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25
19.선생님의 과거
19.선생님의 과거
선생님이 놀란 표정에 나도 덩달아 놀랐다.
“선생님. 설마?”
“그런 소문이 아직도 돈 단 말이지?”
“아직도 라면 선생님도 알고 계셨어요? 그런데 왜 가만히 계시는 건데요?”
내 물음에 선생님은 한숨을 쉬었다.
“휴우, 사실은 아니지만 비슷하니까 그렇지. 선생님 여기 올 때 돈 좀 썼다. 선풍기 싹 갈고 교무실 교장실에 에어컨 하나씩 놨다.”
선생님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잘나가던 선생님이 왜 선풍기를 달고 에어컨을 놓았을까?
“정말요? 아니 선생님이 뭐가 부족해서요? TV출연도 하시고 노래도 엄청 잘하시잖아요. 그 뭐지? 제4의 콜라머시기를 꿈꾸는 소프라노라면서 기사도 나셨잖아요.”
말을 하다 보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알았는데.
예성의 말에 연정은 웃음이 터졌다.
“콜라가 아니라 콜로라투라다. 소프라노에서 가장 높은 음역을 내는 파트지. 콜라는 무슨!”
“네. 콜로라투라. 알고 있었어요. 그런 선생님이 뇌물이라니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난 예린이에게 선생님의 과거에 대해 들었다. 그리고 영상을 찾아보고 놀람을 금치 못했다. 지금의 선생님과는 다르게 짙고, 화려한 화장에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은 선생님은 정말 화려한 세상 속에 사는 사람이었다.
거기다가 소프라노라서 그런지 엄청난 고음을 쉬지 않고 뽑아내는 모습은 정말 압권이었다. 주위의 모든 소리를 제압하면서 오로지 선생님의 목소리만 들리는 그 모습은 나에게 전율을 가져다주었다. 그런 선생님이 뇌물이라니.
예성의 말에 연정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가 선생님을 높게 봐주는 건 고맙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TV출연 하신 선생님이시잖아요? 그런데 왜요?”
연정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 아이는 일단 TV에 보이기만 하면 대단한 성공을 한 거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성악의 세상은 잠깐 세상에 노출이 되는 것은 누구나 될 수 있다. 하지만 성악에서 이름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다.
자신을 위대(?)하게 보는 이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신 정도는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 콜로라투라를 꿈꾸었지만 이루지는 못했다. 연정은 자신을 우러러보는 이 아이에게 진실을 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예성아, 일단 성악가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어. 너도 혹시 아는지 모르겠다. 성악가에도 가수와 배우로 나누어지는 거. 성악의 세계에선 오페라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 나누어져. 오페라 가수를 오페라 배우라 하지 않고, 뮤지컬 배우도 뮤지컬 가수라고 하지 않지. 즉 성악의 세계에선 오페라가수를 진정한 성악가로 인정 하는 거야.”
나는 선생님의 말에 의문이 생겼다. 자신이 보기에는 명칭만 다르지 비슷하다고 알고 있었다. 그저 고급이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는 거 아닌가? 오페라는 돈 좀 있는 사람들이 보는 거고 뮤지컬은 일반인 들이 보는 것 아닌가?
“오페라와 뮤지컬은 비슷한 거 아닌가요?”
예성의 질문에 연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슷하다면 비슷하고 다르다면 엄청 다르지. 하지만 확실한 차이가 몇 가지 있다.”
“확실한 차이요?”
“그래. 일단 오페라 가수는 마이크를 안 쓴다. 그냥 자신의 목소리로만 노래하지. 온몸으로 노래하기에 오페라 가수는 춤을 추지 않아. 오직 드넓은 오페라 극장을 오직 자신의 목소리로 마이크 없이 가득 채우는 일에 전념을 해. 하지만 뮤지컬 배우는 이와 정 반대야. 마이크를 쓰고 춤도 추지. 오페라가 보이스를 중시한다면 뮤지컬은 탤런트를 중시해. 그리고 그 중에 선생님은 오페라 가수를 꿈꾸며 공부했지. 그리고 실패하고 돌아온 케이스야.”
“선생님처럼 대단한 사람이요?”
예성의 말에 연정은 짜증이 났다. 계속 실패한 성악가라고 말하는데도 말을 듣지 않는다.
