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81
176. 새로운 마음을 담아서 >
“아~씨!, 엄마 정말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야?”
후루룩.
나는 뜨끈한 국물을 마시면서 동생의 말을 받아주었다. 이 하나뿐인 내 동생은 매일 집에 있느라 잠시 말이라도 나눌 상대는 나밖에 없다.
“또 뭐가 불만이신가?”
“그렇잖아. 벌써 며칠째 하루 세끼 해장국만 먹고 있다고. 내가 사육당하는 동물도 아니고 이게 뭐야?”
“뭐? 그래도 엄마가 네 건강 생각해서 따로 간을 했잖아?”
“그게 더 문제야.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이게 나의 하루 식사라니.”
나도 동생이 하는 말이 이해가 된다. 정말 묘한 맛이라고 느꼈다.
“미리 자취 경험하는 셈 쳐라.”
“자취?”
“그래. 같이 일하는 형들이 음식 먹을 때 그러더라. 음식의 맛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음식은 뜨거운 맛으로 먹는 거래.”
“무슨 석기시대 살다 타임슬립이라도 한 사람들이야? 음식을 무슨 뜨거운 맛으로···. 아니 맛이긴 해? 그건 느낌이잖아? 오빠,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랑 어울리고 사는 거야? 그런 사람들이랑 놀지 마.”
“이 안타까운 동생이여, 오빠가 너냐? 오빠는 사회인이야. 보기 싫어도 봐야 하는 사람이 있고,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거야.”
“헐, 뭐 그렇게 많은 사람과 어울린다고 그래? 오빠 아직 모르나 본데 오빠가 인터넷에서 뭐라고 불리는 줄 알아? 허밋이야. 허밋. 알지? 은둔자. 세상을 등진 자라는 뜻인 거?”
“뭣이? 오빠가 왜 은둔자야? 이래 봬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기획사에 꼬박꼬박 출근하는데?”
“그거야 오빠 생각이고, 사람들은 달에 한 번 하는 콘서트, 광고, 인터뷰가 아니면 아예 보지를 못하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야.”
“그런가? 나는 그래도 노출이 많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까짓거 아니면 어떠냐? 이 오빠가 얼굴로 먹고사는 가수도 아닌데? 내 잘생긴 얼굴도 대단하지만, 그보다 오빠의 목소리와 감성이 더 대단한데 어쩌라고? 안 그래?”
“아 씨, 밥 먹는데 정말? 안 그래도 싱거워서 이걸 어떻게 먹나 고민하는 나에게 숟가락 놓게 할 거야?”
“그러던가? 너야 집에 있으니 배고프면 먹겠지. 아! 오늘도 일하려니 벌써 몸이 찌뿌둥하네.”
“지랄, 누가 들으면 매너리즘에 빠진 셀러리맨인 줄 알겠다.”
“넌 잘 되고 있는 거야?”
“뭐가?”
“뭐긴, 공부지. 네가 우리 집안의 인텔리 아니겠어? 오빠는 다 필요 없다. 장학금 이런 거 생각하지 말고 가장 좋은 거, 가장 간판 좋은 대학에 가는 거다. 예린아. 그래야. EQ의 천재 신예성, IQ의 천재 신예린, 평산신씨를 일으키는 거다.”
“허, 이래서 조기교육이 무서운 거지. 엄마의 술주정을 듣고 자란 신예성은 어느새 엄마보다 한술 더 뜨는 어른이가 되었습니다.”
“열심히 해라. 오빠 몫까지.”
“미쳤어. 밥 먹다 이게 무슨 분위기야? 자기가 하기 싫어 때려치우고는 마치 가정환경 때문에 공부를 포기한 뉘앙스를 풍기지 말라고.”
“아~ 기집애 진짜, 오랜만에 분위기 탔는데, 좀 맞춰주지. 그냥 산통을 깨냐?”
“됐고, 밥 먹고 출근이나 하셔. 도대체 회사에 꿀 묻어놨어? 매일 정시 출근이야.”
