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47
42. 2차 예선 >
예성의 친구들은 경기장을 올라가며 한창 들떠 있었다.
“야! 우리가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것 같지 않아? 우리보다 응원하러 온 사람이 많은 참가자는 없을 거야.”
홍수의 말에 떨떠름할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 학원은 안 가도 돼?”
“친구가 슈스케 나가는데 고작 학원이 문제겠어?”
그런데 대답을 하면서 왜 나를 보지도 않고 주위의 핫팬츠 여성들을 스캔하면서 말하는 건데.
“예성아, 계단부터 이러면 올라가면 장난 아니겠는데.”
“그러게.”
이게 사람 많은 것을 보고 그러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놈들은 오로지 여자들만 보면서 하는 이야기다.
오기 전에 슈스케 참가 후기를 읽어봤다. 다들 엄청 기다렸다는 이야기밖에 없었다.
일찍 오려고 했지만, 친구들이 문제였다.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난리를 치는 것이다.
“야! 언제 카메라가 너에게 들이댈지 몰라. 그때 우리가 없어서는 안 되지. 인원이 많아 안 그래도 찍힐 수 있을지 불안하구만.”
친구들은 아예 올라가면서 순번을 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하는 게 약간 이상했다. 카메라가 왜 나에게 들이댄단 말인가?
“예린아, 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건데?”
“오빠 난 일행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 그냥 여기 있을게. 그런데 오빠 친구들 왜 온 거야?”
“응원해주러 온 거지.”
“그런데 왜 오늘 온 거야? 오늘 합격 발표도 나지 않을 텐데.”
예린의 말에 친구들의 행동이 일제히 정지했다. 친구 중의 하나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기 예동씨, 다시 한번 말해볼래? 합격. 그러니까 티셔츠 받고 와아아~이거 하는 날이 아니라는 소리야?”
예린은 예동이라는 말에 깊은 빡침을 느꼈지만, 오늘은 적이 너무 많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2차 예선이잖아요. 와아아~는 3차에요.”
예린의 말에 친구들이 모두 나를 노려보았다.
“신예성 이게 무슨 말이야? 오늘 티셔츠 받고 와아아~ 하는 날 아니냐?”
“정말 몰랐냐? 그거 3차잖아.”
“그럼 넌 알고 있었어?”
당연히 알고 있다. 너희들도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어, 그래서 내가 홍수에게 연락했잖아. 같이 가달라고.”
“야! 오프닝에서는 참가자들밖에 안 나오잖아.”
다시 친구들이 홍수를 쳐다봤다.
“야 조홍수, 오늘이 아닌 거 알고 있었어?
친구의 다그침에 홍수는 보이지도 않는 먼 산을 쳐다봤다.
“난 그냥 예성이가 친구들의 응원을 받아 긴장하지 않았으면 했어.
그러면서 슬금슬금 뒷걸음을 쳤다.
“예성아, 응원한다. 힘내라.”
다다다.
“저 새끼 잡아.”
투두둑.
친구들이 가지고 온 응원 도구들을 내버려 두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홍수는 빨랐지만, 그저 빠를 뿐이었다.
계단을 오르자마자 사람들의 장벽에 막혀 잡혔다. 그리고 처절한 응징을 받았다.
“씨발,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래. 사람 많다. 너를 밟을 사람이. 죽어버려.”
우리는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다.
“오빠 친구들 기운도 좋아. 이 더운 날에 저렇게 뛰어다니다니.”
“기운이 좋아서 저럴까? 그냥 미친 거지. 이 더운 날에 제정신들이 아니야.”
계단을 오르니 사람이 정말 많다. 참가자도 많고 따라온 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후원사에서 행사하는지 천막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었다. 그걸 보고 드는 생각은 역시 하나였다.
‘오늘 일찍 돌아가긴 글렀구나.’
줄을 서서 기다리자 누군가 슬며시 다가와 질문을 던진다.
“이봐, 학생 오디션 보러 온 건가? 자네라면 이런 오디션 볼 필요 없어. 내가 자네를 스타로 만들어주지. 어떤가?”
슬며시 명함을 건네면서 하는 말이다.
물론 나를 보며 하는 말이 아니다. 내 옆에 서 있는 상우를 보며 하는 말이다.
