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76
171. 예성이 생각하는 가수에게 중요한 것. >
“연습생이 된 이유요? 그거야 당연히 모두에게 힘을 주는 아이돌 되고 싶어서죠.”
“초등학생 때 숙녀시대 선배님들의 무대를 보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앳되어 보이는 연습생들의 이야기가 Y 앱을 타고 흘러나갔다.
그들의 일상. 학교를 마치고 와서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피나는 연습, 평가를 받으면서 좌절하는 이와 환호를 지르는 모습. 거기다 군살을 빼는 모습까지.
“이거만 먹고 어떻게 버티냐고요? 필요한 건 다 들어있으니까요. 남들과 다른 삶을 사는 스타가 되려고 하는데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될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힘들지 않아요?”
스텝의 질문에 여자아이가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안 힘들어요. 꿈이잖아요. 꿈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제가 자랑스러워요.”
“지랄하네.”
“헉, 선배 이거 방송이에요.”
“나도 알아. 그리고 선생님들의 말씀 못 들었어? 진실한 방송이 되기를 원하신다잖아.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남자 연습생은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힘듭니다. 아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남들 놀고 싶은 거 하면서 놀 때 저희는 여기에서 땀 흘리고 있습니다. 친구들이 어떤 게 맛있을까 고민할 때 저건 몇 칼로리일까 이런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험 때가 되면 공부까지 해야 해서 잠도 부족하게 됩니다.
거기다 돈도 많이 듭니다.”
“돈이 들어요? 연습생은 회사에서 지원을 안 해주나요?”
“배움은 무료가 맞습니다. 하지만 옷이나 개인 물품은 다 자비입니다. 아시다시피 매일 격한 연습을 하다 보면 옷과 신발 등이 금방 닳게 되죠.
그런 물품을 준비하는 것도 만만치 않고, 매일 왔다 갔다 하는 차비도 무시하지 못하죠. 용돈을 받으면 연습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데 들어갑니다.”
“힘들겠네요.”
“네. 하지만 선생님들이 저희에게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세상에 거저먹는 건 없다. 뭔가를 얻으려고 하면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특별한 사람이 되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남들과 똑같이 놀 거 다 놀고,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남자 연습생은 말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남자 연습생의 시선을 따라 카메라도 따라 움직였다.
많은 아이가 땀 흘리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연습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마디 해주세요.”
남자 연습생과 여자 연습생은 이 질문에 서로 마주 보았다.
“연습생은 아이돌이 되기 위해 모인 이들입니다. 아마 많은 이들이 ‘그래. 나 정도면 충분하지!’ 이런 자신감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안 그래?”
“네. 선배 말이 맞아요. 저희 기획사에 모인 이들만 해도 다 그런 생각하는 애들이죠. 거기다 그런 애 중에 데뷔하는 이들은 아주 극소수잖아요?
흔히 연습생 되려고 하는 이들 중에 하다 안되면 관두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있을 거 같은데, 이거 시작하면 몇 년은 후딱 흘러가요.
흔히 분위기에 휩쓸린다고 하죠.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자신의 삶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면서 후회하는 이들이 나오게 됩니다.
연습생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네요.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게 이 길이 맞는지.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덤벼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이렇게 말하는 저도 몇 번의 좌절을 겪었어요.
