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43
38. 이게 좋지만은 않은데.
기도를 만든 지 하루가 흘렀다. 예성은 그동안 집안에서 꼼짝을 하지 않았다.
사건은 녹음 당일 곡을 완성하고 이기호 본부장님에게 연락을 했을 때였다.
“그래? 완성했어? 그럼 보내줘. ”
예성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시간이 흐른 후 연락이 왔다.
“예성학생. 좋은데. 조금 다르지만 나쁘지 않아. 이대로 올려.”
“정말 괜찮을까요?”
예성은 동생이 염려하던 모습이 떠올라 조심스러웠다.
“예성학생 괜찮아. 좋지도 나쁘지도 않을 거야. 나도 걱정돼서 알아봤는데, 예전 시즌에서 가수가 나온 적도 있더라. 그리고 K팝스타에도 가수가 나왔고.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어.”
“그럼 굳이 안올려도 되지 않을까요? 괜히 관심종자가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영 안 내키는데요.”
“음 그건 곤란해. 예성학생, 이번일은 예성학생의 앞날을 좌우하게 되는 일이 될 테니까. 잘못될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말했지 믿음이 중요한 거라고. ”
‘당신의 어디를 보고 자꾸 믿으라는 건지’
예성의 머리에 ‘마님’ 그러면서 허리를 숙이는 이기호 본부장이 떠올랐다.
“하~아, 알았어요. 지금 올릴게요.”
예성은 유투브에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그 후로는 컴퓨터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예성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아무도 안보면 어쩌지? 혹시 너무 많이 봐서 마녀사냥 당하는 중일까? 아니야. 아무도 안볼 가능성이 더 커. 아니지. 기획사에서 뭔가를 할 테니 이미 인터넷에서 내 신상은 털리고 만신창이가 되고 있을지도······.’
예성은 방문을 열고 나가 예린을 찾았다.
“예린아, 소식 있냐?”
예린은 소파에 늘어져 있다 오빠를 힐끗 봤다.
“궁금하면 직접 확인 하면 되지. 날 왜 불러?”
“불안해서 그러지.”
예성은 차마 본인이 확인을 할 수 없었다. 그럴 때 휴대폰이 울렸다.
홍수였다.
“웬일이지? 여보세요?”
“야!!”
예성은 얼른 수화기를 귀에서 떼어냈다.
“살살 말해. 귀청 나가겠다. 뭔 일인데 소리치고 그래?”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뭐가? 앞뒤 다 자르고 물으면 내가 알아?”
예성의 말에 홍수는 잠시 말이 없었다.
“너 인터넷 안보고 있어? 그런 사고를 쳐놓고?”
“사고?”
“너 신상 털렸어. 거기다 실시간 검색으로 ‘신예성 슈스케’ 8위에 랭크되어 있어. 거기다 5위부터 10위까지 다 네 이야기다. 축하해. 너 완전 떴어.”
“뭐야? 정말!”
“그래. 임마 네가 만든 뮤직비디오 끝에 넣은 슈스케 출사표가 흔한 고딩의 패기라는 짤로 돌아다니고 있다.”
“뭐? 정말 그 정도야? 잠깐만.”
겁먹고 머뭇거릴 계제가 아니다. 얼른 컴퓨터를 켰다.
“씨바, 이게 뭐야?”
실시간 검색어에 정말 내 이름이 올라 있었다. 신예성 GJ엔터테인먼트, 신예성 그 한걸음, 신예성 소율, 신예성 슈스케, 신예성 기도, 이렇게 주욱 나열되어 있다.
“홍수야, 유투브 들어가 봤어?”
“그래. 완전 제대로 미친 짓을 했던데. 크크, 너 상우와 함께 똘끼가 충만한 줄 알았지만 대놓고 GJ엔터를 그렇게 까도 돼? 사관학교에서 항명이라고 영창 보내야 한다고 난리다.”
