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40
35. 계약
“허허허, 허허허!”
“고만 좀 웃어요. 형님”
이기호의 말에 형식은 짜증을 냈다.
“내가 안 웃게 생겼어? 지금은 바쁘니 계약하러 갈 시간이 없다니?”
“어머니가 식당 하느라 바쁘다고 하잖아요? 학생 데리고 계약할 겁니까? 그리고 계약을 우리가 서둘러서 그런 겁니다.”
“그러게 다른 날에 하면 되지. 우리가 가야겠어? 우리 GJ야. 듣보잡 기획사가 아니야.”
“그럼 오지 말지. 왜 따라 나서서 그래요?”
“나도 따라 나올 생각 없었거든. 그런데 문득 전에 네가 한 말이 떠오르더란 말이지. 3년 된 인삼주, 거기 맞지?”
그렇다.
이형식이 따라나선 이유는 단 한가지다.
이기호가 어디선가 먹었다던 그 전설의 인삼주가 떠올라서였다.
“허이구, 기억력도 좋으셔. 그걸 다 기억하고, 사실 저도 듣고는 옳다구나 했어요. 굳~이 오늘 할 필요 있냐는 마누라의 말에 제가 굳~이 가야겠다고 우겼죠.”
“그런데 정말 그렇게 죽이냐?”
“그럼요. 완전 진짜배기에요. 식당 문을 열자마자 인삼향이 코끝을 스치는데. 아~우! 말도 마세요. 그냥 죽여줘요. 향에 취하고 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는 게 뭔지 알게 된다니까요.”
이기호는 생각만 해도 즐거운지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참 좋은 곳이다.
이 일을 하다보면 참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순수하게 기분 좋은 만남을 가지기란 참 어렵다.
일도 하고 즐거움도 느끼는 일석이조의 순간이 아니겠는가?
“자 내가 간다. 인삼주야.”
이기호의 말에 뒷자리에 앉은 여자가 조용히 물음을 던졌다.
“본부장님, 정말 제대로 된 것 맞죠? 저 칼 퇴근인거 아시죠? 그런데 일부러 여기까지 왔어요.”
“물론이야. 아마 마셔보면 놀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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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예성학생, 다시 한 번 말해주겠어?”
이기호는 자신이 들은 말이 진실인지 의심이 갔다.
“그러니까 없다고요. 그날 그렇게 마셔놓고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예성학생, 기억에 오류가 있나본데 나 몇 잔 먹지도 못했어.”
“글쎄요. 비워진 병만 생각나서 기억이 잘 안나요. 그런데 계약을 하러 오셔서 술만 찾으시니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예성학생, 어려서 잘 모르나 본데 계약 할 때는 원래 한잔 하면서 분위기를 풀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성사시키는 거야.”
“네. 물론 그러시겠죠. 대표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신예성입니다.”
“아니 예성학생, 아직 내말이 끝나지 않았거든?”
“본부장님, 저와 대화하실 게 아니라 저기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신분이 보이지 않으세요?”
그제야 이 기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한심하게 보는 부인의 모습이 보였다.
“여보 아직 있었어?”
“당연히 있지. 잘 하는 짓이다. 학생 앞에서 술이나 찾고.”
“하지만 여기 온 사람들 모두······.”
“흠흠, 계약을 하러왔지. 예성군. 오랜만이야.”
형식은 이기호의 입에서 엉뚱한 말이 나오기 전에 말을 자르면서 예성을 쳐다봤다.
“네 대표님”
이 형식은 자신의 옆에 있는 30대 초반의 여인을 인사시켰다.
“인사해. 이쪽은 우리 고문 변호사인 김미영 변호사일세.”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신예성입니다.”
“그래. 나도 반가워. 오늘 이야기 잘 되었으면 해.”
“네. 감사합니다.”
“여긴 저번에 보셨죠? 저희 어머니세요.”
“또 뵙습니다.”