그러면서도 아직 버티고 있는 것은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의 인터뷰는 연습생들의 하루를 집중 조명하는 방송이 나간 후, 많은 이들에게 연습생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헐, 가수가 된 것도 아닌데 저런 생활을 버티는 건가?] [가수가 안 됐으니 저런 생활을 버티는 거지.] [인간적으로 먹는 것을 저렇게 제한하면 안 되는 건데.] [제한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것 같은데. 이거 먹으면 얼마를 더 뛰어야 하느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잖아? 거기다 숙소 생활하는 아이들도 아니니 집에서 잘 먹을 수도 있는데 저러고 있잖아?] [저러고도 데뷔하는 이는 일 년에 한팀! 크아, 미치겠네.] [그래서 스타가 아니겠어요? 고작 일 년에 한팀이지만 연습생은 그 일 년에 얼마나 더 늘어나고 있을까요?] [되고 싶어 하는 애들 정말 많던데, 초등학교 장래희망 조사하면 아이돌이라고 외치는 애들이 대부분이지.] [재능이 문제가 아닌 듯, 정말 끈기와 노력 희생을 요구함.] [아이돌들이 행사 뺑뺑이를 어떻게 버티나 했더니, 어릴 때부터 저런 훈련이 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구나.] [GJ에서 아이돌 두 팀을 만들다니, 이번에 신예성으로 돈을 많이 벌었나 봐.] [당연한 거 아니야? 올 한 해 차트란 차트는 신예성이 다 씹어먹고 있었잖아?]다시 방송에서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번 오디션은 연습생들에게 아주 특별한 일이에요. 데뷔하는 이들은 매년 나오지만, 이번만큼은 놓칠 수 없어요.”
“그래요?”
“네. 데뷔곡으로 신예성 선배님이 곡을 써주셨다고 해요.”
“신예성 씨가요?”
“네. 그러니까 데뷔하는 이들은 신예성 선배님의 곡으로 데뷔하게 되는 거죠. 그 ‘터치 미’를 만드신 선배님의 곡으로요.”
“다들 그래서 미친 듯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연차를 가리지 않고 뽑기에 더 그렇습니다.”
“그래 봐야 연차 높은 이들이 유리하지 않나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선생님들이 저희에게 말씀하셨는데 오히려 연차 높은 연습생들을 신예성 선배가 개성이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개성?”
“네. 너무 타성에 젖었다.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 이런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야기 때문에 선배 연습생들도 지금 발 등에 불이 떨어진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요.”
“네. 저희를 총괄하시는 장일형 프로듀서님도 저희에게 그런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를 거라고. 저희는 그동안 데뷔가 정해지면 개념을 회사에서 잡고, 캐릭터도 회사에서 잡아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반대로 캐릭터 성이 있는 이들을 모아 구성한 다음 콘셉트를 잡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게 다른가요?”
“완전 다르죠. 기준이 달라진 겁니다. 이제까지 잘하고 완벽한 이를 뽑았다고 하면 조금 부족하더라도 하나가 특출한 이를 뽑는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니까요.”
“그렇게 되면 고년 차의 연습생들이 불리한 건가요?”
“그건 아니고 낮은 연차의 연습생들에게도 기회가 열렸다는 소리가 되는 겁니다. 아무튼, 이번에는 전쟁입니다. 전쟁. 아! 말하다 보니 마음이 급해지네요. 이제 가봐도 될까요? 저도 전쟁을 대비해야 합니다.”
“네 수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화면에서는 [Gloria Gaynor-I will be survive]가 BGM으로 깔리면서 연습에 열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죽 비추었다.
[캬, 눈부시다. 눈부셔. 이런 게 바로 예비 아이돌이구나. 응원하고 싶어진다. 힘내라.] [그러네요. 그저 유명해지고 싶어서 생각 없이 사는 애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르게 보이네요.] [생각 없는 게 아니라 이미 어린 나이에 청춘을 걸고 일생일대의 도박을 하는 느낌이다. 자신들도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안다. 자신이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고 그 낮은 확률을 뚫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 캬,] [오디션 당일 어떤 그림이 만들어질지 뻔하게 보인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림이 그대로 펼쳐지더라도 나는 식상하다는 표현을 쓰지 못할 것 같다. 그저 저런 아이들의 노력이 모두 보답 받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와! GJ 엔터테인먼트 빡시네. 애를 잡네! 잡어.] [GJ 엔터가 거센 게 아니라, 연습생 자체가 빡센 거야. GJ 같은 경우는 오히려 양반이지, 그저 아이들에게 정신교육이 제대로 되었을 뿐이다.괜히 아이돌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게 아님. 비록 대박 난 그룹이 적지만 쪽박 난 그룹도 적은 게 바로 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그 사관학교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거 같은데, 연차를 무시하다니. 어쩌면 이번에 고년 차 연습생들이 다 빠지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신예성이 발언권이 센 건가? 하긴, 올 한해 해 먹은 게 얼만데?] [그것보다는 신성의 노래로 데뷔하게 되니 그렇겠지? 이렇게 보면 신예성도 프로듀싱에 한발 걸치게 되는 건가?] [내년에 나오려나? 나오겠지?] [그렇겠죠? 아이돌이 데뷔하는데 콘셉트와 곡을 고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들었어요. 6개월 후면 나올 것 같은데······.]