“아! 이놈 참, 끈질기네. 선생님 대단하지 않다니까. 왜 자꾸 그래. 약 올려? 정말 대단하면 여기 있겠어?”
“그럼 어디 계신데요?”
“어느 유서 깊은 오페라단에서 프리마돈나를 하고 있겠지. 오페라 가수는 대부분 전속이야. 한 오페라단에 소속되어서 그 단에서만 오페라를 하지. 선생님 노력했지만 재능과 참을성이 부족했어. 말했다시피 오페라는 마이크를 쓰지 않아. 그래서 목소리와 울림통이 좋아야해. 거기다 울림통과 목소리가 좋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지. 정말 피나는 노력과 눈물겨운 관리를 해야 해.”
선생님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게 심해요?”
“그래. 하루에 3시간을 연습하고, 맑은 성대를 유지하기 위해 말도 크게 하거나 많이 해도 안 돼. 먹는 것도 자극적인 음식을 피해야 하고, 목에 자극을 주는 탄산도 안 돼. 공해와 먼지 때문에 목소리가 상할까봐 외출도 최대한 자제해. 그래서 늘 혼자 집에서 TV를 보는 일이 많지. 선생님은 그런 생활을 견뎌내지 못했어. 보다시피 선생님이 좀 다혈질이야.”
“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무슨 재미로 오페라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생님이 버티지 못할 만하다.
“그게 사람 사는 건가요?”
나의 말에 선생님은 쓴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은 이해를 못하지. 대부분의 오페라 가수는 그렇게 살아. 그리고 수많은 이들이 그런 삶을 꿈꾸며 도전하고 있어. 오페라 가수는 구도자의 삶이야. 오로지 오페라 하나에만 목숨을 걸고 사는 거지.”
“하지만 사람들은 오페라보다는 뮤지컬을 많이 보잖아요. 오페라는 봐도 모르겠던데? 아! 오페라의 유령은 알아요. 팬텀 오브 오페라. 크으~, 남자의 심장을 저격한 제목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나의 말에 선생님이 갑자기 내 머리를 때렸다.
“아얏! 왜 때리시는 건데요?”
“오페라의 유령이 오페라냐? 뮤지컬이지.”
아, 부끄럽다. 그런데 오페라의 유령이 오페라가 아니라는 것은 충격이다.
“이건 작가가 잘못했어요. 왜 이름을 오페라라고 지어서는… 그건 그렇고 뮤지컬이 더 인기가 많은데도 그렇다고요?”
“그래. 현재는 뮤지컬이 대세지. 하지만 오페라보다 뮤지컬이 인기가 많아도 그들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야. 오페라는 그들만의 세상이야. 말했잖아. 수도승이라고, 진정 목소리의 완성을 위해 나가는 자들. 그들에게 많은 것은 필요하지 않아. 그리고 찬사도 끊이지 않지. 너도 들어 봤을걸.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라고 하지. 그리고 콜로라투라는 누구나 인정하는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악기지.”
선생님은 말을 하면서도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엄청 되고 싶었나 보다. 그러다 정신 차리고는 말했다.
“예성아, 이야기가 왜 이리 흘렀지?”
“글쎄요. 하지만 전 오페라는 죽어도 못하겠다는 건 알겠어요. 자 그럼 이제 뇌물에 대한 진실을 말해주세요.”
나는 의자를 바짝 당겨 앉으며 말했다.
“꼭 취조하는 말투다.”
“선생님은 지금 저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거예요. 존경하는 선생님의 비리를 전해들은 제 마음이 어떤지 아세요?”
“얼씨구, 존경씩이나 해서 선생님의 흑역사를 찍어 남편에게 넘겼어?”
“그······.그건 흑역사라고 보기보다는 추억이죠. 추억”
선생님은 내 말에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두자. 그리고 뇌물 이야기였지?”
“네.”
“일단 성악을 전공한 이들은 자의와 타의에 의해서 취직이 잘 안 돼. 눈이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저번에도 비슷하게 말씀하셨죠?”
“그래. 성악이라는 음악은 돈 잡아먹는 괴물이야.”
“그렇게 많이 들어요?”
“그래.”
“제대로 배우면 아파트 한 채 값은 들어가지. 모르는 이들은 악기 값이 안 들어 더 적게 들지 않나 말하는데 그건 모르고 하는 소리지.”
