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7
4.Gj 엔터테인먼트
토요일 아침 이기호는 이형식 대표가 출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던 모든 일을 제쳐두고 대표실로 갔다.
“대표님 안에 계시지?”
“네. 본부장님”
비서는 인터폰을 눌렀다.
“대표님, 이기호 본부장입니다.”
“들어오라 그래.”
이기호가 들어가서 본 것은 이형식 대표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는 모습이었다.
“어제 또 접대에요?”
“그래. 빌어먹을, 그냥 밥만 먹으면 좀 좋아? 매번 자기들끼리 술 마시면서 나 만날 때도 꼭 술을 마셔. 몸이 예전 같지 않아. 나도 늙었어.”
“아직 창창해요. 형님 운동 좀 하세요. 운동”
“운동은 무슨, 쉴 시간도 부족해. 인마. 그런데 아침 댓바람부터 웬일이야?”
“오늘 오디션 하나보세요. 기가 막힌 놈이 있어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간에 난 사우나 갈 거야. 알아서 해.”
“정말 알아서 해요. 계약금 막 퍼줄겁니다.”
이형식 대표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오디션이라며? 그런데 무슨 계약금 타령이야?”
“제가 꼭 데려오고 싶어서 그래요.”
이기호는 아내에게 받은 동영상을 대표에게 보여 주었다.
“어때요? 죽이죠. 작사, 작곡 전천후에요. 꼭 잡아야 해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에요”
“잘하긴 하네. 마스크도 괜찮고, 감성도 좋아. 헌데 우리 쪽은 아니지 않아?”
이기호는 대표가 이렇게 말할 줄 알았다.
“형님!”
“형님이라 하지 마. 네가 형님이라고 하면 난 겁나.”
“형님, 언제까지 아이돌 사관학교 사단장이라는 별명을 듣고 살 겁니까? 여기가 군댑니까?”
“너, 너······. 이 새끼, 내가 그 말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면서 그 말을 나에게 하는 거냐?”
“그러니까 우리도 아티스트 하나 키웁시다. 얘, 봐요. 그냥 알아서 커요. 악보도 몰라요. 그냥 저렇게 하는 겁니다. 계약금 말고는 투자 할 필요도 없어요. 혼자서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할 아이입니다.”
“너 저 애 만나봤냐?”
이기호는 말이 없었다.
“안 봤구나. 그런데 왜 그렇게 설레발을 쳐?”
“와이프가 그러더군요. 자신은 천재라는 걸 눈으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요.”
“제수씨가? 제수씨가 얘를 추천 했다고?”
“정확히는 와이프는 추천하고 싶은데 얘는 하기 싫대요.”
“뭐? 하기 싫다는 얘를 왜 시키려고 그래? 하고 싶다고 하는 얘들 넘쳐 나는 판에. 그냥 포기해. 포기하면 편하잖아. 있는 얘들 많잖아. 그 애들 관리나 해.”
“걔들은 안 돼요. 형님 우리가 왜 탑3안에 못 든다고 생각해요? 색깔이 한가지 밖에 없어서 그래요. 스펙트럼을 넓힐 필요가 있어요. 일단 오후에 올 테니까. 대기타고 있어요.”
“야! 그래도 내가 대표인대 대기타고 있으라니 너무한 거 아니야?”
“아무튼 전 이 학생 마음에 드니까 그렇게 아세요. 그래도 형님이 대표니까 보고 거절하는 것은 안 말려요. 일단 보세요. 보고나서 결정하세요.”
이형식 대표는 감이 왔다.
“너 제수씨에게 협박받았구나, 그렇지?”
“그. 그냥 노력해달라고 했을 뿐이에요. 협박은 무슨? 제가 협박받을 사람입니까?”
“아니지, 넌 그냥 협박받기 전에 엎드릴 사람이지. 그나저나 제수씨가 그렇게 마음에 들어 했단 말이지.”
이형식 대표가 알기로는 제수씨는 칭찬에 아주 인색한 사람이다. 더구나 누굴 추천한 적도 없었다. 서울대 성악과를 나와 미국 유학파였다. 고등학교 선생을 하기에는 쓸데없이 높은 학력이다.
“제수씨의 추천이라, 기대되기는 한데 말이지. 우리랑 안 어울린다는 말이야.”
“일단 보고 말씀하시라니까요. 우리가 안하면 다른 곳에 보내면 되죠. 더구나 얘는 오늘 오디션 보는지도 모르고 오고 있어요.”
“뭐야? 그럼 뭣 때문에 오는 건데?”
“방금 들으신 곡 팔러 와요.”
“그건 나도 오케이다. 좋아. OST쓰면 대박날 거야.”
“역시 형님도 아직 감이 살아있네요. 저도 그거 생각했어요. 누구 줄까 고민 중이에요.”
