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78
173. 새해 소망은? >
나은태가 끼어들고 바로 시작될 줄 알았던 아이돌 만들기 프로젝트는 또다시 암초라도 만난 듯이 늦어지게 되었다.
“진짜 이러기냐?”
나은태는 질질 끄는 이기호가 답답하게 느껴져 기획사까지 찾아오고 말았다.
“뭐가? 기획을 하다 보면 늦어질 수도 있고 그런 거지. 움직이는 사람이 얼마인지 몰라서 그래?”
이기호의 말에 은태는 기호를 노려봤다. 한숨을 길게 쉬는 건 덤이다.
“이야. 이기호 예전에는 그래도 진실했는데, 이제는 때가 묻을 대로 묻어서 거짓말하는데도 인상하나 안 변하는 거 봐라. 너 쉬바 일본에서 사람 왔다면서?”
“무···. 무슨 말일까나?”
이기호는 나은태의 눈을 피하면서 말했다.
“임마, 소문 쫙 났어. 일본 여행사에서 사람이 왔다고? 여행사라고 하면 뻔하지. 투어 기획을 찾아서 들고 온 거 맞지? 그래서 미적미적 되는 거고.”
‘이 자식은 방송국이나 신경 쓰지 왜 이렇게 나에게 관심이 많은 거야?’
“그런 사람 나는 본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다.”
하지만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 먹는 법.
띠익. 인터폰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부장님, 이찌방 투어의 나카무라 켄지 씨가 도착했습니다.”
비서의 말에 나은태는 이기호를 쳐다봤다.
“호오, 본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으셔? 기호야, 우리 사이에 이러는 거 아니다.”
“흠, 네가 무슨 오해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처음 만나려고 하는 거야.”
하지만 한 번 더 말하지만,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 먹는 법이다.
비서에게 들여보내라는 말을 하자. 나카무라 켄지는 환하게 미소를 띠며 들어왔다.
“본부장님. 정말 마음에 듭니다. 신예성 콘서트가 벌어질 공간이나 기획사에 전시된 물품들, 거기다 굿즈까지. 이 정도면 투어 패키지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크흠,”
이기호가 헛기침하면서 신호를 줬건만 나카무라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나카무라는 회사에서 출장을 가라고 할 때만 해도 그저 가능성만 타진해 보자고 생각을 했지만, 기획사에 와서 신예성에 대한 자료를 열람하고 나서는 이건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자신이 신예성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부도칸에서 콘서트를 하고, 지금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게임의 주인공이라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기획사에 와서 신예성의 굿즈 판매량와 콘서트 티켓 판매량에 대해 알게 되니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왔건만 본부장의 표정이 묘했다. 거기다 옆에 처음 보는 남자의 표정은 더욱 묘했다.
“이래도 아니야?”
“으흠, 그냥 방송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방송! 안 그래도 방송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3주만 여유를 주세요. 그럼 제가 확실하게 기획을 완성해서 첫 비행기를 띄우겠습니다.”
나카무라 켄지가 반드시 해내겠다는 다짐을 보이듯이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하지만 이기호는 그런 모습마저 달갑지 않았다.
당연히 나은태는 그런 이기호를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호오, 이제 만나려고 하신다고요. 이기호 본부장님?”
“크흠. 미세먼지가 너무 많아. 자꾸 헛기침이 나오네.”
“흰소리는 됐다. 이번에 우리 기획에다 한류 투어 패키지를 붙이려고 하는 거야?”
이기호가 대답하려고 하는 찰나, 나카무라가 이기호를 향해 넌지시 물음을 던졌다.
“저기 이분은?”
“이번에 아이돌 프로젝트의 PD입니다.”
“아! 그러면 TBM 방송국 사람이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찌방 투어의 나카무라 켄지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명함을 꺼내 두 손으로 내민다.
그 모습에 나은태도 자신의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나카무라에게 내밀었다.
“TBM 방송국의 나은태 CP입니다.”
이기호는 서로 명함을 교환하는 그들에게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자리에서 계획을 마무리 지읍시다.”
“그거 반가운 말씀입니다. 저희 이찌방 투어에서도 마음이 급합니다. 이미 신예성 씨가 부도칸 콘서트를 치르고 나서 바로 가능성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그런가요?”
“네. 일단 저희는 50명씩 오사카, 삿포르, 도쿄, 나고야, 후쿠오카에서 출발하는 한류 패키지를 마련할까 합니다.”
“그럼 250명의 인원이군요.”
“잠깐 끼어들겠습니다. 혹시 그 인원들이 이번 아이돌 만들기 프로젝트를 방청하는 겁니까?”
“네.”