역시 이놈이랑 있으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가 힘들다. 상우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넙죽넙죽 명함을 받아 챙겼다.
“저기 참가자세요? 같이 사진 좀 찍어줄 수 있어요?”
아리따운 여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물론 이것도 내가 아니다.
“저기요. 사진 좀 찍어주세요.”
이게 나를 보며 하는 말이다. 상우의 사진을 찍어주는 내 모습을 보고 예린이 한마디 했다.
“오빠, 언제나처럼 같은 풍경이라 안심이 되지?”
“그래. 엄청 안심된다.”
10시가 넘자 입장이 시작되었다.
이제 좀 들어가서 쉬나 했지만, 입장은 더디게 흘러갔다. 내 차례가 되니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게 그 악명 높은 출연 서약서란 거군.’
내용이 정말 알차기 그지없었다.
[본인은 2차 예선에 선발되어 3차 예선에 진출할 경우, 정부의 명령, 천재지변이나 운송업체의 파업으로 이동할 수 없는 이유를 제외한, 전속계약, 타 오디션 지원 및 출연, 소속사 선정 등, 어떤 이유로도 출연을 거부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프로그램의 향후 촬영, 제작, 방송에 최선을 다해 협조할 것임을 확약합니다.]‘한마디로 말하자면 도망가지 말고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해라는 소리군.’
출연 서약서에 이름과 사인을 하고 번호표를 받았다. A-80 번이다.
들어가려니 스텝이 나를 잡았다.
“신예성 참가자”
“네.”
“유투브 뮤직비디오 주인공 맞지?”
“네.”
“나중에 오프닝 촬영할 때 부를 테니 앞으로 나와.”
“네?”
“그거 몰라? ‘기적을! 노래하라! 슈퍼스타 코리아!”
안다. 지역별로 참가자들이 떼창을 하는 모습을 봤다.
“알아요.”
“오프닝 할 때 앞에서 외치는 걸 신예성 참가자가 하게 될 거야. 그러니 부르면 나와. 본인도 왜 하게 됐는지 알지?”
“네. 아무래도 얼굴이 알려졌으니까요.”
“그래. 그런데 혼자 왔어?”
“아뇨. 여동생과 친구들, 이렇게 같이 왔어요.”
“그래요? 그럼 친구들과도 한 컷 따야겠네.”
“정말요?”
안 그래도 친구들이 기대하고 있는데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 좀 부탁해.”
“네. PD님”
스텝의 말에 자신에게 말 건 스텝을 다시 쳐다봤다.
“혹시 김동욱 PD님이세요?”
“나 본 적 있어?”
“아니요. 이야기만 들었어요. 저번 시즌 기획하셨다는 이야기요.”
“맞아. 그리고 나도 널 알아. 시간 없어. 빨리하자.”
“네.”
밖으로 나와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이야기하자 구석 귀퉁이에 찌그러져 있던 홍수의 어깨가 쭉 펴지며 친구들에게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난 애초에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어떠냐? 나의 선견지명이.”
“미친놈!”
촬영은 간단했다. 하지만 카메라가 처음인 친구들로 인해 몇 번을 다시 했다.
“기적을 노래하라 슈퍼스타 코리아. 와아아~!”
“컷, 수고했어요.”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김동욱 PD가 상우를 유심히 살폈다.
“학생, 정말 잘생겼네. 혹시 슈스케 참가할 생각이 없어?”
“전 신청 안 했어요.”
“괜찮아. 지금 신청하면 되니까. 할 생각 있어? 일단 학생 정도면 무조건 3차는 나갈 수 있어.”
상우는 그 말에 나를 쳐다봤다.
“왜 나를 봐? 해보고 싶으면 하면 되지.”
정말 이런 일이 있구나. 즉석에서 예선참가를 권하다니.
김동욱 PD는 김상우라는 학생이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3차까지는 노래를 잘하지 못해도 상관이 없었다.
저 얼굴이면 한순간 화면을 훈훈하게 만들어 줄 수 있었다.
“할게요. 어차피 오늘 예성이가 집에 갈 때까지 같이 있어야 하니까.”
“PD님, 저희도 할까요?”
