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83
77. 지금은 라디오 방송중(1) > 끝
노래를 마치고 다시 광고가 나가는 시기가 되자 정신영 씨가 나에게 물었다.
“네가 이 예민한 시기에 라디오를 나온 건 레드엔젤 때문이야?”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뻔한 상황이다. 해프닝이라지만 일부러 스케줄을 잡고 라디오에 출연하기에는 너무 빠른 시기다.
“그런 이유도 있죠.”
내가 두루뭉술하게 말하자 정신영 씨는 피식 웃었다. 마치 내가 생각하는 정도는 다 안다는 미소였다.
“그러면, 이렇게 듀엣만 하기보다는 혼자 노래를 해야지. 너랑 같이하면 일정의 관심을 받겠지만, 그 이상은 힘들지. 내가 권할 테니 부르라고 해.”
“네.”
광고가 나가는 사이 미로 누나에게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뭐냐고 물으니, 이희선 씨의 ‘인연이란’ 곡을 말했다.
그리고 정신영 씨가 미로 누나의 목소리를 칭찬하면서 노래 한 곡을 청하고 누나가 ‘인연이란’ 노래를 부르자 누나 특유의 가성으로 정말 이희선 씨랑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노래로 단숨에 청취자의 귀를 녹였다.
가성, 말 그대로 가짜음성을 말한다. 어떤 이들은 가성을 깎아내리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진성으로 올라가지 않는 음높이도 가성으로 부르면 쉽게 올라가기에 노래 실력을 깎아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가수의 노래가 고음만 잘 지른다고 최고의 노래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듯이 가성은 정말 매력적인 목소리다.
미로 누나의 노래가 스튜디오에 울리자 스튜디오는 조용해졌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애절한 가성이 스튜디오를 지배했다.
[인연이란~ 운명이라고도 하죠. 거부할수가아~없죠.먼 길 돌아 다시 만나는 날~ 나를 놓지 말아요.~]
“아, 노래를 먼저 시켰어야 했어요, 마치 달콤한 초콜릿이 녹아내리듯 한 음악이네요.”
목소리를 칭찬하면서 슬며시 레드엔젤의 이야기를 꺼내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나머지 멤버들과의 사이,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하면서 홍보를 도와주었다.
‘이 사람은 정말 프로구나!’
보면서 저절로 드는 생각이었다.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캐치하고 그걸 자연스럽게 방송에서 풀어주고 있었다.
거기다 미로 누나의 버퍼링에 답답할 만도 하건만 오히려 그걸 이용해서 토크를 이끌어갔다.
일부러 어려운 단어를 선택해서 말을 걸고는 미로 누나의 대답이 느려지는 것을 즐겼다.
“아직, 아직 이에요? 갈수록 느려지고 있어요. 기가 인터넷시대에 홀로 모뎀시대를 살아요?”
그러면서 질문을 더 해서 미로 누나의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아, 다운이 99%에서 멈췄어요. 대답이 나오지 않네요. 나만 답답해. 청취자들은 내가 열심히 말하는 것보다 그냥 미로 씨 보고 있는 게 좋다네요. 자꾸 나무라지 말래요.
K2542님, 정신영 씨 목소리는 매일 들을 수 있지만 그림 같은 미녀의 모습은 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조용히 입 닫고 있으라고 해요.
슬픈 현실이네요. 내가 자기들에게 어떻게 했는데 이런 배신이라니······.”
정신영 씨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놀랐다. 솔직히 우리가 재미있는 게스트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막힘도 없고, 당황도 없으며 마치 친구를 놀리며 이야기를 하듯 진행을 해나간다.
‘이런 건 배워야 하는 거다.’
나중에 이 누나의 방송을 모아서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방송이 끝나고 정신영 씨와 연락처를 교환했다.
“어디 가면 꼭 연락처를 교환해. 나중에 그게 다 재산이야. 연락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야. 내가 필요할 때 연락할 곳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거지.
인맥이란 거 별거 아니야. 만나는 사람마다 번호를 교환하고 그게 쌓이면 인맥인 거야.”
“네. 좋은 말씀 감사해요.”
“그럼 다음에도 출연해줘.”
“네. 제 앨범이 나오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해. 그리고 너무 화제가 되었다고 들뜨지 마. 이 바닥에서 오래 버티려면 한결같은 게 중요해. 인기는 파도와 같아.
밀려올 때도 있고 빠져나갈 때도 있어. 나도 십 대의 어린 나이에 방송계에 들어와서 네가 남처럼 보이지가 않아서 하는 소리야.
인기라는 것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하기도 하지만 병들게도 하니까.”
“네. 명심하겠습니다.”