“예린아, 어느 동네건 성공하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제일이다. 너도 잊지 말고 꾸준하게 공부해. 오빠 간다.”
“수고해.”
집을 나서는데 입에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동생은 고3이 되니 확실히 달라졌다.
일단 방안의 딕스의 물품이 없어졌다. 예전의 김명인이 이야기했듯 동생은 딕스와 이별을 택한 것이다. 등록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약속된 미래가 펼쳐졌다.
그렇게 엄마와 내가 치우라고 노래를 불러도 안 되던 것이 고3이 되니 자연스레 해결된 것이다.
‘딕스가 한국에 없어서인가? 아니면 동생이 성숙해진 걸까?’
동생도 이제는 미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빠와 재산 싸움을 하려면 법학과를 가야 할까? 아니면 엄마가 시작하는 사업을 더욱 번창시키기 위해 경영학과를 가야 할까?”
이런 헛소리마저 늘어놓아 엄마와 나를 헛웃음 짓게 하는 동생이다.
그런 동생의 행동이 나에게는 기쁨과 껄끄러움으로 다가왔다. 동생의 행동은 내가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는 운명이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하였다.
김명인에게 듣기로 동생이 딕스를 포기한 것은 엄마의 대학 포기 권유로 인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고 싶은 대학을 가게 해주었는데도 동생은 딕스의 팬 활동을 관두게 되었다. 그냥 엄마도 나도 새로운 일을 하게 되니 자신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팬 활동을 관두고,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겠지만, 그런 행동이 나에게는 기꺼우면서도 묘한 불안감을 가지게 하였다.
더구나 지금 나온 드라마가 그런 나의 마음을 부추긴다. 그저 상상의 산물이건만 묘하게도 나의 상황을 대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현실은 상상을 뛰어넘는 것일까?
주인공이 말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기적을 내려주었지만 가장 간절한 것은 가져갔다고 하듯이 어쩌면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불안한 마음이 드니 자연적으로 엄마에게 전화하게 되었다.
“여보세요?”
“아들입니다요. 왜 이렇게 빨리 갔어?”
“엄마 바쁜 거 모르니? 일단 살펴보고 또 식당에 갔다가. 다시 여기로 와서······.”
일과를 다 이야기하려는 엄마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
“알았어. 바쁘다는 거 알았으니까 그만하시고. 엄마, 병원에 매달 가는 거 안 잊었지?”
“아들, 엄마가 그거 꼭 해야겠어?”
“응. 꼭 해야 해. 하지 않으면 우리 이 여사에게 주기로 한 투자금은 철회될지도 몰라.”
“어머, 아들! 지금 엄마 협박하는 거니?”
“협박은 무슨, 그냥 엄마가 건강해야 남도 돕고 사업도 한다는 이야기지. 그러니까 빼먹지 마. 아들도 깜빡할 수 있으니까 생각난 김에 말하는 거야.”
“하아~ 알았어. 이 나이에 아들에게 이런 시집살이라니. 내가 뭔 고생이니?”
“어허, 이런 거로 시집살이라니, 우리 이 여사, 세상 너무 편하게 사신 거 아니야?”
“몰라. 엄마 일해야 하니 끊어.”
“응, 쉬엄쉬엄해.”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다.
‘확신할 수 없는 미래가 이렇게 나를 불안하게 하다니.’
스스로도 안다. 이건 병적인 집착이라는 것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건 내가 평생을 안고 가는 멍에나 다름없다.
이건 나에게 있어 하나의 커다란 딜레마였다. 내가 누구인지, 정말 이들이 내 가족이 맞는지. 이런 딜레마.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나를 혼란케 만들었다.
내가 꿈을 꾼 게 아니라 미래의 신예성이 과거로 온 것일까? 아니면 다른 타임라인의 신예성 몸에 들어온 것인가? 그렇다면 지금의 가족은 내 가족이 맞는 건가? 모습이 같다고 해서 나와 피를 나눈 가족일까······? 등등 끝이 없는 의문이 솟아오르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그저 꿈을 꾸었다고 하면 모든 것이 편했다.