“네. 그동안 평안하셨어요?”
“자 그럼 일단 자리에 앉지. 이 본부장. 시작하지”
“네. 대표님”
이 기호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이 여사는 계약서를 살펴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계약서에는 큰 글씨로 중요한 부분이 적혀 있고 작은 글씨로 그에 해당하는 내용이 풀이 되어있었다.
이 여사는 보기만 해도 눈이 뱅글뱅글 도는 느낌이다.
읽어보려 했지만 조금 읽다보면 애매하고 어려운 단어가 튀어나와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형식이 이기호를 쳐다봤다.
“이 본부장 설명해 드리게.”
“네. 일단 어머님, 이 첫 번째 서류는 전속작곡가를 해고한다는 계약서입니다. 그냥 별로 문제가 없는 거니까 그냥 시원하게 사인하시면 됩니다.”
“아니, 우리 아들이 해고 된다는데 시원하게 사인을 해요?”
“흐흠, 사실 대표님을 옆에 두고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전속작곡가 계약은 그리 좋은 계약이 아닙니다. 그냥 저희가 예성학생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연이 끊어지지 않게 만들어 둔 형식적인 거라고나 할까요?”
“전속작곡가가 안 좋아요? 곡을 팔기가 쉬운 데요?”
예성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자신의 곡은 만드는 족족 GJ엔터테인먼트에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첫 번째 곡은 이미 완성되어 드라마에 삽입되지 않았던가?
이기호는 그런 예성을 보며 헛기침을 했다.
“흠흠! 일단 이야기가 꽤 길어지겠지만 예성학생도 알아야할 내용이니 말해줄게. 예성학생의 말대로 좋은 점은 분명히 있어. 예성학생같이 무명인 작곡가에게는 메리트가 있지. 하지만 예성학생의 경우가 특별한 거라고 할 수 있어. 무명인 작곡가는 무명인 이유가 있는 거야. 그들은 예성학생처럼 이런 곡을 만들어내지 못해. 그럼 전속을 맺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곡을 사용을 하지 않아. 예성학생, 우리는 학생 말고도 네 명의 전속작곡가를 데리고 있어.”
“네 명이요?”
“그래. 하지만 우리는 앨범을 제작할 때마다 노래를 외부에서 구해. 왜 그럴까?”
“노래가 마음에 안 들어서요?”
“그래. 그리고 안 들 수밖에 없어. 전속작곡가는 의무적으로 한 달에 두곡을 작곡해야 돼. 계약서에 명시가 되어 있어.”
“헉! 그런 게 있었어요?”
예성으로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아! 걱정할 필요 없어. 적혀 있지만 예성학생과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야. 자 한 달에 두곡씩 매월 만들어 내야하는데 그 곡의 퀼리티는 어떨까? 참고로 말하면 전속작곡가는 아침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회사원과 같이 기획사에 근무해야 되는 시간이 있어. 영감을 얻어서 곡을 만드는 작곡가에게 좋을까?”
“아니겠죠.”
“그래. 우린 전속작곡가를 작곡가라고 하지 않아. 그냥 회사원이야. 전속작곡가라고 하면 월급을 받고 기획사의 작업실을 마음대로 쓰고 기획사 소속 가수들과 작업하는 아주 멋진 일처럼 들리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아.”
“그냥 듣기에도 좋아 보이는 데요?”
“그래. 이대로 되면 좋은 일이지. 그런데 여기에는 하나 전제 되어 있어야 하는 게 바로 명곡을 작곡해내야 한다는 거지. 전에도 말했지만 특A급 작곡가 들은 곡비를 천만 원 이상 받아. 그런데 전속작곡가가 되어 곡을 공짜로 넘기고 싶겠어?”
“그럴 리가요?”
“그렇지. 그런 이가 전속계약을 해주면 기획사에서도 특별대우를 해주겠지. 하지만 수익이 줄어드니 안하지.”
