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89
184. 다음 단계를 향해 >
“예성 학생, 우주의 기운이 예성학생에게 모이고 있어.”
오랜만에 일찍 회사에 나온 나에게 본부장님이 찾아와서 하는 첫말이다.
“또요? 그놈의 우주는 잊을 만하면 기운이 뻗치나 봐요. 또 저에게 흐르게?”
아 유니버스여, 그렇게 기운 보낼 때가 없는 거니?
“예성 학생, 농담 아니야.”
“네. 그러시겠죠. 언제나 궁서체 아니겠어요?”
내가 시큰둥하게 말하니, 본부장님은 답답 한지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다.
“정말이야. 예성 학생”
“그렇다고 치자고요. 그런데 아침부터 웬일이세요? 모닝커피라도 마시려고 오셨어요?”
“아니, 커피는 무슨, 앞으로의 일을 좀 의논하자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나에게 서류 뭉치를 내미신다.
“이게 뭐죠?”
“뭐긴, 일감이지.”
“그래요?”
나는 대답을 하면서 서류를 펼쳤다.
하나를 보도, 또 하나를 넘기고, 또 넘기고.
“죄다 광고네요.”
“그래, 다시 한번 목돈 벌 시기가 된 거야. 알겠지만, 이번 미국발 MR 사태는 국내에도 태풍 같은 피해를 남겼지. 그런 피해 속에서 홀연히 그 피해를 피하다 못해 태풍을 타고 날아오른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저죠.”
“그래. 너야. 지금 인터넷을 보면 모두 난리도 아니야. 수습하려는 기획사와 더 난장판으로 만들려는 네티즌과 기자들. 그 속에서 혼자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예성 학생.”
‘이 분 참, 아침부터 못 먹을 걸 먹었나? 아침부터 왜 이래?’
“아! 식상합니다. 본부장님, 절 띄워주시려는 건 알겠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아침부터 힘 빼지 말자는 이야기에요.”
“크흠, 예성 학생, 아직 한 참 남았는데 흥 식게 왜 그래?”
“그 흥은 혼자 즐기시고. 그런데 이거······.”
“흐흐흐, 눈치챘어? 예성 학생”
“네. 죄다 이미지 광고네요.”
“그래. 기업광고의 최고봉인 이미지 광고. 이거 보여? 은행광고도 있어.”
“헐, 갑자기 왜 이런데요?”
“왜 이러긴, 당연하지. 남들이 가짜 라이브를 할 때 혼자 라이브를 하다못해 그 라이브를 고집하기 위해 방송마저 제껴버리는 예성 학생, 당연히 기업들이 침을 흘릴 만하지. 이제 누가 뭐라 해도 네 시대야.”
“작년에도 그 말 하시지 않았어요?”
“또 하면 어때? 내년에도 이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
“워~”
“왜 그래?”
“마트랑 이번에 삼송에서도 다시 찍자고 했어요?”
“그래.”
“이거 다 하는 건가요?”
“왜 부담돼? 아니면 이미지 소모가 걱정돼?”
전혀 걱정이 안 된다. 마침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아뇨. 다 하죠.”
“정말 다 해도 되겠어? 나는 예성 학생에게 고르게 하려고 가져온 건데.”
“이거 다 하면 문제가 될까요?”
“아니 1차로 거른 거라 문제 될 건 없어. 다른 분야의 광고 하나씩만 골랐거든.”
“당연히 돈은 제일 많이 주는 거로 고르셨을 테고요.”
“그렇지.”
“그럼 이거 다 하죠.”
“왜 그래? 갑자기 돈 욕심이라니···.”
본부장님은 이런 내가 낯선 듯이 물음을 던졌다.
나도 이런 내가 낯설다. 하지만 지금은 돈이 필요···. 아니 필요한 게 아니라 버는 모습이 필요했다.
“저희 엄마요.”
“어머니? 왜 어머니 잘하고 계시잖아. 조 사장님이라는 분이 정말 수완이 좋던데.”
“그렇긴 해요. 하지만 조 사장님이 그러는데 엄마가 확장을 망설인다고 하시네요.”
“음, 그렇긴 하지. 우리 돈도 많이 투자받는 것을 꺼리셨지. 빚을 내서 사업하는 기분이신가?”
