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2
1.꿈속의 나는 바보다. 정말 바보다
1.꿈속의 나는 바보다. 정말 바보다
‘지독한 꿈이다. 진짜. 그지? 예성아’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꿈이 그러냐? 그런데 틀린 것 같지 않단 말이지.’
예성은 생각을 정리하고 서둘러 씻었다. 동생이 또 난리치기 전에 나가는 게 상책이다.
“예린아! 오빠 다 씻었다.”
씻고 나가 소리치자, 뾰롱통한 표정으로 날 휙 밀치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귀엽게 놀기는······.크”
식탁에 앉으니 엄마가 엄마표 김치찌개랑 불고기를 밥상에 올려 주었다. 겨우 반나절 전에 먹었던 밥과 반찬인데 한 수 십년 만에 먹어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맛있긴 또 왜 이렇게 맛있단 말인가?
“엄마, 오늘 아침 음식 제대 론데? 정말 맛나.”
내 말에 엄마가 컵에 물을 따라 주면서 나를 게슴츠레 하게 쳐다본다.
“엄마, 왜?”
“돈 필요하냐?”
“아니.”
“근데 왜 그래? 안하던 말을 다하고,”
“아니 맛있으니까 맛있다고 하지.”
“그거 어제 저녁때 먹다 남은 건데, 어제는 아무 말이 없다가 오늘 데운 음식을 맛있다고 하는데 안 이상해?”
“어제는 내가 배가 불렀나보지. 뭐. 아무튼 맛있다. 엄마”
“많이 먹고 가. 남자가 속이 든든해야 뭐든 하지.”
“많이 먹고 가봐야 학교에서 졸기나 하지. 흥! 엄마 나도 밥 줘.”
“이건 아침부터 오빠에게 시비를 걸어. 넌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네가 퍼다 먹어.”
“씨이~,”
“오빠가 퍼다 줄까?”
내 말에 모녀가 동시에 얼어붙었다.
“엄마, 오빠가 미쳤나봐.”
“아들, 병원에 갈까?”
“아니 왜 그래? 동생 밥 한번 퍼줄 수도 있는 걸 가지고?”
“아니, 오빠 그러지마. 나 정말 무서워지려고 해. 왜이래? 아침부터?”
예린은 말을 하고는 일어나 밥을 퍼 담아 앞에 앉았다. 그러고는 묵묵히 밥을 먹다 또 소리를 빽 쳤다.
“아! 왜에?”
“뭐가?”
“왜 밥을 쳐 먹다 말고 나를 쳐다보는데?”
“그냥 참 맛있게 먹는 구나 싶어서? 역시 엄마 밥이 맛있지?”
내 말에 동생이 질색한 표정으로 엄마를 불렀다.
“엄마, 어떻게 좀 해봐. 오빠 왜이래? 우리 그런 사이 아니잖아? 야! 너! 이래야지.”
“엄마도 적응중이거든? 니일은 네가 알아서 해”
“잘 먹었습니다.”
“더 줄까?”
“아니. 배불러”
나는 식탁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
“다녀오겠습니다.”
“아들, 이거”
학교를 가려는데 엄마가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엄마, 나 돈 있거든. 정말 밥 맛있다고 할 때마다 돈 꺼내면 엄마 파산한다.”
“엄마, 오빠 필요 없다고 하니까, 그 돈 나줘.”
“어딜 오빠 것을 네가? 감히! 좋아. 기분이다. 너도 주마.”
그리고 어머니는 지갑에서 5천원을 꺼내 예린에게 주었다. 예린은 오천 원을 받아 들고는 내손에 놓인 만원과 번갈아 보면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이거 성차별이야. 신고할 거야.”
“그래. 신고해라. 하나도 겁 안 난다. 어디서 이런 게 태어나서는 떽. 떽, 떽 시끄러워 죽겠어. 그냥.”
“엄마 뱃속에서 나왔거든. 흥! 학교 다녀올게요.”
