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9
5.GJ엔터테인먼트
예성은 마이크를 잡자 주위를 잊어갔다.
이제 자신의 주위에 누가 있든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어떻게 이 노래를 부르는 지, 그리고 그 느낌을 살려 소율이 부르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자리를 마련 한 것이다.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래. 모든 것을 쏟아내자. 그리고 이 좋은 음악을 더욱 좋게 만들게 기여하는 거다. 흥, 예린이 고 녀석, 감히 이 오빠의 노래에 만 원쯤 나오려나. 말을 했겠다. 최소 백만 원, 아니 너무 나갔나? 오십 만원을 획득하는 위엄을 보여주마.’
예성은 심호흡을 하고는 준비되었음을 알리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이 감탄한 오보에의 연주가 시작되자 눈을 감고 노래에 몰입해 갔다. 천천히 독백하듯 읊조리는 예성의 목소리로 노래의 시작을 알렸다.
“♬우린 언제나 함께였지
너와 함께 거닐던 그 거리······.
예성의 노래가 시작되자 장일형프로듀서는 감탄을 했다. 마치 자신의 속을 아는 듯이 처음에 동영상을 보았던 때랑 다르게 불렀다.
‘동영상에서는 누군가에게 말하듯 노래를 시작했지, 하지만 편곡을 한 번 듣고는 독백하듯 혼자 읊조리듯이 노래를 시작했군. 저음이 듣기 좋아. 딕션(발음)도 정확해서 낮은 목소리지만 말뜻이 정확하게 들려. 낮은 저음은 공기를 많이 내뱉게 되어서 발음이 뭉개지기 쉬운데 그런 게 전혀 없어. 호흡이 불안하긴 한데 아마추어니까.’
장프로듀서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이기호 본부장의 환한 얼굴이 보였다. 마치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표정이다. 그래 나도 네 맘과 같다. 이건 굴러 들어온 보석이다.
이 형식 대표의 얼굴에는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반응인 것은 확실했다. 어느새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꺼내 팔짱을 기며 눈을 감고 있었다.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어느새 예성의 노래는 중반을 지나 클라이막스를 향해 갔다.
“♬나에게는 한 걸음이 부족해,
그 한 걸음이 너무도 길~어어어어. 우우우 워어어~어어!
시간을 다시 되 돌릴 수 있다면
그 한걸음이 그리 길지는 않을 텐데.
그 한걸음 지워 버릴 수 있을 텐데, 그 한걸음, 그 한걸음♬”
예성의 노래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
예성은 고개를 얼른 숙였다.
“죄송합니다. 너무 흥분했나봅니다. 다시 한 번 해도 될까요?”
짝짝짝.
장일형 프로듀서가 박수를 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야. 다시 할 필요 없어. 지금 게 좋아. 아주 좋아. 지금 가사랑 음을 부르면서 만들어낸 거지?”
“네. 죄송합니다. 노래가 너무 좋게 바뀐 바람에 저도 모르게 흥분 했나 봐요.”
“아니야. 좋아. 본부장에게 말을 들었을 때는 그런가 했는데 정말이네. 너 즉석에서 노래를 길게 이어 붙이다니, 거기다 전혀 어색하지가 않아. 이거 내가 해야 할 일이 늘어났는걸.”
장프로듀서는 흥분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언제나 뛰어난 후배를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거기다 예성의 덧붙인 후렴구는 장프로듀서의 음악성을 자극했다. 새로운 멜로디를 즉석에서 만들어 갖다 붙이다니 자신쯤 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노래를 여러 번 감상하면서 뭔가 아쉬운 느낌에 곡을 고쳐 쓰는 건 가능하다. 그런데 바로 이런 것을 떠올리는 것은 누구에게도 쉽지가 않은 일이다.
‘삘 받아서 곡을 연주하였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런 식일 줄이야. 이쯤 되면 거의 본능이군. 오래 만에 보는 타입이야.’
장일형 프로듀서는 예성을 두고 이기호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 본부장, 예성이 악보를 보지 못한다고 했던가?”
“그래. 배운 적 없다고 하더군. 기타도 독학이야.”
“그래? 좋군. 될 수 있으면 전속으로 묶어.”
“응?”
“왜 놀라?”
“아니 넌 그런 거 안 좋아 하잖아?”
“쟨 괜찮아. 전속이 되면 작곡비 못 받는 것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지만 쟤는 신인이고 어차피 쟤는 곡도 자기 맘대로 써내지 못해. 저런 애들은 영감이 떠올라야 하거든”
“왜? 가르치면 되잖아?”