“그럼 전속작곡가는 실력이 떨어진다는 말인가요?”
“그래. 대부분 잘해야 중박의 히트를 친 이들이지. 알다시피 작곡가의 삶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먹고 살기 힘들어. 그래서 안정된 직장을 찾는 거야.”
“그렇군요.”
“하지만 기획사에서 전속계약을 맺은 작곡가에게 계약에 명시된 대로 월급을 줄까?”
“네?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당연히 주지 않아요?”
“예성학생, 아까도 말했다시피 전속을 맺은 작곡가는 그리 곡의 퀼리티가 좋지 않아. 매달 찍어내듯 만드는 곡이 쓸 만할 수가 없어. 그리고 히트곡을 찍어내듯 만드는 작곡가가 전속을 할 이유도 없고, 그럼 곡을 쓰지 못하는 작곡가에게 돈을 주고 데리고 있을 기획사가 있을까?”
“아니요.”
“그래. 우리도 전속작곡가들에게 월급을 주지 않아. 그들의 곡을 받아도 곡비를 지급하지 않고, 어쩌다 괜찮은 곡이 나오면 앨범에 실어줄 뿐이야. 거기서 히트 쳐서 나오는 저작권료를 그들이 가져가지. 하지만 요즘은 이것도 어려워 싱글앨범이 대세니까.”
예성은 이야기를 듣고는 이기호를 갸름한 눈으로 보았다.
“본부장님, 의외로 나쁜 사람인가 봐요.”
“글쎄, 내가 나쁘다고 하기 보다는 기획사들 전체가 나쁘다고 해야지. 여기 대표님도 나쁘지.”
“그럼 그들은 뭘 해서 먹고 사는 거죠?”
“그래. 그게 바로 회사원이라 불리는 이유야. 그들은 부업으로 돈을 충당해. 기획사 내에서 사운드 엔지니어 일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지. 어제 봤지 장프로듀서 옆에 앉은 남자 말이야.”
“네.”
“그 친구도 전속작곡가야.”
“그렇군요.”
“그 친구도 필사적이야. 작곡은 둘째 치고 자신이 이 기획사에 쓸모 있다는 걸 계속 어필해야 되니까. 어떤 회사도 필요 없는 인원을 계속 돈을 주며 쓰는 곳은 없어.”
“저 같은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OST로 드라마에 실렸잖아요?”
이기호는 부끄러운 얼굴로 말을 꺼내는 예성을 보며 웃었다.
“하하, 그래. 예성학생정도면 특별하지. 아까도 말했다시피 특별대우가 있다고 그랬지. 사실 계약서를 쓰지만 계약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이 계약서는 사실상 형식이지. 연예계에서는 관례가 더 효력이 강해. 월급을 못 받아도 전속작곡가들이 가만히 있는 것도 관례 때문이야. 작곡가만의 이야기가 아니야. 그런 일들이 만연한 곳이 연예계야. 다들 알면서도 참고 사는거지. 안그럼 완전히 매장당하니까. 예성학생과 맺은 전속계약도 다르지만 비슷하지. 예성학생과의 계약은 단순하게 보면 학생이 곡을 만들면 1차적으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우선권을 가진다는 계약이지. 즉 예성학생에게 의무도 권리도 없는 계약을 한 거야. 예성학생에게 전혀 손해가 없는 계약이니까. 우리가 우선권을 가지지만 우리가 안 쓰면 다시 예성학생에게로 돌아가지. 그럼 좋은 계약은 어떤 건가 말하면 간혹 스타 작곡가가 연예 기획사와 전속을 맺는 경우가 있어. 들어봤지?”
“네.”
“그런 경우는 기획사에서 거금의 계약금을 주고 그 작곡가에게 몇 년 안에 몇 곡을 우리에게 넘겨야 한다는 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져. 여기에서 기획사는 거금의 계약금을 거는 이유는 뭘까?”