“아니, 너희들은 됐어. 신청도 안 했잖아?”
김동욱 PD는 상우에게 말할 때와는 다르게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 친구들은 처음으로 사회의 냉정함을 몸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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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왜?”
“나 여기서 선미 본 것 같아.”
“정말?”
“응. 아까 화장실 갔다가 스치듯 봤어.”
선미라면 한때 동생의 절친(?) 이었던 아이다.
하지만 다시 전학 온 선미는 전혀 다른 아이가 되었다면서 예린이 걱정하던 것을 얼핏 들었다.
엔터테인먼트 때문인지 모르지만, 예린과 말도 안 하고 아예 반에서 없는 존재처럼 지낸다고 했다.
얼굴이 예뻐 아이들이 말을 여러 번 붙이려 했지만, 선미가 전혀 대화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왕따 아닌 왕따로 지내는 아이다.
“말 걸지 그랬어?”
“싫어. 무시당하면 얼마나 기분 나쁜지 알아?”
“하여간 너는. 같이 있으면 눈에 띄어서 싫고, 무시당해도 싫고, 가지가지 한다.”
“내버려 두셔.”
슈스케 2차 예선에는 매년 특별 심사위원이 한 명 참가한다. 올해에도 한 명이 참가했다.
“케이월씨, 눈에 띄는 참가자가 없네요.”
같이 심사를 보고 있던 슈스케 작가가 한숨을 쉬었다.
“기다려봐. 이제 초반이야.”
케이월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케이월의 표정도 점점 죽어갔다. 노래방 수준의 참가자는 보였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인재가 없었다. 그리고 계속되는 소음공해 때문에 머리가 아파져 왔다.
“아, 정말 오디션 프로그램도 끝물은 끝물인가? 인재가 없네.”
작가도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다 지원서를 보던 손이 멈칫했다.
“어! 이 아이는?”
그때 부스 안으로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여고생이 들어왔다. 몸매도 모델처럼 늘씬해 케이월의 시선이 한순간에 고정되었다.
‘완전 베이글이야. 얼굴도 여우처럼 생겨서 예쁘네. 그런데 왜 고등학생이야?’
안타까운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합격!”
“이봐요. 케이월씨, 노래는요? 들어볼 필요도 없어요? 거기다 이거 2주 뒤에 합격 여부를 알려주는 거 알면서 그래요? 하여간에 남자들이란, 일단 정면을 보고 번호와 이름을 말해주세요.”
“A- 60번 정선미라고 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네요. 연습생을 했다고 되어 있고, 기획사가 늘 푸른······. 정말 여기에요?”
늘 푸른 엔터테인먼트라면 얼마 전 스폰서 문제로 떠들썩해서 케이월과 작가도 잘 알고 있었다.
“네. 얼마 전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전학도 하게 됐습니다.”
그들의 놀람에 정선미가 울먹이는 표정으로 말을 하자 케이월과 작가는 그 모습에 절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참가하게 된 이유가 자존감을 되찾고 싶어서라고 되어 있네요.”
“네. 아무래도 좋지 않은 일에 엮여서 연습생을 관두다 보니까. 스스로 아주 힘들었어요.
나도 스폰서 받은 언니들처럼 남들의 시선에 똑같이 보이는 것처럼 느껴져서요.
거기다 전학을 해서 아는 친구도 없어요. 이미 학교에도 소문이 났는지 가까이 지내려고 하는 친구들이 없어요.”
“저런. 많이 힘든 생활을 했네요.”
“네. 힘들어요. 그리고 그런 저에게 남은 것은 춤과 노래뿐입니다. 춤과 노래만이 유일한 버팀목이에요.”
정선미는 울먹거리다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작가와 케이월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슈스케 작가는 안타까우면서도 머리는 바쁘게 움직였다.
‘역시 서류에서 봤던 대로 스토리는 되는데, 춤과 노래만 잘하면 그림이 되겠어.’
“사연은 안타깝지만 여긴 오디션장이에요. 실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죠. 일단 준비한 노래를 들어볼까요?”
“제가 준비한 곡은 오리의 꿈입니다. 지금 할까요?”
“네.”
