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4
3. 음악선생 하연정
예성은 음악선생님의 말에 귀가 버쩍 뜨였다.
“팔면 돈 줄까요? 백만 원, 호······.혹시 천만 원?”
음악선생님은 짜게 식은 눈으로 예성을 쳐다봤다.
“예성아! 예술은 돈으로 환산 하는 게 아니야.”
“선생님, 전 배고픈 돼지보다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좋아요.”
“반대 아니냐?”
“요즘은 투 잡이 대세잖아요? 그러니 소크라테스는 철학을 하면서도 잘 먹었다. 그런 뜻이에요.”
“헛소리는! 예성아, 너 가수 하고 싶었다고 했지?”
“네. 선생님”
“그런데 신문이나 인터넷 안 봤어?”
“저도 나이가 있는데 보죠. 그런데 선생님이 원하는 걸 봤을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 모른다고 치고, 작곡자가 곡을 넘길 때 판다고 하지만 이게 음원으로 바뀌면서 실제는 작곡비라는 명목으로 돈을 못 받게 되어 있어.”
“그럼 돈을 안준다는 건가요?”
돈을 안준다고? 그러면서 곡을 팔아준다고 말했단 말인가? 예성의 눈이 가늘게 변하자 음악선생의 입에서는 한숨이 터졌다. 괜히 팔아준다고 했나 싶었다.
“들어봐. 너도 알다시피 작곡가에게는 저작권이라는 게 있어. 저작권 협회에 곡을 등록하면 연으로 나오는 게 있고 분기별로도 나와.”
“얼마나 나올까요?”
“그건 모르지. 0원이 될 수도 있고 대박쳐서 억이 될 수도 있지.”
“극과 극이네요.”
“그렇지. 예성아, 일단 노래가 불려 져야 하는 거야. 누군가는 불러야 누군가 들어주겠지. 지금도 수많은 작곡가들이 돈을 받지도 않겠다면서 기획사에 곡을 보내고 있어. 제발 써주세요 라면서 심지어 저작권을 포기하는 계약을 맺는 사람들도 있어.”
“그 사람들은 뭘 먹고 살려고 그럴까요?”
“미래를 보는 거지. 일단 이름을 알려야 곡 의뢰가 들어오지 않겠니? 요즘에는 아이돌 시대잖니? 몇 억에서 몇 십억을 투자해 아이돌을 키웠는데 너라면 이름없는 작곡가의 곡을 쓰겠니? 평타는 보장되는 작곡가를 쓰겠니?”
“그러네요. 역시 음악 쪽은 스타들 아니면 돈버는 사람이 없네요. 우울한 이야기네요. 들을 때마다 가슴 아픈 이야기에요.”
“그래. 그러니 너도 너무 돈돈 거리지마. 돈은 명성이 쌓여야 따라오는거야. 그건 어디든 마찬가지 아니겠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돈이 되든 안 되든 크게 차이가 없을 같긴 하다. 어차피 이걸 선생님에게 맡겨도 자신이 이걸 연주하지 못할 일도 없다. 이가 내 노래라는 것이 확실하니까. 어라, 내 노래가 맞긴 한가? 내 귓가에 들리는 멜로디를 연결했을 뿐인데?
“저기 선생님”
“근데 이거 표절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제껏 노래를 만들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런 게 튀어나왔다는 것은 제 머릿속에 있는 곡들을 짜깁기 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
예성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헐, 네 손으로 만들 고도 그런 의심이 가는 거니?”
“선생님, 당연히 제 손으로 만들었으니 못 믿는 거죠.”
“글쎄다. 선생님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불안하면 선생님이 확인해 봐주마. 그럼 이건 선생님이 가져간다.”
선생님의 손에 있는 스마트 폰에는 내가 기타를 치며 연주하는 모습이 그대로 녹화되어 있었다.
“불법 도촬 인건 아시죠?”
“넌 나중에 나에게 고마워해야 할 걸.”
“제가 저작권료라는 걸 받으면 선생님께 보답을 할게요.”
“500원 나와도?”
“그건 아니죠. 그렇게 되면 선생님이 저에게 위로의 의미로 식사를 대접해 주셔야죠. 이게 다 선생님 때문이니까요.”
