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39
34. 누가 나에게 억을 준다면…….
34. 누가 나에게 억을 준다면······.
모종의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나오니 분위기가 이상했다. 마치 눈치 보기 게임을 하듯 서로 딴 곳만 보고 말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과 자신은 자주 만났지만 예린에게는 학교 밖에서 두 번째 만나는 어려운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생아, 오빠를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동생이 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쳐 온다.
“흥, 웃겨. 학교에서도 봤거든. 학생들 앞에서 교가를 부르니 아주 신났겠어.”
교장선생님의 지명이었다. 가수의 꿈을 가진 나를 생각해주는 고마우신 분이다. 학생들 앞에서 노래 부르실 기회를 주다니 얼마나 멋진 선생님이신가? 그냥 교가지만 신나기는 했다.
“흥. 이 오빠 그렇게 작은 스케일의 남자가 아니다. 너는 오빠를 도대체 어떻게 보고 그런 말을 하냐? 적어도 올림픽 체조경기장 만석을 채워야 신이 조금 날까?”
“하여간에 그놈의 허세는. 오빠는 강물에 빠져도 절대 죽지도 않을 거야.”
“나 수영 못하는데 당연히 죽지. 이것아”
“괜찮아. 허파에 바람이 잔뜩 들어 가라앉지 않을 테니까.”
“하여간에 그놈의 주둥이는, 너도 그놈의 주둥이 때문에 가라앉지 않을 걸?”
“뭐? 이~씨 말 다했어?”
“그거 참 다행이네. 해수욕하러 가도 아들 딸 모두 물에 빠져 죽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엄마가 쟁반에 음식을 담아 내오면서 말했다. 예성은 얼른 엄마의 손에서 쟁반을 받아 들었다.
“엄마, 무겁게 우리 부르지. 뭘 내와? 그런데 띠용 씨가 안 보이네.”
“마리가 아프다고 오늘 쉬기로 했어.”
마리는 띠용 씨의 딸 이름이다. 머리라는 옛말인데 세상에 으뜸가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에서 지었다고 한다.
확실히 띠용 씨는 외국인 같지가 않다.
“흠, 믿기 어려운 말인데, 띠용 씨의 평소 행동으로 봐서는 땡땡이일 가능성이 높아.”
“이놈아! 홍 씨가 넌 줄 알아?”
“엄마가 몰라서 그래. 띠용 씨가 얼마나······.”
“됐다. 없는 사람 이야기 하는 거 엄마가 아니랬지?”
“알았어.”
음식이 놓이자 한 그릇이 비는 것이 보였다.
“엄마는 안 먹어?”
“나중에. 식당 홀에 나 밖에 없잖아.”
“알았어. 내가 얼른 먹고 교대해 줄게.”
“됐다. 네가 있어봐야 뭘 한다고?”
“엄마는, 미남인 내가 서빙을 하면 아줌마들이 얼마나 좋아하는데?”
예성의 말에 이여사가 아들을 쳐다봤다.
“아들 식당 좀 둘러볼래?”
식당을 둘러봤다. 죄다 아저씨들이다.
“엄마 미안. 하는 수 없다. 예린아, 미인은 아니지만 널 투입할 수밖에 없다.”
“아씨! 내가······.”
“이놈의 기집에 너 또······.”
“알았어.”
예린은 예성을 보며 뭐라고 하려 했지만 매서운 엄마의 표정에 말을 삼켰다.
예성은 엄마와 예린을 보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꿈속의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그리고 방금 이불 킥을 하던 자신의 모습도 그려졌다. 그제야 예성은 알 수 있었다.
‘나는 지금 행복한 게 아닐까? 엄마는 아프지 않고, 동생은 틱틱 거리지만 언제나 사이가 좋다. 내 말에 동생은 학을 뗄 지 모르지만. 내가 꿈에서 깨고 원한 것이 노래 부르는 것이었나? 아니야. 나는 가족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었지. 가수 같은 건 될 생각도 없었잖아? 그깟 노래, 아아! 역시 언제나 그렇듯 내가 문제인거다. 내가 노래에 욕심을 가지니 내가 억울한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한 달 전과 지금 사이에 달라진 건 오직 내 마음 뿐이야.’
잠에서 깨어나 가족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 모양인가? 나는 또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려고 그랬던 걸까? 지금은 이렇지만 몰랐다면 나의 욕심은 점점 커져만 갔을 거야.
그리고 커진 욕심만큼 점점 변해 가겠지. 변한 내가 또 나만 생각하며 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예성아, 초심을 찾자. 우선순위가 잘못된 거야. 나쁜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저 내 마음이 달라졌을 뿐이야.
