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210
205. 자업자득이야 >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학교도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고, 심지어 정신질환으로 군대마저 못 가게 되었습니다.
군대가 면제돼서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라는 답을 드립니다.
지금 한국에 사는 내 또래의 친구들은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젊은이들이 살기 힘들다는 이야기죠.
그런 우리를 보고 어른들은 말합니다. 앉아서 세상 탓만 하지 말고 하다못해 아르바이트라도 하라고.
우리네 투정을 배부른 투정이라는 말씀을 하죠. 자기들은 아파도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해 지금의 풍요로운 한국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앉아서 한탄만 할 게 아니라 공부하고 움직여 세상과 부딪히라고 합니다.
이러지만 다른 어른은 또 다른 이야기 합니다. 지금의 우리와 달리 자신들은 행복했다고, 일하면 그 성과를 온전히 받을 수 있는 시기에 자신들은 살았다고 이야기하죠. 매년 고도성장하는 그 시기에는 대학을 나오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 자신의 노력 그 이상을 보답 받았다고.
그렇지만 지금 시대의 젊은이들의 노력은 우리 때와 달리 보답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저 영어만 잘해도 대기업에 취직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유학을 다녀오고 여러 가지 스펙을 쌓아도 보답 받기 힘들다고 이야기합니다.
둘의 이야기 중 무엇이 맞는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가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행복하다고 말하겠습니다.
도전하는 젊음이 아름답다는 말을 아시나요? 저는 지금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스펙을 쌓고 있는 친구와 형들에 비하면 저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일까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비록 힘들고 지치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제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를 전력으로 지원하는 것이 기획사입니다.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저를 쥐어짜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살다 보면 ‘이때다!’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지금 제가 그 시기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제가 쓰러지게 된 것은 자초한 겁니다. 너무 욕심을 낸 탓이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런 생각으로······.
그러니 너무 기획사를 욕하지 마세요.
저는 지금 모험 중이니까요. 모험이라는 것이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니만큼 커다란 기대와 흥분을 가지게 하지만, 막상 떠나면 고생길이죠.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활동을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쓰러지고 말았다. 이 중요한 시기에······.
한국에서는 그 한해의 활동을 정리하고 평가해 시상하는 프로그램이 연말에 있지만, 여기 미국이나 유럽은 달랐다. 그 한해의 시상을 다음 연도에 한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했던 작년의 활동을 평가받는 것이 바로 올해다. 그리고 올해의 평가를 내년에 받고, 그런 시기니만큼 나는 여전히 바쁘게 보내게 되었다.
바쁘게 움직이게 되면 휴식이 부족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히 몸에 무리가 오게 되었다.
이 기사가 나가자 팬들은 기획사를 싸잡아 욕을 하기 바빴다. 마치 올 게 왔다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심지어 기획사 앞에서 대표를 욕하는 시위마저 일어났다.
“피로가 누적되어 그렇습니다. 충분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의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잠자리가 바뀌다시피 하니 깊은 잠을 자지 못했던 것이 이유다.
“형, 집에다 연락했어요?”
쓰러졌다 일어나고 나니 집이 떠올랐다. 엄마가 걱정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 바로 연락을 드렸다. 네가 다시 전화 한번 드려라.”
“네.”
하루가 지나자 석태 형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큰일 났다. 예성아, 이것 좀 봐라.”
석태 형이 나에게 기사를 보여줬다. 한국에서 난리가 났다. 기획사의 착취, 드디어 올 게 왔다. 환자를 그리 험하게 굴려서 어쩌냐? 이런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사를 보며 왠 환자? 이런 생각이 떠오르다. 아! 나 정신병자지. 라고 깨닫는다.
“허, 제가 중태인가요?”
“글쎄다.”
기사 중에는 내가 아직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그럼 지금 나는 뭔가?
띠리 리 리.
“네. 본부장님 네? 뭐라고요? 알겠습니다.”
“예성아, 기획사 앞에서 시위가 일어났단다. 너를 우리가 망가뜨리려고 작정했다고······.”
“네?”
이 중태에 빠졌다는 기사 때문일까?
하긴 내가 열심히 구르긴 굴렀다. 하지만 이건 나와 기획사가 함께 결정한 것이지, 기획사의 독단이 아니었다.
이런 생각에 위와 같은 편지를 써 생방송으로 Y앱에서 말하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아주 사소한 것도 큰 이슈가 되기에 와이버에서도 메인 화면에 내 영상을 띄웠다.