나카무라의 대답에 나은태는 이기호를 쳐다봤다. 이기호도 그런 은태의 눈빛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한꺼번에 다 방청을 하는 것은 아니야. 3개 팀으로 나눌 거야.”
“그래?”
‘80명인가? 이 정도면 가능하겠군.’
나은태는 동욱에게 듣기로 500석 규모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려고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250명이 일본인들로 채워지면 절반이 되기에 촬영에 애로사항이 생기는 것이다.
“이번의 패키지는 테스트야.”
이기호가 뜬금없이 나은태에게 말했다.
“테스트?”
“네. 맞습니다. 이번을 시작으로 신예성 씨의 콘서트 때마다 패키지 상품이 만들어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한 달에 한 번인가? 인원은 지금처럼 나누게 될 거고?”
“그래.”
“예성이 사회를 보는 게 일본에서 구경 올 정도로 대단한 건가?”
“카미사마의 인기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합니다. 괜히 제가 이렇게 찾아와서 계약을 맺으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나카무라의 말에 이기호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은태는 생각에 잠겼다.
‘일본의 방송사에 기획을 보내볼까? 이런 식이면 계약이 가능할 것도 같은데.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분량을 늘여야 하는데······. 이놈이 해주려나?’
몇 년 전에도 일본을 겨냥해서 한류스타를 MC로 두고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었다. 예능만이 아니라 드라마, 영화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지만 오히려 국내보다는 해외를 겨냥해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도 부지기수다. 해외를 겨냥한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저조해도 조기 종영을 하는 경우가 없다.
‘일단 국장에게 승인부터 받아야겠어.’
단발성이면 모르지만, 정규편성을 하려면 시간 조정이 필요했다.
“기호야, 나랑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왜? 지금 마무리하지?”
“나중에 다시 기획서 보내줄게. 그럼 간다.”
“야! 날짜는 확정 짓고 가야지.”
“그것 때문에 가는 거다.”
나은태가 나가는 모습을 보고 기호는 나카무라에게 말했다.
“며칠 한국에 계신다고 했던가요?”
“네. 4일 코스로 기획을 하고 있어 다른 곳에도 가봐야 합니다.”
“그럼 떠나시기 전에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거로 하는 게 어떻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기획에 변화가 생기는 모양이군요.”
“네. 아무래도 그럴 것 같네요.”
****
“군보 형, 오늘 마치고 바빠요?”
“나? 아니.”
“1년의 마지막 날인데 약속도 없어요?”
“응, 없어, 안 그래도 심란한데 왜 와서 속을 뒤집어?”
“저랑 오늘 우리 집에 가실래요? 어차피 혼자 계실 거잖아요?”
“그렇긴 한데 너희 집에 가는 것은 아닌 거 같다.”
“아, 우리 집이라는 게 집을 말하는 게 아니라 식당이에요.”
“식당?”
“네. 조 사장님도 오신다고 하셨어요. 은지 누나도 아마 오겠죠. 연애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으니.”
군보는 조 사장님이 온다는 소리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참에 오랜만에 인사나 드려야겠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북두칠성이 들어왔다.
“야! 들었다. 우리는 쏙 빼고 어디를 간다고?”
“형들은 집에 안 가요?”
“안가. 어디 가는지 모르지만, 우리도 가자. 먹고 마시는 자리겠지?”
“술과 음식이야 있겠지만, 형들이 생각하는 그런 자리는 아니에요.”
“야 라면에 소주만 있어도 충분해.”
“그래요? 그럼 오세요.”
군보 형을 초대하고 나는 내 연습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어느새 소문은 우리 집 식당에서 송년회가 열린다는 이야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화장실을 가는데 보는 사람마다. ‘예성아, 나중에 보자.’ 이런 인사를 건네왔다.
누군지는 뻔했다. 이런 생각 없는 이야기를 퍼뜨리고 다닐 사람은 그 형들밖에 없었다.
“형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다니는 거죠?”
****
“기호야.”
“대표님이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내가 못 올 데를 왔어?”
“그건 아니죠. 그런데 퇴근하세요?”
“그래. 넌 바쁘냐? 안 바쁘면 일형이 데리고 술이나 한잔하러 가자. 마지막 날이잖아?”
“흠, 안됩니다. 저 오늘 약속 있어요. 와이프랑 같이 참석해야 해요.”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이형식은 기호가 와이프에게 꽉 쥐여사는 걸 알기에 순순히 포기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그런데 그의 귀로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야, 우리 처음으로 찾아가는 건데 빈손으로 가긴 그렇지?”
“괜찮지 않을까? 우리만 가는 게 아니잖아. 본부장님도 가고, 장 프로듀서님도 가신다는데.”