“저희 엄마가 좀 그렇죠. 남에게 신세를 지면 갚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시라서 쉽지가 않은가 봐요. 그런 와중에 제 돈도 쓰기가 껄끄럽나 봐요. 마치 제 노후 문제를 대비하려고 하는 모양새죠.”
“그래서 그 돈 아니더라도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거지?”
“네. 본부장님도 알다시피 성린 해장국은 가성비 뛰어나게 만들다 보니 박리다매를 노려야 하는데 지금 공장의 사정으로는 그게 힘들다네요. 어차피 잘되면 저에게 좋은 일인데, 엄마가 망설이지 않게 해드리고 싶어요.”
이기호는 그런 신예성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제 자신의 성공에 익숙해 졌을 텐데, 여전히 이 아이는 처음과 달라진 게 없다.
‘덕분에 편하기는 한데 말이지. 와이프에게 배워서 그런가?’
이 아이는 무대 욕심은 많지만, 그 나머지는 여전히 아무래도 좋은 모양이다.
‘인생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말을 하지 못하는 이기호였다.
가정의 화목과 노래만 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하는 아이다.
이기호에게 이런 예성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자신의 와이프가 그랬기 때문이다. 한 창 공연을 하고 공부를 할 때 와이프는 거의 수도승과 같았다. 음식도 가려 먹고, 음주하지도 않았다.
‘이건 자기만의 고집이겠지?’
이 녀석의 주위의 북두칠성만 하더라도 음주·가무를 즐기면서 생각 없이 살지 않은가? 그런 이가 주위에 있는데도 이렇게 한결같은 모습으로 있는 것을 보면 자신이 주관이 있는 것이다.
“그럼 이거 다 할 거냐?”
“네. 본부장님”
“알았다. 스케줄은 내가 조정을 하마. 나중에 석태 편으로 보내줄게.”
“네. 부탁드립니다.”
****
[라이브를 고집하는 이유요? 관객들의 믿음이 소중하니까요. 제가 라이브 하는 것을 듣기 위해 오는 분들인데, 그런 분들에게 하는 흉내만 낼 수는 없잖아요?]합리적인 가격.
믿을수 있는 원산지 표기.
가족과 같은 믿음을 드립니다.
“당신과의 약속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국내 은행 국가 만족도 7년 연속 1위.
국민과의 약속을 먼저 생각하는 은행.
“이번 주 인기가요 1위는 신예성~!”
[1위는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여러분이 제 노래에 만족하고 응원하기에 제가 1위를 하는 겁니다. 기업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물건 많이 만든다고 1위 하는 기업이 되지 않습니다. 고객, 고객이 만족해야죠. ]고객 만족 경영을 실천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행복해지는 그 날까지.
한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마트, 은행, 기업의 이미지 광고를 촬영했다.
그런 광고를 찍고 나니 또다시 모든 매체에서 다투듯이 내 기사를 쏟아 내었다.
이미 몸값이 오를 대로 오른 나이기에 이제 찍을 수 있는 광고는 몇 가지 되지 않았다.
더불어서 이제 정말 몸을 사리면서 살아야 했다.
‘슈발, 위약금 세배라니. 사고 터지면 난 망하는 거야.’
그런 위험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이 세상에 리스크 없는 일이 뭐가 있을까?
“엄마 돈 들어온 거 봤지?”
“그래. 그런데 아들?”
“왜?”
“엄마 그냥 집에서 다시 살림할까? 아들이 번 돈 엄마는 까먹기만 하네.”
이 아줌씨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광고를 다 찍었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 본격적으로 나서서 사업해야지. 이제 밑천도 두둑하잖아? 공격적으로 투자해. 거기다 조 사장님이랑 우리 기획사 돈도 투자받아. 어차피 돈 벌려고 한 거 아니잖아. 사람을 돕기 위해서 한 거 아냐? 그냥 크게 하는 거야.”
“아들, 엄마 무서워.”
“괜찮아. 엄마 사업 망해도 우리 안 굶어 죽어. 거기다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는 게 말이 돼? 엄마가 식당에서 해장국 없어서 손님 돌려보낸 적 있어?”
“아니 없지. 엄마는 남으면 남았지 모자란 것은 못 보는 성격이야.”