“뭘까요?”
“작곡가의 곡을 거절할 명분을 얻기 위해서야. 스타작곡가라고 해서 명곡을 매번 만들지는 않으니까. 그 덕분에 큰돈을 버는 계약임에도 자주 이루어지지가 않아. 하나의 계약서지만 적용되는 방법은 모두 달라.”
“그렇군요.”
이기호는 말을 마치고 예성을 쳐다봤다.
“자 예성학생, 그럼 내가 계약을 해지하는 시점에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 해주는 이유는 뭘까?”
“그러게요. 하려면 처음에 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맞아, 나의 판단 미스였어. 나는 예성학생이 이렇게 곡을 한 달 사이에 또 만들어 낼지 몰랐거든. 나는 솔직히 예성학생의 작곡 능력보다 가수로서의 재능이 탐이 났어. 그런데 예성학생이 가수는 하기 싫다고 말했지. 그래서 내가 슈스케를 나가라고 했고, 그렇지?”
“네.”
“내가 예성학생에게 슈스케를 나가라고 한건 노래에 욕심이 생기길 원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결과는 보다시피 나가기도 전에 욕심이 생겨 묘한 상황이 되어버렸지.”
“맞아요. 제 욕심이 화근이에요.”
“아니야. 화근이 아니라 잘 된 거지. 내용이야 어찌됐든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었으니까. 어쨌거나 예성학생. 계약도 중요하지만 서로 믿음이 있어야 돼. 연예계는 물고 물어뜯는 정글이야. 그런데 같은 편이 서로 믿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해.”
“네.”
예성의 대답에 이기호는 이 여사를 바라봤다.
“어머님도 궁금한 것이 있거나 이해가 안 되시면 물어보세요. 성심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이기호의 말에 이 여사 대신 예린이 물었다.
“그런데 본부장님, 굳이 계약을 해지할 필요가 있어요?”
“음, 좋은 질문이야. 굳이 해지 안 해도 돼. 하지만 이건 예성이가 가수를 하게 되면 우리와 이해가 일치되지 않을 때 문제가 될 수 있어. 가령 예성이 이번에 만든 곡을 예로 들면 예성이 이번 곡을 너무 부르고 싶어 해. 하지만 우리는 이곡을 다른 가수가 부르는 게 좋다고 판단했어. 그럼 이곡은 누가 부를까?”
예린은 이기호의 말에 문제가 뭔지 알 수 있었다.
“아! 그런 문제가 생길 수 있네요.”
“그래. 미리 피할 수 있는 건 피하는 게 좋지 않겠어?”
“그렇죠. 그런데 계약금을 정말 1억을 주시는 건가요?”
예린의 말에 이기호는 만족한 웃음을 보였다. 역시 1억이 정답이었다.
“물론이지. 계약서에도 여기 보이지?”
예린은 계약서를 힐끗 쳐다보고는 이기호를 바라봤다.
“너무 크게 쓰신 것 같아서요. 저희야 목돈을 받아서 좋지만, 오빠가 미성년자잖아요? 청소년 근로 보호법 때문에 야간 행사도 못하고, 학교 출석문제도 있죠. 거기다 졸업해도 군대가 기다리고 있어요. 따지고 보면 4년은 행사로 크게 돈을 만지기 어려운데 결국 3년에 그만큼 뽑겠다는 이야기가 되잖아요?”
“음, 예린 학생, 일단 우릴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그건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야. 그리고 우린 가능성이 충분해서 이렇게 배팅한 거지. 예성이는 충분히 스타성이 있어. 그리고 스타가 되기만 하면 1억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예린 학생도 잘 알거야. 스타가 되지 못했을 때가 문제지만 그건 예성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의 서포팅이 모자랐다는 이야기가 되니 누굴 원망할 문제는 아니지. 자 그럼 계약을 해볼까요?
이기호는 계약서를 짚어가며 말했다.