이기호의 말에 일형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런 본능형 타입의 작곡가는 가르치면 망해. 작곡은 창작이야. 보통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지만 가르치다 보면 버릇이 생겨. 그리고 그런 버릇은 본능형 작곡가에게는 치명적이야. 마치 사자 같은 맹수가 우리에 갇혀서 야성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아.”
“그래도 뭔가 알아야 곡을 쓸 거 아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타입이 달라. 쟤 정도면 그냥 가능해. 이미 결과를 보였잖아. 세상에는 악보 같은 거 몰라도 좋은 노래 만드는 사람이 많아. 폴 매카트니도 악보를 못 봐, 고 김현식도 못 봐. 하지만 곡만 잘 만들지. 용감한 솔로도 악보 못 봐도 아이돌 곡 찍어내듯이 만들고 있잖아. 그 구시대의 사람도 잘 만드는 곡을 쟤라고 못할까? 거기다 요즘은 스마트 시대야. 얼마 전에 내가 깜짝 놀란 게 뭔지 알아? 얼마 전에 어플을 다운 받았는데 노래를 부르면 어플이 악보를 만들어줘. 이런 세상에 사는데 굳이 배워야 할까? 이런 거 없던 시절에도 악보 없이 음악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말이야. 그리고 미국 같은 데는 악보 보지 못하는 작곡자, 가수가 반수가 넘는다잖아.”
“그래도 기본은 있어야지.”
“그 기본이 사람을 망치는 거야. 사람마다 기본의 기준이 다르니까. 어디까지 어떻게 가르치는 것은 사람마다 달라. 그리고 그건 좋지 않아. 그냥 얘는 영화 많이 보고 노래 많이 듣다가 보면 아! 도통한 듯이 곡을 만들어낼 거야. 그게 언제인지 몰라서 그렇지. 그리고 통할지 안통할지는 모르고, 하지만 확실히 개성 있고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 거야.”
“가수로는 어때?”
“그쪽은 나보다 네가 더 감이 좋잖아?”
“나야 만족이지. 애초에 오디션도 내가 보자고 한 거니까,”
“좋아. 목소리도 좋고, 발음도 좋고, 울림통도 좋아. 고음도 쉽게 올라가는 것을 보니 성대도 짧고 굵을 것 같은데, 문제는 체력이지. 호흡이 짧아. 그런데 이건 굴리면 나아지니까. 그리고 생김새는 뭐 요즘 발라드 가수로 치면 거의 원톱이지? 크크”
“그러긴 해. 흐흐”
“대표님, 대표님 생각에 신 예성, 어떠세요?”
이기호는 떨어진 곳에서 뷰티핑크 소율과 셀카를 찍고 있는 예성을 가리키며 물었다.
“대표라 그러지마. 닭살 돋아. 그런데 쟤가 하기 싫다고 했다며?”
“그거야 성공이 보장되지 않았을 때 이야기죠.”
“킁!, 니들이 성공을 약속해서 다 성공했으면 난 우리나라 집어삼키고, 이미 포브스 잡지에 이름을 올리고 있겠지.”
“헐, 너무 나가시네. 그리고 우리가 또 못한 것은 뭐가 있어요?”
“됐고, 일단 가수 계약은 보류다.”
“왜에? 형님, 잘하잖아요. 고집부리지 마시고 그냥 해요. 우리도 하나 만들어봅시다. 그치 일형아?”
“나도 찬성,”
“인마,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내가 싫다고 했냐? 보류라잖아?”
“그게 그거지.”
“아냐. 내 생각은 말이야. 네 말 대로면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거잖아? 저 굽실거리는 거 봐라. 계약금 주고 데려 온다고 해결 되겠어? 지금 가수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데 저런 애를 그냥 쓰냐? 네 말대로 예성이라는 아이 잘하긴 한다. 하지만 잘하는 애가 저 놈 하나냐? 가수 판에 저만한 놈 없냐? 우리 연습생 중에도 잘 찾아보면 있겠다. 작곡이야 모르겠지만 노래는 안 그러냐?”
“그렇긴 하죠.”
“내가 봤을 때는 저 상태로 들어와서는 못 버텨. 성격도 좋고 끼도 있고 다 좋아. 하지만 자존감이 떨어져서는 문제가 많아. 연예인은 일단 자신감이 넘쳐야해.”
“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일단 작곡계약을 하자. 그 나머지는 얘가 자존감 찾은 다음에 계약을 하든 말든 하자.”
“애 자존감을 어떻게 찾는데요? 자기가 알아서 찾아야지 그런 거.”