“농담이다. 설마 이 선생님이 나섰는데 500원 나올까? 최소한 만원은 나오게 해줄게.”
“오늘 엄마한테 만원 용돈 받았는데, 전 하루 용돈을 한 달에 걸쳐 버는 건가요?”
“그것도 쉽지 않아, 누군가 네 노래를 다운 받는다고 치면 언젠가 봤는데 작곡가가 받는게 45원이더라. 그리고 노래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흘러나오는 건 1원이라던가 그렇다.”
“그럼 만 명이 다운 받아봐야 450000원 정도네요. 스트리밍은 만명 재생하면 선생님 말대로 만원이구요. 설마 가수도 그런가요?”
“가수도 그렇지, 가수는 음원으로 돈 못 벌어. 그래서 죽어라 행사 뛰는 거야. 괜히 두세 시간 자면서 행사 뛰는 게 아니야. 걔들도 작곡가랑 비슷하게 받을 건데, 그룹이면 어떻게 되겠어? 네가 받는 금액을 그들은 또 나눠 가져야지. 음악은 무조건 히트를 쳐야해. 안 그럼 답이 안 나와.”
“역시 목숨 걸고 해볼 만한 직업은 아닌 거 같아요.”
“네 말이 맞다. 그런데 목숨 걸고 하는 사람들 많아. 대부분 돈을 벌어 음악에 쏟아 넣는 거지. 너도 조심해. 예성아 미치면 답 안 오는 게 음악이다.”
‘이미 절실히 깨달았어요. 선생님’
딩동댕동.
“종 쳤네. 빨리 가봐.”
“네. 선생님 인생 상담 고마웠어요.”
예성이 인사를 하고 사라지자 연정은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뭐에 홀렸나? 왜 이걸 팔아주겠다고 했을까?”
오랜만에 능력 있는 학생을 보아서일까? 그렇게 친한 학생도 아니었다. 그녀는 음악선생,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음악선생의 존재는 미미하기 그지없다. 대학가기 위한 공부를 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의 학교가 아닌가?
그래서 예성이 특별하게 다가온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아, 하연정, 가을도 아닌 여름인데 감수성 폭발한다. 애 딸린 아줌마가…킥킥”
연정은 혼자 웃다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전화기 넘어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음악선생님, 웬일로 전화를 하셨어요?”
“김 본부장님, 전화는 오랜만이에요. 회사엔 별일 없죠?”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여보 무슨 일이야? 나 곧 나가봐야 해.”
“오늘 일찍 들어오라고?”
“오늘? 잠깐 보자, 연정이 생일은 아니고, 여보 처음만난 날도 아니고, 결혼기념일은 지났고, 여보 첫 키스 한 날도 아닌데 무슨 일이야?”
“그걸 일일이 세야 아는 거야? 당연히 외우고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오늘 보여줄게 있어. 일찍 들어와”
“어라? 흐흐, 오늘밤 장어 먹는 각?”
“미쳤어? 나이 먹고 주접은… 그런 거 아니야. 노래하나 들어봐 줘.”
“노래? 아니 여보, 정말 미안하고 사랑해. 하지만 당신 노래는 안사, 한 번 안사. 두 번 안살거야.”
“집 밥 먹기 싫지?”
“윽, 하지만 여보, 당신 노래는 너무 클래식 해서 안돼. 그냥 내가 열심히 다른 사람몫까지 들어줄게. 그걸로 만족해라. 제발 여~보!”
“하~아 집에 와서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깐족거릴까? 그리고 내 노래가 아니야. 내가 가르치는 학생노래지.”
“당신 제자 안 키우잖아? 그런데 제자 타령이야?”
“제자가 아니라 학생이라고 했잖아.”
“아~ 학생, 우리 연정선생님이 가르치는 학교의 학생이라고?”
“그래. 고등학교 2학년”
“워~워, 우리 여보 왜이래? 이런 캐릭터가 아니잖아?”
“내가 뭘?”
“매일 집에 와서 하는 말이 이세상의 고삐리들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외치는 사람이 당신이잖아? 그런 사람이 웬 학생?”
연정은 머리가 아파왔다. 이래서 전화하기 싫었다. 앞에서는 설설 기는 마당쇠면서 보이지만 않으면 이 모양이니 이마에 혈관이 솟아오른다.
