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24
18.천재란
18.천재란
예성은 점심시간이 되자 음악실로 향했다. 교무실로 만나러 갈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아까 홍수에게 희한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뭐? 음악선생님에게 음악을 배우겠다고? 관두는 게 좋을걸.”
“왜?”
“너 소문 못 들었어? 음악선생님 뇌물 쓰고 들어온 거야. 학교 선풍기 전부 음악선생님이 부임하실 때 싹 갈은 거래. 뇌물을 왜 썼겠냐? 실력이 없어서 아니겠냐?”
그런 사실을 아는 놈이 음악선생님이 열린 음악회에 나갔던 실력자라는 걸 왜 모르는 건데?
“난 처음 듣는데? 근데 선풍기가 비싸봐야 얼마나 한다고?”
“야, 우리교실만 해도 6개다. 각 학년 , 각반 마다 6개고 교무실, 과학실 등등······. 다 바꿨다고 생각해봐. 이해되지? 다른 선생 찾아. 음악선생님은 아니야.”
홍수의 말에도 나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궁금할 따름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왜 그랬을까 물어보고 싶다.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음악실에 들어오니 아무도 없다. 조용한 실내,열린 창문에서 불어오는 시원한바람이 느껴진다.
예성은 자연스레 창가로 가서 앉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텅 빈 운동장예성은 멍하니 밖을 내다보았다. 머릿속에는 친구들이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꿈이 없어. 뭘 위해 지금 공부를 하는 걸까? 이런 의문을 가진 친구들.
자신은 어떤가? 구질구질한 삶을 연명하면서도 음악을 손에 놓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꿈을 꾸고 난 후, 늘 생각을 하다보면 꿈속의 내가 떠오른다. 푸른 하늘과 꿈이라. 너의 꿈은 마치 저 푸른 하늘을 걷는다는 희망과 같아. 절대 이룰 수 없어. 그래도 포기 할 수 없겠지. 예성은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깜깜한 어둠속에 창밖을 보니 한 점 구름도 없는 파란 하늘이
날 내려다 봐. 끝없이 달려 가
하늘에 맞닿는 길에 닿으면
그 하늘 위에 올라서 걷는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그곳에 가하늘에 닿는 다리 위를 걷고 싶어끊임없이 길을 따라 걸음을 옮겨 더 이상길을 걷는 이유가 더이상 생각이 나지 않아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다~♬♬사랑도 젊음도 잃어 버려 이제 가진 게 없어.
기댈 수 있는 건 내가 가진 꿈뿐이야 길을 떠난 처음을 기억해 나는 하늘을 걷는다 ♬♬하늘에 닿아 하늘에 닿아 하늘에 올라하늘에 밟고 하늘을 걸을 거야♬♬하늘에 닿아 하늘에 닿아 하늘에 올라하늘에 밟고 하늘을 걸을 거야♬예성은 마지막 소절을 반복해 부르며 기타를 찾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부른 노래에 맞춰 코드를 짚어 나가갔다.
“하늘에~ 아닌가? 다시 하늘에~ 16비트보다는 역시 8비트가 나아. 처음부터 코드는 G? D? Em?”
예성은 자신이 불렀던 멜로디를 기억하고 있었다. 기타를 잡으니 자연스레 계산을 역산하듯 자리를 잡아 갔다.
음악실에는 예성이 연주하는 기타소리와 예성의 목소리만 들렸다. 텅 빈 공간에 예성의 목소리만 울리니 예성은 곡에 빠져들어 갔다.. 곡을 이리저리 바꾸어 보며 계속 노래를 불렀다.
“[♬하늘에 닿아 푸른 하늘 그곳에 올라 하늘을 밟고 걸음을 걸을 거야~] 이게 났나? 아니 처음 것이 아무래도, 아니, 이것도 괜찮은······.”
노래는 신이 나는데 마음은 우울함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노래는 꿈에서 본 자신의 모습이었다. 모든 것을 다 잃고 노래만 붙잡고 있던 자신······.