“저건 누굴 닮아 저런 건지······.쯧쯧”
“방금 예린이가 말했잖아. 엄마 배속에서 나왔다고? 하하, 저도 다녀오겠습니다.”
“차 조심해라.”
“응”
문을 나서니 에린이가 벌써 멀찍이 떨어져서 가고 있었다.
예린이는 나를 싫어한다. 아마 엄마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옛날 사람은 아닌데 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아들 선호사상을 갖고 있다.
19살에 시집와서 할머니 손에 자라다시피 며느리 생활을 해서 그렇다. 할머니는 유난히 나를 좋아하셨다.
아버지 형제들 자손 중 나만 아들이기 때문이었다.
할머니가 나를 애지중지하자 어머니도 덩달아 세뇌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우리 집은 원래 농촌이었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마저 사고로 돌아가시고 나자 어머니는 고향을 정리 하고 서울로 올라와 작은 식당을 하신다.
여자혼자 자식 둘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와 생활하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 엄마는 우리 둘을 남에게 꿀리지 않게 키워 오셨다.
그만큼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리고 그 보답을 충분히 받을만한 분이다.
그런데······.
“하아~ 정말 나는 그런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일까?”
꿈속의 나는 가수의 꿈을 키워 나갔다.
그리고 몇 번의 오디션 실패 끝에 자그마한 기획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연습생의 신분으로 가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소속사와 싸우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 확실하지 않지만 느낌상 데뷔문제였을 것이다.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르게 나이를 더 먹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계약기간이 끝났는지 방출이 되었는지 나는 소속사를 나와 홍대에 있었다.
나는 보컬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있었다. 20대 중반쯤으로 보였다.
오디션에 합격했는지 어디의 이름 없는 밴드에서 보컬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쯤 엄마를 만나 돈을 받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가수의 꿈을 놓지 못하고 엄마에게 손 벌리면서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장면은 바뀌었다.
나이가 30대쯤 된 모습인데, 어머니의 장례식 장이었다.
장례식장에 예린이와 모르는 남자가 상복을 입고 자리 잡고 있었다.
남자는 예린이의 남자친구, 아니지. 나이가 있으니 남편일 것이다.
예린이와 남편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초라하다 못해 볼품없는 모습으로 뒤늦게 장례식장에 나타난 내가 있었다.
예린이는 그런 나의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독기가 흐르는 눈빛으로 막 뭐라 뭐라 소리치고 있었다.
뭐라고 소리치는지 알 수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꿈이라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또 장면은 바뀌었다.
나는 조금 더 나이가 들어 있었고 여전히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10평 남짓한 자그마한 방에 전자 키보드를 두들기면서 컴퓨터로 작곡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작곡마저 배웠었나 보다.
아마도 내 생각에 누구도 곡을 주지 않으니 스스로 만들기로 생각한 것으로 보였다.
그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다.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어나지를 않았다. 광기에 찬 모습이었다.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는 모습이었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아마 동생과는 장례식장에서 일이 벌어진 후 완전히 연락이 끊긴 것으로 보였다.
광기에 찬 모습을 보고는 절로 욕이 나왔다. 그깟 가수가 뭐라고? 음악이 뭐라고 저리 미쳤을까 싶었다.
꿈에서 깨니 겁이 났다. 내 미래가 정말 그런 거라면? 이렇게 가수가 될 거라고 설치다가 저 모습이 된다면?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어리고, 그저 남들이 노래 잘한다고 하니까 가수 한번 해볼까 싶은 정도다.
어머니도 살아계시고 틱틱대지만 예린이와도 말은 하고 지낸다.
모르고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알고도 당한다면 그건 그냥 병신이다.
나는 병신이 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생각한 말이 흘러 나왔다.
“가수는 아무나 하나?”
꿈속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죽음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좋은 꼴로 죽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생각을 하다 보니 정류장이다.