‘응, 이건 무슨 소리지? 일형이와 기호가 어디를 가는데? 설마 이것들이 나만 따돌리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자, 지나가던 이를 붙잡았다.
“거기 잠깐만.”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호준은 고개를 돌리다 서 있는 이를 보고 화들짝 놀라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그래. 그런데 조금 전에 했던 이야기 다시 좀 해봐. 기호랑 일형이가 어쨌다고?”
“아! 오늘 예성이 집 식당에서 송년회가 열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장 프로듀서님이랑 본부장님도 참석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확실해? 그 둘이 가는 게?”
“네. 제가 직접 들었습니다.”
“그래. 알았어.”형식은 이야기를 듣고 다시 본부장실로 향했다.
“야 임마, 너 예성이에게 간다면서, 그런데 무슨 부부동반 모임에 가는 행세를 하는 거야?”
“와이프랑 같이 가면 부부동반이지 아닌가요?”
“그런데 일형이도 가?”
“네. 일형이도 혼자잖아요.”
“야, 나는 왜 안 부르는 건데?”
“아! 대표님이 거기 가서 어쩌시게요? 저랑 일형이만 가는 것도 아니고 아랫사람들도 참석하는데 애들 숨이나 쉬겠어요?”
“숨을 못 쉴 건 또 뭐야? 내가 어려운 사람도 아닌데, 그냥 조용히 가서 너랑 일형이랑 자리에 앉아서 술 마시면 되는 거지. 나도 간다.”
“제가 주최하는 거 아니거든요.”
“이 나이에 내가 예성이에게 허락받아야겠어? 그냥 가는 거야.”
*****
“예성아, 몇 시까지 가면 되는 거야?”
화장실을 가는데 호준 형이 나에게 이런 물음을 던진다.
“네?”
“오늘 너희 식당에서 송년회 한다면서, 몇 시까지 가면 돼?”
‘아니, 이야기가 왜 이렇게 된 거지? 우리 집에서 송년회라니.’
“일 마치고 오시면 돼요. 그런데 누구에게 들으셨어요?”
“응? 김태호 씨에게 들었는데?”
‘아니 그분은 또 누구에게 들었데? 군보 형이 말했나?’
그런데 또 가는 길에 장 프로듀서님을 만났다.
“예성아, 송년회 한다면서, 오늘 드디어 인삼주를 먹어보게 되는 거냐?”
“네?”
“아냐?”
“아뇨. 맞아요. 오실 수 있으세요?”
“물론, 나도 집에 가봐야 혼자니 오늘은 여러 사람이랑 같이 있어야겠다.”
“네.”
‘큰일이다. 이거 지금 어디까지 소문이 퍼진 거지?’
서둘러 군보 형을 찾아갔다.
“군보······. 형”
군보 형을 찾아가니 군보 형 곁에 레드엔젤 누나들이 같이 있었다.
“어머, 예성아, 오늘 너희 집에서 송년회 한다면서? 누나들도 갈게.”
“네. 그러세요.”
나는 대답을 하면서 군보 형을 쳐다봤지만 군보 형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 꼽사리로 끼어 들은 북두칠성 형들인가?’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그 형들이라면 그러고도 남았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응. 아들 늦을 것 같아?”
“아니. 엄마 그게 아니라. 사람이 좀 많이 갈 것 같은데?”
“그래? 혹시 같이 일하는 사람들 데리고 오는 거니?”
“응.”
“그래. 알았어. 안 그래도 음악 선생님이 전화해서 본부장님이 온다는 것은 들었는데.”
“선생님도 오신다고 해?”
“그래.”
‘이런, 본부장님마저 오신다고?’
“아들, 걱정하지 말고 같이 일하는 분들 다 데리고 와. 엄마가 준비해 놓을게.”
“엄마도 오늘 같은 날은 쉬어야지.”
“엄마는 요새 쉬엄쉬엄 일해서 힘이 남아돌아요. 걱정하지 말고 초대해. 안 그래도 우리 아들 도와주시는 분들인데 따로 인사도 못 했는데, 이런 때 대접이라도 해야지.”
“엄마, 다 아는 사람들이야.”
“그래도. 올 한해 네가 잘되게 도와주신 분들 아니니? 인사는 해야지.”
“알았어.”
전화를 끊고 군보 형에게 말했다.
“형 나중에 제 연습실로 오세요. 같이 가요.”
“그래.”
“우리는?”
“누나들은 차 있잖아요”
시간이 지나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기획사 현관에 왁자지껄 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만큼 사람이 많은 것이다.
그리고 의외의 사람이 보여 놀라고 말았다.