“선생님 말 들으니 저도 그렇게 생각 되는데요? 악기 값이 안 드니까 적게 들지 않아요?”
“보통 그렇게 생각하는데 성악은 악기를 안 쓰지만 악기 쓰는 사람을 데리고 다녀야지. 기본적으로 대학을 가기 위해 유명한 교수에게 개인레슨을 받아. 그리고 대학에 가. 보통 여기까지 되면 일반인들은 등록금만 걱정하면 돼. 하지만 성악은 지금 부터 시작이지. 학교에서 과제를 내면 반주자를 섭외해야해. 이것도 자비야. 그리고 개인 발표회, 이것도 자비, 그리고 시험도 있겠지. 이것도 자비, 그리고 유학도 필수, 거기다 대학원도 있지. 성악은 이래서 돈 없으면 꿈도 꾸지마라는 이야기가 나와.”
“헤에, 완전 다른 세상 이야기네요.”
돈, 돈, 돈의 영역이다. 신기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엄마에게 성악 한다고 하면 우리 엄마 쓰러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공부하고 나서는 극소수의 사람만 성공을 맛보게 되는 거야. 나머지는? 글쎄, 네가 선생님 열린 음악회 나온 거 보고 대단하다고 하는데, 선생님 그때 30만원을 출연료로 받았다. 그리고 그 30만원, 선생님 같이 갔던 이들과 먹었던 밥값으로 다 나갔어. 성악은 성악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애매해. 특히 오페라 전공은 더 그래. 일단 오페라 전공을 하면 뮤지컬 쪽으로 안 가. 딴따라라고 무시하지.”
“가수랑 비슷하네요.”
“그렇지. 교수들도 엄청 싫어해. 그래서 학생들이 세뇌가 되는 거지.”
“그렇군요.”
“그런 전공자들은 뭐 할까?성악교수나 학원선생을 해야하는데 티오가 안나. 그럼 어쩔까? 그냥 아무것도 안 해. 집에서 놀아. 집에서는 답답해서 죽지. 아파트 한 채를 투자해 공부시켜 놨더니 집에서 놀고 만 있으니까. 하지만 눈이 높아서 일을 못해. 그동안 살아온 환경이 있으니까. 거기다 대부분 집이 잘 살아 부담이 없어. 그러다 여자는 시집을 가는 거야. 성악가란 타이틀을 가지고서. 선생님이 별종인 거지. 예전에 공부했던 애들을 만나면 미쳤다고 할 거다.”
선생님의 말에 예성은 혀를 내둘렀다. 선생님이면 나름 유망직종인데 무시를 당한다니.
“대단한 눈높이네요.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인데 그런 취급이라니.”
“그렇지? 참 별거 아닌데 그렇게 된다. 선생님이나 다른 이들도 처음부터 그랬을까? 음악을 하면서 변하는 거야. 고집과 아집이 생기고 융통성이 없어져. 클래식이라는 게 그래. 선생님 같은 경우는 남편 때문에 바뀌었다고 할 수 있지. 결혼하기 전에 열심히 사는 남편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되겠다. 뭐라도 하자라고 생각하고는 선생이 되기로 했지. 그리고 이 학교로 오게 된 거야. 그리고 네가 알고 있는 것처럼 선풍기와 에어컨을 기부했지. 소문은 틀린 거야. 내가 임용되고 기부를 한 거지. 선생님 아버지랑 교장선생님이 친구거든. 내 딸 좀 잘 봐달라는 의미에서 말이야. 집에서는 몇 년을 놀던 백수 딸이 취직을 하니 기뻤던 거지. 그리고 아버지가 기부한 덕을 안 봤다고는 못하겠다.”
“그렇군요.”
“ 기부는 좋은거야. 왠지 그러면 사회생활이 편해질 것 같았고 실제로도 편했어. 사회생활에 적절한 기름칠은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지긋이 예성을 쳐다봤다. 참 신기한 아이다. 이 아이가 뭐라고 자신이 이렇게 변명을 하는 걸까?
“왜요?”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참 잘 지냈는데.”
“제가 또 뭘 했다고 그러세요?”
불퉁거리는 예성의 말에 연정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가슴에 손을 얹었다. 심장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리고 예성아, 선생님 말 가볍게 듣지 마라. 이건 연예계도 마찬가지야. 네가 나중에 가수로 인기를 얻었다가 그 인기가 식으면 어떻게 될까?”