“야! 신 예성! 무슨 생각을 하기에 몇 번을 불러도 몰라.”
갑작스런 고함소리에 혼자만의 세계에서 깨어난 예성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그토록 기다리던 음악선생님이 서 계셨다.
예성은 선생님을 보자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 졌다. 꿈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홀로 걷는 길이 아니다.
가족도, 선생님도, 친구도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걷는 길이 될 거라는 생각에 저로 눈물이 흘러 나왔다. 연정은 갑작스런 예성의 눈물에 당황했다. 상태가 이상해 보여 고함을 쳐 깨웠지만 울 줄이야.
“너······.너 지금 우냐?”
예성은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선생님을 보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노래가 하고 싶어요. 제대로 된 노래를 하고 싶어요.”
연정은 예성의 말에 대답은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백을 뒤적거리다 손수건을 꺼내 예성에게 건네 줬다.
“하고 싶으면 해. 누가 말려? 설마 모 고등학교 선생님처럼 노래(?)로 전국제패를 하고 싶은데 전국제패를 도와달라는 이런 말은 아니지?”
선생님의 말에 예성은 슬픈 감정이 확 날아갔다. 예성도 본 적이 있는 만화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지 않은가?
‘아! 선생님 음악하신분이 감성이 어쩜!’
“선생님! 진짜 이건 아니잖아요? 방금 전까지 분위기 좋았잖아요? 제가 눈물을 흘리고, 저의 열정에 감동한 선생님은 저의 손을 꼭 잡고 ‘그래, 예성아 우리 함께 슈스케 정상을 향해 달려보자’ 말해야 하는 분위기였잖아요. 전국제패라니, 어이가 없어서 눈물도 나지 않아요.”
연정은 예성을 한심한 표정으로 내려다 봤다.
“그걸 네 입으로 말하면 오글거리지 않냐? 너 같은 애들 때문에 만화가 유해도서가 된 거야.”
음악선생은 말을 하며 예성을 한심하게 내려다 봤다.
“선생님!!”
“그건 그렇고, 또 곡을 만든 거니?”
“아무래도 그런 것 같죠? 아직 미완성이지만 제목은······. 스카이 워커! 어때요? 멋지지 않아요?”
예성은 탁월한 자신의 작명에 감탄하며 선생님을 바라봤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예성을 짜게 식은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다.
“정말 그런 만화주제가 제목같이 지을 거야?”
“스카이 워커가 어때서요? 많이 들어본 제목 같기는 하지만 멋지잖아요?”
“히어로 이름 같이 들리지 않아? 그냥 한글로 하는 게 어떻겠어? 가령 ‘하늘을 걷다’ 어때?”
예성은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게 그거잖아요. 그리고 왠지 표절 같은 제목 아니에요?”
“노래 제목에 표절이 어디 있어? 노래방 가봐라. 같은 제목의 다른 노래가 얼마나 많은데? 일단은 하늘은 많이 쓰여 시적인 단어잖아.”
“그런가요?”
“그건 그렇고, 너 왜 자꾸 음악실에서 노래 만들어? 여기가 네 작업실이냐?”
“괜찮지 않아요? 어차피 아무도 없는데.”
예성은 말을 하면서도 신기한 느낌이었다. 저번에도 음악실이었는데 이번도 음악실이다.
“신 예성, 네 앞에 있는 선생님은 사람도 아니야? 원래 음악실은 선생님 거야. 넌 불청객이고, 어째서 내가 내 방(?)에 들어오는데 남의 눈치를 봐야하는 건데?”
“저는 눈치 봐달라고 한 적 없어요. 선생님”
“야! 네가 아니라 누구라도 뭔가 집중해서 뭔가를 하고 있으면 방해하기가 미안해지는 게 사람이다. 특히나 작곡하는데 누가 건드려봐? 악상 날라 갔다고 징징거리면 답도 없어.”
선생님의 말이 예성에게는 너무 진실처럼 들려왔다. 혹시 선생님이 작곡하는데 본부장님이 난입했을 가능성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후에 일어났을 일도 충분히 상상이 되었다.