당연히 많은 이들이 접속을 해왔다. 내가 글을 읽으니 아프지 말고 힘내라는 채팅이 수도 없이 올라왔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적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약해진 나에게는 크게 힘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글을 읽다 보니, 스스로 마음이 동화되어 내가 지금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슈발, 왔구나! 이럇샤이마세!’
언제나 내가 있는 곳은 악기가 있다. 충동조절 장애. 언제 나의 머릿속에서 곡이 떠오를지 모르기에 주위에 악기를 두게 된다.
악기가 있으면 악기를, 노트가 있으면 노트를.
무엇이 더 낫냐고 묻는다면······.
일단 손에 빨리 잡히는 게 좋다.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서 이러고 있나? 팬들은 왜 저렇게 흥분을 하는 건가? 내가 기를 쓰고 인기를 얻으려는 이유는 뭔가?’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언제나 생각이 복잡해지면 내 머릿속에서는 그 생각을 가로지르듯이 멜로디가 떠오른다. 마치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차근차근 정리를 해주듯이.
그런 멜로디 속에 필요한 단어가 걸러지고 그것이 멜로디에 필요한 노래의 가사가 되는 것이다. 이건 하나의 퍼즐이었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음표와 가사를 하나하나 생각해서 맞춰 나가는 퍼즐.
석태는 예성을 지켜보다가 낯설면서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이놈, 또 정신 놨구나. 확실히 이놈은 타고난 관심종자야.’
그게 아니라면 이럴 수는 없다. 항상 사람이 몰려 있는 곳에서 이놈은 자기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서 뚱땅거린다.
물론 항상 이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다. 그런 게 아니면 스스로 감동에 파묻힐 때거나, 둘 중 하나다.
그래도 오늘은 다행이다. 주위에 사람이 없으니.
VIP 병실은 이래서 좋았다. 신예성은 지금 철통같이 보호받고 있었다. 문 앞에는 경호원마저 있었다.
평소 신예성에게는 파파라치가 전혀 붙지 않았다. 사생활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의 사고가 터지자 옳다구나 하고 병원에 침투해 신예성의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많았다.
‘음, 본부장님에게 음원 낼 준비를 하시라고 해야겠구나.’
석태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문자를 보내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다.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도 익숙한 모습에 안타까움의 채팅글을 올렸다.
[허, 그분이 오셨네. 오면 안 되는데. 예성님, 힘든데······.] [나 처음 봄, 저런 모습이구나.] [정말 피곤하겠다.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아직 편지를 다 읽은 것 같지도 않은데······.] [이 정도면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르겠네요. 듣는 우리로서는 축복이지만.] [세상에 거저 얻는 건 없다는 걸 보여준다는······.] [오빠, 얼른 건강 해지세요!] [쉬엄쉬엄 해욤, 너무 열심히 해서 팬들이 오히려 지쳐욤.] [이럴때 정말 웃프다고 해야겠지. 신곡을 들을 수 있어 행복한 웃음이 나오는데 아픈 와중에 저러는 모습을 보니 슬픈 기분. 아! 멜랑꼴리한 나의 마음이여.]석태는 예성의 만드는 곡의 완성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였다.
자신의 전화기가 부르르 떨린 것은.
핸드폰을 열어 확인하니 본부장님이었다. 문자에는 단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석태는 그 문자를 보고 한숨을 쉬며 예성을 바라봤다.
‘하여간에 이놈이나, 이분(?)이나 앞뒤 잘라먹고 말하는 거 하고는’
석태는 조심스레 채팅을 남기고 방송을 종료하려고 했지만, 그전에 방송이 먹통이 되었다.
‘이거 왜 이래?’
돌아보니 영훈이 캠 스위치를 끄고는 곤란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밀고 있었다.
[석태는 못 미덥네. 네가 꺼!]석태는 한숨이 나왔다.
‘이 사람이 못 미덥기는······. 그럴 거면 처음부터 영훈이에게 시키던가?’
갑작스러운 방송 종료로 인해 접속해 있던 팬들은 어이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렸다. 이제 곧 곡이 완성되어 그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끊어 버리다니.