“그래. 그런 엄마잖아.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이 말이 돼? 음식이 모자란다고 사방에서 난리잖아.”
“그래도······.”
“그래도 는 뭐가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지. 크게 키워서 세계로 향하는 성린 식품이 되는 거야.”
“푸훗, 세계는 너무 했다. 아들”
“심하기는, 아들이 아시아를 씹어먹는 날, 성린 식품도 아시아를 삼켜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엄마, 걱정하지 말고 확장하는 거야. 조 사장님 계시잖아? 그냥 걱정하지 말고 함께 의논하면서 헤쳐나가는 거야.”
“알았어. 아들”
“그럼 집에서 봐.”
“그래. 아들”
‘허, 집에서 살림이라니’
나는 지금 엄마의 모습이 좋다. 엄마는 회사를 차리고 나서 부쩍 옷차림이나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셨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식당을 운영할 때는 그렇게 뽀글이 파마를 풀라고 이야기를 해도 들은 척도 않던 엄마가 알아서 머리를 풀었다.
내가 가수로 성공해도 엄마의 외모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나도 굳이 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모습을 하든 엄마는 엄마였다.
엄마가 나에게 가수의 삶을 응원해줬듯 나도 엄마가 살고 싶은 삶을 살게 응원을 해줄 뿐이다. 거기다 망설이는 엄마의 등을 떠미는 건 덤이다.
지금의 엄마는 예전의 나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수의 길에 들어설 때 망설이고 또 망설였던 것처럼 엄마도 생각이 많을 뿐이다.
누가 등을 살짝만 밀어주면 그저 흐름에 휩쓸리듯이 일을 해나가게 될 것이다. 도와줄 사람도 있고, 능력도 있다. 그저 좁은 어항에 살던 물고기가 넓은 강에 나와서 어리둥절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아니면 마는 거지 뭐.’
****
“원, 투, 쓰리, 포”
한쪽 벽을 채운 커다란 거울 앞에서 여자들이 몸을 움직인다.
“잠깐, 민혜연 또 틀렸잖아.”
“죄송합니다.”
“벌써 몇 번 째니? 정신 안 차려?”
민혜연은 넥스트 제네레이션에서 탑을 달리고 있는 연습생이다.
‘하아, 쉬고 싶다.’
입에서 단내가 난다. 벌써 몇 번째던가?
연습생의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나름 자신의 체력과 능력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만의 리그’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미 3번째 싱글을 내는 레드엔젤 선배들을 보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았다.
‘장난 아니야. 쉬지도 않고 몇 번째야?’
이 선배들은 만족을 몰랐다. 자신은 고작 뒤에서 안무를 맞출 뿐이지만 이 선배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계속 반복을 하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군무가 칼같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 연습이 문제가 아니다. 그들끼리의 소통이 문제였다. 자신도 그룹 미션을 했기에 알고 있었다.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에게는 재능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습득하는 속도의 차이도 있다.
그렇기에 안무가 맞아떨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거기다 맞아 떨어져도 모양새가 제대로 나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연습시간이야 연습생인 자신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중도가 달랐다.
이들은 정말 죽기 살기로 노래와 춤에 매달렸다.
‘이게 아이돌인가?’
이번에 K팝 콘서트 사건을 접하고서 혜연은 자신이 넘쳤다. 연습생으로 경연 프로그램에 출전하고 있을 뿐이지만, 늘 신예성 선배가 강조하듯 라이브로 경연을 펼치고 성적도 좋았다. 그런 그녀인지라 레드엔젤을 만나러 오면서 자신의 재능을 질투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엉뚱한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배우고 있었다. 자신만이 아니었다. 다른 연습생들도 그렇다.
“야! 장우정 반대 팔이잖아. 너 자꾸 이럴래?”
“히잉~ 죄송해요.”
“슈발, 너 어디서 되지도 않는 애교질을~ 여자의 애교는 여자의 주먹을 부른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인데.”
“워~워~! 연지야. 릴렉스, 릴렉스. 살살 말해도 알아들어.”
짝짝.
효정이 손뼉을 치고 시선을 모으고는 말했다.
“쉬었다가 하자.”
효정의 말에 연습생들은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효정은 그런 연습생들을 보고는 한 쪽에 있는 물을 가져와서 연습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앗 감사합니다. 제가 해야 하는데.”
