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66
61. 잘생긴 나 >
“예성학생, 어때?”
촬영의 마치고 컴퓨터 앞에 모여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본부장님이 물었다.
“글쎄요······.”
솔직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순수해 보이는 느낌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어리숙해 보였다. 화면 속의 나는 티 없이 맑은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다.
좋게 말해서 그런 것이다. 바꿔 말하면 아무 생각 없어 보였다.
거기다 중요한 건······.
띠링.
[이건 누구니?]엄마에게 촬영한 사진을 보내자 도착한 삼빡한 엄마의 문자였다.
이것이다. 엄마조차 긴가민가할 정도로 달라진 내 인상이다. 나를 찍었지만 이건 내가 아니었다.
나는 오늘에서야 왜 연예인들이 성형논란에 휩싸이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슈스케 촬영 당시 메이크업은 지금에 비하면 그냥 스킨로션 찍어 바르는 수준이었다.
‘이래서 메이크업하는 사람들이 아티스트라 불리는구나.’
이건 메이크업이라 쓰고 트랜스포머라 읽는 수준이었다.
‘역시 사람들이 화장법이 아니라 화장술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었어.’
본부장님이 촬영을 시작하자, 나의 날렵한 브이라인을 보고 너무 날렵한데 라고 말하자 심영누나가 붓을 들고 샤샤샤.
내 턱은 둥그러졌다.
어, 눈이 좀 작은데······.
심영누나가 뷰러를 들고 샤샤샤.
눈이 커졌다.
코가 좀······.
샤샤샤.
어, 이마가······.
샤샤샤.
결국에는 거울을 보고 ‘넌 누구니?’ 라고 묻는 지경이 되었다.
내가 봐도 그런데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어떨까?
본부장님이 촬영하기 전에 자신한 이유가 있었다.
내 얼굴을 내가 봐도 신기하다. 그래서 사진을 받아서 가족에게 전송했다.
그리고 돌아온 답은 ‘누구냐? 넌’ 이었다.
[엄마 아들.] [아들, 혹시 성형외과 간 거야? 거기서 성형하면 이렇게 바뀐다고 해? 그렇게 꼬이고 있는 거야? 하지 마. 엄만 허락 못 한다. 우리 아들 잘생겼잖아? 이게 쪼~오금 더 잘생기기는 하다만······. 하지 마. 혹시 그 본부장이 계속하라고 해? 엄마 지금 갈까?]띠링.
띠링.
띠링.
엄마의 문자가 폭주했다.
이해한다. 마치 눈앞에서 기적(?)을 체험한 사람을 보았는데 엄마도 체험해 보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조여드는 밧줄 같은 Destiny~~~]전화벨이 울린다.
발신자가 쌈닭이다.
“왜?”
“왜는, 제발 전화 좀 해달라고 그런 사진을 보낸 거 아니야? 무슨 뽀샵질을 이렇게 한 거야?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는 거 아니야. 그냥 우리 생긴 대로 살자. 오빠”
“뽀샵질은 무슨, 잠깐만.”
전화를 영상통화로 전환했다.
“갑자기 왜 영상통화로 전환을 헉!”
동생은 내 얼굴에서 묻어나는 잘생김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어떠냐? 놀랍지 않아?”
“이건 말도 안 돼. 오빠, 얼굴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잘생김이 뚝뚝 흐르지.”
“이건 너무 심하잖아. 어떻게 오빠 얼굴이 그렇게 될 수 있는 거야? 상우 오빠라면 몰라도.”‘
“나도 가꾸면 이 정도란 말이지. 동생아, 오빠를 보면 알겠지만 네가 죽고 못 사는 딕스 형들도 화장을 지우면······.”
“꺄악, 하지 마. 하지 말라고······.”
동생은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
‘히히, 한동안 머릿속에서 내 말이 지워지지 않을 거다. 이거 내가 너무 심했나?
아니야. 내가 그동안 당한 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암, 그렇고말고,’
공부 열심히 하는 동생의 앞날을 위해서 이 한 몸 바쳐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착한(?) 오빠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 나는 왜 이렇게 가정에 헌신적인 남자란 말인가?”
“예성학생 나 불렀어?”
