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202
197. 항상 생각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
철컥.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뒤로 돌아본 수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리를 떠난 줄 알았던 사원들이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다.
“헉!”
“봐. 내 말이 맞지?”
“그러게. 세상에 믿을 년 하나도 없다더니, 설마 수연이가 이런 깜찍한 짓을 할 줄이야······. 그래. 너만 살아보겠다고?”
수연은 일생일대의 위기가 닥쳤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수연은 본부장님과 항상 붙어 있는 비서다. 그렇다 보니 보는 것은 처세술이요, 배우는 것은 침소봉대다.
‘언니, 미안 내가 크게 한턱낼게.’
“심영 언니, 심영 언니가 시키는 대로 했지만, 제 연기력으로는 무리였나 봐요.”
“컥!”
어디선가 막장의 바람이 불어와 심영의 호흡을 막았다.
‘이 년이, 내가 시킨 것은 맞지만, 너도 원한 게 있어서 따르지 않았어?’
‘미안, 언니, 나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눈짓하는 수연을 보면서 심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그래. 나 여기 있다. 어쩔래?”
심영은 자신이 강하게 나가면 여자들이 어찌할 줄 몰라 할 줄 알았지만, 그녀들은 급했다.
“언니, 나부터······.”
“아니 심영아, 나부터.”
“언니는 남편도 있으면서 왜 그래? 양보 좀 해.”
“아줌마도 여자야. 이것들아. 나보다 어린것들은 물러서!”
심영은 도떼기시장 시장판이 되어가는 분위기에 옆의 사물함을 두드려 시선을 모았다.
“하아, 닥치고 줄을 서시오! 줄을! 그리고···.”
“그리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심영은 자신을 포기하는 대신 돈을 얻기로 마음을 먹었다.
*****
이기호는 수연이 없는 본부장실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전화가 울리자 변비 걸린 수연을 욕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이형석 대표의 전화였다.
“기호야. 됐다. 됐어!”
“대표님, 앞뒤 다 잘라먹고 말하면 제가 어떻게 알아듣습니까?”
“알튼존 말이다. 알튼존······.”
기호는 이형석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말입니까? 알튼존 헌정앨범에 예성이가 포함되는 겁니까?”
“그래. 마 부장이 유니버스 코리아에서 답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지금 예성이 데리고 올라가겠습니다.”
“그래.”
이기호는 전화를 끊고 외쳤다.
“수연아! 아! 없지.”
이기호는 사무실을 나와 지나가는 직원들에게 물으면서 예성의 행적을 좇았다. 그러다 보니. 축 늘어진 어깨로 휴게실에 앉아 있는 예성을 발견했다.
“예성아,”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본부장님이 다가오고 있었다.
“본부장님!”
“왜 그렇게 축 처져 있어? 아까만 해도 신난 표정이더니?”
“없어요.”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뭐?”
“없다고요!”
내 외침에 본부장님은 인상을 찡그린다.
‘하여간에 이놈이나 저분(?)이나 왜 이렇게 앞뒤 잘라먹고 말하는 거야? 요즘은 대화를 이렇게 하는 게 정석이냐?’
“뭐가 없어?”
“여자 사원들이 없어요. 부서를 돌아 다녀봐도 익숙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직원들이 모두 증발한 듯 없어요.”
“그래? 그래서 이러고 있어?”
“네. 없으면 촬영해야 하는 의미도 없어요.”
“모르는 이가 들었으면 여자에 환장한 줄 알겠구나.”
“오늘의 저는 그런 콘셉트죠.”
“그럼 오늘은 촬영 중지냐?”
“네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네요. 여자 수면실도 가볼까 하는데 제 일로 자는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는 건 아니다 싶네요.”
“그래? 아무튼, 지금 촬영 안 한단 말이지. 그럼 나랑 대표님 보러 좀 가자.”
“대표실요? 거긴 조금······. 아무리 제가 기획사 소개 촬영을 해도 대표실까지 가기는 좀······. 본부장님도 방송에서 농담으로 말씀하신 거 아니었어요?”
“아니, 진담이었어. 거기다 그 일이 아니다. 다른 일 때문에 그래.”