동생은 친구를 만났는지 친구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내가 쳐다보는 것을 느꼈는지 나를 쳐다봤다 고개를 팩 돌렸다.
내 동생이지만 참 귀엽게 논다.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는 나를 아는지 고개를 꾸뻑였다.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줬다.
가까이 가서 말을 걸까 하다가 참기로 했다.
이 길거리에서 또 징징거리면 쪽팔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아니다. 내 동생이 쪽팔리는 거다.
그리고 집에 오면 또 나에게 징징거릴 거다. 아침에 왜 말걸었냐면서······.
가뜩이나 공부로 스트레스 많은 동생, 괜히 말 걸어 더 스트레스 받게 할 필요가 있겠는가?
***
“예린아, 너희 오빠 맞지?”
“어. 맞어.”
“그런데 왜 따로 있어?”
친구의 말에 예린이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넌 학교친구들 있는데 네 동생이랑 같이 서있고 싶니?”
“미쳤어? 내 동생이랑 있게?”
“너도 그러면서 나에게 왜 물어?”
“너희 오빤 잘 생겼잖아.”
말하면서 친구의 얼굴에 홍조가 졌다.
“얼씨구!”
“너희 오빠 여자 친구 없지? 나 소개시켜주면 안될까? 한 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잖아?”
“미친년, 4년이 언제부터 1년이 됐냐?”
“시대가 바뀌었잖아. 여성의 지위가 이만큼 올라왔는데 당연히 나이차이도 줄어야 되지 않겠어?”
“헛소리 그만해라.”
“가서 말 걸어볼까? 용기 있는 미녀가 미남을 얻는다잖아?”
“아침부터 제대로 미쳤구나. 여기 미녀가 어디 있니? 그리고 그것 어느 시대 말이니? 돈 많은 여자가 미남을 얻는 거지. 어디서 용기 따위가 미남을 얻게 해줘?”
“뭐야? 돈이면 되는 거야? 그 돈 내가 줄게. 얼마면 될까? 얼마면 되겠냐?”
친구가 되도 않는 성대모사를 했다.
“정숙아, 킥킥, 방금 건 정말 웃겼어.”
“그렇지? 나도 하면서 대박이라 생각했어. 그럼 너희 오빠 소개 콜?”
정숙이가 말을 하사 예린이 정색을 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어허 시누이, 너무 빡빡하셔.”
“그만 좀 해.”
“어! 버스 온다.”
***
예성은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는 사람이 미어터졌다.
왜 버스를 탔을까 절로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자전거 타고 가는 건데’
학교에 도착하기 전에 진이 다 빠질 것 같았다.
예린이를 살펴보니 친구와 같이 여자들 틈에 있었다. 다행스러운 모습이었다.
요즘에는 버스에도 치한이 많다던데 걱정 안 해도 될 모습이었다.
스스로의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언제부터 동생을 그리 챙겼다고. 매일 별 것 아닌 일로 죽니사니 하는 사이인데 이렇게 챙기려 들다니 스스로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어지간히 꿈이 충격이었던 건가?’
예성은 버스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는데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아! 소리 좀 줄이지. 누가 버스 안에서 음악을 이렇게 크게 듣는 거야? 공중도덕도 안 배웠나?’
평소라면 노래 좋은데 라며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테지만 음악이라면 학을 떼고 싶은 만큼 심각한 꿈을 꾸고 난 후라 짜증만 밀려왔다.
예성은 평범한 한국 사람이기에 일단 가만히 있는 것을 택했다. 일명 누군가 나서겠지의 군중심리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예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짜증이 커져갔다.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이걸 왜 가만히 듣고 있는 거야? 이상하지 않냐고? 또 이걸 듣고 있는 놈은 뭔데? 왜 아무도 나서지 않는 건데?’
예성은 정말 짜증이 나 눈을 떴다. 이 이상한 소리를 막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아니 누구도 소리를 듣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눈을 뜨니 그렇게 귀를 괴롭히던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환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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