“계약급은 1억, 이건 설명 했고, 비율이 4:6 이야. 이건 우리가 많이 가져간다고 할 수도 있고 적게 가져간다고 할 수도 있어. 알다시피 연예인은 그냥 뜨지 않아. 홍보와 프로모션이 필수야. 거기다 움직이는데도 돈이 들어.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 차량도 있어야지. 거기다 꾸미는 비용도 들지. 그리고 이것은 예성이 점점 스타로 되어갈 때 마다 질도 점점 좋아지겠지. 마치 돈을 벌면 차와 옷이 바뀌듯이 말이야. 이해했어?”
“그럼, 저작권은 어떻게 되나요?”
“걱정할 건 없어. 작곡에 대한 저작권은 네 것이니까, 엄연히 앨범을 제작할 때 제작자에게도 저작권이 있으니까. 네 것까지는 욕심을 내지 않아.”
이 기호는 그 후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계약을 하게 되면 아무데서나 공연을 해서는 안 된다. 허락 없이 멋대로 영상을 제작해서 내보내면 안 된다 등등등, 예성은 듣다 지쳐 말했다.
“한마디로 시키는 것만 해라 이거죠?”
“예성학생, 내가 입 아프게 말했는데 그렇게 한마디로 정리하면 어떡해?”
“네. 죄송합니다. 하지만 너무 길어서 들어도 기억도 못해요.”
“예성학생, 요점은 단 하나야. 우리는 예성학생을 우리만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거야. 그게 전속계약이라는 거지. 상품으로 치면 독점이랄까? 예성학생이 튀는 행동을 하거나 사고를 치면 독점의 형태가 흔들려. 그건 예성학생이나 우리에게 좋지 않아.”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시원하게 사인하시죠. 어머님”
이 여사가 이기호의 손에서 펜을 넘겨받으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갑자기 현실로 닥치니 심장이 쿵쾅거렸다.
여기에 사인을 하면 1억이 생긴다.
아들은 언제나 돈이 없는 비참한 미래를 이야기하며 가수를 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는 이 여사는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더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되어 있었으면 아들은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사인을 하면 자신은 마음의 짐을 덜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들의 가수생활은 어찌될까? 조금 더 알아보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아들 이거 해도 될까? 갑자기 현실로 다가오니 내가 공양미 삼백 석에 심청이 팔아먹은 심 봉사가 되는 기분이야.”
“엄마, 심청이는 스스로 했거든. 그리고 나를 위해서 하는 거야.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럼 엄마, 사인한다.”
“그래. 그리고 걱정하지 마. 심청이 해피엔딩이잖아. 잘 될 거야.”
이여사가 예성의 말에 사인을 하자 김미영 변호사가 공증을 했다.
계약이 끝이 나자 이기호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식구가 된 것을 환영해.”
너무도 환한 이기호의 표정에 예성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잘······.잘 된 것 맞겠죠?”
“글쎄다. 흐흐흐”
엄마는 사인을 하고 나자 부엌으로 가서 준비된 음식을 내 왔다. 그리고 이기호의 눈에 황금빛 찬란한 유리병이 보였다.
“예성학생, 없다며?”
“그런데 왜 자꾸 예성학생이라 그래요? 그냥 예성이라 부르세요.”
“글쎄, 어감이 좋아서 아닐까? 그런데 저건 인삼주가 아니야?”
“맞죠. 하지만 저건 2년짜리에요.”
“2년짜리는 2년짜리의 맛이 있지, 술맛이 강하니까. 흐흐, 이로서 모두가 행복한 밤이 되는 건가?”
“글쎄요. 하~아”
예성은 보지 않아도 행복하지 않은 밤이 될 것을 알았다.
옆에 있던 예린도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예성과 예린은 엄마가 술에 취해 평산 신 씨의 위대함을 설파하는 것을 맨 정신으로 지켜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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