“아뇨, 안 불렀는데요.”
“이상하네. 꼭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는데?”
설마 가정에 헌신하는 남자가 자기를 부르는 말이라는 건가?
“이제 밥 먹으러 가는 건가요?”
“그래. 가자.”
“이야, 본부장님이 사주시는 밥은 어떤 걸지 기대돼요. 뭐 드실 건가요?”
“응? 기대? 기대해도 좋아. 따라와.”
본부장님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가는 길이 어째······.
“설마 구내식당 가는 건가요?”
“당연하지. 가까운데 놔두고 왜 나가서 먹어?”
“하~아, 학교 급식도 모자라 여기서도 급식이라니, 슬프네요.”
“예성학생이 그런 말을 하면 급식 인생 20년이 넘은 나는 우울증에 걸려 있어야하는 거야?”
“그냥 댁에 가서 드시면 되잖아요?”
“집에 가서 내 손으로 차려 먹느니 급식을 먹는 게 나아.”
“아~ 선생님이 요리 못 하세요? 어? 아닌데 선생님 요리 잘하신다고 자랑하시던데, 외국생활을 오래 해서 는 것은 요리밖에 없다고 하시던데요?”
“잘해. 잘하는데, 잘한다고 해서 요리하는 걸 즐기는 것은 아니지. 크흠”
“아! 맞벌이의 비애군요.”
“글쎄다.”
사실 나는 아직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 이곳에는 나와 같이 밥을 먹을 만큼 친한 사람이 없다. 본부장님이나 장 프로듀서님에게 밥 먹자고 그럴 수도 없지 않은가?
내가 식당에 들어가서 두리번거리자 본부장님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왜 그래? 처음 온 사람처럼.”
“처음 온 사람 맞습니다. 여기서 밥 먹은 적이 없어요. 혼자 와서 먹기 그렇잖아요. 모두 누군가와 같이 와서 이야기 나누면서 밥 먹는데 혼자 멀뚱히 밥 먹기 그렇잖아요.”
“예성학생, 혼밥, 혼술이 대세인 21세기에 무슨 혼자 20세기에 사는 사람 같은 소리야? 누가 그런 거 신경 쓴다고.”
“제가 쓴다니까요?”
본부장님은 내 말에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왜 그러세요?”
“아니, 의외라서, 예성학생 말하는 것 들어보면 전혀 안 그럴 이미지니까, 예성학생, 회사에서 나 처음 봤을 때도 어색해하지 않고 말 잘했잖아?”
“그거야 가족들이랑 선생님도 있었으니까요.”
“그랬던 거야? 그럼 앞으로 혼자 먹기 어색하면 석태 불러서 밥 먹어. 네 매니저니까 그래도 돼.”
“아니, 어떻게 그래요?”
“괜찮아. 그러라고 있는 매니저니까.”
“그래도 어떻게 그래요? 나이도 많은 형한테.”
“괜찮아. 걔는 그렇게 부려 먹어야 돼.”
“부하직원이라지만 너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는 거 아녜요?”
“응? 아, 석태가 말 안 했어? 걔 내 조카야. 내가 회사로 데리고 왔어.”
“그러고 보니 성이 같네요.”
“그래. 집에서 탱자탱자 노는 게 속상했는지 형이 전화해서 나보고 데리고 일 좀 시키라 그러기에 데리고 왔지. 석태가 좀 말이 없지?”
“네. 정말 필요한 말 아니면 말을 잘 안 하는 형이던데요.”
“석태가 내성적이라 그래. 그래도 네가 뭔가 해달라고 하면 알아서 잘해줄 거다.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는 잘 아는 놈이니까.”
“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줄이 줄어들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구내식당에는 몇 가지의 메뉴가 있었다.
매일 밑반찬과 국이 달라지는 백반과 그것보다 가격이 조금 더 나가는 당일 메뉴 식단이 있다. 그래 봤자 500원이다.
백반이 2,000원이고 나머지는 2,500원인 셈이다.
직원들이 부담하는 금액이 그렇고, 음식의 질은 가격과 비교하면 훨씬 뛰어났다.
본부장님의 말로는 8,000원짜리 식사라고 한다. 나머지는 회사에서 부담하고 저렴한 가격에 내어놓는 거라고 했다.