“고민할 것 뭐 있어. 뷰티핑크 소율이 줘. 걔가 작년부터 OST 노래를 불렀잖아. 이번에 하게 해줘. 소율이 감성이면 잘 되지 않겠어?”
“잘 되겠죠. 그럼 형님이 연속극 하나 잡아줘요. 대박작가 붙은걸루다가요,”
“야, 나 술 마셔 지금도 머리 아픈데 또 접대 나가라고? 네가 해. 결제 해줄 테니까.”
“그러죠. 뭐”
****
“엄마, 빨리 좀 가자. 벌써 한 시간이 다 되가.”
“가만히 기다려. 여자에게 외출은 전쟁이야. 여자에게 화장은 무기고 옷은 갑옷이야. 기다려.”
“그건 예린이나 그런 거고, 엄마는 엄마지.”
“아들, 그런 말 들으면 상처받아. 엄마도 여자야.”
예성은 엄마의 말에 고개를 돌리며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죄송해요. 선생님 저희 어머니가 외출이 오랜만이라……”
“천천히 준비해도 돼. 시간 많아.”
“커피 더 드릴까요? 이야, 그런데 선생님, 저 정말 놀랐어요. 선생님이 예술은 인맥이다. 할 때 저를 포기 시키려고 하신 줄 알았는데. 엄청난 인맥을 갖고 계시네요. GJ엔터라니, 선생님, 존경해요. 홍수도 존경할 거예요.”
“홍수면 네 친구 조홍수?”
“네. 뷰티핑크 빠돌이라서······. 그런데 부를 가수는 정해졌는지 혹시 아시나요?”
후루룩.
“나는 모르지. 그래도 신인은 아닐 거야. 알지? GJ엔터가 어떤 곳인지?”
“아! 아이돌 사관학교요?”
“그래. 거기는 네 말대로 사관학교야. 신인인 이등병한테는 개별 활동은 절대 안줘. 그러니까 이름 좀 알려진 얘들 중에 하지 않을까 싶어. 요즘 이름값으로 보면, 딕스나 뷰티핑크 정도 될까?”
“뷰티핑크면 여 그룹인데요?”
“그렇지. 하지만 네 곡은 OST쪽이니까, 그리고 주제가 짝사랑이니 여자 쪽과 잘 맞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말했지? 곡이 넘어가면 기획사 의도대로 바뀐다고.”
“네. 기억하고 있어요. 그냥 신기해서요. 히히, 뷰티핑크가 부른다, 부르면 소율씨가 부르겠죠? 그리고 딕스면 타미씨가?”
“그런데 넌 그대로 갈 거야?”
“이상한가요?”
예성은 대답을 하며 자신의 모습을 쳐다봤다. 자신의 뉴욕사랑을 나타내는 글자가 적힌 흰 티와 깨끗한 청바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패션의 완성인 잘생긴 얼굴.
“선생님, 다시 봐도 전 완벽한데요.”
“헐, 작곡가도 연예인이니 자뻑이 나쁜 것은 아니긴 한데, 남한테 그러진 마라. 재수 없어.”
“옵하,”
예성은 갑자기 들리는 간드러진 목소리에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돌아보니 온몸을 배배꼬며 눈을 깜빡깜빡 거리는 동생이 있었다. 그것도 중무장(?)을 한 채.
“야, 신예린 미쳤냐? 어디서 되도 않는 애교 질이야? 선생님, 소개해 드릴게요. 우리집안의 사춘기, 우리 집안의 악바리, 신예린이라고 해요.”
“네 동생 선생님도 알아. 우리학교 다니잖아. 별명도 알아.”
“악, 선생님 말하지 마세요.”
연정은 예린의 애원에 씨익 웃음을 보이며 예성을 쳐다봤다.
“예성이 동생, 예성아, 네 동생 별명이 예성이 동생이야. 줄여서 예동.”
예린은 연정의 말에 배배꼬던 몸을 풀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 앉았다.
“이게 다 오빠 때문이야. 상우오빠랑 매일 난리치니까 정숙이 빼고는 아무도 나를 이름으로 부르질 않아. 예동이 뭐야? 예동이, 야동도 아니고.”
“그래도 야동 보다는 낫지 않을까?”
“예동이나 야동이나, 진짜 오빠동생으로 태어나서 좋은 점이 하나도 없어.”
“오늘 GJ가잖아.”
예린의 표정이 언제 우울했냐는 듯 활짝 폈다.
“나도 가도 돼?”
“선생님 가도 되죠?”
“가족이니까 되겠지. 그런데 왜 저리 좋아해?”
“딕스빠에요.”
“그렇구나. 그런데 가봤자 없을 텐데.”
“알아요. 선생님, 부산에 행사 갔어요. 그래도 성지에 입성한다는 게 중요한 거죠. 밖에서 쳐다보는 것들이랑은 계급이 달라져요.”
