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99
194. 새로운 나를 보여주마. >
안무 연습실에 많은 이가 모여들었다. 오늘은 내가 그동안 피땀 흘려 연습한 성과를 보이는 날이다.
이번 팬 미팅에서 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이름하여 뉴 신예성이랄까?
‘그래. 2주 동안 나는 최선을 다했어.’
식음을 전폐······. 아니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런 시간을 들여 연습한 결과물을 오늘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어때요?”
“예성아, 이건 아니야. 포기하자.”
장 프로듀서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죄송합니다. 이건 제 능력 밖의 일이었습니다.”
트레이너도 한숨을 쉬며 말한다.
“포기가 너무 빠르세요. 저 할 수 있다니까요. 저 모르세요? 이 신예성, 애초에 지금 준비 중인 바벨탑이라는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내 말에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던 본부장님이 화들짝 놀라며 끼어들었다.
“예성 학생, 그건 아니야. 그건 예전에 내가 그냥 한 말이지. 착각하지 마. 예성 학생, 아이돌 데뷔하려고 했던 적 없어. 없었던 일을 있었던 것처럼 만들어내면 곤란해.”
“그래. 그건 나도 기억이 나. 아마 슈스케 나갈 때였지.? 정말 그랬더라면 난 기호, 네 능력을 의심하고 말았을 거야. 이런 몸치를 무슨 수로 아이돌 시키려고 했었나 하고 말이야.”
“으아~ 심하다. 심해.”
한쪽에서 지켜보던 기수형도 질린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은 가만히 좀 있죠. 연습실에서 연습이나 할 것이지. 왜 여기까지 따라와서는···.”
“당연히 와야지. 우리 밥줄이 걸렸는데, 혹시나 네가 댄스 가수로 전업을 하면 우린 손가락 빨고 앉아야 하는데······. 다행이다 예성아,”
“아! 씨이, 다시 한번 음악 주세요. 혼자 연습할 때는 잘 됐는데······.”
나의 고집에 트레이너 선생님이 음악을 틀어 줬다.
[♪쿵~따~ 쿵쿵따 쿵~따 쿵쿵 따She’s So Dangerous
The Girl Is So Dangerous~]
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이미 동선은 영상을 수십 번을 봤기에 완벽하게 익히고 있었다. 거기다 그 수많은 영어 가사를 알기 위해서 또 한글로 발음을 적어 외우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가사와 동선이 아니었다.
“헐, 탈춤을 추는구나. 저 정도면 인간문화재급이야······. 누구도 따라갈 수 없어.”
[Dangerous~쾅 (Dangerous)Dangerous~ 쾅(Dangerous)]
‘여기가 하이라이트지’
내가 노래를 하면서 머리에 손을 올리고 한쪽 발을 내미는 자세로 허리를 앞뒤로 튕기자 사방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으음!”
“슈발, 이런 눈갱이~”
“미쳐버리겠다.”
“이놈은 테러리스트야. 내 안구 어쩔 거야?”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온 힘을 다해서 춤을 추었다.
‘다시 한번 여기에서······.’
“데인저 러······. 어! 왜 꺼요? 이제 필이 충만한데······.:”
“그 필 넣어 둬. 넣어 둬.”
“아니 필이 왔다······.”
내가 말을 하는 데 본부장님이 짜ㅈ,ㅇ이 나는 표정으로 말을 끊는다. 나는 그런 본부장님을 위해 다시 한번 허리를 튕겨줬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면서 외친다.
“어허, 넣어 두라니까. 그 필 아꼈다가 작곡할 때 쓰자. 예성 학생, 네 마음은 알겠다만, 너도 이제 알잖니? 세상에는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말이야.”
“아니, 본부장님도 저에게 댄스 선생님을 붙여서 스펙트럼을 넓혀 보자고 작년에 이야기하셨잖아요? 장 프로듀서님도 같이 들었잖아요?”
내 말에 본부장님도 기억이 나는지 짜증 난 표정으로 말했다.