혜연이 힘들게 일어나며 말하자 효정은 그런 혜연에게 웃음을 띠었다.
“아무나 하면 어때?”
“그래도···.”
그런 혜연에게 미소를 지으며 효정은 말했다.
“힘들지?”
효정의 말에 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너 솔직히 말해 봐.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방송 경험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왔지?”
연지가 물을 마시는 혜연에게 물었다. 그런 질문에 물을 마시던 혜연은 사레가 들려버렸다.
“캑캑, 네?”
“맞잖아.”
“네? 네”
“맞다고?”
“살짝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그렇지? 그럴 만도 하지. 너 방송에서 하는 거 보니 정말 재능이 넘치더라.”
“감사합니다.”
“하지만 말이야. 너도 이제는 알겠지만, 이 바닥에서 재능 없는 사람은 없어. 다들 재능 있어서 데뷔하고, 가수생활을 하지”
“네.”
연지의 말에 힘없이 대답하는 혜연이었다.
“너 나무라는 게 아니야. 우리도 그런 걸 안 지 얼마 안 됐으니까.”
“네?”
“뭘 놀라? 너 우리 데뷔 때 소문 못 들었구나. 우리 완전히 A급 들만 모아서 만든 그룹이야. 외국인들도 마찬가지. 지금은 저렇게 아무렇게나 퍼져 있는 애들이지만, 초기에는 작은 한국에서 뽑힌 우리보다 큰 나라에서 자기들만 뽑혀 왔다는 그 자부심이 엄청났어.”
“헤에? 저 언니들이요? 틀린 말은 아니에요. 딱 봐도 한국 여자에게 없는 매력이 보여요.”
“내가 좀 그렇긴 하지.”
“레이카야. 접대용 멘튼거 모르겠니?”
“아···. 아니에요. 정말 그래요.”
“아무튼, 그런 우리라 데뷔하면 바로 빵 떠서 정상에서 안 내려올 줄 알았어. 그런데 딱 중박이더라. 그다음은 쪽박. 그때 깨달았지. 나만 잘난 게 아니라는 걸. 세상에 잘나고 재능 넘치는 것들이 너무 많아.”
“그렇긴 하죠.”
“그런 걸 알지만 스스로 이해하기는 힘들었어. 머리로는 알지만 인정하기에는 자존심이 용납을 안 했거든. 그런데 엉뚱하게도 신예성을 보고 우리는 그걸 깨닫게 됐지.”
“신예성 선배님이요?”
“그래. 그놈. 독한 놈이지.”
연지가 이를 갈면서 말하자. 여기저기에서 미친놈, 징한놈이라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좋은 선배님이시던데?”
“그래. 마음씨 좋지. 마음씨 좋아도 독할 수 있어.”
“징할수도 있지.”
“미칠 수도 있지.”
‘허, 그 선배님은 이 언니들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이런 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혜연에게 다시 연지가 말했다.
“그런데 정말 대단한 놈이지.
“네?”
실컷 깎아내리다가 막판에 이게 뭔가?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어.”
다른 선배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예성이랑 한동안 같이 다닌 적이 있어? 알지?”
“네. 미로 선배가 듀엣으로 행사하러 다니셨죠. 그리고···.”
혜연이 머뭇거리자 연지가 툭 내뱉었다.
“우리는 코러스 했어.”
“네.”
“별로 부끄럽지 않다. 그 당시에는 정말 내가 이 짓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말이야. 말이야 바른 말이잖아. 내가 연습생도 아니고 데뷔도 먼저 한 선배인데 스케줄이 없어 후배 코러스를 하러 다닌다니 이게 말이야 방귀야? 이런 생각을 했었어.”
“너만 그런 생각한 거 아니야. 나도 그랬어. 나는 화장실에서 울기까지 했었다.”
효정이 말하자 미나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그때 옆 화장실에서 울던 게 너야?”
“그건 나일걸?”
“아무튼, 보다시피 이렇게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입었었지.”
“이해가 됩니다. 선배님,”
“그래. 그런 상처는 상처고, 이 신예성이랑 같이 다니다 보니, 우리가 깨닫는 게 많았지. 지금은 어쩌면 우리가 깨닫기를 바라면서 우리를 신예성 옆에 붙인 게 아닐까 싶기도 해.”