“다른 거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다행이지. 하지만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포기가 안 되는 거지. 너는 그렇게 되지 마라.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대답을 하고는 물끄러미 선생님을 보았다.
“왜?”
“그런 날이 올까요?”
일단 가수가 되고 인기를 얻어야 인기를 잃어볼 것 아닌가. 나의 물음에 선생님은 애매하게 웃으며 말했다.
“글쎄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르지.”
“선생님은 다 좋은데 리액션이 부족하세요. 제자에게 꿈과 희망을 주셔야죠.”
“그럼 선생님도 한 마디 하마. 넌 너무 징징거려.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야지.”
“컥!”
연정은 징징 거리는 예성의 입을 막아 버리고 다시 물었다.
“그런데 뭘 배우고 싶기에 울면서 노래하고 싶다고 징징 거렸어?”
“징징 안 거렸다고요. 그냥 선생님의 등장 타이밍이 나빴던 거죠.”
나는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말씀드리기 전에 이것을 좀 들어 보셔야 할 것 같은데, 듣고 너무 크게 웃지 마세요. 비참하니까.”
재생을 시키자 핸드폰에서 명곡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 스으읍, 누구나 한번 쯤흐은 자기만의 세계로호 빠져들게 되는 수훈간이 있지히………나도호 세상에 나가고 시이퍼······.]
노래가 흘러나오자 얼굴이 화끈거린다. 하지만 선생님은 음악을 집중해서 들었다.
연정은 두 가지 버전의 노래를 모두 듣고는 예성을 보았다.
“그래. 잘 들었다. 좋은 곳에서 녹음했구나.”
밋밋한 선생님의 반응에 내가 어리벙벙했다. 이건 내가 예상한 반응이 아니었다.
“안 웃으세요?”
“여기에 웃을 포인트가 있어야 웃지.”
선생님의 진지했다. 물어본 내가 무안할 지경이다.
“선생님, 웃어도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글쎄, 이게 웃을 일은 아닌 것 같고, 스튜디오에 갔었나 보네.”
“네. 우연히 친해진 노래방 사장님이 계신데 그분이 스튜디오를 갖고 계시다면서 노래를 녹음하자고 해서 갔었어요.”
“이게 그 녹음한 노래고?”
“네. 엉망이죠?”
선생님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연정은 재밌는 걸 들었다고 생각했다. 예성에게는 자신이 실패한 성악가라고 했지만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녹음의 경험도 많았다. 그래서 듣고는 바로 알았다.
‘희한한 사람이네. 이건 일부러 이렇게 한 느낌이야. 이 정도의 숨소리와 잡음이 잡히려면 적어도 500만원이 넘는 콘덴서 마이크여야 가능할 텐데. 왜 이렇게 했을까? 더구나 믹싱 한 걸 들어보면 솜씨가 없는 사람은 아닌데? 일부러 데려가서 이런 녹음을 해줬다면, 흐음, 예성이에게 단점을 알려주려고 그런 건가?’
연정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일부러 엉망으로 녹음해서 들려주다니 재미있는 사람이다.
“녹음 해주면서 다른 말은 없었고?”
선생님의 말에 절로 헉 소리가 나온다.
“어떻게 아셨어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선생님을 찾아왔어요. 호흡이 엉망이라면서 복식호흡을 새로 배우라고 하는데 성악가를 찾아가는 게 좋다고 했어요. 그래서 선생님을 찾아왔어요.”
“그래?”
연정은 대답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예성의 재능을 알아본 다른 이가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이 연정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자신은 예성을 높게 평가하지만 전공이 다르다. 음악은 공평하다고 하지만 영역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다른 이가, 그것도 이런 고급 음향장비를 갖춘 대형(?) 스튜디오의 주인이 예성을 눈 여겨 보는 것이다. 사실은 머덕후와 코인노래방사장이 있는 작은 녹음실이지만, 이를 모르는 연정은 예성이 엄청난 실력자의 눈에 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딩동댕동.
점심시간이 끝나는 알림이다.
한결 기분이 편해진 연정은 예성을 보며 말했다.
“예성아, 수업 끝나고 음악실로 와라. 땀 좀 흘려보자.”