“슈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가서 과거의 나를 죽여버리고 싶다.”
“기호야. 그 옆에서 네 계획에 감탄하던 예전의 나도 부탁한다.”
‘이 사람들이······.’
“예성아 첫 팬 미팅에서 팬카페 해산할 거 아니면 관두자.”
“그래. 이건 아니야. 한 번 보고 두 번 봐도 아니야. 애초에 처음 춤을 접하면서 마이클 잭슨의 데인저러스를 하겠다니 이게 말이 되냐?”
본부장님의 말에 나에게 댄스를 가르치던 트레이너 선생님이 말했다.
“잭슨 씨가 관뚜껑 열고 나와 이단옆차기를 날릴 일이지.”
“허, 선생님, 저보고 재능이 출중하다면서요. 마치 댄서가 되기 위해 태어난 몸 같다고 그러셨어요”
내 말에 본부장님과 장 프로듀서님이 댄스 트레이너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 트레이너 선생님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그랬었나?”
“웃을 때가 아니에요.”
“미안하다. 내 인생관이 ‘정신일도 하사 불성’이다. 그런데 오늘 내 인생관이 무너지는 날이구나. 세상에는 정신력만으로는 안 되는 게 있었어.”
“선생님!”
“예성아, 상상과 현실은 달라. 네 머릿속에서는 네가 멋진 문워크와 팝핀을 추고 있겠지만 현실은···.”
“현실은?”
“탈춤이지. 작고하신 김옥진 여사께서 보셨다면 후계자를 발견했다고 병신춤을 추셨을 거다.”
“컥! 그 정도인가요? 이상하다.”
내가 거울을 통해 봐도 이상하지 않은데, 너무 나에게 점수가 후한 걸까?
그런 나에게 트레이너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예성아, 넌 동선이나 움직임을 기억하는 능력은 나쁘지 않아. 하지만 절도와 기세가 없어. 아니 기세는 넘치는데 그 기세가 춤에 담기지 않아.”
“반대로 노래에서는 힘이 넘치지.”
“그래. 노래만 들었을 때는 세상을 씹어먹을 기세가 느껴져.”
“그냥 예성이 라이브 시키고 댄스팀으로 공연을 만들죠. 그런 팀 있잖아요?”
“있어요?”
“그래 팝핀준현과 그 부인! 부인이 노래하고 팝핀준현은 춤만 추잖아.”
“이~씨, 장난해요?”
“아니 장난은 네가 하는 거지. 그냥 잘하는 거나 하자. 예성아,”
“그래. 이번에는 포기하자.”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예라고 해야 남자지만, 이 상황에서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알았어요.”
근 2주간의 노력을 들였는데도 안 된다면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정말 재능이 있을 줄 알았다. 꿈속에서 나는 아이돌 연습생을 하고 있지 않았나? 당연히 춤도 배웠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반대인가?
현실의 나는 몸치였다. 고작 2주를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웃기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부족했다.
‘아무래도 악기와 댄스는 상관관계가 없나 봐.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어.’
처음으로 팬 미팅을 갖는 자리다. 나도 즐겁고 팬들도 재밌는 추억으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하는 수 없이 차선책을 택하는 수밖에 없어.’
******
“이야 사람들 바글바글하네.”
“내 차례까지 왔는데 당연한 거 아니겠어?”
상암월드컵경기장은 초만원을 이루었다. 방학이라 가족이 함께 온 이도 있고, 친구들끼리 함께 온 이도 있었다. 애초에 8만 명이라는 인원을 계획했을 때부터 사람들이 무리 지어 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본부장님, 모두 입장을 마쳤습니다.”
입구를 지키던 직원이 이기호에게 연락했다.
“알았다.”
이기호는 연락을 받고 말했다.
“시작하자.”
“네. 조명 커트해.”
경기장의 조명이 일시에 모두 꺼졌다.
“음악 스타트!”
감독의 말에 경기장 전체에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웨에에에엥!