방송할 때는 나를 곤란하게 해서 당황스러웠지만 끝난 정신영 씨는 참 좋은 분이다. 나뿐만 아니라 미로 누나에게도 좋은 말을 많이 해주었다.
“아이돌그룹은 예전이랑은 다르게 요즘은 뜰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거 알지, 누구는 직캠으로 뜨고, 누구는 넘어져서 뜨고, 누구는 예능으로 뜨고,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분명 기회는 와. 하지만 지금이 아닐 뿐이지. 어둡고 긴 터널을 걸어가는 느낌이겠지만 견뎌내. 그럼 나중에 빛을 보게 될 거야.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마. 그럴수록 힘을 내야지, 아이돌이 뭐야? 남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직업이잖아. 파이팅이 부족해 보여.”
첫 만남에서 이런 말을 해주기가 쉽지는 않을 텐데. 솔직히 오지라퍼라는 소리 듣기 딱 좋은 상황이 아닌가?
초면에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지만 실제로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 말이다. 못하는 이에게 못한다고 말하고, 잘나가는 이에게 잘나갈 때 조심하라고 하는 말이 좋게 들리겠는가?
하지만 나나 미로 누나에게는 필요한 말이라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솔직히 내가 레드엔젤에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본부장님도 그렇다.
그녀들은 GJ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이다. 이건 어떻게 보면 메리트가 있게 들리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녀들에게는 독이라고 말씀하셨다. 손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소형기획사 같으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행사겠지만 그래도 숙소에서 노는 것보다는 좋을 것이다.
하지만 대형기획사에 속한 그녀들은 그런 행사의 섭외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기획사에서도 권하지 않는다. 마찰이 생기기 때문이다.
언젠가 트로트 선배들과 기성 가수들이 아이돌들의 무분별한 행사에 크게 이의를 제기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행사에 구분을 둘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인원이 많기에 행사비용이 싸지 않다. 잘 됐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문제가, 잘 안 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버린 것이다.
기획사 선배들의 콘서트라도 게스트로 들어가면 좋겠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본부장님이 이 레드엔젤을 아끼지만 다른 그룹을 다 내버려 두고 여기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제 갓 시작단계인 나에게 그녀들을 붙인 것이다.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방송을 마치고 나오면서 석태 형에게 물었다.
“석태 형 어땠어요?”
석태 형은 밖에서 계속 보고 있었기에 감상을 물었다.
“괜찮았어. 반응이 나쁘지 않아.”
점심을 먹고 또 다른 채널의 방송국에 출연했다.
방송에 들어가기 전에 DJ분께 부탁을 드렸다.
토크는 나 위주로 노래는 미로 누나 위주로 부탁한다고.
두 번째 방송에서는 나를 당혹하게 만드는 질문도 있었다.
“신예성 씨의 어머니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어머니가 기부하시고 말이 많았어요. 아들을 띄우기 위해 무리를 하는 것이 아니냐? 너무 보여주기식이 아니냐? 이런 이야기 말이죠.
기부가 좋은 일이죠. 하지만 연예인들의 기부는 항상 구설수에 오르죠. 하지만 신인의 기부에 이런 이야기는 처음 있는 일이에요. 이에 어떻게 생각해요?”
“사실 저도 그 기사를 봤습니다.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죠. 돈을 쓰고도 욕을 먹는 경우니까요. 어머니도 자신의 행동이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눈에 비친 게 충격이었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이건 제가 연예인의 길에 들어서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게 본다고 해도 기부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국어 시간에 이런 시 구절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어떤 시를 배웠어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냐?’ 라는 시입니다. 비록 안 좋은 시선도 받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되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말을 하고 살짝 눈치를 살폈다. 내 머리의 특성상 틀릴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너에게 묻는다’는 시군요. 참 좋은 구절이죠.”
“보여주기 식이든 아니든 기부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기부로 인해, 그리고 연예인들의 기부는 일반인의 기부와 달리 화제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게 다른 이들이 나도 기부해볼까? 이런 생각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한 명이라도 더 생긴다면 추운 겨울을 보내는 불우이웃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되리라고 생각해요.”
“아! 맞는 말이네요. 솔직히 자기 돈을 좋은 일에 쓰면서도 눈치 보는 건 이치에 맞지 않죠.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하실 생각이세요?”
이 사람이, 그걸 왜 물어?
“글쎄요. 지금 현재로써는 어머니가 번걸 한꺼번에 다 기부하셔서 손가락 빨고 있습니다. 이번에 찍은 광고가 정산되면 생각을 해볼게요.”
“하하, ”
이 질문 외에는 정신영 씨의 방송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노래를 부르고 사연을 읽는 방송이었다.