갑자기 자신감이 넘치는 선생님의 서둘러 선생님 말에 틀린 틀린 부분을 교정했다.
“땀 흘리자가 아니라 복식호흡을 배우자겠죠.”
“그래. 그거 가르쳐줄게. 그리고 올 때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와라.”
“네. 그럼 나중에 오겠습니다.”
“그래. 마음 단단히 먹고 와라.”
선생님의 마지막 말에 나는 은근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부탁할 사람을 잘못 고른 거 아닐까?’
────────────────────────────────────────────────────────────────────────20.복식호흡이라는 이름의 내공심법(?)20.복식호흡이라는 이름의 내공심법예성은 부리나케 교실로 돌아가다 교무실 앞에서 선생님과 다른 학교의 교복을 입은 여학생을 보았다. 긴 머리를 질끈 뒤로 묶은 새하얀 피부의 여학생이다.
“안녕하세요?”
“그래. 종쳤는데 어서 교실로 가라.”
“네. 선생님”
선생님께 인사를 하며 그 여학생의 앞을 지나쳤다.
‘이상하네. 낯이 익어. 누구지?’
교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 홍수가 뒤를 돌아보았다.
“설마, 지금까지 음악실에 있었던 거야?”
“어. 상담이 좀 길어졌다. 방과 후에 다시 가기로 했어.”
홍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1학년 초기부터 가수한다고 설친 이가 바로 신예성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잠잠하다가 갑자기 음악선생님에게 필이 꽂혀서 저렇게 매달리다니. 이건 뭔가가 이상한 상황이다.
홍수의 눈에 보이는 음악선생님은 꺼림칙한 인물이다. 전혀 음악선생님 답지 않은 인물이다. 언제나 말을 아끼듯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치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뒷자리에 앉는 자신에게까지 잘 들린다. 그리고 노래도 그렇다. 가르치는 열의가 보이지 않는다. 한 번 불러주고 언제나 한 학생을 지목해 대신 부르게 하는 선생님이다.
그런 음악선생에게서 무엇을 봤기에 저럴까? 홍수는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 슈스케에 나간다는 이야기에 기쁨을 느낀 건 잠시였다.
‘안되겠어. 이러다 내 연예인 친구 한명이 줄어 들지도 몰라. 예성은 슈스케에 나가면 상우보다 먼저 데뷔하게 될지 몰라. 그런데 음악선생님으로 인해 예성이가 무너지게 놔 둘 순 없어. 넌 성공적으로 데뷔해서 내가 뷰티핑크를 만나는 징검다리가 되어 줘야만 해.’
홍수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예성을 지키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휴, 이 답답아, 선생님은 안 된다니까.”
“됐거든. 상관마라. 선생님은 나의 뮤즈야.”
“미친놈!”
‘아! 이 개 또라이를 어떻게 정신 차리게 하지? 비리를 말해줬는데도 꿈쩍을 않는다니.’
홍수는 음악선생님에 대한 더 깊은 조사가 필요함을 느꼈다.
오후 수업이 시작되자 상우도 궁금했는지 종이에 글자를 적어 내밀었다.
[음악실에서 뭐했어?] [인생 상담이지. 음악에 대한 조언도 듣고. 수업 끝나면 다시 가려고.] [뭔가 배우기로 한 거야?] [응. 복식호흡] [할 줄 알잖아?] [응. 그런데 틀린 방법으로 하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들어서] [그래? 네가 틀렸으면 나도 틀렸을 텐데.] [그렇겠지. 너도 나랑 같이 했으니까. 너도 그 뒤로 계속하고 있지?] [그렇지.] [효과 있어?]예성의 말에 상우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자신은 꽤 많은 대사를 했다. 악, 윽, 억 같은 단칼에 죽는 대사, 우와 아아아~ 같은 군중대사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작인 강북 1970에서 15초 동안 화면에 나오면서 ‘형님 한잔 하시죠. 형님 감사합니다.’ 라는 대사도 했다. 하지만 복식호흡이 도움이 됐는가. 묻는다면 의문이 떠오른다.
[효과를 느낄 만큼 긴 대사를 쳐본 적이 없어서 ㅠ.ㅠ]뭐야? 이 녀석. 의외로 연습량이 적은 거 아니야. 맨날 엑스트라만 해대다 보니 대사의 중요성을 잃어버린 건가.
