 없을 만큼 예성은 자라 있었다. 일단 뜨기만 하면 방송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이 연예계다. 뜨고 난 다음에 잦은 방송출연은 오히려 이미지 소모를 가속할 따름이다.
‘kbc, 로또 맞았다고 생각해라.’
“괜찮아요. 그냥 제가 알아서 준비해서 나갈게요.”
“응? 왜 그래? 내가 팍팍 밀어준다니까.”
이기호는 서류를 보던 고개를 들어 예성을 봤다. 그만큼 뜻밖의 대답이다.
“괜찮아요. 저 혼자서 해볼게요. 화려하게 인해전술을 펼치는 거나 저 혼자 나가서 하나, 제가 느끼는 것에는 차이가 없으니까요. 그런 볼거리라면 차라리 콘서트를 위해서 아끼고 싶네요.”
“네 생각이 틀린 건 아니다만, 너도 방송을 많이 봐서 알겠지만, 거기에는 기본적으로 돈을 쓰러 나가는 프로그램이야. 단 한 곡의 노래에 수많은 준비를 하지.”
“네. 하지만 꼭 그렇게 해야 할까요?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기호는 예성의 자신에 찬 목소리가 참 낯설게 다가왔다. 최근에 확실히 뭔가가 달라진 느낌이었다.
‘짧은 슬럼프가 정말 큰 약이 된 모양이군.’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해봐.”
“감사해요. 믿어주셔서.”
“뭘, 당연한 거지.”
이기호로서는 이제 신예성이 불멸의 명곡에 나가서 큰 성과를 내든지 안 내든지 상관이 없었다. 레드엔젤이 나간다고 하면 인지도를 위해 많은 것을 지시하고 준비하겠지만, 예성은 그런 레벨이 넘었기에 그저 자신이 만족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거기다 예성이 만족하는 공연이 나쁠 일도 없고 말이다.
“그럼 가볼게요.”
“그래.”
본부장님의 사무실을 나와 연습실로 돌아오니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드디어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이렇게 총 12년 공부한 결과를 보는 수능이 걱정되고 떨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시험이 끝나고 해방될 날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그런 수험생들에게 수능이 끝나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물으니 1위가 외모관리라고 합니다.이미 1학년 입학 때 맞추었던 교복은 몸을 꽉 조일 정도로 작아져서 학교 체육복으로 생활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합니다.
고3이 되면서 외모를 포기······.]
‘허, 벌써 수능이구나. 이놈들은 준비를 잘 하는 건가?’
규석과 홍수가 떠올랐다. 학교를 관두고 나서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헤어질 때는 자주 연락을 하자고 했지만, 자신도 공연을 앞두고 있었고, 친구들도 공부에 전력을 다해야 하던 때라. 연락하기가 모호한 시기였다.
지금도 생각난 김에 연락을 해볼까 생각하다 관두기로 했다.
중요한 시기에 내가 방해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를 보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보니 화면보호기의 화면이 보였다.
번데기를 찢고 나와 화려한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나비. 늘 보던 화면 보호기지만 느낌이 달랐다.
‘아! 이런······.’
방금들은 뉴스와 화면보호기에서 날아오르는 나비가 겹치면서 머릿속에서 멜로디가 떠오른다. 수능을 위해 고생하고 있는 친구들과 번데기를 찢고 나오면서 화려한 날개를 펼치는 나비의 모습.
‘1학년 때 만든 교복은 작고, 체육복을 교복 대신 입는다고 했나? 그런 환경에서 수능을 보고 자유를 쟁취하는 고3′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멜로디의 흐름이 느껴졌다.
[♪두려워 말아요. 기다렸던 때가 왔을 뿐이죠나를 묶어왔던 옷을 벗고 화려한 날개를 펼쳐
힘차게 둥지를 벗어나는 그때가 지금이죠
이미 자라 작아진 껍질은 자유를 구속하니
그 껍질을 찢고 아름답고 화려한 날개를 펼쳐요.
나를 구속하던 걱정과 두려움을 남겨둔 채
화려한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아오르는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꽃을 찾아 떠나요
…]
“우와. 나 미쳤나 봐. 요즘 왜 이래? 이건 봤다 하면 그냥 빡!”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곡을 만든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런데 이건 어쩌지?’
생각하니 본부장님이 얼마 전에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예성 학생, 앨범은 내년에~’
왠지 이것도 말하면 내년에 발표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건 지금이 아니면 곤란했다.
수능을 보는 친구들에게 보내는 인사 대신이다.
‘그래. 응원 메시지야. 규석아, 홍수야. 파이팅!’
지금의 내가 친구들을 찾아가는 것은 오히려 민폐에 가깝다. 그렇다고 모른 척 있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지금 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절친이 아닌가?
