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60
55.베스트 6
예성은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예성의 앞에는 북두칠성이 짐을 꾸리고 있었다.
탈락한 것이다.
이번 탑텐에서 북두칠성, 강경수, 전현주, 연정혜가 탈락했다.
설마 강경수랑 북두칠성이 탈락하게 될 줄이야.
시청자들은 냉정했다. 실수하는 참가자들보다 자신들의 취향에 맞지 않은 참가자를 더 싫어한 것이다. 강경수랑 북두칠성은 심사위원 점수는 높았지만 시청자 투표점수가 낮아 탈락하게 된 것이다.
“표정이 왜 그래?”
“그냥 섭섭해서요. 친하게 지내던 형들이 떠난다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네요.”
“뭘 또 시무룩해? 예견된 상황이 조금 일찍 왔을 뿐이야. 우린 락밴드잖아.”
태수 형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는 안다.
락은 다른 장르보다 취향을 탄다는 말이다. 거기다 이형들은 고집이 있어서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으니까.
“좀 더 같이 했으면 했는데 아쉬워요.”
“너라도 살아남아서 다행이다. 끝까지 가서 우승해. 기권한다느니 그런 헛소리는 하지 말고.”
“네.”
형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더 올라가면 기권할 생각이라고.
형들은 그런 나를 미친놈 쳐다보듯이 쳐다봤다. 그걸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말과 함께.
기권을 하고 다른 이가 네 자리에 들어가 경연에 나가게 되면 그 참가자는 기쁠 것 같은가. 오히려 떨어진 것보다 더 못한 상태가 되어 상처 입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냐고.
그러면서 내가 기권하는 것은 프로그램을 망치고 참가자들을 업신여기는 일이라고 나를 나무랐다.
“우리가 간다고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 우리도 많은 것을 얻어가는 중이니. 이름을 알렸고, 음원도 차트에 들게 되었잖아.”
“그건 축하할 일이네요. 그런데 기획사에서 연락은 없었어요?”
“애초에 기대도 안했다. 오히려 연락이 오면 곤란하다고 할까? 어차피 보컬인 기수만 빼가려고 할 테니까. 열심히 해라.”
그렇게 형들은 떠나갔다.
형들을 배웅하고 돌아오는데 경수형이랑 마주쳤다.
이형도 상당히 아쉬웠다.
리처드 막스라는 가수의 나우 앤드 포에버라는 곡을 노래했는데 굉장히 듣기가 좋았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슈스케 생방송에서는 슈퍼밴드라는 반주 세션들이 있었다. 나도 그들의 연주에 따라 노래를 불렀고 밴드참가자마저도 그들과 의논을 해 공연을 했다.
하지만 이형은 처음부터 그랬듯 마지막까지 자신혼자 연주를 하며 노래를 했다.
보컬에 크게 특색이 없는 이형 같은 경우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혼자만의 연주는 생방송에서는 오히려 사운드가 약점이 되었다.
‘황소고집만 좀 고치면 멋진 가수가 될 텐데.’
“형,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떠나가는 경수형을 보고 내가 말하자 형은 물끄러미 나를 쳐다봤다.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경수형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이건 왜요?”
“작별 선물이다.”
뜬금없는 작별선물 타령에 나는 잠시 멍해졌다.
이형과 내가 이렇게 선물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했던가?
내 표정을 본 경수형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남에게 피해 주는 걸 정말 싫어해. 하지만 너에게는 내가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준 것 같아서 말이지. 보다시피 나는 음악 말고는 재주가 없어. 그래서 네 노래를 들으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로 곡을 만들어봤다.”
그러면서 내손에 USB를 쥐어주고는 걸음을 옮겼다.
얼떨결에 USB를 받은 나는 얼른 경수형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형, 고마워요. 그리고 폐는 제가 끼쳤죠. 그동안 재미있었어요.”
그래. 재미있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도 친하지도 않았지만 같은 장소 같은 곳에서 음악을 했다.
비록 연주하는 모습을 실제로 본 것은 경연 때가 전부지만 나와는 많이 다른 음악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안목을 넓혀 주었다.
실제로 이형과 듀엣을 하면서 이기적이라고 느꼈지만 지나고 보니 어쩌면 이형은 나에게 많은 양보를 했는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과 합주하지 않는 사람이 듀엣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내 목소리가 마음에 들어서 일까? 아니면 스스로 바뀌려고 노력해서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경수 형과 같이한 이는 나밖에 없었다. 어쩌면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 경수형이 준 USB를 연결했다.
그러자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흘러 나왔다.