[이런 미친. 여기서 절단 신공이라니······. 미친놈들. 팬들의 분노가 무섭지도 않냐?] [아무래도 의도적인 것 같지? 이 시불탱의 기획사, 그만큼 욕먹고도 아직도 부족하냐?] [그런데 짜증 나긴 하지만, 욕할 일은 아닌데. 만일 끝까지 갔으면 곡이 나왔을 때 문제가 되지. 한두 명이 보는 방송도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면 또 그렇네. 생각해보면 기획사도 신경 예민하겠다. 언제 곡이 튀어나올지 모르니 항상 사람을 붙여 놓아야 하잖아.] [그건 그렇지. 하지만 이건 용서가 안 돼. 이건 마치 추리영화를 보다가 탐정이 ‘범인은 바로~~~!’ 이렇게 말하고는 다음 이 시간에라는 자막 뜨는 거랑 뭐가 달라?] [추억 돋네. 신예성이 슈스케 나갔을 때 김송주가 그 지랄 한 두 번 한 게 아니잖아?] [그런데 말이야. 추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단서는 이미 다 나오지 않았어?] [무슨 소리야?] [신예성이 항상 곡을 만들 때는 부분별로 멜로디를 만들지. 그리고 그 멜로디를 합치면서 이어붙이는 형식이잖아. 이음새를 가다듬어서 하나의 곡으로 만들잖아. 여러 번 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정해서 하나의 곡이 되는거지. ] [그러고 보니······. 헉···. 그럼 네 말은?] [그래. 단서는 다 주어졌어. 나머지는 단서를 배열해서 범인을 잡기만 하면 되는 거지.] [누가 안 하려나?] [하면 곤란하지 이건 엄연히 표절하는 거라고. 지금 신예성의 곡을 표절하겠다는 거야? 아서라. 아서. 뮤직캐슬이랑 현피 뜨고 싶지 않으면. 거기 팬클럽에 별의별 사람들 다 들어있어서 위험해. 너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갈걸?] [아! 어떻게 기다리지?]*****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방송은 종료가 되어 있었다.
“어! 이거 왜 이래요?”
내 말에 석태 형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몰라서 물어? 당연히 너 때문이지. 예성아, 이제는 예전과 달라. 네 노래 한 곡의 가치는 한국에서 발매할 때보다 몇십 배의 가치가 있어. 그런데 그런 노래를 인터넷방송으로 생중계를 해버리면 어떡해?”
“에이, 형.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 그래요?”
“그래. 안다. 그러니 너도 내가 이러는 이유를 알아줬으면 한다.”
“네.”
“그럼 몸조리해라. 필요한 건 영훈이에게 말하고.”
“네. 형.”
나는 기타를 품에 안으며 방금 만든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런 내가 기가 차다는 듯이 영훈 형이 말한다.
“노래 부르다 쓰러지고서 또 그러고 싶어?”
“형, 밥 먹다가 체했다고 다음날 밥을 굶어요?”
“너에게는 밥이랑 같은 거냐?”
“가수에게 노래 빼면 뭐가 남아요? 노래는 나의 인생이라는 말 몰라요?”
“몰라. 누가 말했는데?”
“이미재 선생님요. 말이 아니라 노래에요.”
내 말에 형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넌 나이에 안 맞게 그런 노래도 아냐?”
“형, 한국 가수라면 당연히 알아야죠. 거기다 그 나이까지 정정하게 노래를 하고 계시는 분인데······. 그분은 레전드 중의 레전드에요.”
내가 쓰러지는 이런 상황이 되자 노래가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아득히 머나먼 길을 따라뒤돌아보면은 외로운 길
비를 맞으며 험한 길 헤쳐서
지금 나 여기 있네
끝없이 기나긴 길을 따라
꿈 찾아 걸어온 지난 세월
괴로운 일도
슬픔의 눈물도
가슴에 묻어놓고
나와 함께 걸어가는
노래만이 나의 생명
언제까지나 나의 노래
사랑하는 당신 있음에 ]
가수라는 직업은 분명 외로운 직업이다. 특히 싱송라는 더욱 그렇다. 나는 분명 잘된 케이스다. 그렇다고 아쉬운 게 없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었다. 내가 만든 노래는 모두 자식과도 같다. 거기에다 내가 만들고 내가 부른 노래를 말해서 무엇할까?
하지만 모든 노래가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내 앨범에 삽입된 노래 중에도 차등은 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분명 더 아픈 손가락은 있어.’
*****
[신예성, 퇴원 ‘그동안 걱정 끼쳐서 죄송합니다.’] [신예성의 퇴원을 보기 위해 병원에 운집한 사람들. 다양한 피부색, 다양한 언어를 쓰는 이들이 모였지만 마음만은 하나.]‘우와 뭐가 이렇게 많아?’
뭔가 마음이 묘했다. 그동안 내가 돌아다닌 것이 헛것이 아니었다고 하는 성취감과 많은 이들에게 걱정을 끼쳤다는 죄책감.
그저 나 혼자의 아픔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이 되니 미안한 마음이 안 들 수가 없었다. 미안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뭔가를 할 수는 없다.