예성은 생각이 정리되자, 속에 응어리져 체한 것처럼 답답하던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예전 상우에게서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사극엑스트라를 하고 온 다음날 멋진 말을 들었다면서 자신에게 말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일체 유심자라는 말을 해주었다. 지금 나에게 딱 맞는 말이 아닌가?
“오빠, 삼계탕 안 먹어?”
예린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 들었다.
이놈의 계집애, 오빠가 깨달음을 얻어 환골탈태를 하려는 시점에 초를 쳐!
예린의 말에 눈을 정신을 차리고 삼계탕을 먹으려 하니 다리가 하나뿐인 절름발이 닭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다리 하나 어디 갔어?”
“무슨 생각을 하기에 다리를 가져가도 몰라? 역시 오빠건 내 것보다 다리가 두툼해. 엄마, 먹는 걸로 사람 차별하면 벌 받아.”
“차······.차별은 무슨, 그냥 오빠 닭이 조금 더 늙었을 뿐이야.”
“아! 늙은(?) 닭은 이렇게 쫄깃쫄깃 하구나. 엄마 나도 담부터 나이든 닭으로 해줘.”
“안 돼 비싸.”
“엄마!!”
닭다리 하나는 뼈아프지만 깨달음의 비용을 지불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옆을 보니 선생님도 생각할 것이 많은지 멍한 표정으로 계셨다. 정신을 차리니 선생님께도 미안한 마음이 샘솟는다. 따지고 보면 선생과 학생일 뿐인데 선생님은 학생 때문에 남편이랑 싸울 생각을 하고 계신다. 아니 일방적인 괴롭힘일까?
“선생님, 선생님, 무슨 생각을 그리 하세요. 닭 드시고 생각하세요. 식어요.”
“그래. 너도 많이 먹어.”
“네. ”
예성의 말에 연정은 쓴 웃음을 지었다. 이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면 무슨 말을 할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예성에게 병 주고 약주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래. 이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는 걸로 만족 하는 거야.’
연정이 마음을 먹고 삼계탕을 먹고 있을 때 품에서 핸드폰이 진동을 했다. 발신자를 보니 남편이다.
괜스레 짜증이 난다. 이게 다 이 기호 때문이다. 괜히 전속을 걸어서는 사람을 난감하게 만들다니, 오늘 집에 가면 제대로 푸닥거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재계약 요망, 계약금 1억, 7년 전속 가수계약. 수익비율 (회사)4:6(예성)]“응? 이건 또 뭐하자는 거야?”
연정이 핸드폰을 보며 짜증을 내자 예성의 식구들이 모두 연정을 쳐다봤다.
“아! 미안합니다. 남편 문자라.”
“아유, 이해해요. 남편이 속 썩이나 봐요. 나도 죽은 남편만 생각하면······ 그게 언제 였지?”
엄마의 말에 나와 예린은 눈을 마주쳤다. 이건 막아야 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결말은 우리가 원하는 장면이 아니었다. 맨 정신으로 우는 엄마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 잠깐, 거기서 멈춰. 우리 밥 먹고 있거든. 엄마도 이야기가 어떻게 흐를지 알잖아. 엄마가 끝에 울잖아. 우리 밥 못 먹는다. 그러니까 여기까지 해. 선생님도 궁금하지 않죠?”
“응?”
연정은 곤란했다. 세 명의 눈이 모두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는 분명했다.
“나······.나는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예성은 재빨리 말을 막았다. 배고픈데 삼계탕을 포기 할 수는 없었다.
“그럼 나중에 제가 요약해서 이야기 해드릴게요. 그런데 무슨 문자를 받았기에 화를 내세요? 바람이라도 폈어요?”
“그럴 위인은 못되지.”
예성도 선생님의 말에 본부장님을 떠올리니 절로 이해가 되었다. 아름다운 구속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혹시 제 일 때문이라면 신경 안 쓰셔도 되요. 곡도 넘길게요. 저 때문에 괜히 신경 쓰이게 해서 죄송해요. 약소하지만 삼계탕 맛있게 드시고 잊어버리세요.”
예성의 말에 연정은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 이놈은 또 왜이래? 억울하다고 난리치던 때는 언제고? 미치겠네. 기획사는 재계약을 들이밀지를 않나?’
“오빠 또 사고 쳤어?”
“사고는 무슨?”
“그래. 무슨 일인데 그러니?”
예성은 어차피 마음을 비운 일이라 가족들에게 설명을 했다. 이야기를 들은 예린과 엄마는 반응이 갈렸다.
“오빠가 잘못했네. 애초에 계약이란 건 약속이잖아. 약속을 어기면 안 되지.”
“엄마는 좀 그렇다. 그래도 아들이 만든 건데, 아들이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니까.”