“다른 일? 스케줄 들어왔어요? 아니지. 스케줄에 대표님까지 나설 일이 저에게 있나요?”
“있지. 그것도 제대로 된 스케줄이다.”
말하는 뉘앙스로 보니 물어도 대답을 해주지 않을 낌새다.
“허, 제대로 된 스케줄이라니. 제가 지금 하는 촬영도 제대로 된 일정이거든요.”
“그건 너만의 생각이지. 가자.”
“네.”
일이라고 하니 안 갈 수가 없을 듯하다.
“알았어요. 카메라 가져다 놓고 올라갈게요.”
“아니야. 지금 가자.”
본부장님은 말을 하면서 무작정 내 팔을 끌었다.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흥분을 했을까?’
“네? 알았어요. 이거 좀 놓으세요. 아프거든요.”
본부장님은 이상하게 들뜬 모습이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심상치가 않다.
‘이 사람이 들뜨면 언제나 나는 태풍에 휩쓸리는데······. 또 무슨 짓을 한 걸까?’
본부장님 손에 이끌려 대표실로 들어갔다.
“대표님 저 왔습니다. 아! 마 부장님도 계셨네요?”
본부장님이 인사를 건넬 때 나도 곁에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그래. 어서 와라.”
대표님도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받아준다. 거기다 마 부장님도 마찬가지다.
‘허, 저 사람이 나를 보고 웃을 때도 있구나.’
마 부장. 마장현 부장. 이 사람은 기획사의 숨겨진 또 하나의 실세라고 할 수 있었다.
나와 접점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한쪽의 직원들에게는 본부장님보다 어렵다는 분이다.
우리 기획사는 크게는 3강으로 나뉜다. 본부장님이 항상 GJ 삼분지계라고 하듯이 말이다.
접대의 대표, 잡무의 이기호, 음악의 장일형. 이들이 GJ엔터테인먼트의 시작이다.
대표님은 머리, 매니지먼트부와 마케팅을 총괄하는 본부장님, 그리고 연습생들과 미디어 제작부를 총괄하는 장 프로듀서님. 그리고 다른 숨겨진 실세. 경영혁신부를 총괄하고 있는 마 부장이다.
이분은 듣기로 기획사가 음악을 추구하면서도 음악 외 사업의 필요성을 느껴 창설한 경영혁신부가 만들어 지면서 회사에 들어온 분이다.
중요한 건 나와 큰 접점이 없는 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획사를 자주 헤매고 다니는 나라 이분과도 면식이 있다. 인사를 건네면 언제나 표정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시는 분이다.
‘흠, 우리 기획사에서 홀로 독야청청하시는 분이지.’
우리 기획사는 대표님이나 본부장님이나 다 현장에서 구르던 분들이라, 회사 자체도 자유로운 분위기다. 하지만 이분만은 언제나 진지한 분이다.
‘본부장님에게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분까지 있는 거로 봐서는 정말 일 이야기겠구나. 그것도 진지한 이야기······.’
“우선 앉아라.”
대표님의 말에 나는 자리에 앉았다.
“미연···. 아! 미연이 없지.”
“허, 미연이도 나갔어요? 혹시 한 시간만 나갔다 온다고 했어요?”
“기호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중요한 일이라며 나가더구나.”
“아니 형님, 그걸 그냥 보고 있어요?”
“그럼 조카가 급한 표정으로 부탁하는데 그걸 거절할까? 바쁜 일도 없는데.”
“잠깐만요. 미연 누나가 대표님 조카예요?”
내가 처음 들었다는 뉘앙스로 하는 말에 모두 나를 쳐다본다.
“몰랐어?”
“네. 말해줘야 알죠.”
“너도 대표실에서 미연이랑 대표님이랑 밥 먹거나 간식 먹는 거 봤잖아? 이상하지 않아?”
“그거야 대표님이랑 오래 일해서 그런지 알았죠.”
“헐, 어느 대표가 오래 일한 비서랑 대표실에서 앉아 밥을 같이 먹냐?”
“우리 대표님이요.”
“허허, 내가 친 사원적인 사람이지만, 그건 사원들이 불편해하지 않겠냐?”