예성은 유투브로 들어갔다. 자신의 곡을 화면에 띄우자 노래가 흘러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자신의 출사표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싱어 송 라이터를 꿈꾸는 신예성입니다. 우선 제 첫 노래인 기도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제가 이렇게 말미에 나와 말을 하게 된 이유는 제가 이번 슈스케에 참가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얼마 전 GJ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와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GJ엔터테인먼트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여러분이 들으셨을 지도 모르는 의국남녀에 삽입된 그 한걸음이라는 곡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작곡한 곡입니다.
우연히 저의 곡을 GJ엔터테인먼트와 알고 있는 지인이 저의 곡을 듣고는 GJ엔터테인먼트를 소개해 줘서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발라드가수가 되기 위해 기획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기획사는 절 아이돌그룹의 메인보컬로 키우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문제냐고 묻는다면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돌이 되기가 싫습니다.
아이돌이 되어 유닛으로 활동하고 나중에 아이돌을 관두고 음악을 해도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미래의 일을 누가 알까요? 거기다 제가 원하는 음악을 하지 못하는 사이 저의 음악성이 변질되지 않는다고 확신 할 수 있을까요? 미래는 누구도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얼마 후에 사고가 나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하고 싶지 않은 음악을 하며 인생을 마감하게 될 겁니다.
저는 인생을 저를 위해 보람차게 쓰고 싶을 뿐입니다. 사실 계약 전 부터 슈스케에 나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약을 한 후 저에게 아이돌을 권했기에 저는 슈스케를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슈스케에 나가면 제가 지금 어느 정도인지 알고 앞으로 나갈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긴 이야기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상 밑으로 댓글이 주욱 달려 있었다.
‘고작 하루 지났을 뿐인데, 이렇게 많다니. 할 일 없는 놈들이 이리도 많나?’
[싱어 송 라이터 하겠다는 놈이 GJ랑 계약하다니 정신이 어떻게 됨?] [글 읽어 보니까 발라드 시켜주겠다고 계약한 거 같은데? 그리고 말을 바꾼 거 아냐? 그런 일이야 다반사지.] [미쳤군. 사관학교에서 항명이라니, 곧 헌병들 출동해서 영창 갈 듯.] [역시 고딩이라 수틀리면 일단 들이받고 보는 패기, 쩔어. 뒷일은 누가 책임지나?] [그런데. 노래 진짜 좋다. 화면이랑 잘 어울리고, 오래전에 죽었던 반려견 생각이 나네요.] [이 노래에 개가 생각나면 어째? 하긴 나도 얼마 전 묻어줬던 햄스터가 생각남. ㅠㅠ] [의국 남녀의 그 한 걸음이란 곡도 완전 좋음.] [솔직히 나오면 재밌을 듯, 슈스케는 매번 생방송 때만 되면 참가자들이 긴장해서 재미가 뚝 떨어짐. 이런 실력자들이 많이 나오면 재미질 것 같음.] [이 아이도 그냥 아마추어임, 계약한지 한 달도 안 됐을 것 같은데. 그래도 실력은 있는 거 같음. 생방에서 이 노래 들어보고 싶네. 그런데 음악방송 나가도 되지 않나? GJ 정도면 꽂아줄 수 있을 텐데.] [아이돌 안한다고 해서 괘씸해서 안 도와줄 듯.] [아, 저 이분, 노래 들어본 적 있음, 라이브 끝내줘요. 한동안 파리공원에서 매일 노래 부르던데 사람들 막 모이고 그랬어요. 나이 대를 망라함, 완전 옛날 노래를 불러 할아버지나 아저씨들 관광버스 춤추며 장난 아니었음.] [슈스케에 기획사 소속된 참가자가 있었나? 처음 아님?] [몇 번 있지 않았어요? 저번 시즌 K팝에서는 불멸의 명곡까지 나갔던 가수까지 나왔었잖아요? 샤론인가? 그랬을 거임. 슈스케도 그룹 하던 남자가 나왔던 적도 있고 몇 번 있어요.] [패기 쩐다. 조용히 나오는 것도 아니고, 출사표라니, 예선탈락하면 어쩔 거.] [폭망이지. 이 영상도 곧 잘리는 거 아님?] [그렇겠지. 일단 다운] [나도 다운]······.