나는 백반을 먹기로 했다.
반찬에 제육볶음이 나와서다. 어떤 고기가 식탁에 오르든 고기는 진리인 것이다.
“다 먹을 수 있겠어?”
고기를 듬뿍 담자 나에게 본부장님이 하는 말이다.
“고기는 이 정도는 먹어줘야 냄새만 맡은 게 아니라 고기 좀 씹었다고 할 수 있죠.”
고기(?)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본부장님, 저랑 이렇게 계속 같이 있어도 되는 건가요?”
“뭐가?”
“아니, 한가하신가 해서요.”
“이런, 예성학생, 나 완전 바쁜 사람이야. 와이프에게 물어봐. 집에 제시간에 들어가는 게 얼마나 되는지.”
“그냥 집에 가기 싫어서 그러신 건 아니고요?”
“왜 이래? 나란 남자는 가정에 죽고 가정에 사는 사람이야.”
“네. 네 어련하시려고요.”
선생님에게 듣기로도 바쁘다고 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바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없다.
바쁜 사람이 왜 이렇게 자신에게 신경을 쓴단 말인가? 아무리 선생님이 부탁했다고 해도 공은 공이고 사는 사가 아닌가?
내 표정을 읽었는지 본부장님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한다.
“내가 왜 이렇게 예성학생이랑 붙어 있는지 궁금해?”
“여기서는 제가 궁금하다고 해야 하는 거겠죠?”
“맞아. 그래야지. 내가 예성학생이랑 붙어 있는 건 예성학생이 기획사에서 아끼고 있다고 보여주기 위한 거야.
여기 기획사 직원들이 많지? 같은 기획사에 근무하고 있지만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 달라. 그리고 이들은 늘 아이돌을 보고 신인들을 봐.
그러다 보니 신인 같은 경우에는 무시해. 방송국이나 기획사나 마찬가지야.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가 맡은 연예인을 스타로 만드는 거야.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같은 기획사라도 서로 경쟁을 해. 그러다 보니 신인은 기획사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해. 하지만 예성학생 같은 경우는 그렇게 되면 곤란하거든.
그래서 내가 붙어서 케어해주면서 기획사 직원들에게 몸으로 말하고 있는 거야.
예성학생은 신인들과 다르다고 말이야.”
본부장님의 말이 어떤 뜻인지 이해가 되었다.
기획사의 푸시를 제대로 받는 이가 있지만 그냥 구색만 맞추고 제대로 지원을 못 받는 이도 나온다.
잘 되는 이에게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제가 그럴 만한 사람일까요? 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저에게 뭔가를 원하는 리액션도 없잖아요.”
“하~아, 예성학생, 너무 버릇없어도 안 되지만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모르는 것도 나빠. 내가 예성학생에게 이것저것 하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야.”
“네?”
“예성학생, 기획사에서 아이돌을 데뷔시키면 밤낮없이 돌려. 알지?”
“네.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왜 그럴까?”
“스타로 만들기 위해서겠죠.”
“그래. 하지만 말이야. 더 큰 이유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야. 수억을 들여 데뷔를 시켰는데 이름 없는 그룹이 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그래서 데뷔 초에 바짝 고삐를 쫄 수밖에 없어. 식당에도 오픈빨이 있듯 아이돌에게도 데뷔 빨이라는게 있어.
신선한 얼굴이니만큼 처음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거야. 특히 우리처럼
큰 기획사는 말이지
그리고 우리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뽑을 수 있는 만큼 뽑아내는 거야.”
“뭔가 블랙 기업 같은 느낌이네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게 서로에게 좋은 거야. 예성학생도 알다시피 아이돌은 자유가 없어. 핸드폰도 없고.
우리가 그렇게 억압하는 이유가 뭘까? 다 돈 때문이야. 입방아에 오르면 망하는것은 당연한 이치니까.
그리고 우리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자연히 그들에게도 자유가 주어지는 거야.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연예인이라는 자각이 있으면 살아남는 거고, 아니면 그냥 사라지는 거야.”
“저도 데뷔하면 핸드폰 압수되는 건가요?”