구슬프고도 처연한 팬플룻의 소리와 바이올린의 소리가 슬픈 멜로디를 만들어 간다.
이 형에게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였기에 이런 음악을 나에게 준 것일까?
슬픈 선율이 고조되어 갈수록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모습은 가수를 꿈꾸면서 포기하지 못하던 꿈속의 내가 떠오른다.
[My destiny 꿈에서조차~ 현~실에서도 자유를 꿈꾸지만 운명의 그물에~ 걸려 벗어날 수 없어]노래를 반복해서 들을수록 머릿속에 가사가 떠오른다.
[벗어날 수 없는 환상 속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어.환상은 언제나 속삭여. 지금 걷는 이 길이 운명이라고.]
······.
떠오른 가사를 흥얼거리며 노트에 적었다.
‘아! 이건 또 중이 병이라고 욕먹을 각인데. 하지만 이건 꼭 이렇게 만들어야 해.’
경수형이 준 곡을 들으니 바로 떠오른 가사가 이것이다.
마치 내가 고민하는 것을 풀어서 곡을 쓴 느낌이었다.
절대음감은 사람의 언어를 통해서 감정을 느끼는 게 가능하다는 설이 있다. 그래서 언어가 달라도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경수형은 어쩌면 내 노래와 말을 들으면서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
“다음 미션은 이 곡으로 나가볼까?”
솔직히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경수형이나 북두칠성이 떨어지자 경연에 흥미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현재 남은 이들이 실력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보다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이도 있다. 비록 생방송이라 제 실력을 발휘 하지 못했지만.
경연을 거치면서 심사위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발전한 이들도 여럿이다.
괜히 경수형이나 북두칠성이 탈락한 것이 아니다.
이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오디션은 대중에게 외면 받으면 그 참가자는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수가 되면 신곡을 내게 될 텐데. 외면 받을 걱정에 리메이크만 부를 수도 없지.’
다음 미션은 자유곡 미션이었다.
아마 참가자들의 능력을 최대한 보여주기 위해서 이런 미션을 마련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자유곡이라고 하면 평소 자신이 부르던 노래를 부르게 될 테니까.
나도 이곡을 받기 전에는 ‘그 한 걸음’, ‘기도’ 둘 중에 하나를 고르려고 했다.
하지만 이곡이 마음에 들었다. 정말 내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린다.
남의 사랑과 이별이야기는 이정도 했으면 됐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내이야기를 한번쯤 해도 되지 않을까?
결승에서나 나중에 앨범을 만들 때도 내이야기를 하기는 힘들 것이다. 고려해야할 것이 많으니까.
거기다 나 스스로도 망하기는 싫다.
지금이 가장 적기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떨어져도 베스트 6이니 나쁠 것은 없다. 고작해야 엄마가 기부를 못하는 것뿐이다.
*****
[오디션의 새로운 진화를 보여준 슈퍼스타 코리아 여러분 반갑습니다. MC 김송주입니다.지난주에 탑10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4팀이 탈락을 했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6명의 참가자가 다시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치게 될 텐데요.
오늘은 문자 투표 번호와 함께 참가자들을 소개 하겠습니다.
……]
언제나와 같이 김송주MC 의 소개와 함께 경연이 시작 되었다.
오늘 나의 순서는 1번이다. 아마 탑텐에서 1위를 해서 그런 것 같았다.
‘오늘 리허설을 보니 모두 칼을 갈고 나온 것 같던데······. ‘
특히 주혜영과 고형중은 엄청났다. 주혜영은 코러스20명을 데리고 왔고, 고형중은 오늘 3기타였다.
슈스케에는 슈퍼밴드라는 세션이 있다. 기본적으로 코러스까지 모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더 인원을 추가하다니, 기획사에서 밀어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호영, 요리밴드, 정선미도 준비를 많이 한 것처럼 보였다.
거기다 나 말고는 모두 익숙한 노래를 준비해 왔다. 아마 시청자들을 의식한 선곡이었다.
“신예성 참가자 준비해 주세요.”
“네.”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중앙으로 걸어가자 스탠드 마이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스탠드 마이크를 조정하며 요 며칠간의 일을 떠올렸다.
“정말 이걸 부를 거야?”
“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이런 노래를 방청객들 앞에서 부를 기회가 있을까요?”
“그 마음은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귀에 익은 노래가 낫지 않겠어?”
“제생각도 그래요. 하지만 이번에는 이 노래로 가고 싶어요.”
“이미 마음을 굳혔구나.
“네.”