“이게 바로 친족경영이라는 건가요?”
“비서로 데리고 있으면 그런 거냐? 감투라도 씌워줘야 친족경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거기다 미연이는 스파이야.”
“네?”
“우리 와이프가 심어놓은 스파이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는 스파이.”
“헐, 그 누나가요? 안 어울리는데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 처음 왔을 때는 ‘어디 가세요?’, ‘정말 거기 가는 거 맞으세요? 제가 따라가도 될까요?’ 이랬지.”
“허, 무섭네요. 그런 누나가 어떻게 대표님이랑 같이 밥 먹고 간식 먹고 그런 사이가 됐을까요?”
“그게 세월의 무서움이지.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이야기처럼.”
대표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데 마 부장님이 입을 연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
대표님은 마 부장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나만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인데요? 제가 왔으니 저에 관한 이야긴가요?”
내 물음에 대표님이 본부장님을 쳐다봤다.
“말 안 해줬어?”
“직접 들으면 더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야 대표님 면도 서지 않겠습니까?”
“너 임마, 이런 거 챙기지 말고 평소에나 잘하자.”
“제가 못한 건 또 뭐가 있다고.”
“흠흠!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시고 지금은 일 이야기부터 하시죠.”
“그렇지. 예성아, 알튼존 좋아하냐?”
“누구요?”
“알튼존 말이야. 네가 슈스케에서 노래 불렀던 알튼존”
“아! 그 가수요? 난 갑자기 물어서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요. 네. 좋아한다기보다는 존경스러운 가수죠. 내가 목표로 하는 꿈을 이룬 가수니까요.”
“꿈?”
“네. 그 연세까지 앨범을 내고 노래를 하고 있으니까요. 거기다 주옥같은 노래도 많고, 장르도 안 가리잖아요. 저는 그 사람이 록으로 데뷔했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놀랐다고요?”
“그 사람 록가수야?”
“모르셨어요?”
“그래. 난 팝송 안 좋아해.”
“그러실 것 같으세요.”
매번 대표실에서 러닝 바람에 물통에 발 담그고 있는 모습만 봐도 토속적으로 보이지 않는가?
“뭐 임마?”
“그런데 알튼존 이야기는 갑자기 왜 하시는 건데요?”
“이번에 말이다. 음, 마 부장”
대표님은 말을 하다 말고 마 부장을 쳐다봤다.
“이번에 유니버스에서 알튼존 헌정앨범이 만들어진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허, 그분 돌아가셨어요?”
“아니 멀쩡히 살아있다. 왜 죽었다고 생각을 하니?”
“헌정앨범이라고 하시기에 그만.”
“헌정은 존경하는 이에게 바치는 앨범이다. 네가 말한 것은 추모앨범이지 않을까?”
“아~ 맞네요. 추모. 죄송해요. 계속 말씀하세요.”
“더 할 말이 없다. 그게 다다. 네가 그 헌정앨범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으니까.”
“아! 그렇군······. 뭐라고요? 제가 거기에요?”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이 사람들이 단체로 더위라도 먹은 건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믿어주던가 하지.
“그거 한국에 발매되는 앨범인가요?”
그래. 국내용이면 내가 좀 먹어주기는 하지.
“당연히 한국에도 발매가 된다. 네가 말하는 의미가 이 뜻은 아니겠지만.”
“네. 그럼 정말 미국에서 전 세계적으로 발매되는 앨범에 제가 들어간다는 이야긴가요?”
“그래.”
내가 되묻는 모습이 이상한지 본부장님이 나를 쳐다보신다.
“안 기쁘냐?”
“아니 얼떨떨하네요. 알튼존이 저를 알 리가 없을 텐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내가 그의 노래를 부른 것은 갓 데뷔를 했을 때다. 지금도 가끔 부르기는 하지만 그 당시만큼은 아니다.
“설마, 이번 뉴욕에서 한 걸 봤을까요?”
“그렇다기보다는 여기 마 부장의 솜씨다.”
“마 부장님이요?”
대표님의 말씀에 나는 마 부장님을 바라봤다.
“경영혁신부가 뭔지는 알고 있어?”