갑작스러운 사이렌 소리에 팬들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뭐지? 뭔가 시작 하나 봐!”
“언제나 예측불허! 크크.”
“조명 온!”
여러 색깔의 레이저 조명 수십 줄기가 무대에서 하늘과 관객석으로 쏘아졌다.
웨에에엥.
“뭐지? 댄스팀인가? 사람이 엄청 많아”
무대에는 레이저 조명들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런 조명 사이에 사람들이 우르르 올라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리를 잡자 공연이 시작되었다.
사이렌 소리가 그치면서 무대 곳곳에 세워진 스크린에는 무대의 사람들 중앙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신예성을 비췄다.
“어! 신예성이다.”
“설마! 춤추는 건가?”
“헐, 설마!”
“예전에 아이돌로 데뷔할 뻔했다는 이야기가 있긴 했지.”
사람들은 기대에 차올랐다.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 줄 것인가?
그런 그들에게 신예성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헤이~ 요!”
그 단어와 함께 쿵 짝짝. 쿵 짝짝 발 구름과 손뼉 소리가 들려 오면서 사람들은 익숙함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말았다.
“어째 시작이 익숙한데?”
“우리 딸내미 운동회 갔을 때 스트레칭을 하자고 하면서 틀어주던 그거 아니야?”
“설마 발라드 가수인데?”
설마가 사람 잡았다.
[♪Bombastick I like your bom bom bomHey lady
Hey baby baby
Hey baby baby
montre moi ton co]
“아! 미치겠다 붐바스틱 셔플이라니….”
사람들은 오프닝으로 붐바스틱이 나오니 저마다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수십 명의 사람이 무대에서 절도 있게 맞춰 셔플을 추자 감탄을 하면서 지켜보았다. 뭔가 어설퍼 보이는 모습이 없지 않았지만. 진지한 신예성의 표정에서 얼마나 많이 연습했는지 짐작이 가는 모습이었다.
그런 붐바스틱이 끝이 나나 싶더니 쉬지 않고, 이번에도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 왔다.
“디띠, 디띠띠디띠. 디띠, 디띠디디띠 진정 여러분들이 저에게는 챔피언입니다.”
“허, 이번에는 싸이코라니…..”
“아무렴 어때 신나는데. 챔피언!”
[소리 지르는 네가]“챔피언!!”
[음악에 미치는 네가]“챔피언”
[인생을 즐기는 네가]“챔피언”
****
“정말 이걸 할 거야?”
“네.”
“이건 좀 아니지 않아?”
“그런가요? 전 오히려 그래서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다고?”
석태 형이 반문한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팬 미팅이라는 것은 팬들과의 사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콘서트가 공적인 만남인 거냐?”
“네.”
“야! 팬 미팅도 공적인 일이거든.”
“그건 석태 형의 생각이죠. 저는 좀 더 편안한 자리가 되기를 바라요.”
“그래. 알았다. 네가 하고 싶다면 해야지.”
****
[챔피언~]노래를 마치고 인사를 건넸다.
“하아, 하아, 안녕하세요. 신예성입니다. 갑작스러운 댄스에 놀라셨죠? 괜찮습니다. 이제 끝났으니까요. 오늘 제가 많이 들떴습니다. 보기에도 그렇게 보이죠?”
“네에~”
내가 물음을 던지자 엄청난 대답이 들려 온다. 8만 명의 목소리는 정말 엄청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오면서 저는 어떤 마음으로 팬 미팅을 맞이해야 하나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 이건 사적인 만남이다. 사실 그렇잖아요? 콘서트라는 것은 제가 준비를 해서 여러분을 제 세상으로 초대하는 거라 말한다면 팬 미팅은 여러분들이 저를 초대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죠?”
내가 팬들에게 말하는데 기수형이 끼어든다.
“그렇게 물으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어?”