‘썩을, 드라마가 하나 나오니 다시 나를 혼란 속으로 밀어 넣는구나.’
항상 하나의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 하나일 수 없듯이 생각도 하나일 수 없는 법이다. 가슴 깊이 묻어 두던 생각이 이렇게 떠오를 때면 나의 기분이 엉망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쩌다 생각이 또 이런 쪽으로 흐른 거지? 한동안 잠잠했는데.’
왠지 힘겨운 하루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봤냐?”
기수의 물음에 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무슨 일일까?”
“열고 들어가지 그랬어?”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군보 형이 말리던데? 오늘의 신예성은 건드리면 물지도 모른다고?”
“신예성이 개야? 물기는 뭘 물어?”
“군보 형 말로는 저런 종이가 붙으면 그날은 신예성의 기분이 땅 파고 들어가고 있으니 건드리지 말라고 하던데.”
“그놈이 그런 날이 하루 이틀이야? 거기다 기분은 평소에도 자주 왔다 갔다 하잖아?”
“그런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나 뭐라나?”
“그런데 태수야, 신예성이 기분이 가라앉을 일이 있기는 할까? 노래 잘 되지. 곡 안 써진다고 난리 치더니 이제 곡도 잘 쓰잖아. 문제가 뭐야?”
“거기다 돈도 잘 벌고.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지.”
“이런 무식한 놈들, 너희가 그러고도 가수냐? 밴드야? 창작자의 괴로움이 그런 거로 해결되겠어? 잘되면 잘돼서 고민, 안 되면 안 돼서 고민인 게 창작자 아니겠어?”
“군보 형, 예성이 그런 거로 고민할 거로 생각해요? 어라? 이건? 이런 말을 하면서 순식간에 곡을 써내는 아이인데, 그런 고민이 가당키나 해요?”
“그러니까 더 고민되지. 그분이 그냥 막 오냐? 행운이 준비된 자에게 오듯이 예성이가 준비돼야 오는 거지. 그놈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너희들은 몰라.”
“노력한다고요? 맨날 영화 보고 과자 먹고 노래 부르는 게 일상인데?”
군보는 그런 북두칠성들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예성이가 영화 재밌어서 보겠냐? 예성이에게 영화 보기는 일이야. 일. 너희들이 세션을 하면서 재미없다고 세션을 관둘 수 있어?”
“아뇨. 이거 안 하면 뭐해서 먹고 살아요?”
“그거랑 같은 거야. 예성이가 영감을 얻기 위해서 매달리는 게 영화 보는 거다. 이제는 심지어 다큐멘터리도 보더라. 그게 재미있어서 볼까? ‘아마존의 신비’ 이런 게 재미겠어?”
“허, 그런 것도 봐요?”
“그래. 예성이도 예성이 나름대로 고민이 많아.”
“그럼 우리가 오기 전에도 출입금지 이런 종이가 자주 붙었어요?”
“아니, 이번이 두 번째다. 하지만 이런 종이를 붙일 정도면 얼마나 스스로 힘들어 하는 걸까?”
“어허, 그럴수록 주변 사람들이 힘이 되어줘야 하는데.”
“누가? 너희가?”
군보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북두칠성들을 쳐다봤다.
그 눈빛에 담긴 의미를 이해한 기수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형이 몰라서 그런데 우리가 보기에 이렇지만 이래도 밑바닥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 보고 배운 게 얼마나 많은데요?”
“그래서 너희들이 안 되는 거야. 나도 마찬가지고, 애초에 예성이는 우리와 시작점이 다르잖아. 예성이는 등장 때부터 꽃길만 걸어오는 아이야. 슬럼프라는 것도 고작 곡 나오지 않는다고 몇 달 징징거린 게 다야. 그런 아이에게 우리가 무슨 조언을 하면서 그 고민이 뭔지 우리에게 말할 거로 생각해? 너희가 예성이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알겠는데, 예성이는 말이야. 진짜 자기의 고민은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아. 너희들도 보면서 알잖아? 예성의 노래에는 뭔가 남들과 다른 이야기가 담기는 느낌이 드는 곡이 있다는 것을.”