“네. 대충은요. 기획사의 수익모델을 만들어내는 곳이라고 알고 있어요.”
“대충 그렇다. 하지만 그 수익모델이라는 것이 국내에 한정을 지으면 생각보다 할 게 없어. 좁은 땅에 가수들이 너무 많지. 네가 아이돌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이돌이 워낙 많고, 다른 가수들도 많아서 수익모델을 창출하기가 어렵다.”
“흠, 이거 기획사 이야기 아닌가요?”
“지금 현재로써는 기획사가 바로 너다. 우리 경영혁신부는 너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보기로 계획 중이다.”
“저요?”
“그래. 우리 기획사에 IT 부서가 있는 거 알고 있어?”
물론 알고 있다. 내가 이 기획사에서 모르는 곳은 여자 전용인 곳밖에 없다.
“네. 인터넷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것을 관리하는 곳 아닌가요?”
“그래. 그런데 너로 인해 애로사항이 발생하기 시작했어.”
“네? 저로 인해서요?”
“그래. 우리는 지금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통해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그런데요?”
“이제까지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리 큰 문제도 없었어. 하지만 너로 인해 해외 사용자들이 접속할 때 트래픽 폭주로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져.”
“다운된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렇지. 사실 너는 콘서트나 Y 앱을 통해 해외 팬에게 많이 알려져. 당연히 해외 팬클럽을 만들자는 이야기는 본부장님이 끊임없이 이야기하시고 있지.”
나는 그 이야기에 본부장님을 쳐다봤다.
“당연한 순서야.”
“맞아.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여력이 안 되는 거지.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나 구글, MS 등으로 이전을 해야 하는데···. 이게 잘못 하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가 있어서 말이지.”
“접속자가 적으면 그렇게 되는 건가요?”
“그렇지. 하지만 이게 성공하면 너로 인해서 우리 기획사는 많은 것이 달라져. 너로 인해 기획사가 알려지고 소속 가수들이 알려지면, 그 네트워크상에서 우리가 해볼 수 있는 것도 늘어나게 될 테니까.”
“그렇군요. 그래서 이번 알튼존 헌정앨범 이야기가 진행 된 건가 보네요.”
“그래. 그 소식을 접하고 우리가 네 콘서트장에서 불렀던 알튼존의 노래를 편집해서 보냈지. 이 헌정앨범이라는 것은 보기에는 존경을 표하는 앨범이지만 정말 상업적인 앨범이다. 너는 지금 아시아에서 떠오르는 스타지. 더구나 아시아에서 가장 음악 시장이 발달한 일본과 한국에서 인기스타야. 예전과는 다르게 서양에서도 아시아를 음악의 불모지라고 볼 수 없어.”
“설마, 인기 때문에 뽑힌 건가요?”
“아니, 인기 때문에 너를 포기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런가요?”
“그래. 그래서 말인데······.”
이제 본론인 건가?“
“네 말씀하세요.”
“네가 2집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설마 접자는 이야긴가요?”
“아니. 접는 것 보다는 미루자는 이야기다. 해외 인프라가 완전히 구축되면 지금 내는 것보다는 파괴력이 다를 테니까. 지금처럼 너를 보기 위해 Y 앱 말고는 검색을 해서 찾아봐야 하는 지금과는 다르게 접속만 하면 네가 하는 활동이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 될 테니까.”
“그럼 제가 해야 하는 일은 이 헌정앨범에 참여해서 제 이름을 만방에 알리는 건가요?”
“그래. 그리고 참여한 너에게는 이 시대의 거장에게 인정받았다는 타이틀이 붙게 되는 거지.”
“그렇군요.”
앨범을 미룬다라···.
‘내고 또 내면 안 되나?’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 앨범은 내가 만들어 놓은 곡 중 가장 좋은 곡들이 들어갈 앨범이다.
내가 거부했던 곡, 내가 좋아하는 곡 가리지 않고 핵심적인 곡들이 말이다.
그런 앨범이니 아쉽기는 하지만, 더 나은 상황에서 발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수긍이 되었다.
