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50
45. 저에게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
예성은 심사장을 벗어나며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티셔츠 받아가야지.”
“아! 감사합니다.”
티셔츠를 받고 심사장을 나서자 아직 오디션을 보지 못한 이들이 축하를 해주었다.
“축하해요.”
“화제가 된 인물이니 당연한 결과지. 어쨌건 축하해요.”
“나도 합격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진심을 담아. 누군가는 질시를 담아, 누군가는 부러움을 담아 축하해 준다.
그들의 마음은 이해가 된다. 내가 합격함으로 인해 그들의 자리는 하나가 줄어들었으니까.
“신예성 참가자 이쪽으로 오세요.”
슈퍼위크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이동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그리고 버스에서 다시 내려야 했다.
“네? 지금 뭐라고 말씀하신 거죠?”
“못 들었어요? 지금 녹음하러 가자고 말했어요.”
“지금요? 이제 슈퍼위크를 합격했는데.”
“슈퍼위크에 들어가면 시간이 부족해요. 그래서 미리 녹음하는 겁니다.”
“보통 예선에 부른 곡은 녹음을 안 하지 않아요?’
“작년부터 하고 있어요.”
뭔가 더 설명을 해주지 않을까 해서 쳐다보았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알만했다. 이놈의 방송사 돈독이 올라 참가자를 갈아 넣으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래요?”
“네.”
스텝을 따라 녹음실로 향했다. 심사위원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서 그런지 피곤이 몰려왔다.
하지만 이미 동의서에 사인한 이상 자신에게 거부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동의서에는 방송하는 동안에는 내 몸은 나의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꼼꼼하게 제약이 걸려있었다.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모든 음악의 저작권은 물론 촬영 영상, 주변 사람 인터뷰 모든 것이 다 방송국에 귀속이 된다. 그리고 방송에 관한 내용을 발설하게 되면 위약금을 물게 되어 있었다.
거기다 심사평, 편집, 네티즌의 반응에 관한 결과에 대해 절대 명예훼손이나 민, 형사상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있었다.
그러니 동의서에 사인한 이상 이미 참가자인 자신은 그들의 인형이나 다름없었다.
슈스케에 나가는 것이 이런 제약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망설임이 있었다. 하지만 본부장님이 말하길 모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이런 동의서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다 그렇다는 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미 세상에 얼굴을 알리기로 한 이상 피할 방법은 없었다.
몇 시간의 녹음이 끝나고 그제야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참가자 인원들이 모두 같은 숙소를 사용한다고 한다. TV에서 보았던 셰어하우스 같았다.
피곤해서 아무 데나 쓰러져 눕고 싶었지만, 아직 방송은 끝이 나지 않았다.
전화기와 태블릿 같은 바깥과 소통되는 물건을 모두 압수한다고 한다.
“그럼 가족들과 마지막 통화를 하세요.”
“지금 이 시각에요?”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이다. 이 시간에 집에 전화하라니.
“방송 나갈 때는 시간이 저녁 8시로 나갈 테니 상관없어요.”
이 스텝 진짜 짜증이 솟구치는 사람이다. 당신 피곤한 건 알겠지만 나도 피곤하거든.
거기다 상관없다니, 내가 상관있잖아. 가족들 다 자는 시간에 전화해서 깨우라니.
“지금 전화해도 아무도 안 받을 건데.”
“받을걸요. 우리가 미리 전화해놓았으니까. 전화 오기 전에는 안 자고 있을 겁니다.”
“하~아. 네.”
전화를 걸자 통화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 나야”
“그래. 아들, 어떻게 됐어?”
“합격했어.”
“아들 축하해.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결국 해냈구나.”
“응. 고마워”
“엄마가 미안해. 엄마 형편이 좋았으면 반대도 하지 않고 아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하게 응원해줬을 텐데,”
“뜬금없이 무슨 말이야? 엄마 덕분에 이렇게 잘살고 있는데. 또 형편이 안 좋기는 왜 안 좋아?”
“응?”
“응?”
엄마도 나도 서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건 또 뭐하자는 거야?
“컷, 잠시만요. 신예성 참가자.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요?”
스텝의 말에 정신이 졸리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엄마 반응이 이상한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설마 엄마한테 대본 줬어요?”
“······.”
“엄마, 방송국에서 엄마한테 이렇게 말하라고 시켰어? 엄마, 잠시만 전화 끊을게.”
“아······.아들.”
전화를 끊고 스텝을 쳐다봤다.
“이건 뭘 하자는 건가요? 가난한 학생이 일확천금을 얻기 위해 나온 개념인가요?’
“비슷해. 그런데 왜 그래? 아까 인터뷰할 때는 잘했잖아?”
스텝도 짜증이 났다. 안 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쓸데없이 시간에 걸리고 있었다.