“대충 1절만 해. 그리고 오늘 일찍 들어오고?”
“그냥 메일로 보내주지. 나도 궁금하긴 하네. 당신이 곡 쓰는 재주는 없어도 듣는 귀는 탁월하잖아?”
“계속 그렇게 해라. 집에서 혼난다.”
“메일로 보내. 바로 확인할게.”
“아니 그렇게는 못하지. 이게 어떤 곡인데? 여보, 난 오늘 천재라는 걸 처음으로 봤어.”
“헐 천재씩이나?”
“정말이라니까. 그냥 앉은자리에서 10분도 안되어 곡을 뚝딱 만들어 냈어. 근데 얘는 악보도 모르고 작곡도 배운 적이 없어. 그냥 연주하다가 삘 받아서 그냥 만들더라. 와~ 세상에 그런사람이 있긴 있었어.”
“그런데 당신이 목소리 높일 만큼 그렇게 좋아?”
“그래. 엄청 좋아. 그래서 내가 팔아준다고 달라고 했어.”
“당신이 그러니 더 궁금해지네. 메일로 보내줘.”
남편의 말에 연정은 콧 웃음을 쳤다.
“흥! 이봐요. 이기호 본부장님, 제가 제 남편 이 기호는 믿어도 본부장님은 못 믿죠. 당신 회사도 못 믿고요. 그런 본부장님 회사에 메일을 쓰라고요?”
“여보, 왜이래 나 당신 남편이야.”
“남편이기 이전에 본부장이잖아. 언젠가 당신이 말했잖아. 작곡가가 보낸 곡을 멜로디만 쏙 빼먹고 버렸다고, 보기가 그랬다고 했으면서.”
“내가 그런 말까지 했어?”
“그래 술이 떡이 되어 와서는 나한테 그랬지. 내 학생이 그 꼴나는 건 볼수 없지.”
“여보,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댄데? 예전하고는 달라.”
“그래. 알아. 다르지. 요즘은 작곡가가 돈을 오히려 주면서 제발 곡 좀 써달라고 한다면서?”
“그게 아니지. 아~ 됐다. 됐어. 내가 일찍 들어가고 말지. 집에서 보자”
“진작 그럴 것이지. 집에서 봐.”
그제야 만족하면서 연정은 전화를 끊었다.
***
“예성아”
반갑게 맞이하는 상우의 옆자리에 앉았다. 어, 자습이네. 생물 선생님 일이 있으신가?
“어디 갔었어?”
“음악실에 갔었어.”
예성의 말에 상우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음악실과 이별하러 갔었구나. 피아노여 안녕, 기타여 안녕, 의자여 안녕…”
그런 상우를 보며 예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같이 미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확실히 알겠다. 이놈 미친놈이다.
“안녕은 무슨, 음악선생님과 인생 상담좀 했다.”
“음악선생님? 난 음악선생님 무섭 던데?”
음악선생님은 학생들과 친한 선생님은 아니다.
수업도 일주일에 한번 밖에 없고, 그래서 선생님은 학생이름도 다 모를 거라는 게 학생들의 생각이다.
예성도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 음악실에 드나 들면서도 오늘처럼 길게 이야기 해 본적도 없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의외로 재밌고 좋으신 분이더라. 좋은 말 많이 들었다.”
“좋은 말?”
“우리나라 음악계의 암흑 같은 현실이랄까?”
“야! 우리나라 음악계가 왜 암울하냐? 한류가 얼마나 대세인데?”
앞자리에 앉은 규석이 뒤를 돌아보며 하는 말이다.
“나도 알아. 한류 바람 거센 거. 그런데 그건 일부지. 내가 말한 건 전체를 말한 거야. 내가 음악선생님께 듣고 알았는데 너 네가 음원하나 다운 받으면 가수가 얼마 받는지 아냐?”
“어 800원이니까 유통하고 기획사 하고 나눠 먹을 테니 한 100원 200원 받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거든, 가수만 하면 돈좀 만지겠구나 하고 말이야.”
“그런데 왜 아니래?”
“응, 45원이란, 45원”
“헉, 보자 100명이면 4500원, 1000명이면 45000원, 10000명 받으면 45만원인가?”
“대략 그렇지. 그런데 아이돌 그룹이잖아? 그걸 사람 수대로 나눈다고 봐라.”