와이버는 이런 GJ의 방송을 채널 메인 화면에 올려놓았다. 촬영이 연일 방송으로 나가자 연습생 사이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꾸미고 연습에 나오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아이돌을 꿈꾸는 아이들로서는 남들에게 멋있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연습생들을 볼 때마다 트레이너들은 호통을 쳤다.
“너희들 그럴 시간이 있나? 지금 남의 시선이 중요해? 그럴 정도로 이번 오디션이 만만해? 그런 꼬락서니를 하고 참 열심히 연습할 수 있겠다. 그지?”
그런 트레이너 말에 아이들은 후다닥 달려가서 다시 옷을 편하게 입고 화장도 지웠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은 여과 없이 방송에 나갔다.
연습생들의 생활이 노출되면 될수록 방송은 흥해 갔다.
마치 날것같이 생생한 현장을 보는 이들은 방송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아 흥미가 잃을 법도 한데 오히려 그런 부분이 마치 직접 그 현장에 있는듯한 기분으로 방송을 시청하게 되었다.
누구는 자식을 응원하는 마음, 누구는 친구를 응원하는 마음, 그런 가운데 영상에 신예성이 등장했다.
“여러분들에게 조언을 해주라고 저를 보냈는데 그닥 할 말이 없네요. 뭐 맛있는 거라도 먹을까요?”
“네?”
“짜장? 탕슉! 피자?”
“정말 사주는 겁니까?”
“네. 말만 하세요. 다 사줄게요. 그래도 제가 돈 버는 사람이잖아요. 물론 얼마나 먹고 얼마나 고생할지는 여러분이 선택하는 겁니다.”
“아! 시키고 나서 말하지. 너무해요.”
여자 연습생들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괜찮아요. 이제 시키세요. 마음껏 시키세요!”
“우우~~!”
그렇게 음식을 시켜놓고 신예성은 연습생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었다. 자신이 아는 것은 많지 않지만 이미 현장(?)에서 구른 짬밥이 있기에 대답은 막힘이 없었다.
“제가 여러분께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은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는 이야기입니다. 노력, 재능, 끈기.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죠?”
“네.”
“맞습니다. 하지만 연습생인 여러분들은 이미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없으면 애초에 버틸 수 있는 여건이 안되니까요. 그래서 가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말할게요. 가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두구두구두구..”
“안 해도 됩니다.”
“전에 개그 프로에서 하시기에 그만···.”
“가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체력입니다.”
“네?”
“체력이라고 말했습니다.”
“네. 아는데 하필이면 체력인가요?”
“여러분이 지금 힘든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게 노래 부르는 체력과 이어지냐고 하면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노래 부르는 근육과 춤추는 근육이 같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알죠?”
“네.”
“여러분이 데뷔할 때, 하루에 한 곡 부르는 날도 없고, 스케줄이 널널한 날도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립싱크를 하는 날도 없을 겁니다.”
“당연해요. 선배님 저희 립싱크를 하려고 이런 노력을 하고있는 게 아니에요.”
“물론 압니다. 제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한다는 사실은 다 아실 거고, 저의 심사기준에 대해서 말하도록 하죠. 첫째가 라이브 실력입니다. 삑사리 이런 거 용납 안 합니다.
춤이야 다른 이들이 보게 될 것이고, 전 라이브 이거 하나만 봅니다. 춤추면서 라이브 하는 거 힘들다는 거 저도 알고 여러분도 알죠. 하지만 하면 됩니다. 그렇죠?”