“그런데 마 부장님, 그게 짧은 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물론입니다.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죠. 앨범이 만들어지고 반응이 오기까지 시일이 걸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거기다 그 앨범이 발표될 때까지 저희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럼 싱글로 계획을 바꿔야겠습니다.”
“본부장님. 시기를 늦춰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예성이는 이제껏 곡을 쏟아내다시피 활동을 해온 거로 압니다.”
“그래서입니다. 신예성은 천재란 이미지입니다. 이미 곡을 써내는 모습도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팬들에게 보여서, 신예성은 어린 천재라는 것을 팬들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미지를 계속 유지해줘야 합니다. 네티즌들에게는 과정은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오직 결과만 중요하죠. 신예성이 헌정앨범으로 인한 효과를 보기 위해 기다린다는 걸 생각하기보다는 슬럼프라는 말이 먼저 나오게 될 겁니다.”
“흠, 알겠습니다. 그럼 본부장님 생각대로 하십시오.”
‘어째, 이 두 사람은 묘하네. 생각이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이야. 그건 그렇고 이렇게 되면 정말 나는 세계로 나가게 되는 건가?’
알튼존은 이 시대의 진정한 거장이다. 세계에서 앨범이 가장 많이 팔린 사람을 손으로 꼽으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거장.
그런 이에게 바치는 헌정앨범이니 화제성이 남다를 것이다.
‘아마 전 세계에 발매가 되겠지. 그리고 거기에 적힌 내 이름과 노래를 들으면서 이러면서 나의 이름은 세계만방에 퍼지고 나의 2집은 플래티넘을 기록하면······.’
한창 밝은 미래를 머리에서 그리고 있는데 누가 나를 건드린다.
“아!”
“아는 무슨. 침 닦아라. 무슨 생각을 하기에 입을 헤 벌리고 웃어?”
“참. 볼 때마다 독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자리에서 이러기 쉽지 않은데?”
“흠 예성 학생이, 좀 격의 없기는 하죠.”
똑똑.
“들어와라.”
“대표님, 커피 가지고 왔습니다.”
“허이구. 일찍도 왔······. 미연아, 너 저녁에 선보냐?”
사라졌던 미연 누나가 돌아왔다. 그런데 미연 누나는 평소의 모습이 아니라 풀 메이크업에 머리도 새로 하고, 옷도 몸매가 드러나는 타이트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전형적인 미모의 비서였다.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 대표님이 선보냐고 물어볼 만했다.
“아니요. 여름이잖아요.”
그 말에 나와 모든 남자가 생각했다.
‘여름인데 안 덥냐? 아무리 하복이라도 재킷까지 입는 것은 아니잖아?’
그런데 이상하게 미연 누나가 나를 자꾸 쳐다봤다. 왜 쳐다보는 걸까 생각하다가 동생을 떠올리다 깨달았다.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누나, 정말 예뻐요.”
그런데도 누나의 표정이 펴지지 않는다. 이게 아닌가?
그런 사이 대표님이 우리를 보며 말씀하신다.
“그럼, 마 부장과 기호가 의논해서 앞으로 진행해봐. 그리고 예성이 너는······.”
“네···. 저는 뭘 할까요?”
“그냥 지금처럼만 하자.”
“네.”
“그만 나가봐.”
대표실을 나오니 미연 누나가 물었다.
“촬영 잘했니?”
“어휴 촬영은요? 하나도 못했어요. 누나 혹시 다른 사원 누나들 못 봤어요? 한 명도 안보이더라고요.”
“그러니? 그래서 촬영은?”
“사람이 없어 접었죠. 다음에 다시 해야겠어요. 너무 엄청난 일을 겪으니 의욕이 사라지네요.”
“그······. 그러니?”
미연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 슈발탱이···. 내가 오늘 쓴 돈이 얼만데······. 이걸 죽여야 하나. 살려야 하나?’
하지만 그녀는 약과였다. 그녀는 만나기라도 했으니. 다른 이들은 심영에게 구걸하다시피 메이크업을 받고 기다렸건만 아무도 예성을 만나지 못했다.
“이······. 이 이놈의 자식. 왜 안 오는 건데?”
이미 예성은 집에 간 후였다.
끝
ⓒ 꿈속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