“깨달아요?”
“그래. 마음가짐이 달라야 한다는 걸 배웠지.”
“마음가짐이요? 그 선배에게 마음가짐이라니···.”
혜연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방송에서 보고 연습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봤어도, 재능은 넘치는 선배라 생각했지만,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상하지? 그런데 그놈 정말 독한 놈이다. 그리고 우리도 독해져야 성공하겠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놈이지.”
“보이는 것과 다른 선밴가 보네요.”
“아니 보이는 거랑 같아. 하지만 보이지 않는 모습이 있을 뿐이야. 그놈은 완전 메트로놈이야.”
“캬, 비유가 촌철살인이다.”
“메트로놈이요? 그 박자 체크하는 기계요?”
“그래. 놈은 생활에 변화가 없어.”
“네. 하지만 공연이랑 광고 여러 가지 하잖아요?”
“맞아. 하지만 그놈 생활에는 변화가 없지. 이놈은 하루에 3시간만 노래를 불러.”
“3시간이요? 매일 말인가요?”
“그래. 그 이상 부르면 목에 무리 간다고 안 불러. 더구나 콘서트 있는 날은 아예 안 불러.”
“헤에~ 그래요?”
“너 이 이야기 듣고, 예성이 연습 많이 안 하는구나 생각했지?”
발라드 가수가 노래를 안 부르니 연습은 그게 다가 아닌가?
“네.”
“근데 그게 아니야. 이놈은 집중력이 달라. 진짜 3시간 노래 부르는 거 보면 이제는 못 부르겠구나 싶지. 그런데 그런 후에 또 영화를 봐요. 재미? 그런 거 없어. 그냥 무작정 보는 거야. 그러다가 한참 보다가 아 저번에 봤던 거네. 이런 말을 할 때도 있어.”
“헐”
“웃기지? 그런데 옆에서 계속 보다 보면 무섭다. 매일 10km 달리고 영화 6시간 보고, 거기다 3시간 노래. 이게 예성이 일과야. 콘서트나 스케줄이 없으면 매번 이래. 믿어져? 심지어 자기 엄마랑 여행 갔을 때도 노래와 러닝은 빼먹지 않는 놈이야.”
“캑.”
“그런 예성일 보고 우리는 깨달았지. 우리도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우리는 그냥 놀고 있었을 뿐일지도 모르겠다고.
매일 연습을 하지만, 저렇게 목숨 걸고 하듯이 집중해서 해본 적이 있었던가 싶었지.
우리는 아이돌이지만 서로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예성이 그놈을 보고 나니 그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존중이 아니라 하나가 되는 거였어.
그러면서 우리는 겁나게 싸웠지. 그리고 지금의 우리가 된 거야. 너 아까 우리 신기하게 보더라. 우리 움직임과 노래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게 신기해서 그렇지?”
“네. 여러 사람이 하는 이상 실수는 하기 마련이잖아요. 아니 실수가 아니더라도 모양새가 덜 나올 때도 있잖아요.”
“그래. 그렇지. 우리가 예전에 그러면 그냥 넘어갔어. 그냥 맞기만 하면 괜찮다고 생각했지. 늘 같을 수는 없잖아.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렇지?”
연지의 말에 효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항상 마지막 공연을 한다는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런 마음이지.”
“공연도 마찬가지지. 우리는 늘 하는 공연이지만, 보러온 이들에게는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야. 그런 이들에게 우리는 항상 최고의 무대를 보여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거야. 그게 아이돌이고 그게 가수지. 그러니까 너희들!”
연지는 연습생들을 불렀다.
“네.”
“최선을 다해 줘. 우리 이번에 예성이 잡아야 하거든.”
“네?”
“모름지기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 보답할 수 있는 선물은 뭘까?”
연지의 말에 레드엔젤이 일어서면서 말했다.
“가르친 자를 넘어서는 거지.”
“이번에 신예성 잡는 거야.”
“그래. 제껴버리는 거야.”
“아예 묵사발을······.”
“그냥 찍소리도 못하게······.”
그런 모습을 보면서 혜연은 생각했다.
‘이미 보답과는 너무 멀리 떨어진 것 같은데요. 언니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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