“‘영원’ 말인가요?”
“그래. 거기다 예성이가 부르지 않는 곡이지만 ‘내 마음속의 비’와 ‘잃어버린 시간’이라는 곡들은 뭔가 묘한 느낌이 들게 하지. 나는 그게 예성이가 마음에 담고 있는 자신만의 고뇌를 노래하는 거로 생각해.”
그런데 군보의 말을 듣는 북두칠성의 표정이 묘했다.
“형, 그거 어떤 노래에요? 우리는 들어본 적 없는 노래인 것 같은데.”
“흠. 그랬던가?”
“아니, 이 형이 지금, ‘그랬던가?’가 말이 돼요? 우리는 ‘신예성과 아이들’의 아이들이라고요? 우리도 알 권리가 있어요.”
“아니, 너희들에게 그 권리는 없어. 너희가 사고 친 거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 그런 너희들에게는 그 곡들에 접근 권한은 없어. 거기다 아이들이라니. 너희들 너무한 거 아니야. 그 액면가로 어디서 아이들이야?”
“이 형 진짜 뭘 모르시네. 남자는 얼굴이 아니라 마음이에요. 하트 몰라요? 그런데 왜 그 곡은 발표 안 한 건가요? 노래가 안 좋아요?”
“아니, 좋지. 좋아. 너무 좋아서 탈이지. 흡입력이 넘쳐 흐르는 노래야. 들으면 감탄할 수밖에 없어. 어떤 노래든 말이야. 만들고 나서 편곡이 중요하다는 거 알지?”
“그거야 당연하죠. 작곡이 시작이라면 편곡은 곡의 완성이니까요.”
“그런데 그 곡을 들으면서 편곡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어. 그냥 피아노에 예성의 목소리만 녹음 된 건데도 말이야.”
“그 정도예요?”
“그래. 완벽한 곡은 아니지만, 뭔가 손대면 곡을 망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곡이라고 할까? 장 프로듀서님도 듣고는 바로 봉인하자고 했지. 언젠가 예성이 부르고 싶을 때 부르게 하자고 하면서 말이지.”
“궁금하네요.”
“궁금해?”
군보고 은근한 목소리로 말하자. 태수가 얼른 말을 잘랐다.
“철 지난 궁금하면 오십 원이라고 할 거면 하지 마요. 아재 티 내는 것도 아니고. 킁”
“크흠!”
그때였다.
띠링, 띠링, 띠링······.
각자의 전화기에서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그러자 군보와 북두칠성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거 아무래도 예성인 거 같지?”
“네. 안 봐도 뻔하죠. 이렇게 성의 없이 단체문자 쏠 놈이 흔하지는 않죠. 어디···.”
기수가 핸드폰을 열고 확인을 했다.
“어? 동영상 첨부되어 있는데? 이 자식은 같은 건물에 있으면서 무슨 동영상을 보내?”
기수는 구시렁거리면서 동영상을 클릭했다. 거기에는 신예성이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면서 노래 부르는 영상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노래는 그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어? 이 곡은?”
분명 처음 듣는 곡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익숙하기 그지없는 장르였다. 하지만 신예성이 이런 노래를 만들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군보도 그런 노래를 들으면서 눈을 부릅떴다. 이 노래의 장르는 이미 예성이 예전에도 만든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온 적은 없다. 예성이 부르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 주기에는 아까운 곡이라고 생각해서 본부장님과 장 프로듀서님이 그냥 묻자고 이야기했던 장르다.
그런 장르의 곡을 신예성이 다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과 다르게 부를 생각이 있는지 이렇게 단체문자로 곡을 보내 왔다.
노래를 들은 북두칠성은 서로 마주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그래.”
“나도 같이 가자.”
그들이 예성의 연습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예성은 연습실에 없었다.
“이놈 어디 갔지?”
“뻔하지 않겠어?”
