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77
72.나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줄 사람 >
“헤어져.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잖아.”
“그래.”
“아! 심플하다. 심플해. 오빠, 이건 분명히 오빠가 지방전문대에 합격하고 여자친구는 스카이대학에 합격한 거야. 그래서 오빠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거야.”
“무슨 헛소리야? 여기 그림을 딱 봐도 여자가 이별을 말하고는 돌아서서 눈물 흘리는 게 보이지 않아? 모든 걸 성적으로 생각하지 마. 사랑은 아름답고 숭고한 거야.”
“흥 그게 말이야? 방귀야? 사랑도 급이 맞아야 하는 거야. 그래서 이렇게 이별하는 거라고, 수준 차이가 아니까.”
“이런 속물적인 녀석, 너 같은 애가 자라서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 아가씨가 되는 거야. 사랑에 조건을 다는 순간 그건 사랑이 아닌 거야.”
“고작 이런 거로 김치 아가씨라니, 오빠 사랑은 현실이야. 사랑을 먹고 살 수 없잖아. 경제력이 있어야 해. 그런데 스카이에 간 여자가 지방전문대 간 남자가 남자로 보이겠어? 오빠가 사는 곳은 소설 속이 아니라 현실이야.”
“이런 꿈도 희망도 없는 년을 봤나? 넌 사랑을 못 하겠네.”
“오빠, 나는 오빠랑 다르게 사랑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야.”
“나······. 나도 안 하는 거거든.”
아! 이 미친놈아, 여기서 말을 더듬으면 어떡해?
“찔리지?”
“찔리기는, 그냥 이상이 높아서 그런 거야. 그리고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정말 사랑할 자신 있다. 그저 지금은 사랑보다 일이 소중해서 그런 거야. 잔소리 말고 마저 하자.”
나는 빈 접시에 포크를 찍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사랑은 치즈와 같은 거야. 뜨거울 때는 붙어서 떨어지지 않지만, 식으면 끊어져 버려. 우리 사랑은 어느 쪽일까?”
말을 마치고 동생을 아련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런 나의 연기에 동생의 반응은 상큼했다. 손가락을 브이 자로 펴더니 그대로 내 눈을 콕 찔렀다.
“아악~ 야! 이 미친년, 무슨 짓이야?”
“오빠, 미안해. 오글거림의 한계치를 돌파해 버렸어. 이건 겨우 율곡 님을 받고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내가 광고라는 걸 얕잡아 봤나 봐. 이런 치명적인 오글거림이라니.”
“야, 그렇다고 오빠 눈을 찌르냐?”
“오빠, 미안. 나의 순수한 영혼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눈을 내버려 둘 수가 없었어. 그런데 무슨 피자 광고를 이따위로 만드는 거야?”
동생의 짜증 섞인 물음에 나는 눈을 비비며 말했다.
“그게 마스터 피자는 평소에도 여성을 대상으로 광고를 만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런가 봐.”
“아무리 여자라도 그렇지. 순정만화도 아니고 이게 뭐니? 이게”
동생이 광고 촬영대본을 손에 쥐고 흔들면서 짜증을 냈다.
하, 이놈의 계집애 방학을 해서 그런지 기분이 좋은데 이 시점에서 그 말을 꺼내다니.
“히야, 오랜만에 듣는다. 그 말?”
“그렇지. 나도 하면서 오 죽이는데 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오빠?”
“왜?”
“상대역이 누구야?”
“듣고 놀라지 마라. 무려 걸스패밀리의 우주 누나 되시겠다.”
“헐, 그 언니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오빠 상대역이래? 대사도 이 모양인데?”
“야 하는 나도 만만치 않거든.”
“이건 하는 것보다 듣는 쪽이 치명상이야. 거기다 오빠가 언제 우주 언니 같은 미녀에게 그런 말을 해보겠어? 그냥 계 탔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엔지 많이 내면서 그 순간을 즐겨.
그리고 우주 언니는 참···. 그냥 이런 거 보면 남의 돈 먹기가 쉽지 않다는 게 느껴져.”
“그렇지? 나도 동감이다.”
“그런 의미에서 율곡 대신 사임당 님으로 교체 콜?”
“뭘 했다고 콜이야? 손해배상으로 율곡 님도 뺏어버린다. 나중에 엄마랑 연습해야겠다.”:
“으이구, 이 화상아, 엄마한테 그러고 싶어?”
“그래도 연습은 해야 될 것 아니야?”
그리고 밤이 되어 엄마와 연습을 하자. 엄마는 이 아들의 연기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어머, 어머, 어쩜 좋니? 아들, 정말 심쿵해. 멋져. 이건 딱 아들을 위한 광고야. 이런 건 아빠 닮지 않아서 참 다행이야.”