[그······.그러냐? 안됐다. 해줄 말이 없네.] [나도 갈까? 가면 선생님이 뭐라고 하실까?]상우는 자신을 점검할 필요성을 느꼈다. 거기다 예성이 한다고 하니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왠지 요 며칠간 예성이 멀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예성은 언제나 자신과 함께였다.
식당에서 고성방가를 할 때, 옆에서 젓가락 장단을 맞춘 것도 자신이고, 방송실에 들어가 고성방가를 할 때도 망을 보며 문을 막고 버틴 것도 자신이다.
상우의 말에 예성은 선생님을 떠올렸다.
[글쎄, 귀찮아하실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말만 그렇지. 좋은 선생님이야.]그래. 지금까진 좋은 선생님이다. 지금까지는.
상우는 이런 내가 신기한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되게 친한 것처럼 말한다.] [우리 집 식당에도 왔다갔으니 친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있으면 같이 가자.] [그래.]상우의 대답에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의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예성아 땀 좀······.체육복 챙겨와.’
그래. 나는 바보가 아니야. 이정도의 힌트면 충분해. 그냥 숨쉬기 운동을 시킬 것 같지 않은 뉘앙스가 팍팍 풍기지 않는가? 나는 옆의 상우를 힐끔 쳐다봤다. 아무것도 모르고 웃고 있다.
‘불쌍한 놈, 친구를 잘못 만나 고생문이 열렸구나. 하지만 친구여, 나를 이해해라. 나만 죽을 순 없잖아. 좋은 건 나눠가져야지. 분명 너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야. 어쩌면 긴 대사를 치고 싶어 안달날 수도 있을 거야.’
상우와 필담을 끝내고 열린 창밖을 보는데 아까 보았던 여학생이 운동장을 가로 질러 가고 있었다.
‘이상하게 눈에 익는단 말이야. 어디서 만났던 사이일까? 호, 혹시 전생의 여친?’
예성은 생각을 하고는 자신을 저주했다. 이런 안타까운 상상력이라니.
‘이런 한심한 놈을 봤나, 신 예성, 미래의 여친도 아니고 전생이냐? 생각으로도 현생의 여친은 안 생기는 거야? 이러니 코인노래방 도시전설이나 믿으며 죽치고 앉아 노래 부르고 있지. 한심한 놈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아비판을 하는데 갑자기 상우가 옆구리를 툭툭 친다.
“왜에~?”
상우가 45도 각도로 내 뒤쪽을 쳐다봤다. 예성은 설마 아니겠지 라는 마음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영어선생님께서 나를 내려다 보고 계셨다.
“What are you doing now?”
아쉽지만 나의 영어는 파인 땡큐 앤드 유? 에서 멈춰 있었다. 그래서 내가 할 말은 한 단어 밖에 없다.
“what?”
영어선생님의 인내심은 내 대답만큼 짧았다.
“신 예성, 뒤로 나가! 잠을 안자면 가만있지도 못하는 거니?”
“죄송합니다. 선생님”
긴 머리의 여학생은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갔다.
수업이 끝나고 상우와 함께 음악실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선생님이 창가에 비스듬하게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우수에 찬 표정을 지으며 한쪽다리를 창가에 올리고 한쪽다리는 바닥으로 내리고 있는 모습이 분위기 있어 보였다. 하지만 심하게 설정스러운 냄새가 난다. 자신의 망가진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내 눈에는 이미 TV에서 봤던 고상하고 우아한 선생님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가 들어가자 선생님의 인상은 살짝 굳었다 다시 펴졌다. 예상치 못한 상우가 와서일까?
“이건 또 예상 못했네. 예성아, 혼자 오는 거 아니었니? 웬 원 플러스 원이야?”
“저희가 물건도 아니고 원 플러스 원이 뭐예요?”
“그러니까 보자. 네가 그러니까 으~음! 그래. 상우. 김상우지? 넌 왜 왔어?”
선생님은 상우의 이름을 한 번에 떠올리지 못했다. 저번에는 기억했던 걸로 아는데. 도대체 얼마나 학생에게 관심이 없는 걸까? 뇌물 써서 들어왔으면 좀 열심히 하시는게 좋을 텐데.
상우는 음악선생님의 말에 바짝 군기든 표정으로 말했다.
“예성이가 복식호흡을 배운다기에 같이 배우고 싶어 왔습니다.”