명태의 말에 나머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뻔했다. 예성은 움직이는 범위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로서는 부담이 되는 장소다. 아니 피하고 싶은 장소라고나 할까?
“그냥 기다릴까?”
“그러자. 커피 마실 사람?”
“나 x3”
“종일 커피를 못 마셨더니 입이 텁텁해.”
“식당에서 안 먹었어?”
“여기 커피 마시기 시작한 후로 다른 데서 커피는 못 먹겠어요. 형”
그들은 그렇게 커피 타임을 가지면서 예성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
“계시죠?”
“응. 너 기다리고 계셔.”
“역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장 프로듀서님도 계셨다.
“장 프로듀서님도 계셨네요”
“그래. 네 노래 듣자마자 여기로 왔다.”
“그러셨어요? 어땠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물론 듣기에 좋았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레퀴엠이라는 것이 호불호가 확실한 곡이라서 반응은 미지수구나. 네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곡을 보낸 것을 보면 발표하고 싶다는 이야기겠지?”
“네.”
“그럼 ‘슈팅 스타’는 어쩌고?”
“그거랑 묶어서 내는 게 어떨까요?”
“너무 느낌이 다른데? 안 그래?”
기호는 말하면서 장일형을 쳐다봤다.
“아니 그래서 더 좋지. 애초에 싱글 앨범이라는 것은 실험적인 노래를 담아서 발매하는 것이니까. 그런 앨범들에서 반응이 좋은 노래를 모아 정규앨범에 싣는 게 외국에서 쓰는 방법이야.”
“나도 알아. 그래서 싱글 앨범만 낸 가수는 가수 취급도 안 해준다는 것도 알고. 하지만 여긴 한국이야.”
“그래 한국이지. 그렇지만 괜찮아. 신예성은 이미 여러 장르의 노래를 만들고 불러왔어. 거기다 레드엔젤에 후크송을 만들어 주기도 했지. 장르로 가수를 외면하지는 않을 거야.”
“이런 말씀 드리면 미안한 이야기겠지만 외면당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부르고 싶다는 거야?”
“네. 지금이 아니면 안 돼요.”
“그래?”
이기호는 자신을 응시하면서 이야기하는 예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이놈은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지를 않는다. 하지만 그게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세상사 마음대로 되면 그게 무슨 재미일까?
“그래. 알았다. 최대한 빠르게 일정을 잡아주마. 너니까 이런다. 알지?”
“그런 생색내기만 없었으면 제가 참 고마워했을 텐데 말이죠.”
“우리 사이에 그런 고마움은 껄끄러워서 내가 말한 거지.”
이렇게 가볍게 말하지만 아마 많은 일을 하셔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런 티를 전혀 안 내는 것이 고맙기 그지없는 분이다.
“감사합니다. 무리한 부탁인데.”
“아니다, 이런 일을 하려고 내가 있는 거 아니겠어? 내가 예성 학생 데려올 때 뭐라고 했어? 노래 만들고 부르는 것만 하라고 했지? 모든 건 내가 다 알아서 해준다고. 약속을 지킬 뿐이야.”
“그런데 제목은 뭐라고 정했어?”
장 프로듀서님의 말에 나는 곱씹듯 말했다.
“레저렉션!”
“부활이냐?”
“네.”
“흠, 알겠다. 어울리기도 하네.”
노래에 담긴 의미를 누구도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이 없다. 이미 내가 노래를 부를 때, 듣는이들이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저 나는 나의 마음을 담아 노래로 만들고 부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예성 학생, 이렇게 되면 방송도 나가야 해서 스케줄이 빡빡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건 알지?”
“물론입니다. 열심히 할게요.”
“그래. 올해 시작이 좋은데.”
“이미 좋지 않았어?”
“일형아. 내 말은 더 좋다는 거지”
기호는 일형에게 말하면서 예성을 봤다.
‘컨디션이 좋은 건가? 발표되는 곡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지. 바빠지겠구나.’
한가위도 아니건만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떠오르는 이기호였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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