“그건 사실이니까요. 처음 올라왔을 때 힘들었고, 지금 엄마가 힘들게 일하고 있는가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가난하지는 않아요.
우리 집이 안 가난한데 가난하다고 이야기하고 엄마가 형편이 어렵다고, 왜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해야 해요?”
“그야 방송이니까. 이제까지 잘 따라오다가 왜 이래?”
“왜 이래라는 말이 나오세요? 방송이라는 걸 이해는 하겠는데 가난한 학생으로 만들고 뒷일은 책임져 주실 건가요?”
“무슨 책임을 져? 조금 과장했을 뿐이잖아.”
“이게 조금 과장인가요? 저희 엄마 작지만, 식당 사장입니다. 거기다 저도 계약해서 1억의 계약금을 받았고요. 도대체가 왜 제가 가난하다고 나와야 하는 거죠? 나와도 누가 믿을까요?
그리고 이게 이대로 방송에 나가면 그 후는 누가 책임질 건데요? 요즘 네티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네티즌 조사대 떠서 우리 가족들 신상이 털리면 저는 물론 우리 가족까지 매장되게 만드시려고요?”
비록 잘 산다고 하지는 못하지만 어렵게 자라지는 않았다. 거기다 1억이라는 큰돈을 받은 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형편이 어렵다니, 아들에게 많은 걸 못 해줬다니 이런 이야기를 엄마가 하게 만든단 말인가?
한평생을 자식들에게 헌신한 어머니인데. 우러름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많은 사람이 보는 방송에서 미안하다는 소리를 하게 만들어?
“학생,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학생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이 되는 거 몰라?”
“네. 불쌍하게 보여서 동정표 얻는 거 알죠. 하지만 불쌍하지도 않은데 제가 동정받을 이유는 없어요.”
“야,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네 눈에는 지금 다른 사람들 피곤해 보이는 거 안 보여? 너 하나 때문에 지금 다 아직 못 자고 있어.”
촬영 스텝들이 장비를 내리고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그럼 그냥 가셔서 쉬세요. 이건 제가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야!”
짝.
어라 나 지금 맞은 건가?
“이 새끼, 말하는 거 봐라. 방송이 장난처럼 보여? 모든 사람이 너를 졸졸 따라다니니 네가 대단한 것처럼 느껴져? 너 이 새끼, 기획사에도 들어갔다는 놈이 방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라.
야! 꼬맹이, 너희 집 잘살아? 아니잖아. 그냥 살만한 거지. 그냥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고 어머니가 힘들게 식당 운영하고 있잖아. 틀린 말 하나도 없는데 왜 그래?”
쓰윽,
입주 위를 닦아보니 피가 나고 있었다.
“지금 때리신 건가요? 제가 뭘 했다고 손찌검이세요?”
“그럼 네가 잘했다는 거냐? 여기 너보다 어린 사람이 어디 있냐? 그런 사람들이 이 새벽에 전부 너 따라 다니고 있다. 그런데 그런 고생을 모르고 네가 응석을 부리니까 화가 나지 안 날까?”
“응석이요? 이게 응석으로 보이세요? 아뇨. 이건 제 마지막 자존심이에요. 가족 팔아서까지 노래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여기서 노래 못한다고 평생 노래 못하나요?
하~아, 슈스케 정말 나오고 싶었어요. 높이 올라가고 싶기도 해요.
하지만 가족을 팔아서 순위를 높이고 싶지는 않아요.
어차피 이게 영원한 것도 아닌데 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해야 할까요?”
“그래서 끝까지 안 하겠다고?”
“네. 못해요.”
“그럼, 가.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서. 네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느끼나 본데, 넌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일반인이야. 방송이 얘들 장난이야? 이미 다음에 어떻게 만들어갈지 다 짜놨는데 너 하나 때문에 모든 걸 바꿀 것 같아?”
“가라면 누가 겁낼 줄 알아요?”
그래. 겁나지 않는다. 본부장님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지만 이건 아니었다. 남들에게는 별일이 아닐지 몰라도 나에게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다시 꿈처럼 그런 개새끼 같은 놈이 될 수는 없었다.
문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뛰쳐나오니 적막한 곳이다. 늦은 밤이라 차도 다니지 않았다. 나은태CP에게 전화를 하려고 해도 이 새벽에 전화를 받을지도 의문이다.
“시발, 아무도 나와 보지도 않네. 오히려 경쟁자가 사라져서 좋아하려나?”
나와 거리를 걷자 걱정이 밀려왔다. 나은태CP는 뭐라고 할까? 본부장님은 또 뭐라고 하실까, 정말 남들에게는 하찮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차피 방송이 진실만 말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만일 일이 잘못되었을 때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아무도 없다.
“일단 여기가 어딘지 알아야겠다.”
핸드폰의 지도를 실행시켰다. 그리고 파출소를 찾았다. 지금의 나는 길 잃은 미아나 다름없지 않은가?