“너희도 계급이냐?”
연정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요. 기수도 나누는데요.”
“아들 엄마 준비 다 됐다. 선생님, 오늘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엄마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선생님은 어색한 표정으로 마주 고개를 숙였다.
“아니에요. 예성이 어머님, 애초에 제가 권한 일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예성이가 어머님이 걱정 많이 하셨다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 없으세요. 제가 아는 사람이 계약을 주도할 거라 예성이에게는 전혀 피해가 가지 않게 제가 잘 챙기겠습니다. 어머님은 그냥 든든하게 옆에만 계셔주시면 되세요. 그럼 예성아 가자.”
“네. 선생님”
예성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제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계약이 맺어진다.
****
두둥.
주위 건물보다 더 높이 솟아오른 빌딩, 자외선 차단 필터를 발라 새까맣게 보이는 창문. 입구를 막고 서 있는 경비.
“아, 아들, 엄마가 이제야 말한다만 복덕방 계약 말고는 해본 적이 없어. 그리고 이런 위압감을 보이는 건물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괜. 괜찮아. 엄마. 나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손 좀 놓으면 안될까? 엄마가 떠니까 나도 떨리잖아.”
“촌스럽게 떨기는 왜 떨어? 성지를 방문한다는 마음으로 경건함을 가져야지.”
“또 까분다. 입구에 떨궈놓고 엄마랑만 간다.”
“아. 아냐. 계속 떨어. 미안해”
“그럼, 선생님 전위(?)을 부탁드립니다. 왠지 모르지만 선생님은 익숙해 보이시네요.”
“신 예성, 왜 여기 와서 갑자기 긴장하는 척 해?”
“척이 아니라 정말 떨리네요. 솔직히 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좋은 구경하겠다 했는데 건물에서 위압감이 느껴져요. 이게 인터넷에서 보던 사관학교의 위엄인가요?”
“들어가자.”
건물에 들어서자 40대 중반의 남성이 기다리고 있었는지 우리를 보고 다가왔다.
“하연정 선생님,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는데 길이 많이 막히더군요. 이기호 본부장님, 많이 기다리셨나요?”
“아무튼 오셨으니 됐습니다.”
“오.오빠 본부장이래.”
“나도 알거든? 드라마 보면 나오잖아? 대표 아들인가?”
“대표 아들이라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지 않아?”
“그럼 친척이겠지. 그래도 본부장이면 높은 사람이지? 그런 사람이 나왔으니 잘 될 것 같아. 그지?”
“다 들린다. 예성아”
“헉.”
이기호는 아이들을 보며 참 귀엽게 논다 생각을 하며 연정에게 속삭였다.
“내 이야기 안 했어?”
“뭐하러 해? 노래만으로도 된다고 말해놨는데, 여보가 여기 본부장이라 됐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 기분 나쁠 것 같지 않아?”
“그렇긴 한데, 아무튼 모른단 말이지. 신예성 학생 맞지?”
“네, 본부장님”
“그래. 일단 노래는 잘 들었어. 그런데 말이지. 한 번 더 불러 줄 수 있을까?”
“여기서요?”
“여기선 아니지. 네 노래 부를 사람이 정해졌어. 그래서 그 사람이 작곡가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만들었는지 직접 들어보고 싶어 해.”
“누군지 알 수 있어요?”
“그래. 곧 보게 될 테니, 뷰티 핑크의 소율이가 부르게 됐어.”
“정말요? 앗~싸!”
이기호는 좋아하는 예성을 보며 물었다.
“뷰티핑크 좋아하나봐?”
“네? 그닥, 아니 좋아해요. 엄청 좋아하죠.”
“오빠, 이미 늦었어.”
“허, 그런데 왜 환호성을 지른 거니?”
“일단 그래도 네임드잖아요? 엄마, 안심해. 만원은 넘게 나올 거 같아. 이제 걱정 하지 마.”
“엄마, 걱정 안했어. 아들 실망할까 그랬지”
이런 가족을 보며 이기호가 웃음을 지었다.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네요. 연정선생님”
“본부장님 가족도 행복할걸요?”
“글쎄올시다.”
“뭐?”
하연정이 도끼눈을 떴다.
“이크, 그럼 신예성 학생, 해줄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본부장님 시켜만 주십시오. 열 번, 백번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예성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한눈에 예성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참 알기 쉬워.”
연정의 말이었다.
“오히려 좋아. 예능도 가능하겠는데? 신예성 학생, 그럼 가볼까?”
“네. 그런데 가족들은?”
“일단, 음악선생님께서 회사 구경 시켜 줄거야. 신예성 학생은 이제 우리 회사랑 일하게 되니까.”
이기호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지만 예성은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엄마, 예린아, 오빠 갔다 올게.”
예성은 가수에게 곡을 들려주기를 가장한 오디션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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