“누나 힘들죠?”
“…아니, 괜찮아. 오히려 좋아. 사람들을 만나고 내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 예능에 몇 번 나갔을 때는 통편집 당하고, 멤버들에게 밀려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거든. 혼자 나오니 좋다.”
“그러다 팀 탈퇴하는 거 아니에요?”
“…그럴까? 너랑 듀엣이나 할까?”
이 누나 진심인가? 잘 웃지 않는 사람이라 잘 모르겠어.
“이 대목에서 진지한 표정은 곤란해요. 누나”
모든 방송을 마치고 기획사에 돌아가기로 했다.
기획사에 도착한 후 누나와 석태 형은 본부장에게 가고 나는 내 작업실로 향했다. 생각했던 노래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급했다.
그동안 내가 곡을 만들면서 느낀 것은 내가 원할 때 만들어야 곡이 잘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을 열려고 키 카드를 대자 오히려 문이 잠겼다.
“어라, 내가 문을 열어놨던가?”
다시 열고 들어가니 레드엔젤 누나들이 화음 쌓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집 청소한다더니, 남의 연습실에서 뭐하는 거예요?”
“왔어?”
“‘왔어’가 아니죠. 요원 누나, 주인 없는 방에서 이러면 곤란해요. 어린 저라지만 프라이버시라는 게 있다고요.”
“본부장님이 여기서 연습하라고 하더라.”
“무슨 연습을 하기에···. 이거 우리 듀엣 노래잖아요?”
“맞아. 행사가 있다고 하면서 우리보고 이 노래 코러스를 도우라고 해서 연습하고 있어.”
“누나들이 이 코러스를 한다고요? 그럼 본래 하던 이들은요?”
“몰라.”
요원 누나는 말을 하고는 내 표정을 살폈다. 아니 왜 표정을 살피는 거야? 이건 이 누나들이 화내야 할 대목인 것 같은데.
이미 앨범을 두 장이나 낸 사람들이 코러스가 웬 말인가? 그냥 이벤트성으로 생각하는 건가?
도대체가 본부장님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내 뒤에서 본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성 학생, 왔어?”
“네.”
“라디오는 잘했다고 들었어. 나가보니 별거 아니지?”
“그것보다 이건 지금 무슨 일이에요?”
예성이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로 묻자 이기호는 다시 변화가 일어난 스케줄을 말했다.
“예성 학생, 행사가 또 잡혔어.”
“네. 행사라고 하시는 게 라디오를 말하는 건 아니시죠?”
“물론 아니지. 이번에 송년회야. 초대가수로 가게 될 거야.”
“아니 무슨 송년회에 초대가수를 부르고 그런데요? 자기들끼리 노래방 가서 놀지.”
“왜 싫어?”
“싫기야 하겠어요? 부르면 가야죠. 찾아주는 게 어딘데? 다만 갑자기 왜 이러나 싶은 거죠.”
“노래가 좋아서 그런 거지. 그리고 예성 학생. 송년회는 부서 회식이 아니야. 한 해를 보내는 커다란 공식 행사야.
생각하는 것처럼 적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이 분위기라면 신년회 때도 섭외가 꽤 올 거야.”
“그럼 내년에도 행사로 시작한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래. 콘서트 하는 날도 어쩌면 행사를 나가야 할지도 몰라.”
“그럼 누나들은? 왜 코러스 연습을 하고 있는 건가요?”
“일단 전의 코러스들은 콘서트에만 참가할 거야. 이야기해봤지만 이미 다른 스케줄이 잡혀있어서 시간이 없어 못 한다고 하더라.”
“그래요? 그래서 누나들이 코러스로 나서는 건가요?”
“그래. 아마 하다 보면 앵콜이 나오는 경우도 있을 거야. 그때 예성 학생이 불렀던 ‘두고 봐’를 레드엔젤이랑 같이 부를 수도 있고, 좋잖아? 매일 행사를 하게 될 텐데, 무리 안 할 수 있게 움직여야지.”
이쯤 되면 의심이 떠오른다. 과연 코러스 분들에게 정말 물었을까? 정말 거절했을까? 하지만 그들이 하든 안 하든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누나들이 하겠다고 한 건가? 솔직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앨범까지 낸 가수가 이런 식으로 앨범도 제대로 내지 않은 나의 코러스를 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새니까.
물론 미로 누나를 돕기 위해 움직이는 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코러스였다.
본부장님의 말에 나는 조그만 목소리로 물었다.
“누나들이 하겠데요?”