상우의 행동이 이해가 간다. 음악선생님은 학생들과 친하지 않다. 수업시간도 많지 않고, 거기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콜라······. 아니 콜로라투라의 비기를 수련해서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데도 뜻이 또렷하게 전달되는 대화방식을 구사해서 학생들에게 낯설게 다가온다.
“그래?”
“아시겠지만 상우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 해요.”
예성의 말에 연정은 상우의 아래위를 훑어보며 말했다.
“하드웨어는 예성이보다 훨씬 났네.”
연정의 말에 상우는 긴장이 풀린 듯 웃고 예성은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 남자는 얼굴이 전부가 아니에요. 그리고 훨씬 이라니. 그냥 ······.그냥······.잘 생겼을 뿐이에요.”
“예성아, 연예인은 첫인상이 곧 그 사람의 이미지야. 일단 나가자.”
말하는 선생님을 보니 선생님도 추리닝 차림이다. 정말 전국제패라도 할 생각인가?
“네? 어딜 가요?”
“복식호흡 배우고 싶다며?”
“숨 쉬는데 밖에까지 가야 돼요?”
“안 가고 싶어?”
“네. 고작 호흡이잖아요. 그런데 밖에 나가야 하는 게 이해가 안 돼요.”
“고작 숨 쉬는 건데, 제대로 숨 쉬지 못하는 네가 나는 이해가 안 돼.”
선생님이 놀리듯 말하는 데도 대답할 말이 없다. 사실이니까. 예성은 벌떡 일어나 선생님을 바라봤다.
“앞장서시죠. 선생님, 뜨거운 햇살이 저희를 부르고 있습니다. 저는 원래 답답한 실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상우야, 너도 그렇지?”
“으, 응”
상우는 얼떨결에 대답을 했다. 선생님과 나 사이에 끼어 익숙하지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상우야. 네 코가 석자다. 나는야 차목남. 복식호흡을 배우고자 하는 나의 야망 앞에 우정은 한줌의 모래와 같지.
‘미안하다. 김상우. 이런 곳에 끌고 와 내버려 두는 비정한 나를 욕해라. 너에게는 거부권이 없어. 우리는 같이 살고 같이 죽는 거야. 아! 오늘 노래 하나 만들었더니 감성이 폭팔한다. 신 예성’
선생님은 운동장으로 나오자 한단어만 말했다.
“달려.”
정말 모 고등학교 선생이 빙의 했나? 이게 무슨 소리야?
“네?”
“달려!”
“밑도 끝도 없이 달리라니요? 뭔가 이유를 설명해주셔야 하잖아요.”
“알잖아?”
“설마 달려야 복식호흡을 배울 수 있는 건가요?”
“맞아.”
연정의 말에 예성은 고개를 푹 숙였다.
“선생님, 전 운동선수가 아니라 가수할 건데요?”
뛰기 싫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냥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이번 슈스케에 목숨······.아니 목숨은 걸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무턱대고 할 수는 없다. 내가 왜 달려야 하는 지 이유를 알고 싶었다.
예성의 말에 연정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김상우, 넌 어때? 이해가 안 돼?”
상우는 선생님의 말에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폐활량 때문인가요?”
“호오, 좋은 답이지만 하지만 정답은 아니야. 그래 좋아. 예성이 네가 원하는 데로 그냥 말로 해줄게. 내가 오래전 교수님에게 배운 복식호흡 하는 방법을 그대로 알려주마.”
“그런 걸 원했어요. 교수님이라니, 그렇게 좋은 방법을 알고 계시면서 무식하게 달리라고 하시면 안 되시죠.”
예성의 말에 연정은 불안하게 씨익 미소를 지었다. 뭘까? 이 불안함은?
“그럼 이 방법으로 하는 거다. 그럼 잘 들어. 교수님 가라사대 ‘먼저 공기가 인중을 통해서 들어가 숨구멍으로 들어가야 해. 그런 후 입천장을 타고 숨구멍을 통해서 밑의 횡격막 쪽으로 숨을 채운 다음에 아랫배에서 우리가 소위 말하는 support, 받쳐주고 그 다음에 다시 숨구멍을 통해서 입천장을 타서 다시 인중 쪽으로 나오게 하면 되는 거야.’ 참 쉽지?”
