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96
191. 언제나 그렇듯이 >
그날 숙소로 돌아와 북두칠성 형들에게 길거리 공연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내 길거리 공연이 그리도 충격이었을까? 북두칠성 형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지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길거리 공연이라고?”
“네.”
“그러니까, 그냥 길거리 공연을 했다고?”
“네. 뭘 새삼스레 다시 묻고 그래요?”
큰일을 벌인 것도 아니건만 왜 다시 묻고 그런담?
하지만 그건 나만의 생각인가보다. 형들은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면서 무엇이 그리도 억울한지 울상을 지어 보인다.
“그런데 넌 여기까지 와서 그러고 싶어?”
“뭐가요?”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냐는 말이지.”
“제가 이상한가요?”
“어, 너 이상해.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면 노래방을 가면 되는 거 아냐?”
“그런가요? 노래방이나 연습실이나 차이가 있나요? 그냥 모니터에 가사가 나오는 것뿐이잖아요. 그것도 심지어 연습실에서 할 수 있죠. MR이야 연습실에 널리고 널렸는데. 거기다 음질은 두말할 것도 없죠.“
기수형은 나에게 오히려 설득당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우리도 같이해줄까?”
태수 형의 말에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혼자 해도 시선을 끌까 걱정인데, 이 형들마저 끼어들면 ‘어! 신예성이다. 저기서 뭐 하는 거야?’ 이런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나의 과대망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다는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내 행동에 태수 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알았다. 도와줄 일 있으면 이야기해.”
“네. 형”
그 날 이후 며칠간 다시 길거리 공연을 다녔다.
며칠 다녀보니 나는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역시 가수라는 것을.
내가 자화자찬하는 것도 웃기지만, 실제로 나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들이는 뭔가가 있는 것이다.
낯선 곳에서 말도 통하지 않고, 무슨 내용을 노래하는지도 모르는 곡을 들려주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멈춘다. 알지 못하는 곡에 사람들은 손뼉을 치고, 환호를 보내 준다. 알지 못하는 곡을 노래하고, 환호를 받으면서 음악은 세상을 이어주는 언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바벨탑 이전의 시대에는 음악으로 대화했을지도 몰라.’
길거리 공연을 하면 할수록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두 번, 세 번 공연하면 할수록 더욱 그랬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
나는 미국에서 노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양인들을 이해하고 영어로 노래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비록 길거리 공연이지만 해보니 알겠다. 좋은 노래는 어디서든 통한다는 것을.
공연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석태 형에게 물었다.
“무슨 통화를 그렇게 자주 해요?”
석태 형은 내 질문에 입을 달싹거리다 한숨을 쉰다.
“아직 정해진 게 아니니 나중에 말해줄게.”
“알았어요. 그런데 또 스케줄 잡히는 건가요?”
“아니, 확실하진 않다.”
“그런가요? 그럼 정해지면 말해줘요.”
“그래.”
*****
이기호는 석태의 연락을 받고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했다.
“뭐? 쉬고 싶다고 해서 쉬게 해줬더니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고?”
“네. 본부장님. 그것도 완전히 신났는데요.”
“그건 나도 네가 보내 준 영상 보면 알거든.”
지금 예성의 행동이 무슨 일인지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일단 석태에게 지시했다.
“일단 카메라 하나 구해서 예성이 공연 전부 촬영해.”
“네. 본부장님”
이기호는 석태와의 통화를 마치고 일형을 찾아갔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냐?”
일형은 예성이 미국에서 하는 행동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예성만이 아니라 가수는 아주 예민한 사람이다. 가수만 그럴까? 연예인 대부분이 그렇다.
연예인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성향이 강하다. 자신의 인기가 영원할 거라는 생각도 그렇고 무엇을 하게 되면 잘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망할 거라는 생각으로 노래를 발표하는 이도 없고, 망할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그곳에 출연을 결심하는 이도 없다.
특히 예성이 같은 싱송라는 더욱 그렇다. 자신이 만든 곡을 부른다. 그것은 온전한 자신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제껏 데뷔한 후 예성은 그런 길을 걸어왔다.
“반작용 같은데?”
이기호는 일형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반작용?”
“예성은 지금까지 자기가 만든 곡을 불러왔어.”
“그런데?”
“그런데는 무슨 그런데야? 가령 너에게 하나의 책을 백번 읽는 것과 종류가 다른 백 권의 책을 읽으라고 하면 어떤 걸 선택하겠어?”
“종류가 다른 백 권을 읽겠지. 재미가 다르잖아?”
“그런 거야. 예성이는 하나의 책을 계속 읽는 거나 마찬가지야. 공연을 자신의 곡으로만 꾸미고 있으니, 물론 자신이 만든 노래가 인정을 받고 인기를 얻는 것은 기쁜 일이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거지.”