“헉, 대표님”
“그래. 이제 오냐?”
“설마 대표님도 오시는 건가요?”
“왜 가지 말까?“
“아뇨. 오시면 영광이죠.”
대표님에게 대답하면서 보니 다 눈에 익은 분들이다. 이호준, 차영석, 레드엔젤, 군보 형, 김태호와 작곡가분들. 석태 형, 심영 누나, 장 프로듀서님, 나와 연관된 이들은 모두 와 있었다. 거기다 얼굴은 알지만 이름을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이러니 송년회 소리가 나오지. 으이그~’
인원이 많아서 몇 대의 차가 동원되었다.
식당에 도착하자 나는 얼른 안으로 들어가 엄마를 찾았다.
엄마는 테이블마다 음식을 세팅하고 계셨다.
“엄마, 나 왔어.”
“그래. 사람들은?
“이제 올 거야. 그런데 많아.”
내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하자 엄마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잘했어. 이렇게라도 인사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다행은, 엄마가 고생인데.”
“그래도 아들이 올해도 잘 될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이 잘 도와줘서잖아. 그런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 돼.”
엄마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는 엄마가 이런 말을 하면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자도 때린 사람은 웅크리고 잔다. 엄마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런 성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마음이 편해야 하는 것이 엄마의 성격이다.
예전에는 우리 코가 석 자여서 남 생각을 하는 엄마가 답답해 보였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엄마의 생각에 동의한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듯 나도 살만하니 생각이 그렇다.
회사 사람들이 식당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자, 대표님이 일어서서 한마디 하신다.
“올해 모두 수고가 많았다. 한국에 수많은 기획사가 있지만, 올해 우리보다 화려하고 바쁘게 보낸 기획사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여기 있는 신예성을 중심으로 레드엔젤과 그들을 위해 일한 너희들 덕분이다. 내년에도 열심히 해서 올해보다 더 나은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하자. 그렇게만 된다면 나도 언젠가는 포브스에 올해의 인물로 실릴 수 있겠지.”
“하여간에 잘 나가다가 그놈의 포브스 타령은······. 이만수 대표가 거기 나왔던 게 언제인데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어요?”
“어 그런 거였어요?”
나는 처음 들었다. 항상 포브스 잡지를 이야기하시지만 왜 그걸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몰랐는데, 그게 MS 엔터테인먼트 때문이라니.
대표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송년회가 시작되었다. 엄마는 기획사의 식구를 챙기고 나는 한쪽에 있는 조 사장님과 음악 선생님과 어울렸다.
“보기 좋구나.”
“그런가요?”
“그래. 어느새 자라 이렇게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너를 보니 내가 다 뿌듯하다.”
“사장님이 왜 뿌듯해요?”
“내가 사람 하나 만든 거 아니겠냐? 어린 너에게 건물주의 꿈을 심고, 가수가 되게 만들었으니 말이야.”
“허, 언제는 절대 그런 적 없다고 하시더니.”
“본래 잘되면 내 덕이고 안되면 남 탓이야.”
오랜만에 뵙게 된 조 사장님은 예전과 전혀 변함이 없다.
“정말 빨리 크는구나. 어느새 너에게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들다니.”
“그런가요?”
1년의 마지막 날,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함께 마무리하기는 처음이다.
‘기분이 묘하네. 친구들도 부를 걸 그랬나?’
하지만 오히려 이런 자리에 불러봤자, 내가 잘난 척하는 것밖에 안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예성아, 올해 잘 됐지? 내년에도 올해처럼만 해라.”
선생님이 흐뭇한 미소를 얼굴에 띠시고는 말씀하신다.
“선생님, 그게 어디 쉽나요? 점점 제가 알지 못하는 세상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에요.”
“그러니?”
“네.”
하연정은 예성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세계가 크게 변하고 있다. 콘서트도 그렇고, 광고, 인기, 모든 것이 갑자기 생겨나듯이 예성에게 몰려들었다. 그저 밥만 먹고 살 수 있으면 된다고 이야기했던 아이는 이제 돈을 갈퀴로 긁어 들이는 인기가수가 된 상태다.
그런 주위의 변화에 어쩌면 당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급격한 환경의 변화는 사람을 쉬이 망가뜨린다.
“그래 봤자. 네가 하는 것은 똑같아. 노래를 부르고 만드는 것. 그리고 가수가 된 이유를 잊지 마. 나머지 다른 것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해줄 거야.”
선생님이 주위를 가리키면서 말씀하신다.
“네. 선생님”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이들이 보인다.
‘내년에도 이렇게 모일 수 있을까?’
새삼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도 열심히 벌어보자. 나를 위해. 이들을 위해.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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