“가수가 부르겠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어? 그래서 편곡은 어떻게 할 건데?”
“이제부터 생각해야죠.”
그때부터 촬영을 하는 시간을 빼고는 형과 함께 편곡에 매달렸다. 애초에 경수형의 곡은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만들어진 곡이다.
이대로도 곡은 완성형이지만 라이브에서는 임팩트가 약하게 느껴졌다.
거기다 쓰라고 있는 슈퍼밴드를 놀릴 필요는 없었다. 밴드의 세션들은 모두 베테랑이다.
락발라드 형식을 빌려 편곡을 하고 세션들과 맞춰 보았다. 거기에서 드럼과 기타 세션 아저씨들에게 애드리브를 부탁하자 편곡한 곡에 맞는 훌륭한 애드리브를 구사해 주었다.
곡은 그렇게 완성이 되었다.
이제 그 곡을 내가 잘 부르기만 하면 된다.
전주가 흘러나오자 눈을 감았다. 어차피 나는 몸으로 소통하는 가수가 아니라 목소리로 소통을 하는 가수지 않은가?
눈을 뜬 채 노래를 부르면 오히려 감정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벗어날 수 없는 환상 속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어.환상은 언제나 속삭여. 지금 걷는 이 길이 운명이라고♬
…….
My destiny 꿈에도 현~실에서도 자유를 외쳐 자유는 운명의 그물에~ 걸려 벗어날 수 없어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조여 드는 밧줄 같은 destiny, destiny, desti——–ny!!]
노래는 마지막에 데스티니를 외치며 단계를 밟아 올라가듯 고음을 뽑아냈다. 그리고 3옥솔까지 끌어올려 끝음을 길게 끌며 끝이 났다.
“와아아~ 짝짝짝!”
“휘이~익”
방청객의 환호 소리를 들으면서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반사적인 환호일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것도 고마웠다.
“잘 들었어요. 신곡을 부르다니 모험심이 투철해요. 그런데 특이한 게 작곡이 강경수라고 적혀있는데 지난번에 탈락한 그 참가자 맞나요?”
“네. 맞습니다. 지난주에 탈락하면서 저에게 선물해준 곡입니다.”
“가사는 신예성군이 만들었다고 되어 있어요.”
“네. 경수형이 제가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고 곡을 썼다면서 준 곡을 들었습니다. 그 곡을 들으니 제가 가수라는 꿈을 꾸게 된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졌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그렇듯 가수가 되고 싶고 가수가 되면 그 길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마음을 노래에 담아봤습니다.”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군요. 잘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강경수의 자작곡을 꼭 들어보고 싶었었는데 신예성 참가자 덕분에 그 소원을 이루게 되었네요. 제 점수는요.”
91,88,90,87
네 심사위원의 점수를 합하자 내 평균점수는 89점이다.
그리고 모든 참가자들의 공연이 끝이 나자 내 순위는 4위였다.
고형중1위, 주혜영2위, 정호영3위, 정선미5위, 요리밴드6위 이런 순이다.
[모든 참가자가 경연을 마치고 무대 위에 올라왔습니다.점수가 집계되고 있는 가운데 대국민 투표점수를 제외하고 현재 점수가 가장 낮은 이는 정선미 참가자와 요리밴드 두 참가팀이 유력합니다.
이제 곧 문자투표가 마감되고 탑4로 향하는 4명의 전사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과연 누가 될 것인가?
결과는~~
60초 뒤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송주MC가 웃으면서 말하자 방청객들의 야유가 터져 나왔다.
“아~”
“짜증나.”
“그럴 줄 알았다.”
“이제 좀 바꿔라. 지겹다.”
‘아저씨 말에 저도 적극 동감이요. 도대체 언제가지 우려먹으려 드는 거야?’
짜증이 난다. 막상 하고 보니 4위라니. 그냥 군보형 말을 따를 걸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후회하면 안 되지. 내가 내린 결정이잖아.’
[지금 막 문자투표가 마감되고 최종 점수가 제 손에 들어와 있습니다. 심사위원점수, 사전집계점수, 문자투표점수 모든 점수를 합쳐서 탈락자를 정하게 됩니다.그리고 탈락자는 바로 정선미, 요리밴드 탈락입니다. 이변은 없었습니다.]
탈락이라는 말에 정선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결과에 승복했다.
솔직히 내가 봐도 이번에 정선미는 탈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 탑텐에서 비욘세의 싱글레이디를 해서 히트를 쳤는데 이번에 김지윤의 ‘성년식’ 하며 실수가 있었기에 반응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 두 번만 더 버티면 우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