정선미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 날을 함께해요?]‘노래도 괜찮네. 음색이 특이하거나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목소리는 아니지만, 안정감이 있고 부담스럽지 않아.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걸 생각하면 잘하는 거지. 거기다 선곡이 사연과 맞아 떨어져 더 좋게 들려.’
“노래 잘 들었어요. 춤을 볼까요?”
“여기는 좁아서 간단한 거 하겠습니다.”
정선미는 그동안 연마해온 섹시 웨이브를 보였다. 방금 눈물을 흘려 촉촉한 눈망울과 섹시 웨이브가 어우러지니 시선을 확 잡아끌었다.
‘월척이네. 월척이야. 나CP님 됐어요. 우린 이제 살았어요.’
‘정말 잘하네. 웬만하면 중간에 떨어뜨려 우리 기획사로 데려가고 싶네. 그런데······.’
“잘 봤어요. 그런데 상금을 받으면 다시 전 기획사 대표랑 다시 함께하고 싶다고 적으셨네요.”
“네. 나쁜 사람은 대표님과 실장님이 아니니까요. 그저 사장님과 실장님은 믿음에 배신당했을 뿐입니다. 저는 사장님을 믿고 다시 우리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춤과 노래 잘 봤어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게요.”
“네”
정선미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언제 울고 자신감 없었냐는 듯이 당당한 모습으로 오디션장을 벗어났다.
‘난 뜰 수밖에 없어. 내 미모에 스캔들에 왕따까지 얹었으니, 사람들에게 어필이 될 거야. 거기다 내 노래와 춤이면 베스트까지는 문제없지. 거기서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 가뭄이 시작됐네.”
“정말 이번에 왜 이렇지? 지방 예선도 이러면 이번에 힘들겠어요. 딱 아까 봤던 선미 정도만 되는 이가 나와 줬으면 하는데.”
작가가 지원서를 넘기면서 투덜거렸다. 그러다 다음 지원서를 보고는 시선이 고정되었다.
“어머, 우리 기대주 아냐?”
“누군데 기대주야?”
“왜 있잖아요? 출사표 소년?”
“아! 유투브”
그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예성이 부스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예성의 인사에 작가의 얼굴이 활짝 폈다.
“어서 와요. 실물이 좋네. 잘생겼어.”
“네. 감사합니다.”
“일단 정면을 보고 참가 번호와 이름을 말해주세요.”
“참가 번호 A-80 번 신예성입니다.”
“보자. 아이돌이 하기 싫어 참가했다고?”
“네.”
“요즘에는 사람들이 만능엔터테이너를 원한다는 것을 몰라?”
“네. 압니다.”
“그런데도 발라드가수를 고집하는 거야?”
“네,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하면 되겠지 미뤄두고 다른 음악을 하다 음악이 싫어질지도 모르니까요.”
“이야, 정말 세상 참 좋아졌다. 우리 때는 너 이거 해. 그러면 ‘아이고 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는데. 비꼬는 거 아니니까 섭섭하게 여기지 마.”
“괜찮습니다.”
“그럼 준비해온 곡을 들어볼까?”
“네. 임문세 선배님의 가로수 그늘막 아래 부르겠습니다.”
예성은 목을 가다듬고 노래를 시작했다. 이제는 척하면 척이었다. 그 동안 본 영화가 얼마고 부른 노래가 얼마던가?
[?가로수 그늘막 아래 서면잊을 수 없는 기억에?]
‘이놈은 목소리가 왜 이래?’
케이월은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왠지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가끔 고음을 들을 때 소름이 돋는 경우는 있어도 노래 도입부에 이런 경우는 오랜만이었다.
그냥 읊조리듯 말하는데 그게 가슴에 들어와 심장을 간질였다.
‘언제였지? 김정호 선배님의 ‘나비’를 들었을 때 꼭 이런 기분이었는데.’
[?여위어가는 가로수 그늘 밑 그 향기 더 하는데 우우우~ 아름다운 세상 너는 알았지 내가 사랑한 모습 우우우~ 저 별이 지는 가로수 하늘 밑 그 향기 더 하는데..?]‘헐, 이놈 진짜 대박일세. 그냥 담담한 목소리로 고음을 뽑는데, 이렇게 귀에 쏙쏙 박히다니,’
케이월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음이 올라갈수록 가수들은 바이브레이션을 많이 쓴다.