“네.”
“누가 저에게 힘든데 조금 부족해도 되지 않냐고 묻는다면, 전 완벽해서 나쁠 게 있냐고 대답을 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아마 제가 레드엔젤 선배님들 복귀할 때 관여했다는 것을 알 겁니다.”
물론 그들은 알고 있었다. 혹자는 신예성이 레드엔젤의 관뚜껑을 열었다고 하지 않았나?
“제가 그 선배님들에게 원한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라이브. 그래서 그 선배님들이 복귀하는데 시간이 걸린 겁니다.
이번에 만들어지는 그룹도 마찬가지입니다. 라이브 안 되면 데뷔 못 합니다. 아니 안 시킬 겁니다. 될 때까지 구르고 구르는 겁니다.”
“우우~”
“여러분들이 스타가 되기 위해서 아이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돌이 되어서 스타가 되는 겁니다.
그저 앞뒤의 말이 바뀌었지만, 뜻은 완전히 다르다는 거 알죠? 아이돌이 되면 체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돌만이 아니라 모든 가수가 그렇습니다. 저를 예로 들자면 두 시간이 넘는 콘서트를 하는 동안 노래를 계속합니다.
이것도 체력이고, 연주를 두 시간 넘게 하는 북두칠성도 체력입니다. 여러분들이라고 다를까요? 다르지 않습니다. 미리미리 준비들 하세요.
없던 체력이 갑자기 솟아나지 않습니다. 준비된 자만이 미래를 쟁취하는 법입니다. 참고로 전 매일 10km를 달리고 있습니다. 가수를 생각했을 때부터 줄곧 그러고 있죠.”
“선배님, 저희 지금 하는 연습에 그거까지 추가되면 죽어요!”
“안 죽습니다. 안 죽어요. 꼭 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호흡을 가다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가 달리기니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저를 보면 알겠지만 절대 운동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필요하니까 하는 거죠. 제가 아는 형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무슨 재미로 사냐고, 올해는 제가 좀 인기가 올랐습니다. 하지만 제 생활은 변한 게 없습니다.
그저 노래 부르고 회사에서 노래 만드는 생활, 남들이 보기에는 재미없게 살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노래가 좋아서, 춤이 좋아서 지금의 생활을 견디고 있는 것 아닌가요?”
연습생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는데, 더 즐거운 일이 뭐가 있을까요? 여러분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르고 있습니다. 학창시절을 포기하고 이 일에 매달리고 있죠. 고작 1~2년을 아이돌 생활하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겠죠?”
“네. 평생 할 겁니다.”
“그러면 당연히 즐기는 일이 아니라 직업이 되는 겁니다. 취미와 직업은 다르죠. 취미는 그저 쉴 때 즐기면 그만이지만, 직업은 성과를 내야 합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직장을 가지기 전에 스펙을 쌓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스펙은 많이 쌓으면 쌓을수록 좋은 거 알죠?”
“네.”
“그러니 여러분의 선택인 겁니다. 저는 그저 제가 생각한 것을 권할 뿐이죠. 그럼 오디션까지 힘내세요. 아! 그러고 보니 오늘 과식을 해서 소화를 시켜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한 10km쯤 뛰면 소화가 되지 않을까요? 그럼 이만!”
신예성이 나가자 연습생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이건 공명의 함정이야. 분명히 일부러 먹인 거라고!!”
“존경하는 선배님이 사주는 거라 꾸역꾸역 먹은 내가 병신이지.”
“꾸역꾸역 은 무슨, 걸신들린 듯이 먹어놓고서는.”
“너도 만만치 않거든.
연습생들은 열폭했지만 보는 이들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 신예성, 막판에 히트다. 히트 ㅋㅋ] [똑 부러지네요. 어린데 벌써 직장인 마인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딱히 다른 것도 없는 듯. 직장에서도 잘하면 기대주 대접을 받지만 계속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듯이. 신예성도 그럴 것 같네요.] [즐기면서 하면 좋을 텐데···. 조금 안타깝다.] [그게 될까요?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할 때 떨리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문제지 않을까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저 운 좋은 이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노력하고 준비된 자만이 행운을 움켜쥔다는 말이 떠오른다.]*****
‘아! 갈수록 진행 충이 되어가는 것은 착각일까?’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일까?