댓글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의외로 목동에서 예성을 봤다는 댓글이 많았다. 그리고 응원한다는 말도 많이 보였다. 혹시 기획사에서 손을 쓴 건가?
예성은 프로가 될 놈이 아마추어 밥그릇을 노린다고 욕먹을 줄 알았지만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 한 모양이었다.
“홍수야. 이 정도면 나 매장당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
“이 정도면 양호한 거지. 그리고 기사도 떴다. 이기호 본부장이 인터뷰 했는데 너 나가는 거 찬성이란다. 대충 요약하면 하고 싶은 애들 많으니까 하기 싫은 아이에게 억지로 시키지는 않겠다. 이런 뉘앙스인데?”
당연히 그럴 거다. 이미 이야기가 그렇게 되었으니.
“그런데 이게 이렇게 화제가 될 일인가?”
“인마,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는 이야기도 몰라? 네가 딱 그 꼴이지, 이제 전입한 이등병이 군대 지랄 같아서 못해먹겠다 방송에 대고 소리치는데 뉴스가 되지. 크크”
“홍수야. 나 전화 들어온다. 나중에 통화하자.”
“그래. 무사하길 빈다.”
“그래.”
전화를 받으니 이기호 본부장님이다.
“네. 본부장님”
“예성학생, 어때? 반응이 나쁘지 않지?”
“그러네요.”
“내가 말했잖아. 나쁘지 않을 거라고, 거기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좀 많아? 이미 겹치게 출연한 이들도 많고 거기다 가수도 나온 적 있는데, 계약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 고등학생이 나온다고 하는데 뭐라고 할까?”
“그런가요?”
“아무튼 생각보다 성과가 크다. 유투브 확인했어?”
“네. 지금 보고 있는 중이에요.”
“말하는 걸 보니 아직 모르나 보네. 지금 유투브에 네가 올린 영상을 따라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 일명 ‘너만 나가냐? 나도 나간다.’ 시리즈로 올라오고 있어. 이미 200개가 넘는 동영상이 올라 왔더라. 거기다 슈스케 신청자 수도 많이 늘었다고 은태가 고맙다고 전해달래.”
“일단 확인해 봐야겠어요. 그런데 이걸 알려주시려고 전화하셨어요?”
“아니, 내일부터는 기획사로 나와. 이제 트레이닝 좀 해야지.”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던 말이었다.
“몇 시에 갈까요?”
“일단 내일 10시에 와. 그리고 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하는 걸로 하자.”
“네.”
예성은 전화를 끊고 유투브 검색창에 방금 들었던 너만 나가냐를 쳐보았다. 그러자 정말 노래 부르는 영상이 화면에 주욱 늘어져 나왔다.
“헤에, 정말이네. 모두 나처럼 하고 있어.”
예성은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한 행동을 다른 사람이 따라 하다니. 이건 마치 자신이 유행을 선도하는 스타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동생아, 이거 봤어? 사람들이 내가 한 행동을 따라해. 아! 어쩌면 난 스타가 되기 위해 태어난 건지도 모르겠다. 동생아.”
“허이구, 또 허파에 바람이 들기 시작하셨어요?”
예성은 예린의 말에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화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쯧쯧, 오빠는 그게 문제야. 항상 좋은 쪽으로만 생각을 해. 저들이 오빠 행동을 좋아서 따라한 거라고 생각해?”
“그럼 뭔데?”
“오빠는 슈스케에 나가지?”
“그래.”
“슈스케는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해주는가에 따라 등락이 결정되지?”
“그래.”
“그런 슈스케에 나가는 오빠가 영상을 올려 실시간 검색어까지 올랐어. 그리고 반응도 나쁘지 않아. 사람들이 좋다. 응원한다는 이야기가 많아.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오빠는 나가기도 전에 이미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거야. 그리고 오빠가 나가서 기대만큼만 하면 오빠는 다른 사람들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경연을 펼치게 되는 거지. 이해가 돼?”