아들 사랑 나라 사랑인 엄마의 말이지만 너무 격렬한 반응이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어쩌면 이 광고가 어린 여자들보다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 아줌마들의 소녀 감성을 노리는 광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대박이 날지도 모르겠어.’
****
날이 밝자 나는 오랜만에 조 사장님의 사무실에 왔다. 전에 한 번 왔지만, 그때는 봉사활동을 가셔서 뵙지 못했다. 연말이라 조 사장님도 꽤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양이었다.
“뭐냐? 어울리지 않게 진지한 표정으로?”
“저도 이제 나이 한 살 더 먹는데 나잇값을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마이너스라고 본다만, 어쩐 일이야? 한창 연습하느라 바쁠 텐데.”
“저기 이거 받으세요.”
오는 길에 빈손으로 오는 게 뭐해 약국에 들러서 이걸 사 왔다. 그동안은 돈을 벌지 않아 부담 없이 왔지만 이제 그러기에는 사회적 체면과 지위가 있지 않은가?
“웬 음료수냐? 받기엔 찝찝한데, 먼저 용건부터 말하지.”
“용건은 무슨, 그냥 그동안 신세도 많이 졌잖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조사장은 예성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손을 들어 제지했다.
“됐다. 서론이 길다. 내가 너 원, 투데이 보는 것도 아니고, 뭐야? 무슨 일인데 이런 알랑방귀를 뀌고 그래?”
아! 역시 안 통하나?
“군보형 좀 빌려주세요.”
“그래. 알았다.”
“네?”
내가 잘못들은 건가? 이렇게 순순히 허락하다니?
“왜? 빌려 가기 싫어?”
“아니, 너무 쉽게 승낙을 하셔서요? 요즘 노래방 성수기잖아요?”
조 사장님은 코인 노래방만 가지고 계신 것이 아니다. 그랬다면 군보형이 필요하지도 않으니까.
“그래. 바빠. 하지만 군보를 위해서도 너랑 일하는 게 도움이 되니까 승낙하는 거야. 애가 요즘 정신이 멍해. 너랑 몇 번 방송일을 하더니 바람이 단단히 들었어. 늦바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늦바람이 나면 어미·아비도 몰라보게 돼.”
“그···. 그런가요?”
“그래. 네가 군보에게 바람을 넣었으니 책임을 져라.”
“네? 그건 무리죠. 제가 누구를 책임지고 그럴 군번은 아니잖아요?”
“그냥 같이 일하기만 하면 돼. 군보가 너에게 큰 걸 바랄까? 그냥 너 일할 때 같이 하고 쉴 때 여기 와 있으면 되는 거지. 솔직히 내 곁에서 잔심부름이나 하고 있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가 군보형을 잘 챙길 수 있을까요?”
“챙기기는 군보가 널 챙기겠지. 아니면 군보 월급 때문에 그래? 너 요즘 좀 벌지 않아? 네 어머니가 기부도 하고 그러던데?”
“그게 제가 번 거 다였거든요.”
“쯧쯧, 그렇게 돈을 헤프게 쓰면 안 되지. 기부하다가 세금폭탄을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네?”
“그런 게 있다. 궁금하면 알아봐. 그래. 군보 월급을 못 준다는 거냐?”
“아뇨. 일하면 대가를 받아야죠.”
돈을 주고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장 프로듀서님이 언제나 나를 봐줄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도 한창 바쁘시다.
연습생 트레이닝 최고 책임자가 바로 장일형 프로듀서다.
그런 분이 한가하게 나와 노닥거리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장 프로듀서님에게 다른 분들을 소개받았지만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나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많은 것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내가 원하는 것을 두루뭉술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분들은 그런 나의 설명을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생각하는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다.
여기 본사에 있는 분들은 데뷔조가 올라오면 그들을 가리키는 분들이다.
GJ는 사관학교라 불리는 만큼 연습생들은 데뷔할 때쯤 되면 머릿속에 지식이 흘러넘치게 된다.
지금의 아이돌은 노래와 춤 외에도 외국어, 연기, 작곡, 작사 등 연예계의 전반에 대해서 모든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런 그들과 나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장 프로듀서님에게 상담하니 그건 케미, 즉 상성이 맞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말씀하셨다.
가수들이 괜히 일하던 사람들과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덧붙였다.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좋은 음악을 하려면 자신과 상성이 좋은 사람과 작업을 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처음부터 잘 맞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면서 서로 맞춰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릿속에 한사람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떠오른 사람이 군보형이다.