파출소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데 볼이 따뜻하다.
만져보니 눈물이 흐른다.
“아! 썩을, 또 눈물이야. 뻑 하면 울어. 한심하다. 신예성 한심해.”
****
“CP님께 연락해야 하지 않겠어요?”
작가가 넌지시 묻자 AD는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갔어?”
“네 뒤도 안 돌아보는데요?”
“아! 씨발, 망했다. 초장부터 밀리면 앞으로의 촬영이 힘들어질 것 같아 세게 나갔는데, 정말 가버리다니, 그런데 그놈 도대체 뭐가 문제야? 그게 그렇게 난리 칠 문제야?”
방송에서는 흔한 일 중의 하나였다.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건만. 만신창이가 되어도 인기만 얻는다면 웃을 수 있는 게 방송이다.
“어려서 그렇죠. 그런데 어쩌죠? CP님 알면 난리 날 텐데······.”
“전화해봐.”
작가가 전화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자 모두의 시선이 작가의 전화로 몰렸다.
한참 동안 전화기를 들고 있던 작가가 전화기를 내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안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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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망했다. 배터리야, 조금만 더 버텨줘.”
예성은 달리기 시작했다. 배터리가 깜빡거렸다. 다행히 파출소가 보이는 곳에서 전원이 꺼졌다.
“저기, 실례합니다.”
“학생이 이 시간에 왜 돌아다니고 있어? 가출했어?”
그런 말이 나올 만했다. 등에는 기타와 가방을 메고, 피곤한 얼굴에 몸에는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 미아에요.”
“미아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좀 많네.”
“그러게요. 저도 이 나이에 미아가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여기가 일산이죠?”
“그래.”
“서울 목동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죠?”
“지금?”
“무리겠죠?”
“당연하지.”
“저기 경찰관 아저씨, 충전기 좀 빌려 쓸 수 있을까요?”
“그래. 그런데 학생 여기 살아? 왠지 낯이 익은데.”
“하하, 제가 좀 흔한 얼굴이에요. 거듭 죄송한데 여기서 충전될 때까지 좀 있어도 될까요?”
“그래.”
충전기를 연결하고 전원을 넣자 부재중 전화가 보였다. 살펴보니 엄마와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우선 엄마에게 전화했다.
“아들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전화를 끊었어?”
“별일 아니야. 잘 해결됐어. 걱정하지 말고 주무세요. 내일 또 일해야 하잖아.”
“별일 없는 거지?”
“응, 엄마별일 없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주무세요. 나도 피곤해서 자야겠어.”
“그래. 그럼 엄마 걱정 안 한다.”
“응 엄마”
전화를 끊자 경찰 아저씨의 시선이 느껴졌다.
“정말 미아야? 집에서 나온 건 맞는 것 같은데?”
“맞다니 까요. 그런데 지하철 첫차가 몇 시에요?”
“나도 몰라. 검색해봐라.”
“네.”
검색하려는데 졸리다.
“아저씨, 너무 피곤해서 그러는데 여기서 눈 좀 붙여도 될까요?”
“허, 참 내, 그래라.”
하도 힘들어하는 모습에 경찰관은 선뜻 허락을 해주었다. 보아하니 갈 곳도 없어 보였다.
“일어나라. 일어나”
누가 몸을 흔드는 느낌에 힘겹게 눈을 떴다.
눈을 뜨니 낯선 아저씨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헉! 누구세요?”
“내가 할 말이구나. 누구냐? 넌”
“신예성인데요.”
“역시 바르구나. 어디서 봤던 얼굴이라 생각했지. 너 자는 모습과 기타를 보고 딱 떠올랐지 뭐야. 그런데 너, 슈스케 떨어졌나 보구나. 떨어지면 알짤 없다는 건 인터넷에서 봤다.”
“비슷해요. 지하철 시간 다 됐을까요?”
“그래. 이제 나가면 될 거다.”
핸드폰을 보니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으윽!”
자세를 불편하게 자서 그런지 온몸이 저려왔다.
“그런데 계속 전화가 오던데, 안 받아도 되는 거니?”
“네, 제 신상이라도 털렸는지 자꾸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요.”
경찰관 아저씨에게 굳이 진실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 신세 많이 지고 갑니다. 아저씨 제가 나중에 유명한 가수가 되면 신세 갚으러 올게요.”
“그래. 나중에 콘서트라도 하면 티켓이라도 보내줘,”
“아저씨, 저도 그렇지만 아저씨도 너무 먼 미래를 보시네요.”
“그렇긴 하지? 길 잃어버리지 말고 집 잘 찾아가라.”
“핸드폰이 빵빵해서 문제없어요. 그럼 수고하세요.”
예성은 지하철역으로 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 가서 뭐라고 말해야 하지?”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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