“그런가요? 아! 오늘은 제가 진행을 하지 않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저는 게스트로 초대를 받은 상황이니까요. 여기 이 형들이 여러분과 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줄 겁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북두칠성입니다. 이건 예전 이름이고, 요즘은 신예성과 아이들 중에 아이들을 맡고 있습니다. 혹자는 신예성 껌딱지들이라고도 합니다.
하하! 그런 우리니만큼 저희가 여러분을 대신해서 신예성 대해 낱낱이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우선 진행하기에 앞서 여러분들이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부터 증정하겠습니다.
”
“선물이요? 그런 이야기 없었잖아요?”
“그랬던가?”
“진짜 이러기에요?”
기수형은 편하게 말을 하다 팬들을 의식하는지 경어체를 썼다.
“나도 몰랐어요. 신예성 씨, 여기 보니 올해 성인이 되셨네요. 그래서 팬들이 축하선물을 준비했다고 적혀 있어요. 좋겠어요. 신예성 씨. 저는 성년 때 이놈들이랑 소주 마신 생각밖에 안 나는데.”
기수형이 말할 때 스텝들이 커다란 케弱?작은 선물상자. 장미꽃다발이 놓인 수레를 밀고 들어 왔다.
“신예성 씨, 이 선물의 의미를 아시나요?”
“네? 향수와 장미꽃다발 말씀인가요? 성인식에 주는 선물인 건 알고 있어요.”
“아니 그 의미를 아시냐고요?”
“이제 갓 성인이 된 제가 알까요?”
“잘 들으세요. 팬들이 준비해준 거니까요. 장미꽃다발의 의미는 열정과 아름다움을 간직하라는 의미에요. 늘 지금 같은 모습으로 있어 주기를 바라는 거죠.”
“그럼 향수는요?”
“향수는 ‘언제나 나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오감 중 가장 기억하기 쉬운 후각으로 특별한 추억을 오래 기억하라는 거죠.”
“기수형, 이런 유식한 이야기는 어울리지 않네요.”
“대본에 나와 있어요. 어서 불을 끄시죠.”
내가 불을 끄자 팬들이 노래를 시작했다. 시작은 몇 사람이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 한목소리를 내어 노래를 불렀다.
[처음 보았던 당신을 기억해요.당신과 나는 어쩔 줄 몰라 했죠.
……
눈에서 멀어져도 마음만은 함께하는 우~리]
내가 콘서트 현장에서 만들었던 ‘별리’.
헤어짐의 아쉬움에 대한 노래지만 이 노래는 팬들과 나에게는 특별한 노래다. 내가 그들과의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만난 날 아쉬움을 담아 만든 노래.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오늘 단단히 마음을 먹고 왔건만 쉽지가 않다.
팬들이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 스크린으로 내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건 제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버릇없고 당차게 말하면서 따귀를 얻어맞는 장면을 시작으로 내가 슈스케를 거쳐 팝송으로 행사를 뛰는 모습, 첫 콘서트를 하며 감동에 젖은 모습 등, 내 지난 시간을 추억하듯이 화면으로 나왔다. 그런 화면을 보니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나와 마찬가지로 팬 중에도 몇몇이 눈물을 보인다.
동생이 이야기했던 말이 떠오른다. 팬들은 스타와 자기를 동일시한다고 했던가?
짧으면서도 긴 시간, 내 인생의 하나의 마침표가 아마 오늘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될까?’
나에게는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
검정고시, 군대, 대학, 결혼, 돈슨
‘돈슨은 아닌가?’
이런 문제 외에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다. 여전히 나는 모르는 것이 많고, 할수 있는 것은 하나 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노래.
가수는 아무나 하냐면서 망설이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가수가 아닌 나를 상상할 수가 없다.
‘괜찮아.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집에 있는 가족, 기획사 식구들. 그리고 나를 위해 여기 모인 팬들.
그들이 있기에, 확실하지 않은 미래가 두렵지 않다.
비록 내 생일은 오늘이 아니지만, 아마 오늘이 나에게는 정말 성인이 된 날이라고 느껴졌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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