“어째 선생님의 경험담같이 들리는 건 제 착각일까요?”
예성의 물음에 선생님의 몸이 움찔했다.
“무······.물론이지. 그런 일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리도 없는 일이다. 하여튼 음악실 출입 자제해라.”
“왜 저한테만 그러세요? 다른 애들도 많이 오는데?”
“요즘에는 너 빼고는 거의 안 온다.”
선생님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건 그렇고 선생님.”
“또 왜?”
“아직 화 안 풀리셨어요? 어제 비디오…”
예성의 말을 연정이 막았다.
“그만. 듣고 싶지 않아. 그리고 화 안 났다. 그냥 쉬러온 음악실에 네가 있어 귀찮을 뿐이다.”
“네.”
예성은 대답을 하며 연정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또 왜에~?”
“선생님, 전 왜 음악실만 오면 곡을 만드는 걸까요?
예성의 말에 연정은 기가 찼다.
“그걸 지금 나에게 묻는 거니?”
“그럼 누구에게 물어 볼까요? 상우? 홍수? 선생님밖에 없어요. 가르쳐 주세요.”
“나도 모르지. 이 음악실이 너에게 영감을 주나 보지.”
아티스트에게는 자신만의 공간이 있다.
선생님의 말에 예성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생님을 바라봤다.
“그러면 선생님은 저의 뮤즈?”
예성은 음악실에서 작곡하고 음악실에서 선생님을 봤으니 가볍게 말했지만, 선생님은 못들을 이야기를 들은 듯 질색을 했다.
“미쳤구나. 네가”
“헤헤, 역시 이건 아니죠. 그런데 이상해요. 전 이제까지 작곡을 못했는데 갑자기 이런 작곡이 가능해졌다는 게.”
“글쎄, 그건 나도 의문이네. 하지만 보편적으로 생각하면 재능이 개화했다고 할 수 있지.”
“개화요?”
“요는 이런 거야. 너는 그동안 음악에 재능이 있었지만 그걸 표현할 실력이 되지 않았던 거지. 여러 가지 감정과 사물을 보는 느낌, 이런 것은 기억에 남아만 있고 음악과 연관이 되지 못했던 거야. 그러다 네가 기타를 배우고 익숙해지자 기억 속에 있던 것들이 음악으로 표현되기 시작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어.”
선생님의 설명에 예성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선생님, 혹시 전 천재가 아닐까요? 절대음감 같은 거요.”
연정은 왜 이런 학생과 엮여 있어야 하는지 답답했다.
“하! 스스로 말하기 부끄럽지도 않냐? 어떻게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해?”
“아닌가요?”
예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재능은 뛰어나다고 할 수 있어. 이건 부정할 수 없어. 신 예성, 음악에서 천재라는 게 뭘까? 일단 네가 말한 절대음감은 천재에게 필요한 재능은 아니야. 있으면 편한 정도일까?”
“하지만 TV나 만화에서 보면 한 번에 음을 딱 맞추면 절대 음감이다. 천재다 이러잖아요?”
“하여간에 이놈의 TV가 아이들에게 헛된 망상을 심어줘서는. 예성아, 절대 음감이라는 것은 좋은 능력인 건 맞지만 천재다 추켜세울 만큼 대단한 능력이 아니야. 그냥 좋겠다. 편하겠다. 이런 능력이지.”
“하지만 한번 들으면 그대로 연주가 가능한······.”
선생님은 예성의 이어지는 말을 막았다.
“그만, 네가 말한 능력은 절대 음감이 아니야. 그냥 그 사람은 절대 음감을 가진 사람 중에 기억력과 암기력이 좋은 사람이야.”
“네? 절대 음감을 가진 사람은 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래. 절대 음감은 그냥 네가 말한 대로 소리를 듣고 그 음계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지. 이게 엄청 대단한 것처럼 들리지만 클래식 음악을 전공 한 사람이면 대부분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해. 학습된 능력으로도 비슷한 능력을 가지게 되는 거야.”