“그게 지금 미국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는 이유야?”
“나도 확실히는 몰라. 하지만 그렇지 않을까 짐작해 보는 거지. 너도 일하면서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어?”
“당연히 있지. 생각이야 언제나 굴뚝이지. 하지만 아! 그런 거야? 마치 사춘기 학생이 학교를 갑갑하게 느끼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인가?”
“그런 느낌이지. 예성이는 지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어. 그 인기가 지금 예성을 옭아매고 있다고 생각해. 이것저것 해보고 싶지만, 그 인기가 발목을 잡는 거지.”
“내가 그렇게 만든 건가?”
“아니, 스스로 그렇게 되는 거지. 예성이도 바보가 아니니, 자기가 해야 하고 보여줘야 하는 것이 뭔지는 알지. 하지만 어린 예성에게는 하고 싶은 게 많을 때잖아. 안 그래?”
이 세상에 노래는 많다. 명곡도 많다. 그런 노래를 마음껏 부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습실에서 홀로 부르는 것에는 재미가 없었겠지. 예성이는 가수. 남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직업이야. 그런 예성이 홀로 연습실에서 부르고 남들에게 들려주지 못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행동이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를 받았을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지금 미국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는 건가? 네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예성이는 해방감을 맛보고 있겠네?”
“그렇겠지. 어쩌면 또 한 걸음 더 내딛게 될지도 몰라.”
이기호는 일형의 말에 또다시 자신이 예성의 등을 떠밀어 줘야하는 시기가 왔음을 느꼈다.
‘그래. 예성 학생 나만 믿어.’
이기호는 일형과 이야기를 나누고 호준에게 연락했다.
“호준아, 너 뉴욕으로 좀 가라.”
“뉴욕이요? 본부장님, 갑자기 뉴욕은 왜?”
“가서 한인회랑 접촉해서 공연할 수 있게 일정을 잡아줄 수 있는지 알아봐라.”
“공연이요? 뉴욕에서요?”
“그래. 장소는 음······. 야외가 좋겠다. 무대에 대한 경비는 우리 쪽에서 처리한다고 해.”
“전부요? 아니 왜요?”
“그냥 그렇게 해.”
“네. 알겠습니다.”
이기호는 전화를 끊고, 대표실로 올라갔다.
형식은 이기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진짜 그놈 때문에 별 이야기를 다 들어보는구나. 그래서 그놈 스트레스 풀게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다?”
“네. 형님,”
“아쉬울 때만 형님이냐? 흠,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할 것 같은데.”
기호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긴 했다. 예성은 형식이 경험하지 못한 아티스트다. 그렇기에 자기 생각과는 다른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기호는 언제나 해결책을 제시했고, 해결해 왔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기호가 필요하다니. 손을 들어줄 생각이다.
“분명 그럴 겁니다. 형님도 알다시피 예성이가 무대 욕심이 많지 않습니까? 길거리 공연으로 해방감을 맛보고 있겠지만, 당연히 큰 무대도 해보고 싶을 겁니다.”
“그래서 뉴욕에서 예성의 공연 무대를 만들자 이건가?”
“네.”
“수익은?”
“글쎄요. 미지수긴 합니다만, 손해야 보겠습니까?”
기호의 말에 형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해봐.”
“후회 안 할 겁니다. 형님”
*****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던가? 역시 나를 알아보는 이가 나왔다.
그래서 그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미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에는 내 정체가 만방에 드러났다. 영상이 하나면 발견되기까지 시간이 걸렸겠지만 여러 개의 영상이 올라오니 바로 들통나 버린 것이다. 역시 네티즌 수사대의 힘은 위대했다.
“더 이상은 무리네요. 에휴”
“왜 아쉬워?”
“네. 조금 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쉬운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석태 형이 의외의 말을 했다.
“그러지 말고, 제대로 한 번 해보는 게 어때?”
“제대로요?”
“그래. 콘서트 한 번 하자는 이야기지.”
허, 이 형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여기 뉴욕에서 말인가요?”
“그래. 음, 내가 돌아다니다 보니, 유니언 스퀘어 쪽이 괜찮아 보이더라.”
석태는 호준이 들려준 장소를 말했다.
“하지만,..”
내가 말을 이으려고 하는데 석태 형이 말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물론 무료로 할 거야. 여기 뉴욕에도 한인회가 있더라. 그쪽과 연계해서 뉴욕에 사는 한국인을 위로하는 콘서트를 여는 거야.”
“흠,”
“왜? 마음에 안 들어?”