‘Y 앱으로 할까? 아니 어느 미친 고3이 Y 앱을 시청하고 있을까? 그럼 유투브? 유투브도 마찬가지겠지. 그냥 문자로 보내자.’
나는 친구들을 응원하기 위해 단체 문자로 보내 주었다.
‘남자끼리는 자고로 단체문자가 정석이지.’
홍수와 규석에게만 보내는 거라면 개인적으로 글을 적어 보내겠지만, 이왕이면 다른 친구들에게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다른 친구들도 수능을 보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두 힘을 내서 잘 봤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전우들이여 비록 나는 탈락했지만, 너희는 원하는 것을 얻기를···.’
******
홍수는 막바지 피치를 올리며 공부를 하다 문자가 들어온 소리에 열어보니 예성에게서 온 문자였다.
열어보니 느낌이 빡 왔다.
‘슈발 새끼, 명색이 친구가 수능을 보는데 단체 문제라니···. 이런 성의 없는 놈을 봤나?’
그렇게 욕하면서 동영상 파일을 열었다.
거기에는 예성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래도 친한 친구라 오랜만에 얼굴을 보니 반가웠다.
이제 그대들의 인생 제2막을 향한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그런 관문이 걱정되기도 하겠지만 이제 곧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고 훨훨 날아오를 거라 믿는다. 수능 대박 나라. 그런 의미에서 내가 곡을 하나 만들어냈다. 이게 바로 내가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자 그럼 ‘나비가 되어’ 시작한다.]
그리고 예성이 피아노 앞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껍질에서 나와 나비가 되어 세상을 날라고?’
하고 싶은 말은 알겠다. 수능에 대해 걱정은 하지 말고 그 이후를 생각하라는 말이라는 것을.
‘하여간에 재주는 용해. 이런 곡도 만들고. 거기다 철도 들은 건가?’
애초에 자기가 오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영상으로 대신한다는 것은 방해보다는 묵묵히 뒤에서 응원한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였다.
그런 생각을 하는 홍수에게 규석의 전화가 왔다.
“어, 나다.”
“봤냐?”
“봤다.”
“징한 놈이다.”
“그러게”
“이거 다른 놈들에게도 갔겠지?”
“그렇겠지? 단체 문자잖아.”
“이거 올리는 놈 나올 것 같은데 괜찮을까?”
“글쎄. 예성이가 그런 거 생각하면서 보냈을 거 같진 않은데?”
“그렇지?”
“뭐, 기획사에서 알아서 하겠지.”
“그렇겠지?”
“우리는 그냥 공부만 하면 되는 거야.”
“그래. 열심히 해라.”
홍수와 규석의 예상은 정확했다.
아나바다 정신을 가진 친구 하나가 팬카페에 인증을 위해 영상을 올린 것이다. 그런 영상은 또 다시 카페의 아나바다 정신에 충실한 이들에 의해 퍼지고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후 인터넷에 난리가 난 것은 당연했다.
“이런 혜자스러운 가수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수능 치는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노래를 만들어 무료배포하다니. 그저 ‘수능 대박!’이라는 짧은 말로 대신하는 이 시대에.”
“노래가 정말 수능생의 가슴을 울리네. 마치 수능생이 수능생을 위해 작곡한 노랜 것 같아.”
“야. 얼마 전까지 고3이었잖아. 그래서 그런 거겠지? 나비라···. 허물을 벗고 꽃을 찾아 날아가라니. 이건 필시 수능을 치고 클럽에 가서 부킹을 경험하라는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거야. 그래. 클럽아,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헉, 그렇게 깊은 뜻이. 그저 수능을 두려워 하지 말고 그 뒤에 펼쳐지는 자유를 생각하라는 이야기로 알았는데.”
“네가 그래서 언어영역 점수가 그 모양인 거다.”
“슈발. 인정.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부족한가 봐. 다시 언어영역 시작이다.”
“수고해.”
예성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혜자스러움의 칭송을 받고 있을 때 기획사의 차영석 대리가 그 영상을 제일 먼저 발견했다.
‘헐, 이건 또 뭐야? 왜 내가 모르는 이런 영상이 돌아다니고 있는 건데? 신곡인 거 같은데 이건 어디서 새어나간 거야? 직접 올린 건가? 아니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이런 행동을 할 아이가 아닌데?’
아무튼, 알려야 했다. 이건 비상사태였다.
****
“예성아! 예성아!”
“네. 저 여기 있어요. 보고 있으면서 왜 그렇게 찾아요?”
아!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아직 밥도 먹지 않았건만.
“형 밥 아직 안 먹었는데, 형은요? 안 먹었으면 저희랑 같이 먹어요.”
“예성아, 밥이 문제가 아니다. 이거 너 맞지?”
말을 하며 나에게 석태 형이 들이미는 핸드폰에는 내가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 부르는 영상이 나왔다.