나에 대해 잘 알고 내가 어떤 설명을 하면 그것보다 나은 의견을 제시하고, 나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
그런데 조 사장님이 돈을 이야기하니, 내가 과연 군보형을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섰다. 괜히 잘살고 있는 사람 데려다가 망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군보형은 힘든 삶을 살다가 포기하고 조 사장님에게 의탁했다.
그런데 내가 과연 조 사장님보다 좋은 미래를 군보형에게 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 것이다.
“그럼 됐다. 너 군보가 얼마로 생활하는지 알아?”
“아뇨.”
“백만 원이다. 아니 그것보다 더 적겠지. 그놈은 돈 모아 장비 사 모으는 게 취미인 놈이니까.”
“우와~, 사장님 악덕 업자네요. 군보형같은 기술자를 100만 원에 쓰고 계신 거예요?”
“야, 내가 아무리 그럴까? 군보 월급이 250이야. 그런데 낙원 스튜디오 월세가 150이지.”
“허 그렇게 되는 건가요?”
“그래. 그런데 내가 군보 처음 봤을 때 얼마로 살고 있었는지 알아?”
“얼마인데요?”
“한달에 60만 원 받고 일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거 듣고 출장 왔을 때 바로 내가 잡았지.”
고작 그 돈으로 어떻게 사냐고 말하겠지만, 이 바닥에서는 흔한 일이다. 열정이 월급을 대신하는 것은 연예계가 가장 심하다.
“그렇겠죠. 이쪽은 잘나가는 사람만 대우받는 곳이니까요. 그럼 이거 임대로 봐야 하는 건가요?”
“임대라, 그렇게 봐야지. 군보가 여기에 있으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 그래서 음침해져 가는 것 같아. 사람 많은 곳에서 생활하면 좀 나아지겠지. 나이도 있으니 결혼도 하면 좋을 것이고.”
“글쎄요. 사람이 많은 곳에 있다고 해서 마냥 그렇게 좋은 세상이 펼쳐지진 않죠.”
“그래도 지금보다는 낫지 않겠어?”
“그렇긴 하겠죠. 이만 가볼게요.”
“군보는 안보고?”
“일단 회사에 먼저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이번 공연에 도움을 받으려고 했지만 이렇게 되면 아예 군보형과 같이 일하는 걸 생각해봐도 되겠죠?”
“기획사에 이야기를 안 했어?”
“그냥 이번에 같이 할 거다. 그 정도만 이야기했죠. 그런데 조 사장님이 임대를 생각하시니 저도 생각이 바뀌네요.”
“그래?”
“네. 일단 회사에 말해보고 안 되면 제가 군보형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방향으로 바꿔야죠.”
“알았다. 그럼 나도 군보에게 아무 말 안 하마.”
“네 부탁드려요. 저 이만 가볼게요.”
“그래.”
회사로 와서 장 프로듀서님을 찾아갔다.
“흠, 군보를 데려오고 싶다고?”
“네. 아무래도 저랑 말이 잘 통하니까요.”
말을 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 장 프로듀서님은 군보형이랑 좋게 끝나지 않은 인연이 있었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희석되고, 슈스케 때 서로 만나서 화해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리 친하게 지내지는 않는다.
“흠, 엔지니어로서는 나쁘지 않기는 한데, 지금 우리 쪽에는 자리가 나지 않아서 말이야. 사람을 들인다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다.”
“역시 그런가요?”
“그래. 너도 알다시피 우리 기획사에 있는 이들은 모두 내 손으로 가르치거나 처음부터 같이 일한 사람들이다. 함부로 내치거나 이유 없이 자를 수는 없는 일 아니냐?”
“그렇죠. 그럼 제가 곡 작업을 할 때, 군보형이랑 하는 것은 괜찮을까요?”
“그렇게 우리 쪽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들어?”
“그런 건 아녜요. 모두 잘 대해주세요. 하지만 말이죠. 제가 지식이 부족한 건 잘 아시잖아요? 그래서 두루뭉술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데···.“
장 프로듀서님은 나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았지만, 내가 하려는 말이 뭔지 아셨다. 전에 상담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된다는 말이구나.”
“네. 군보형은 제가 지금보다 더 부족할 때부터 같이 해서인지 척하면 착이거든요.”
“그래. 일단 알았다. 고민해 보마. 그리고 예성아”
“네.”
“너 이번에 콘서트 하는 거 말이다. 혹시 듀엣 해볼 생각 없어?”
“듀엣이요? 갑자기 그건 왜요?”
“미로 알지?”
“네. 사진 촬영할 때 봤어요.”
“걔랑 한 번 해볼 생각이 없어?”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생각해본 적이 없는 문제라서.”