‘내가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나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꼰대가 되어가는 것일까?’
예린이 들었으면 오빠는 예전부터 그랬다고 펄쩍 뛸 생각을 하는 신예성이었다.
연습생 건물을 나와서 다시 본사로 돌아오니 석태 형이 나에게 엄지를 척 들어 올린다.
“잘했어. 아주 막힘없이 술술 진행하더구나. 그래서 말인데 예성아···.”
또 은근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얼른 소리쳤다.
“안 합니다. 안 해요.”
“아직 말도 안 했거든.”
“안 들어도 돼요. 형이 그렇게 낮은 목소리로 말한 것 중에 제가 꼭 해야 할 일은 한 번도 없었어요.”
“야! 이번에는 달라. 너 시상식 MC 볼 생각 없어?”
“네? 어떤 미친 인간이 그런 부탁을 저에게 해왔어요? 형, 아무거나 덥석덥석 받으면 곤란해요.”
“아직 안 받았거든. 방금 방송에서 네가 말하는 거 들으니 해도 잘할 것 같은데. 뭘 그래?”
“같은 거랑 잘하는 거는 다른 문제죠. 역시 세상에는 희한한 사람 많네요. 저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다니.”
“그래서 노?”
“네. 노”
“안타깝네. 그럼 가서 노래나 한 곡해라. 그건 거절하면 곤란해.”
“어딘데요?”
“연기 대상이랑 영화제.”
“그게 방송마다 있을 텐데,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요?”
“몰라도 돼. 다 왔다.”
이 형이 무슨 소리를 하고있는 거야?
“네?”
“다 너에게 요청이 들어왔어.”
“전부 다요?”
내 말에 석태 형이 고개를 끄덕인다.
“허, 연말이라 다들 번아웃인가? 아니면 일하기가 귀찮은가? 왜 다 저죠?”
“아마 인기 때문이 아닐까? 거기다···.”
“거기다···.”
“넌 아이돌이 아니니까.”
“그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예요?”
“일단 연말 시상식에서 영화제시상식은 아이돌의 무덤이라고 불려.”
“네? 무덤이요?”
“그래. 가서 노래해도 나이 지긋한 배우분들과 함께 젊은 배우들도 있지만, 호응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
“그래요?”
“응. 가요시상식은 축제와 비슷하다고 한다면 영화제는 권위 있는 시상식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 그래서 점잖게 치러져. 그렇게 치러지는 영화제는 항상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지. 열심히 공연하는 애들 무안하게 꼭 그래야 하는 거냐고.”
“그냥 형식상의 박수만 나온다는 이야기네요. 그런 무대에서 살랑살랑, 팔랑팔랑 춤을 춘 아이돌은 뻘쭘해지게 되는 거고요.”
“그래. 그런데 이번에는 발라드 가수에서 네가 나왔잖아. 그러니까 다들 탐내는 거지.”
형의 말에 이해가 되었다. 왜 나에게 다들 출연요청을 했는지 말이다.
“저는 그렇게 환호를 안 해줘도 그림이 되니까 그런 건가요?”
“그렇지.”
“히야, 이걸 좋아해야 할까요? 짜증 내야 할까요?”
“좋은 일이지. 독점은 언제나 진리지.”
“헐, 다 나가라는 말로 들리는데요?”
“그래야 하지 않을까? 거절하기에는 어렵다. 다른 일도 아니고 시상식이잖아.”
하긴 다들 모이는 자리니 이런 자리를 거절하면 소문이 돌아 언짢게 생각하는 이들이 나올지 모른다. 세상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연예인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가 아닌가?
“오랜만에 또 수도꼭지가 되어야겠네요.”
“그래. 힘내자.”
‘힘내는 건 저겠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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