“허, 예성학생, 이미 데뷔한 거나 마찬가지야. 학생은 이미 얼굴은 알려질 대로 알려졌고 노래도 뜰만큼 떴잖아? 관리 들어갈 거면 진작 들어갔지.”
“그런데······.”
“그런데 왜 안 하냐고? 할 필요가 없으니까. 알아서 잘하고 있어. 예성학생”
“제가요?”
“그래. 어차피 정산 들어가면 알겠지만 우린 이미 예성학생에게 주었던 계약금을 올해 안에다 뽑아낼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지금 예성학생이 아무것도 안 해도 말이야.”
“정말인가요?”
1억이다. 누군가에게는 큰돈이 아닐지 몰라도 나에게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금액이었다. 그게 벌써 까인다니.
“그래. 의국 남녀 OST만 해도 그것보다 더 나와. 그리고 예성학생이 부른 노래가 10위권에 몇 주나 버티고 있어. 이 정도면 내가 예상한 상황보다 훨씬 좋아.
그런데 왜 예성학생을 관리하겠어? 예성학생에게 투자한 돈을 이미 다 뽑은 상황이야. 내가 억지로 예성학생을 끌고 갈 필요가 없다는 거지.
안 그랬다면 예성학생은 지금 여기 있는 게 아니라 지방으로 가는 차 안에 앉아 있었을 거야.”
“행사 뛰러 가는 차 안이요?”
“그렇지. 물들어 올 때 노 젓는다고 하잖아? 지금 하태핫태할때 바짝 뽑아냈겠지.”
“그렇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저도 돈 좋아하는데.”
내 말에 본부장님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안 하는 거야. 지금 돌면 금액이 낮아져.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는 거지.
예성학생은 왕도를 걷게 될 거야. 이미지를 만들고, 정규 앨범을 내고, 음악방송에 나간 다음, 행사를 뛰는 거지.”
“뭔가 엄청 좋게 들리는데 제 착각일까요?”
“정말 좋은 상황이야.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아니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해.
너 잘못되면 내 가정이 무너져. 와이프 등쌀에 내가 버텨낼 자신이 없어.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하자. 우리”
“기승 전 선생님인가요?”
“너도 결혼해봐라. 안 그러나”
“결혼이라. 이제 연예인이라 연애도 못 하는데 결혼이라니 너무 먼 이야기네요.”
“왜 못해? 연애해. 예성학생은 싱송라잖아? 감정에 충실해야지.”
“해도 돼요?”
“그래. 안 말려. 그런데 이제껏 안 생겼는데 앞으로 가능할까?”
“헉, 어떻게 그 사실을? 인터넷 보셨어요?”
“아니, 그전에 와이프가 말해주던데.”
“네? 선생님도 알아요?”
“그래. 너희 어머니가 한탄하면서 말했다고 하더라. 멀쩡하게 생겨서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아니 고2가 연애 좀 못할 수도 있지. 그나저나 크…큰일이다. 용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이쯤 되면 약속된 대사를 날려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목동 1213?”
“응? 갑자기 뭐야, 그 목동 1213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이 사람은 한 번에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허허거리는 얼굴에 능구렁이가 똬리 틀고 있는 사람이니까.
“정말 몰라요?”
“몰라. 그런데 그게 뭐기에 그러는 거야?”
“그런 게 있어요.”
“싱겁기는.”
‘설마, 엄마가 남에게 말했다면 혹시 동생도······.’
상황이 머리에 그려진다.
[정숙아. 이건 너만 알고 있어야 해.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돼. 우리 오빠가 말이야······.소곤소곤] [어머 그랬어? 나만 믿어. 나 비밀 완전 잘 지키는 거 알잖아.] [어머 선미야. 내가 비밀을 하나 말해줄 테니까, 이건 너만 알고 있어야 해······.]이런 상황이면 나는 수사의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 하는 거지?
“본부장님. 저 집에 가 봐도 될까요?”
“헬스장 갔다가 간다고 하지 않았어?”
“헬스는 내일 해도 되지만 수사는 단서가 나왔을 때 확인을 해야 해서요.”
“무슨 소리야?”
“그냥 그렇다고요. 그래도 될까요?”
“그렇게 해.”
‘확인해야겠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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