“헉!! 장난 아니네. 돈 되려면 백만, 천만은 다운 받아야 하겠네.”
“그래야 월급은 나오겠다.”
“야. 그것도 한철이야.”
갑자기 규철의 짝꿍인 홍수가 끼어들었다.
이놈은 아마 우리 중에서 연예계를 가장 잘 안다.
심지어 엑스트라 배우 상우보다 전문이다.
일명 아이돌빠였다. 걸 그룹인 뷰티 핑크의 골수팬이다.
“뭐가?”
“대박쳐도 한철이라고, 요즘 아이돌 노래가 얼마나 자주 바뀌냐? 1위 찍었다 해도 그 한해 벌이는 억을 찍을지 몰라도 다음해에는 어떻게 될까? 넌 지난 시즌 아이돌 노래 찾아서 듣냐?”
“어? 아니지. 새로운 게 얼마나 많은데 그래?”
“그렇지. 그러니까 아이돌은 행사와 콘서트, 굿즈 판매 밖에 답이 없어. 노래로는 안 돼.”
“야, 그래도 노래방에서는 많이 부르잖아.”
“그래. 우리도 가서 많이 부르잖아.”
“하~아, 이런 무식한 놈들. 노래방에서는 가수 목소리가 안 나오잖아?”
“그게 상관있냐?”
“그래. 가수목소리 안 나오고 멜로디만 나오니 가수에게는 돈이 안 나와.”
“진짜냐?”
“그래.”
“헐.”
“문제는 히트 못 친 아이돌이지. 걔들은 행사도 없어. 콘서트는 우걱우걱 먹는 거야? 굿즈는 도시 전설이지. 그래서 아이돌중에는 알바 하는 애들도 제법 있다고 하더라.”
홍수의 말이 끝나자 모두 예성이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예성아, 잘 관뒀다. 너 같은 헐랭이가 버틸 수 있는 데가 아니야. 지금이라도 맘 고쳐먹어서 다행이다.”
“그래. 맞아. 예성아, 속으로 배신자라 욕하고 있던 내가 미안해진다. 이참에 같이 연기의 정상을 노려보는 게 어때?”
“연기는 다르냐? 그 나물에 그 밥이지.”
“하기는, 아저씨들이 일없을 때는 노가다 뛴다고 하더라.”
“그게 너의 미래일수도 있어.”
내말에 상우가 시원하게 웃었다.
“뭐 그렇게 되도 어쩌겠냐? 연기하는 게 좋은걸?”
‘이 자식도 미래에 꿈을 한번 꾸어봐야 정신 차릴 텐데…. 아니지. 얘는 그래도 영화에 15초 나왔잖아? 정말 가능할지도?’
“하아, 자련다. 이야기 해봐야 한 숨만 나온다.”
예성은 엎드리고 잠을 청했다. 눈을 감으니 다시 음악실에서의 일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아, 정말 좋았지. 라라라, 라라랄라~’
멜로디를 떠올리는데 머릿속에 예전에 보았던 영화가 떠올랐다. 뭐지? 이건? 이 상황에 어울리는 멜로디라는 건가? 가만, 이것은?
예성은 일어나 노트를 폈다. 그리고 글자를 적어가기 시작했다.
[ 우린 언제나 함께였지너와 함께 거닐던 거리
매일 너와 그 길을 거닐어
……
언제나 함께 지만 함께할 수는 없어.
나에게는 한걸음이 부족해. 그 한걸음이 너무도 길어.
…..
말로 못하는 이 거리. 너와의 거리.
언제나 함께 지만 함께할 수는 없어.
부족한건 한 걸음인데, 걸을 수 없어.
나에게는 한걸음이 부족해. 그 한걸음이 너무도 길어.]
예성은 자신이 적은 글자를 보았다. 예전의 영화를 떠올리자 자연스레 연상되는 글자 였다. 이건 작사인가?
적고 나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사람은 음악선생님이었다. 예성은 벌떡 일어났다. 가슴이 뛴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놈인가?
‘그래, 돈이 될 것 같아서 그런 거야. 절대 가수가 되고 싶지는 않아.’
“예성아, 어디가?”
“화장실에 간다.”
그래. 화장실(?)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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