“엄마는, 어차피 오빠가 써봐야 돈도 안 돼. 기획사에 들어가면 돈이 되는데 그걸 말이라고 해?”
엄마는 돈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한 모양이다. 이미 드라마에 곡이 삽입되어 돈에 대한 기대가 커진 이 여사였다.
“그게 또 그런가? 아들, 그냥 포기해. 그거 어차피 남 앞에서만 못 부르는 거 아니니? 나중에 가수돼서 하면 되지.”
순식간에 말을 바꾸는 이 여사였다.
“응. 생각해보니 나도 그렇게 느껴지더라. 머리가 식으니 내가 잘못한 거 같아.”
“그런데 이번에는 누가 부른다니? 누가 부르긴 불러? 드라마에도 나오고?”
“엄마! 아직 그 정도는 아니거든. 그게 그렇게 쉽게 되면 누가 돈을 못 벌겠어?”
“하긴 그렇지.”
연정은 예성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돈 이야기가 나오자 전에 예성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머리에 스쳤다.
“예성아”
“네. 선생님”
“예전에 선생님과 이야기 했던 세월과 돈 이야기 기억나?”
예성은 기억을 더듬었다. 돈이라. 아!
“혹시 제 인생을 돈으로 환산한 이야기 말인가요?”
“그래.”
“네. 정말 철이 없었죠. 그땐 참 제가 어렸어요.”
“고작 한 달 정도 밖에 안됐다만······.”
“선생님, 오늘의 전 어제의 저와는 달라요. 그리고 오후의 전 오전의 저와는 다르고요.”
“그래. 너 잘났다. 그런데 예성아, 만약 너에게 누가 억을 내밀면서 인생을 7년만 맡겨보라고 하면 어쩔래?”
“아! 선생님, 또 저를 시험에 들게 하시는군요. 하지만 이미 늦었어요. 전 이미 일체유심자의 깨달음을 얻고 말았어요.”
“일체유심조겠지. 허구한 날 틀리면서 문자 질은, 선생님, 혹시 그거 오빠 계약이야기 나왔어요?”
예린은 이름 그대로 예리했다. 연정은 예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감추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설마······.계약을 맺으면 1억이라는 소리가 나온 건가요?”
연정은 예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한 마디에 모든 걸 알아채는 예린이 신기했다.
“선생님, 죄송한 말씀이지만 전 더 이상 돈이나 욕심, 이런 것을 멀리하고 가족과의······.”
“좀 닥쳐. 오빠! 지금 오빠의 개똥철학이 낄 때가 아니야. 돈이라고. 돈. 엄마 모습 안보여?”
예린의 말에 엄마를 쳐다보니 열손가락을 열심히 접었다 폈다 하고 있었다.
“엄마, 뭐해?”
“예성아, 엄마가 뼈다귀 해장국을 몇 그릇 팔아야 1억이 될까 계산을 하는데 계산이 잘 안되네.”
“그······.그래? 그것 참 큰일이네. 계산기 갖다 줄까?”
예성은 선생님의 뜬금없는 계약이야기에 당황했다. 슈스케가 코앞인데 갑자기 계약이라니.
하지만 당황한 예성과 달리 예린은 침착했다. 아마 오빠보다 오빠의 가능성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이가 있다면 자신일 거다. 학교에서는 이미 오빠는 가수와 동급이다. 방송 때가 되면 친구들은 밥 먹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오빠의 노래가 나오면 집중해서 듣기 위해서다. 오빠의 노래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것이 친구들의 이야기다.
친구들의 이야기에 자신이 오빠의 매니지먼트를 해서 돈을 벌어볼까 생각도 잠시 했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오빠와 붙어있어야 된다는 스트레스를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가수 계약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아이돌도 아닌데 계약기간이 너무 긴 거 아닌가요?”
“글쎄다 나도 문자로 받은 게 다라서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몰라.”
“문자요? 선생님 실례지만 보여줄 수 있으세요?”
“그래. 뭐가 어렵다고.”
예린은 문자를 보며 선생님도 자세한 내용을 아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자를 보니 수익비율도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비율이 신인보다는 비율이 좋았다.
‘이건 좋아도 너무 좋은데 ,뭐가 문제기에 이렇게 급하게 좋은 조건을 내세웠을까? 오빠가 노래 잘한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노래잘한다고 모든 것이 되는 세상이라면 무명생활을 오래하고 나중에 빛을 보는 명가수들이 많은 이유가 설명되지 않지.’
예린이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이런 조건이 나온 이유는 하나였다. 선생님의 존재였다. 예린이 듣기로는 연예기획사에는 매뉴얼이 있다고 들었다. 신인과 계약을 할 때 적용되는 매뉴얼, 그 매뉴얼과는 오빠의 계약의 내용과는 차원이 다르다. 5:5로 시작해 빚도 깔고 들어가야 하는 계약이 허다했다.