“아뇨. 왜 이야기가 갑자기 그쪽으로 흐를까 해서요? 길거리 공연에서 콘서트라 너무 급이 다른 이야기잖아요? 본부장님이 하자고 해요?”
이런 식으로 스케일이 커지는 경우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바로 침소봉대의 그분이 나서는 것이다.
“왜 싫어?”
“아뇨. 해보고 싶긴 해요. 이제 슬슬 본업으로 돌아가야죠. 그런데 사람들이 올까요?”
“무료니까 많이 모이겠지. 더구나 이미 홍보에 들어갔다.”
석태 형의 말에 한숨이 나왔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인가? 이미 물밑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이야기가 다 된 상태에서 준비가 시작된 모양이네요.”
“그래.”
“제가 안 한다고 하면 어쩌려고요?”
내 말에 석태 형이 피식 웃으며 말한다.
“안 할 거야?”
“해야죠. 하아, 저를 너무 잘 아는 사람들과 일하니 불편하네요.”
“그러냐?”
****
팬카페에 공지가 올라왔다.
“어머, 신예성이 뉴욕에서 콘서트를. 갑자기 왜 이런 거지. 연간 콘서트 스케줄에는 없던 이야긴데.”
바로 뉴욕에서 ‘한국인의 밤’이라는 구호로 신예성이 콘서트를 연다는 이야기였다.
“역시, 길거리 공연은 이 콘서트를 위안 예행연습이었던 걸까?”
“현지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서일지도.”
이미 유투브에 올라온 예성의 길거리 공연을 모르는 이들이 없었다. 팬 대부분은 ‘왜 신예성이 저기에서 저러고 있나?’에 대한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가 되려는 이가 길거리 공연이라니. 기획사에 아무리 문의하여도 기획사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뉴욕에서 열리는 콘서트라니······.
“이건 슈발, 설마 미국 사람들을 우대하겠다는 기획사의 의도인가? 그게 아니라면 고작 일주일도 남지 않은 기간에 이런 공지를 띄우는 거야? 한 달 전에는 알려줘야 계획을 짤 거 아니야? 더구나 무료라니. 이러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잖아. 시간이 없어.”
이런 이가 한 둘이 아니었다. 덕분에 미국행 항공권은 절찬리에 판매가 되었다.
“허, 이거 어쩌죠?”
콘서트를 준비하던 스텝이 아래를 준비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콘서트 하루 전이건만 이미 자리를 잡고 앉은 이들로 무대 아래는 북새통을 이루었다.
다른 스텝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아무리 ‘한국인의 밤’이라는 슬로건의 공연이지만 이 콘서트는 한국에 사는 사람들을 미국에 초대해서 보여주는 콘서트가 아니라고!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을 위한 콘서트지. 안 그래?”
“네. 동감입니다.”
스텝은 무대 아래로 내려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치고 싶었다. 거기다 일본인들은 또 어떻게 왔단 말인가?
스텝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이렇게 되면······.
‘현지 사람들은 어쩌라고?’
스텝들과 마찬가지로 석태와 기호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그저 콘서트에 사람이 너무 없으면 곤란하겠다 싶어서 공지를 올렸을 뿐이다. 그런데 익숙한 이들이 무대 앞에 자리를 잡고 진을 치고 있었다.
함부로 아직 공연 준비 중이니 나가라는 소리도 하기 힘들었다.
이기호보다 나이가 많았다. 거기다 직함도 팬클럽 회장인 이 여사님 되시겠다.
“이기호 본부장님, 좋은 기획을 하셨네요. 우리 예성 씨가 이제 세계로 발돋움하는 건가요?”
‘네. 그런데 그 발돋움 하는데 받침을 회장님이 빼버리시네요. 대체 사람을 얼마나 끌고 온 거야?’
이기호는 울고 싶었다. 자신이 원한 것은 절대 이런 게 아니었다. 이런 기현상에 뉴욕한인회는 물론 심지어 신문 기자들도 와서 촬영하기 이르렀다.
‘헉! 저건 CNN······. 이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이기호가 사람 수를 보니 천명은 가뿐히 넘어가는 숫자였다.
‘이 사람들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어.’
날씨가 무더운 여름, 밤이 되는 선선해졌다. 이들은 오늘 여기에서 날밤을 깔 기세였다. 마치 소풍이라도 온 듯이 손에는 가방을 하나씩 지참을 했다.
그런 이기호에게 석태의 말이 들렸다.
“예성이 왔습니다.”
*****
“본부장님, 이게 무슨 난리예요? 혹시 어디 태풍 피해라도 발생한 건가요? 그래서 피난민 수용소로 바뀌었나?”
바글바글한 사람들의 모습에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저마다 가방을 하나씩 가진 모습을 보니 더욱 그렇다.