“그래. 그들도 놀면 뭐하겠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해. 나중에 되면 다 추억이야. 이 아이들이 뜨면 예성 학생은, ‘아 저 누나들 예전에 내 코러스 했었는데, 이제는 나보다 인기가 많아 ‘이러고, 이 아이들은 ‘우리 정말 힘들게 활동했어요. 오죽하면 고등학생 코러스를 했을까요?; 이러면서 추억이 되는 거지.”
본부장님의 말에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다고 했으니 굳이 내가 뭐라고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곤란했다. 서로 눈치만 보게 되는 것이다.
“킁, 할 마음이 그득 하다니. 본부장님이 누나들 집에 가보지를 않으셨나 보네요. 가봤으면 그런 말을···. 읍읍읍”
나의 팩트 폭력에 요원 누나가 나에게 달려들어 입을 막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의미는 이미 전해졌다.
본부장님은 그런 우리를 보고 피식 웃었다.
“지저분하다고? 냄새난다고? 어차피 다 똑같아. 내가 애들 숙소는 못 가봤어도. 뷰티핑크나 연습생들 숙소는 다 가봤어.
예성 학생, 여자에게 환상이 있으면 일찌감치 버려. 그런 정신상태로는 연애하게 되어도 금방 헤어질 거야. 만나다가 방귀 트면 그냥 가슴 달린 남자라는 걸 깨닫게 되는 거야.”
나는 요원 누나의 손을 치우며 물었다.
“설마 선생님 이야기에요? 선생님이 상남자긴 하시죠. 집에서는 방귀도 뿡뿡 뀌시나 봐요.”
“헉, 절···. 대 아니야. 이야기가 왜 그렇게 흘러? 이건···. 그래. 옛날 여자친구 이야기야. 아내는 화장실도 안 가는 여자야.”
이기호는 천사라는 이미지로 말했으나 예성은 자신의 엄마를 떠올렸다.
“아! 선생님도 변비군요. 화장실을 못 간다니. 올겨울에 선생님께 자두 주스 한 병 보내드려야겠어요.”
“컥, 예성 학생, 나 죽이려고 작정했어?”
“그래서 누나들이랑 같이 행사하러 다니면 되는 건가요?”
“아니, 말을 끝맺어야지. 지금 행사가 중요해?”
“그게 중요하죠.”
“예성 학생, 우리 이러지 말고, 이 애들은 연습하게 두고 우리 차라도 한잔하지”
“마신 걸로 칠게요. 선생님 집 주소가······. 어디 보자···.”
“예성 학생!!”
우리의 모습에 누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 너무 웃겨요. 본부장님, 평소랑 너무 다르셔.”
“요원아, 그리고 너희들, 지금 웃어야 하는 장면이 아니거든. 나 지금 진지하다. 그런데 예성 학생, 우리 은혜가 말을 좀 전해달래.”
“저의 작은 피앙세가요? 뭐라고요?”
“돈 못 버는 남자는 용서해도 바람피우는 남자는 용서할 수가 없데. 조만간 만나서 이야기 좀 하자던데?”
“컥, 도대체 유치원생에게 무슨 드라마를 보여주기에 이야기 좀 하자는 말이 나와요?”
“글쎄, 미드?”
“그냥 비긴 거로 할까요?”
“그게 좋겠지? 나도 은혜를 잘 타일러 볼게.”
“기대는 안 합니다.”
“나도 타일러 보기만 할 거야. 기대 안 해.”
“하아, 무너진 가장의 권위란······. 참 안쓰럽네요.”
“그래도 내가 행복하니 된 거 아니겠어?”
“본부장님을 보면 혼자 사는 걸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예성 학생, 나도 예전에는 안 이랬어. 완전 상남자였어. 내 소싯적 모습 보면 깜짝 놀랄걸?”
“안구 테러당할까 봐 안 보고 싶네요. 깜짝 놀라고 싶지도 않아요. 그런데 미로 누나는 왜 안 왔어요? 같이 계셨던 거 아녜요?”
“일형이랑 지금 있어. 새 팀을 짰으니 오늘 좀 맞춰 봐야지.“
“하긴 그렇겠네요. 급조된 팀이니,”
내 대답에 본부장님은 누나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들 연습은 충분히 했어?”
“네. 일단 저희끼리는 잘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예성이와 미로가 부를 때 같이 해봐서 또 고쳐야겠죠.”
실제 그렇다. 콘서트의 코러스는 남자 3명, 여자 3명 이렇게 구성이 되었다. 그런데 남자 3명 대신 여자 3명이 추가되는 상황이니 화음도 바뀌어야 했다.
“그럼 가서 시작해보자.”
“네.”
‘아 곡 작업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날이 아닌가 봐.’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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