팬들은 나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오기 위해 몸을 들이밀었지만, 경호원들은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다.
퇴원 축하한다는 의미로 꽃다발을 가지고 찾아온 이들이 많았지만, 그것은 영훈 형이 대신 받았다.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미 병원에서 나서기 전에 이런 상황을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내가 팬서비스를 한답시고 설치다가는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팬들을 피해서 차에 오르니 예전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살 만하냐? 왜 웃어?”
“그냥 예전 생각이 나서요. 제가 처음에 기획사에 왔을 때 남들이 제발 나를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은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무섭네요.”
“너를 걱정해서 온 사람들인데 무서워?”
“고마우면서도 무섭다고 해야겠죠? 역시 외국인은 남자나 여자나 박력이 어휴~”
“크큭, 그렇지?”
석태 형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웃는 모양새가 이상했다. 꼭 비웃는 모양새다.
“또 그 생각 하죠?”
“내가 뭘?”
“맞잖아요? 형이 나에게 이건 남자라면 분명 무조건 해야 한다고 했던 스케줄이요.”
“크큭. 그때 대박이었지.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정말 그때는 자신 없었어요.”
“지금은 자신 있고?”
“아니요. 남자라면 맨정신에 거기서 노래할 수 없어요.”
“갓 성인이 된 너에게나 그렇지. 다른 가수들은 잘만 불러. 오히려 더 열창을 하겠지.”
“그거야······. 어휴, 말을 말죠.”
“그래도 아깝다. 그런 좋은 구경거리를 놓치다니.”
“흥, 영상을 침 흘리며 본 사람이 그런 말을 해요?”
“야, 네말대로 박력이 다른 거야. 박력이. 너만 오케이 했으면 실제로 봤을 것 아니야? 어휴 순진한 놈, 거기까지 가서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니······.”
“형은 괜찮았을 것 같아요?”
“나야 무대 아래에 있을 텐데 무슨 상관이야?”
“석태 형, 빅토리아 시크릿 이야기? 나도 그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요. 이놈만 잘했으면 우리 눈 호강 제대로 했을 텐데.”
“쳇. 영훈 형, 형이라면 달랐을 거 같아요?”
‘헤이! 유’가 히트 치고, 나에게 2019년 12월의 최고(?)의 스케줄이 들어왔다.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라 바로 이 나잇값 못하는 형들이 나에게 한 말이다. 그 스케줄은 바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의 초대가수.
해마다 화제가 되는 스케줄이라 흔쾌히 참석하려고 했다. 하지만 가보니 나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바로 여자에 대한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 패션쇼장에 가기 전만 하더라도 그런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 했다. 이미 기획사에 있는 연습생과 여자 아이돌, 이들과 생활하면서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돌의 짧은 옷차림이나 속옷이나 거기서 거기지 이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날 수영복과 란제리가 왜 다른지 깨달았다. 그걸 깨달으니 그 무대에서 ‘헤이! 유’를 부를 자신이 없었다.
‘갈 때까지만 해도 나는 전생에 우주를 구한 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가서 보니 나는 아마 남이 우주 구하는 것을 옆에서 본 놈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분명 내 능력 밖의 일이다.
‘난 주지육림과는 인연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날이었지. 그래도 볼(?) 건 다 보고 왔으니 아쉽지는 않아.’
내가 거기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는 비밀이다.
석태 형이 문자를 확인한다. 그런 후 나에게 말했다.
“예성아,”
“네.”
“그래미 안됐다.”
“그런가요?”
그래미 어워드. 아마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시상식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서 가장 외국인에게 배타적이기도 하다.
“별로 기대는 안 했어요.”
“하지만, 활동한 게 있는데”
석태 형도 말은 이렇게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아니다 싶을 것이다. 거기다 2020년에 열리는 시상식의 결과가 재작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의 성적으로 후보자를 선정하기에 내가 뽑히기에는 시기도 모호했다. 외국에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은 시기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괜찮아요. 형, 아직 나에게는 3개의 시상식이 남아 있으니까요. 하나만 얻어걸리면 대만족이지요.”
“그러냐? 나도 하나만 되길 빌면 되는 거냐?”
“어허 형은 다 되길 빌어야죠. 어디 하나만을 바래요?”
내가 말하는 3가지는 브릿 어워드, 빌보드, M넷이다.
‘그래. 이 중에 하나만 얻어걸리면 되는 거야. 전부 아니면? 그냥 돈 벌었다 치는 거지 뭐.’
상을 받든 아니든 내가 얻은 것이 많은 한 해였다는 것은 누가 봐도 확실했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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