“솔직히 말해서 너에게 득이 되기보다는 레드엔젤에게 득이 되는 일이다. 알다시피 레드엔젤이 2집 활동을 시작했는데도 1집과 마찬가지로 저조한 실적을 보이다가 이제 겨우 기지개를 켠 상황이야.
그런데 후속타가 부족해. 애들이 예능감이 뛰어나서 여러 곳에 나가 활동할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아직 준비되지 않았어.
그러다 보니 관 열고 나왔는데 다시 관짝 닫고 들어갈 판이야. 그래서 너와 함께 무대를 만들어서 인지도를 끌어올리려고 해.”
“저와 한다고 그게 될까요?”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갈 거니까 도움이 될 거야. 일단 너는 광고랑 콘서트가 있으니 화젯거리가 되잖아.
그러니 리더인 요원이가 너랑 예능에 나갔고, 거기다 미로와 노래를 부르게 되면 너와 연관되어서 이야기가 나오게 될 거야. 기획사에서 음악적으로 잘 맞고 친한 누나들이라고.”
“슈스케 측은 뭐라고 해요?”
“그들은 좋다고 하지. 돈 안 들이고 가수가 추가되는데.”
“하긴 그렇네요. 그럼 두 곡 다인가요?”
“아니 어머니에게는 무리지. 한다면.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이지.”
“역시 그렇죠? 찾아보니 듀엣으로 부르는 영상도 많긴 했어요.”
솔직히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뭐라고 답하기가 곤란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괜찮은 것 같았다.
어차피 그날은 커플들의 날이지 않은가?
듀엣으로 부르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리고 해보고 싶기도 했다. 소율 누나와 듀엣에서 까인 이후로 듀엣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마음 한구석에 언제나 있었다.
“저야 새로운 경험이니 상관없어요. 그런데 준비할 시간이 될까요?”
“오늘부터 하면 되지. 저녁 먹은 후에 미로를 부를 테니 오면 같이 불러보자.”
“네.”
이야기를 마치고 연습실로 돌아와 노래를 연습했다. 한창 연습을 하고 있는데 본부장님이 찾아왔다.
“들었어. 예성 학생 장군보씨를 데려오고 싶다고 했다면서? 그런 이야기는 나에게 해야지. 일형이에게 이야기하다니 섭섭해.”
이 사람은 애인가? 섭섭하기는 뭐가?
“죄송해요. 아무래도 소속이 장 프로듀서님 쪽이잖아요. 그래서 가능할까요?”
“장군보씨가 그렇게 좋아?”
“좋다기보다는 이야기가 잘 돼요. 제가 잘 몰라도 알아서 제게 필요한 걸 말해주는 사람이죠. 같이 작업하면 편해요.”
“그래. 알았어. 그럼 면접 보러 오라고 해.”
“면접 봐야 하는 건가요?“
이미 서로 얼굴을 아는 사이에 면접이라니?
“그래야지. 서로 원하는 게 있을 테니까 조정이 필요해.
“네. 그런데 월급이 어떻게 돼요?”
“왜 적게 줄까 봐?”
“이 바닥이 그렇잖아요.”
“그 사람 지금 얼마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 거야?”
“300만 원이요.”
일단 50만원 플러스시켰다. 그래도 직장이 바뀌는 것인데 좀 나아져야 하지 않겠는가? 만일 그렇게는 못 준다고 하면 내가 보태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어리지만, 돈을 벌고 있지 않은가? 내게 필요한 사람에게는 투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말을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본부장님은 그런 나를 보고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흠, 일단 경력자이니 그 정도는 맞춰줘야겠지. 대신 계약직으로 들어올 거야.”
“계약직이면 2년인가요?”
“그래.”
“네 알겠어요. 그렇게 전할게요.”
‘아마 나이가 걸리는 거겠지. 36살이니.’
하지만 괜찮다. 2년이면 내가 가수로 큰 성공을 할지 아닐지 결판이 날 테니까. 잘되면 개인적으로 같이 일하면 되는 것이고 아니면 형은 다시 조 사장님네로 가면 되는 것이다.
군보형에게 전화를 해서 말했다. 그냥 회사에서 형과 같이 일하고 싶어 한다고, 그렇게만 말했다.
아마 이렇게 말해도 형도 아마 알 것이다. 나 때문이라는 걸.
“그래. 언제 갈까? 난 언제나 오케이다.”
형은 마치 내가 이야기해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형은 정말 지금만 보고 사는구나.’
내가 형의 입장이라면 이것저것 재보느라 이렇게 쉽게 승낙을 못 할 텐데.
하지만 나로서는 잘된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음악을 생각 그대로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나는 내가 만든 노래를 어떻게 하면 더 좋게 할 수 있을까 상상은 할 수 있지만 그대로 만들지는 못한다.
하지만 군보형과 함께라면 그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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