“이래서야 리허설은…”
“물 건너갔지.”
“그런데 저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요?”
“네. 문제는 없습니다. 이미 사용허가는 받아 둬서···.”
“그런가요? 흠···.”
나는 걸음을 옮겼다.
“예성 학생, 어디가?”
“잠깐 얼굴 비치고 올게요.”
“너 나가면 난리 나는 거 몰라?”
“그래도 저 보려고 저렇게 모두 일찍 와서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나는 말을 하고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내가 무대로 모이자 사람들은 나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마이크를 쥐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신예성입니다. 내일 공연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제가 착각한 걸까요?”
“맞아요······. 자리 때문에 미리 와 있는 거예요.”
관객들의 소리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슈발, 미국에서 이 자연스러운 한국어 대화라니? 이건 분명 뭔가 잘못된 거다. 아니지. 한국인의 밤이니까 당연한 건가. 그동안 너무 외국인들 위주로 길거리 공연을 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드는건가? 거기다 이 사람들!
‘너무 일찍 자리를 잡았잖아! 아무리 ‘빨리빨리’를 자랑하는 한국이라지만 너무 빨라.’
하지만 그런 그들은 나를 위해 와준 것이기에 고마운 마음도 컸다.
“저는 잠시 내일 공연을 위해 음향 테스트를 하러 왔습니다.”
“테스트 겸 노래하나 불러 주세요.”
“맞아. 테스트하려면 노래를 해야지.”
여기저기 소리가 들려 왔다. 그런 말에 나도 동의를 했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을 보니 정말 뭔가 하기는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생겨난다.
“그럼 한 곡 할까요?”
“네~”
무대 한쪽에 있는 전자 키보드 앞에 앉았다.
“그럼 내일 엔딩에 쓰일 곡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평소 제가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낯설 수도 있기에 미리 들려 드린다는 생각으로 불러드리겠습니다.”
키보드의 부드러운 선율을 연주하면서 말을 이었다.
“여러분 중에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오페라를 전공하신 하연정 성악가분에게 노래를 배웠습니다. 그분에게 노래를 배우면서 성악에 대해서 짧게나마 배웠죠. 그중에 제가 인상 깊게 배웠던 곡이 있습니다.
물론 가곡이라 하기에는 그렇고 크로스오버쯤 될까요? 내일 테마가 ‘한국인의 밤’이라 이 노래를 엔딩으로 정했습니다. ‘아름다운 한국’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
내 말에 끝나자 사람들의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나왔다. 아마 생소한 곡이라서 그럴 것이다. 나도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모를 노래다. 더구나 이 노래는 평소의 내가 부르는 가요의 분위기보다 가곡 같은 느낌이다.
[♪저 산자락에 긴 노을 지면 걸음 걸음도 살며시 달님이 오시네밤 달빛에도 참 어여뻐라 골목 골목 선 담장은 달빛을 반기네……]
서정적인 가사와 부드럽고 흥을 돋우는 멜로디.
그게 하나가 되어 머릿속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다큐멘터리로 보듯이 떠올리게 하는 노래다.
“어, 목소리가······. 다르지만 나쁘지 않아.”
“성악가에서 배웠다고 말하더니···. 이런 발성도 나쁘지 않······. 아니 좋은데!”
늦은 밤 선선한 날씨, 부드럽고 울림 좋은 예성의 목소리에 저마다 눈을 감고 예성이 노래하는 풍경을 떠올렸다. 예성의 목소리는 감정전달력이 좋다는 것을 잘 아는 팬들은 예성의 목소리에 녹아들어 갔다.
한국에 살면서 헬조선이라 생각하지만, 그 한국의 아름다움에 관해 얼마나 자주 생각해볼까? 얼마나 자부심을 느낄까?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예성의 목소리가 그런 그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과 한국은 멋진 나라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였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처럼 헬조선이라고 한국 사람들이 욕해도 외국인들이 한국을 욕하는 것은 못 참는 게 한국인 아닌가? 더구나 미국이란 곳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니 사람들은 예성의 노래에 애국심이 솟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참 아름다운 많은 꿈이 있는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한 내가 아니냐큰 바다 있고 푸른 하늘 가진 이 땅 위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 아니냐]노래하면서도 비어있던 가슴이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선선한 여름밤 날씨, 아름다운 선율에 취해 노래하는 나.
‘아름다운 밤이에요. 여러분.’
아름다운 이 밤에 나는 내가 태어난 아름다운 나라 한국을 노래하고 있다.
“이~땅 위에 태어나서······. 행복한 내가 아니냐”
여운을 주듯이 반주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내일 뵙도록 하겠습니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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