“헉, 그런 쪽으로는 생각 안 해봤는데.”
“물론 그러시겠지. 이제 저들이 왜 저러는지 이해가 되지?”
“자신들도 기대를 받고 싶은 거야?”
“그래. 이제껏 그들이 이렇게 하지 않은 건 시선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오빠로 인해서 시선이 집중되었지. 그런 상황에서 영상을 올리면 자신들에게도 관심이 쏠릴 거라 생각한 거야. 그래서 이 난리가 난거고. 저들은 오빠의 적이야. 따라한다고 좋아 할게 아니라고.”
“그······.그런가? 그럼 염탐이라도 할까?”
예성이 영상을 클릭 하려고 하자 예린이 막았다.
“그냥 보지 마. 또 자신감 잃고 징징 거리는 거 보기 싫으니까.”
“그 정도로 잘하는 사람이 많아?”
“글쎄. 하지만 이제까지 했던 방송으로 봤을 때 본선에서 실력을 다 발휘 못해서 떨어지지. 실력이 없어서 떨어진 사람은 많지 않잖아”
“그렇긴 하지.”
“거기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지. 오빠는 어쩌면 강력한 경쟁자들을 불러들인 건지도 몰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오빠 알아? 한국에는 기획사가 1000개가 넘어. 그리고 활동하는 아이돌은 100개 팀이 넘지. 그런데 우리가 아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몇 개 안되지.”
“그래. 몇 개의 기획사와 아이돌을 빼면 대부분 무명이야. 거기다 방황하는 연습생들도 많을 거야. 그런데 오빠가 기획사에 속해 있으면서 자신을 평가 받기 위해 나간다고 출사표를 던졌어. 이 무명의 기획사와 아이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헉! 씨파, 또 너만 나가냐? 나도 나간다가 되는 거야?”
“그렇지.”
“그런데 아이돌이면 K팝으로 가지 않을까? 거기 가수도 나왔다며?”
“그럴지도 모르지만 복수 지원이 되니까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
“뭐? 정말?”
“그래. 오빠도 봤을걸.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가 슈스케에 나오고 떨어졌던 참가자가 재도전 하는 경우 말이야.”
“그런 일도 있었지. 아! 나 어쩌지?”
“어쩌긴 지금처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 하지만 의외로 많이 참가하지 않을 수도 있어. 무명이면 무명인 이유가 있는 법이지. 안 그래도 요즘 AR같은 MR을 쓰는 아이돌이 많다고 기사가 나고 그랬으니까. 실력에 자신 없는 이들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까 걱정되어 참가가 쉽지 않지.”
이게 뭐하자는 건가? 병 주고 약주고 놀리는 건가?
“동생아, 왜 말이 왔다 갔다 해? 한 방향으로 하자.”
“오빠 쫄아서 전전긍긍할까봐 이야기 해주는 거야.”
예린의 말에도 화가 나지 않는다. 동생도 자신이 걱정돼서 하는 말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가끔 좋은 말로 해도 될 것을 꼭 속 뒤집는 말투를 써서 문제지.
“나 예선 탈락 하는 거 아닐까?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신나게 까이겠지. 고작 그런 실력으로 이 난리를 피웠냐고, 그리고 난 악플에 상처를 받아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져 방안에 숨어들어 다시는 나오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예성의 말에 예린이 묘한 눈으로 오빠를 봤다.
“묘하게 현실성이 있는데, 오빠 성격이면 그럴 가능성도 충분해 보여.”
“야! 여기서는 오빠는 이겨낼 수 있어. 엄마와 내가 있잖아. 이래야 하는 순간 아니냐?”
“오빠와 나 사이에 지금 뭘 바라고 있는 거야?”
“아무래도 내일 기획사로 가면 한 번 알아봐야겠어. 역시 나은태CP가 고맙다고 말한 것이 그냥 사람 수가 늘어나서 그런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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