그게 노래하기 편하기도 했지만, 노랫말이 바이브레이션을 통해 더욱 또렷하고 잘 전달되기 때문이다.
“잘 들었어요. 그런데 바이브레이션을 잘 안 쓰네요? 혹시 다른 노래 들어볼 수 있어요?”
“그럼 윤영진 선배님의 ‘당신의 향기’ 후렴 부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안~녕이란 말을 꼭~ 해야 한다면~ 차라리 세상~ 모든 빛을 잃으리~ 이젠 나에게~~]“네. 여기까지입니다.”
‘바이브레이션도 잘하네. 나쁘지는 않아.’
“노래 정말 잘 들었어요. 잘 부르네요. 뭐라고 더 말하려고 하는데 할 말이 없네요. 나중에 3차에서 이성철 선배가 뭐라고 말할지 기대가 되네요.”
케이월의 말에 예성이 활짝 웃었다.
“합격인가요?”
“케이월씨, 분명히 말했잖아요? 결과는 2주~3주 뒤에 결과가 나온다고 말이죠. 신예성 참가자, 결과는 전화로 연락이 가요. 그런데 신예성 참가자의 교복이 낯이 익네요. 잠깐만요.”
작가는 지원서를 뒤적이더니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신예성 참가자. 목동고죠?”
“네.”
“정선미라고 알아요?”
“네. 얼굴은 압니다. 하지만 학년이 달라서 잘은 몰라요.”
“그래요? 괜찮으면 정선미 학생 좀 도와주세요. 학교에서 어려움이 많은가 봐요.”
“학교에서요?”
“네. 전학 와서 친구도 없고 아무도 자신과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 않는다고 해요. 어차피 그 학생이나 신예성 참가자나 3차에 같이 오게 될 테니 학교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도와주세요.”
“네. 제가 알아보고 도울 수 있으면 돕겠습니다. 끝난 건가요?”
“그래요. 수고했어요.”
예성이 나가자 케이월이 작가에게 말했다.
“저 학생이 우승하면 곤란한 거 아냐?”
“케이윌씨, 속단하지 마세요. 저희는 20개의 부스 중의 하나에요. 거기다 8개 지역에서 또 오디션이 치러지고 있어요.”
오디션을 마치고 나와 동생에게 선미에 관해 이야기하자 동생이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와! 정선미, 정말 대단해졌다. 대단해졌어.”
“역시 왕따 아니지?”
“아니 맞아. 그런데 이건 선미가 반 전체를 따돌리고 있는 거지. 어쩐지 전학 오고부터는 수업시간이 끝나면 교실에 있지를 않더라. 그게 다 슈스케 때문이라니.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그러니까 지금 동정표 얻으려고 일부러 그런 거란 말이야?”
“그래. 이 기집애 진짜, 완전히 미쳤네. 미쳤어.”
“그만큼 가수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 아니겠어?”
“그럼 자기 혼자 힘으로 하던가? 이게 뭐하자는 거야? 오빠, 단순한 게 아니야. 동생 마녀사냥당하게 생겼어. 교복 입었다며? 그럼 방송 나가는 순간 신상 털리는 건 한순간이야.”
“선미랑 이야기해봐.”
“이야기 통할 것 같으면 이런 사고를 치지도 않았겠지. 모르겠어? 미묘하게 말하잖아?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 않는다. 이게 왕따지만 왕따같이 들리잖아. 이제 방송 나가면 우리 반 아이들 다 일진 되는 건가? 오빠, 축하해. 일진 여동생을 둔 멋진 오빠가 될 거야.”
“야, 아무리 그렇게까지 될까?”
“오빠. 모르는 거야. 선미야 또 전학 가면 되지. 그게 아니면 나중에 서로 오해했나보다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하면 끝이지.”
이야기를 들으니 예성도 화가 났다.
“걔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선미가 생각하기에는 스폰서 스캔들 때문에 슈스케에 나가면 불리하다고 생각했나 보지. 그러니 자신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거야.”
“역시 예전 베스트프렌드. 잘 아는구나.”
“안 친했거든.”
“어쩌지?”
“글쎄.”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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