예린은 오빠를 쳐다봤다. 노래잘하는 것 빼고는 매사에 부족한 오빠다. 착한 것과 노래 빼고는 봐줄게 없는 오빠, 요즘 세상에 착한 게 어디 장점일까?
‘정말 선생님 잘 만나 대박치는구나. 오빠’
이건 오빠에게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빠가 슈스케에 나가면 당연히 기획사와 계약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좋은 조건이 나올까?
조건뿐만이 아니다. 계약을 하면 몇 년을 묶여 있어야하는데 믿고 신용할 수 있을까? 기획사의 양면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먼저 계약을 하자고 다가온 GJ엔터테인먼트는 나쁘지 않다. 절대 딕스 오빠들이 있어서 하는 생각은 아니었다. 거기다 선생님이라는 빽이 있는 오빠는 다른 기획사 보다 이곳이 나을 것 같았다.
“오빠. 이 계약 해. 억이라잖아. 억. 오빠가 평생 만져볼까 말까한 돈이 들어오는 거야.”
“야! 오빠가 어디 나가는지 잊었어? 슈스케 나가. 슈스케 나가면 당연히······.”
“1등은 못하겠지.”
예린의 말에 차마 아니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알아? 오빠 1등 아니면 개털이야. 인지도가 있다지만 누가 억이라는 계약서를 내밀 것 같아? 잘 생각해 오빠. 억이면 엄마도 사람 더 쓰면서 진짜 사장님처럼 식당 운영할 수 있어. 얼마나 좋아? 오빠는 노래하고 싶은 만큼 노래하고, 엄마는 여유 있고, 나는 오빠 나중에 먹여 살릴 걱정 안 해도 되고. 모두가 행복한 일이야.”
“예린아, 정말 나중에 나 먹여 살릴 생각했어?”
“당······.당연하지. 오빠는 로또잖아. 잘되면 대박 안 되면 쪽박. 그러면 당연히 나중에 방에서 뒹굴 거리게 되겠지. 어쩌겠어? 같이 사는 사람이 먹여 살리게 되지 않겠어? 그러니까 기회가 왔을 때 잡아.”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예성의 물음에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하던 이 여사는 예성을 쳐다봤다.
“솔직히 엄마는 잘 모르겠다. 아무리 내 아들이 잘났다고 믿지만 고등학생인 너를 1억을 주고 내 아들을 쓰겠다니 믿기지가 않아. 하지만 정말이라면 고마운 일이겠구나. 성적도 뒤에서 네 번째인 네가 무엇을 해서 1억을 벌겠니? 네 노래가 억을 한다고 네가 말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현실감이 없어. 엄마는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1억이라는 돈을 만져본 적도 없단다. 물론 벌기야 그만큼 벌어봤고 식당계약도 했지. 하지만 알다시피 사는 게 버는 만큼 쓰게 되어 있는 거잖니? 고생이야 할지도 모르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잖아? 1억이라면 장기를 뽑아가지 않는 이상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
엄마의 말이 맞다. 내가 무엇을 해서 한 번에 1억을 벌수 있을까? 노래를 해서? 어느 세월에? 예린의 말대로 슈스케에 나가도 1등을 못하면 개털이다. 계약한다고 해서 갑자기 떼돈을 벌게 될까?
예린의 말이 들려온다.
“엄마, 계약금이 그래. 또 오빠가 행사를 다니거나 공연을 하면 돈이 계속 들어오는 거야. 오빠는 7년 동안 최소한 1억을 벌고 그 몇배를 벌게 될지도 몰라.”
예린의 말에 엄마는 해볼 만 하다에서 반드시 해야 된다는 의견으로 바뀌었는지 눈빛에 생기가 돌면서 내손을 꼭 잡았다.
“아들, 해야 해. 드디어 아들에게 기회가 온 거야. 네 꿈이 뭐니? 건물주 아니니? 이 기회를 벗 삼아 조물주에 한 걸음 다가서는 거야. 그리고 조물주를 뛰어 넘어야 하지 않겠어?”
“엄마 나 그렇게 속물 아니거든, 내가 엄마 건물 사준댔지, 내가 건물주 되겠데?”
“그게 그거지. 일단 아들, 기회가 온 거야. 그지?”
아! 가족들의 꼬임에 다시 일체유심조의 깨달음이 머리속에서 지워져 간다.
“그런데 오빠, 계약하게 되면 슈스케는 어떻게 되는 거야?”
“글쎄. 선생님, 어떻게 되는 거죠?”
예성의 가족들의 시선이 연정에게 향했다. 연정은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글쎄다.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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