“그래도 정확한 게 좋지 않아요?”
“아니, 오히려 불편하지. 예성아, 정확하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야. 그러면 컴퓨터 음악이 제일 좋지. 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 듣는 음악은 모두 다 다르지. 즐겨 듣는 리듬도 다르고. 음 높이도 조금씩 달라. 네가 천재라 말하는 절대음감은 오히려 적응력이 떨어져서 힘든 상황에 처할 일이 많아. 자신은 분명히 똑바로 연주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니거든. 모두 각자의 감정을 가지고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변화를 연주하니까. 너도 이 정도는 알지? 지휘자에 따라 같은 곡이라도 연주가 달라진다는 것쯤은.”
“네. 그럼 절대 음감은 안 좋은 거네요.”
“그렇진 않아. 있으면 편한 능력이라고 했잖아. 소리를 정확히 기억하니까 악기 조율 할 때 편하지. 그래서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 중에는 조율사들이 많아. 음악에서는 글쎄, 압도적인 재능이라고 보기는 힘들지.”
“그럼 뭐가 뛰어난 재능일까요?”
예성의 말에 선생님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을 꺼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해 보게 되는 질문이다.
“가수로 설명하는 게 낫겠지? 일단 가수니까. 가창력이 중요하겠지. 노래를 부르니까, 그다음에 리듬감, 흔히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가수가 있어. 그리고 울고 웃기는 가수, 그들이 리듬감이 뛰어난 가수라고 할 수 있어.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지. 그리고 상대 음감도 중요해. 네가 좋아하는 애드리브는 여기에 포함되는 거야. 노래에 화음을 넣어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재능이지. 그리고 음, 머리도 좋아야 하겠지. 트랜드를 잘 읽어야 하니까. 거기에다가 악기도 연주하면 좋을 거고, 대충 이정도. 이런 능력을 다 가졌으면 천재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이야기를 듣는 예성은 기가 찼다.
“그런 사람이 있긴 해요?”
“사실 거의 없지. 한두 가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제법 있지만, 하지만 모르지. 이건 선생님이 생각하는 천재고 너도 알다시피 너처럼 절대음감을 천재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고, 선생님이 말한 것 중에 하나만 뛰어나도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도 있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할 수 있어.”
예성은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자신은 저것 중에 몇 가지를 가지고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평가하기에는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저는 재능이 있어 보이나요?”
예성이 진지한 표정으로 선생님을 바라봤다. 연정은 그 예성의 표정을 보면 곤란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는 예성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굳은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예성아, 선생님이 너에게 재능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사실 재능은 중요한 게 아니야. 그것보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끊임없는 노력, 어떠한 역경에서도 굴하지 않는 정신력이 중요해.”
예성은 선생님의 말에 짜게 식은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봤다. 그리고 연정도 말하면서 부끄러웠다. 앞 뒤의 말이 너무나도 다른건 본인도 느꼈다.
“너······.너무 속 보이지?”
“네. 선생님, 말해 무엇할까요?”
“하~아, 너에게 아까도 말했다시피 뛰어난 재능이 없다고 말할 순 없어. 이미 스스로 곡을 만들면서 가능성을 보였잖아. 하지만 선생님이 뭐라고 너의 재능을 판별할까? 너는 가수가 될 거잖아. 그럼 그 판단은 가수가 된 후에야 나오는 거야. 그냥 그때까지 꾸준히 노력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선생님이 너 대단해. 정말 훌륭한 가수가 될 거야. 그랬다가 선생님 말만 믿고 했다가 안 되면 책임은 누가 지겠니? 스스로 믿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
“그런가요?”
예성도 이해는 했다. 어차피 자기가 사는 인생이다.
“그런데 선생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예성아, 그만 하면 안 될까? 너 진짜 끈질기다, 아는지 모르겠는데 끈질긴 남자는 인기 없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긴데, 정말 뇌물 써서 이 학교에 오신건가요?”
갑자기 훅 들어오는 예성의 질문에 연정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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