선생님이 말하는 걸 들으며 멍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야? 인중이 왜 나오고, 숨구멍이 어쨌다고?
“아니, 선생님 전 초절정 고수가 되는 내공심법을 원한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복식호흡을 배우고 싶다니까요. 배 복자, 법 식자를 쓰는 복식호흡이요. 내공심법도 은근 갖고 싶긴 하지만 지금은 복식호흡을 배우고 싶어요.”
그래. 저 오묘(?)한 내공구결이 탐나긴 하지만 지금은 복식호흡이다.
“무슨 헛소리를 그렇게 길게 해? 내가 말했잖아. 교수님한테 배운 그대로 말해준다고.”
아! 분위기를 보니 또 내가 선생님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다. 그런데 무슨 소림음대라도 다닌 건가? 이건 들어도 이해가 안 된다. 상우를 쳐다봤다. 역시 입을 헤 벌리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이걸 듣고 알아듣는 이가 존재할까?
“저, 저기 해석은? 너무 오묘한 말씀이라 이해가 안 돼요.”
예성의 말에 연정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음을 보였다.
“안 돼?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선생님의 웃는 얼굴에 짜증이 난다. 무식하면 몸이 고생이라고 했던가?
“하~아, 달려야죠. 네 갑니다. 가요. 상우야. 가자.”
“상우는 왜?”
“같이 해야죠. 상우도 복식호흡을 배우러 왔어요.”
나의 말에 선생님은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은 눈으로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선생님, 눈빛이 영 껄적지근한데요.”
“야! 상우는 환자잖아. 여기 아픈 거 안 보여?”
선생님은 말을 하며 상우의 깁스한 팔을 휙휙 휘둘렀다. 오히려 달리는 게 안 아플 것 같은데.
“그리고 얘는 너처럼 머리 나쁠 것 같지는 않아.”
“선생님, 그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요. 잘생겼다고 머리 좋을 거라는 것은 편견이에요. 상우 이번에 저보다 성적이 낮아요.”
나의 폭로성 발언에 상우는 얼굴을 붉혔고 선생님은 화를 냈다.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상우에게 미안했다. 이러려고 데려온 건 아니었는데.
“너 나쁜 아이구나. 친구한테 상처 될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네가 뒤에서 네 번째인 거 선생님도 아는데 그럼 상우는 뒤에서 세 번째 안이라는 소리잖아? 그게 남에게 밝혀지면 얼마나 무안할 지 생각해 봤어?”
“선생님 말이 더 상처 될 것 같은데요.”
상우는 기분이 나빠졌다. 예성과 선생님의 주고받는 대화에 묘하게 짜증이 난다고나 할까? 상우는 짜증나는 분위기를 참지 못해 나섰다.
“선생님, 저 그냥 달리겠습니다.”
상우의 말에 선생님이 펄쩍 뛰었다.
“아니야. 넌 가만히 있어. 너를 달리게 하는 것은 학대로 보일 수 있어. 내가 위험해.”
“그럼 저는요?”
상우가 학대면 난 뭔가?
예성의 말에 연정은 웃으며 오히려 되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말이 필요 없죠. 지금 부터 달릴까요?”
“그래. 배가 당겨질 때까지 뛰어.”
“그러다 안 당기면요?”
“그럼 또 뛰어. 무조건 당길 때까지 뛰어.“
“선생님, 그건 미친 짓이에요.“
예성의 말에 연정은 진지한 표정으로 예성을 쳐다봤다.
“예성아, 선생님이 너 괴롭히려고 그러는 거 같니?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
“우리 엄마도 저 때릴 때 똑같은 말을 하셨죠. 이게 다 너 잘되라고 때리는 거야. 때리는 엄마 맘도 찢어져 라고 웃으며 말하셨죠.”
“하아~ 또 징징거린다. 예성아, 나이 값 좀 하자. 얼른 뛰어.”
“네.“
예성은 스트레칭을 하며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금방 당기겠죠? 요즘 고등학생 체력이 말이 아니라는 뉴스가 자주 나오잖아요?”
“나도 그러길 빌어. 그리고 그렇게 될 거야. 아. 마. 도.”
이건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선생님의 복수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아. 아마도 라니, 이 단어가 언급된 만화와 영화에서 좋은 꼴을 본 기억이 없다.
“예성아 뭐하니? 뛰어”
“하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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