“헛, 형이 어떻게? 또 내 컴퓨터 열어보셨어요? 비번도 바꿨는데 어떻게 열었어요?”
“무슨 헛소리야? 이거 인터넷에 좍 퍼졌다. 신예성이 수능생을 응원합니다. 이런 슬로건을 걸고 말이다.”
“이···. 이 영상이 말인가요? 설마, 저는 수능 보는 친구들에게만 보냈는데.”
“그럼 그 영상이 더 퍼질 거라는 건 예상 못 했어?”
“설마 그렇게 퍼트릴 놈이 있을까 했어요. 솔직히 공부하기도 바쁘잖아요.”
말을 하며 핸드폰을 열어보니 정말 인터넷에 퍼진 모양이다. 내 이름이 오랜만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가 있었다.
“어? 이거 배너가 왜 이래요? 제가 올라가 있네요.”
와이버 화면에 내가 활짝 웃으면서 ‘고3 여러분의 수능을 응원합니다.’라는 배너가 떠 있었다.
“그래. 차 대리가 연락을 해서 부랴부랴 준비해서 올렸다. 예성아 미리 말은 하고 했어야지.”
“그러면 말릴 것 같아서죠.”
“당연히 말리지. 네 이름이 들어간 노래면 당연히 돈이 얼마가 될지 몰라서 그래?”
석태 형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말이다.
“하지만 전 그게 싫었어요.”
석태 형은 나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안 아까워?”
“괜찮아요. 어제 떠오른 곡이라 금방 만들었어요.”
“일단 밥 먹어라. 밥 먹고 바로 가자.”
“네.”
****
이기호는 뜬금없이 사고 친 예성의 뒤처리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네. 그러니까 배너를 클릭하면 자연스레 재생되게 부탁드립니다. 네네. 멘트도 잘리는 거 없이 다 넣어 주시고 곡도 완곡이 다 흘러나오게 해주세요. 어차피 수익은 포기하는 거니까요. 네. 그리고 수능이 끝나는 날 내려주시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으면서 유투브에도 얼른 저작권을 걸었다.
나중에 말이 나오기야 하겠지만, 어차피 볼 사람들은 신예성의 채널에서 보면 되는 것이다.
“한동안 잠잠하다 했다. 마음은 알겠다만. 그래도 챙길 건 챙겨야지 예성아.”
이기호는 중얼거리고 다시 차영석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라고 했다. 수능이 끝나는 날 음원이 나오게 될 거라고.
그런 조치를 하다 예성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찾아가서 물었다.
“예성 학생, 무료로 곡 푸는데 재미 들린 거야?”
“아니요. 하지만 이번 곡은 의미가 남달라서요.”
“그래?”
“예. 말하면 말리실 것 같아서 몰래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자고 일어난 사이에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은 않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당연히 이렇게 될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획사에는 미안한 일을 했지만 그래도 후회스러운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래. 알고 있다면 됐어. 곡은 다시 회수하게 될 거야.”
“지금 말인가요?”
“아니. 그렇게는 못 하지. 그러면 이미 곡을 올린 사람들을 처벌해야 할 텐데. 그냥 수능이 끝나면 회수해서 음원으로 만들어야지.”
“그게 의미가 있나요?”
“살 사람은 사게 되고 저작권도 지키는 일이니까. 이미 무료로 푼 곡이지만 이 곡이 만들어진 시기를 증명하는 증거가 되기도 하니까. 저작권 처리만 하면 나중에는 괜찮아.”
“네.”
이기호는 자신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이 녀석은 돈에 민감하지가 않았다. 만약 민감했다면 이미 계약서 새로 쓰자는 이야기가 나오고도 남을 시기였다. 괜히 이런 일로 돈 돈 거리면 이놈도 돈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될지도 모른다.
솔직히 손해 본 것은 없지만, 예성이 수익을 포기 한 것보다 기획사가 포기한 수익이 더 크다.
그래도 따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알고 일을 저지른 아이에게 야단쳐서 삐딱선을 타면 곤란해지는 것은 자신이다.
“예성 학생, 말은 하고 사고 치자. 예성 학생도 알겠지만 일이 터질 때 어떤 방향으로 터질지는 모르는 일이야.”
스캔들을 예를 들면 상황에 따라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과 같다. 예민한 문제가 구설에 오를 때 스캔들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크게 터질 때와 그냥 스캔들이 터져 축소 시키려고 할 때의 반응 차이가 크다.
“네. 아까도 말했다시피 죄송합니다.”
“알면 됐어. 그만 나가봐.”
“여기 제 연습실인데요. 저 쫓겨나는 건가요?”
“아! 미안. 내가 나갈게.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곡 만들면 무조건 보여주기 오케이?”
“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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