“내가 찾아줄 수는 없지만 찾게는 만들 수 있지. 저런 애가 관중 앞에서 노래하면 그 기분을 못 잊지. 쟤, 아니 신예성이 가수 꿈 접은 게 최근이라며?”
“와이프 말로는 그래요. 포기 하고 접으려는데 영감이 떠올라 여기까지 온 거죠.”
“오~ 좋다. 좌절 속에서 피어난 한줄기 희망.”
“좋긴 개뿔, 그러니까 저놈도 잘난 놈들이랑 붙기 전에 이미 자신감 상실 뭐 그런 거지?”
이기호는 곰곰이 생각했다.
“비슷하긴 하네요. 해 나갈 자신이 없다고 했으니.”
“그럼 싸워보게 만들면 되지.”
“어떻게요?”
“두 달 뒤에 있잖아. 제수씨보고 꼬셔서 내보내라고 해.”
“아~! 8월에 있는······.”
“그게 있었군.”
이기호와 장일형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이형식을 새로운 눈으로 보았다. 이래서 대표를 하고 있는 건가?
“어이, 너희 눈초리가 괘씸한데?”
“아니에요. 형님”
“무슨 말씀을?”
“그럼 계약해. 그리고 그래. 수고비 명목으로 100만원 쥐어 보내.”
“그래도 되요?”
“야, 당연히 되지. 내가 그렇게 못된 놈이야? 한 푼 더 벌어보겠다고 저 짓(?)을 하는 놈인데······.거기다 노래 뜰 것 같잖아? 그런데 그냥 받으면 나중에 찝찝하지. 그리고 저놈이 받은 게 있어야. ‘아 여기 좋은 곳이군. 믿음이 가’ 이러지.”
“역시, 형님은 대표가 어울리는 군요.”
“저 나온 배가 그냥 술 배가 아니야.”
“이 자식들이, 내 배가 누구들 때문인데?”
이기호는 소율에게 폭풍 칭찬을 하느라 정신없는 예성을 불렀다.
“신예성 학생, 계약하러 가야죠.”
“넵 본부장님, 그럼 소율님, 전 소율님만 믿습니다. 우리 엄마도 믿고 아마 제 동생도 조금은 믿을 겁니다.”
“그······.그래.”
예성이 떠나가자 멤버들이 소율에게 말했다.
“너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나중에 칼부림 안 당하려면, 노래 할 때는 멋있더니 완전 사이콘데?”
“왜 그래?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보기 좋기만 한데? 너라면 네가 만든 노래가 바닥을 기면 기분 좋겠어? 우리도 앨범 말아먹으면 기분 썩잖아? 행사도 안 들어오고.”
“그건 그렇지.”
“예성이는 그걸 미연에 막아보자는 거잖아. 열심히 해달라는 게 뭐가 문제야?”
“윤설이 너 왜 흥분하고 그래? 설마 너······. 쟤 미성년자야. 철컹철컹 언더스탠?”
“미친년.”
“그런데 노래 좋긴 한데, 그냥 예성이가 부르는 게 낫지 않아?”
“어쭈, 요것 봐라. 언제 봤다고 예성이래? 하지만 네 말도 일리가 있어. 저렇게 곡도 잘 이해하고 감정도 좋던데…”
“야, 소율이도 잘하거든. 우리 그룹에서 가창력을 맡고 있잖아.”
“우리 그룹에서 가창력을 맡고 있다는 게 함정이지. 우린 미모로 시작해서 댄스로 끝나지. 크”
“셀프 디스냐?”
“언니들!”
소율의 목소리에 언니들이 긴장했다.
“응. 소율아 우리가 너 무시하는 거 아닌 거 알지?”
“네. 뭐 평소에도 그러잖아요. 전 아무렇지 않아요. 그리고 생각해 봤는데 언니들, 이거 쟤를 피처링으로 넣어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야, 그건 아니지. 하려면 더 인기가 있는 이랑 해야지. 앨범이 장난이냐? 재 가수도 아닌데 행사는 어떻게 뛸래? 그냥 남자가수가 필요하면 그냥 다른 가수해. 우리 아이돌에게는 노래는 필수지 전부는 아냐.”
“그래 윤설이 말이 맞다. 그런데 웬만하면 혼자 해. 그냥 우리가 필요하면 도와줄게. 어차피 네가 벌어봐야 N분의 1이야. 우리나 팍팍 부려먹어. 우리는 부려 먹힐 준비가 언제나 되어있어.”
“그래. 좋은 것은 나눠 먹어야 제 맛.”
“언니들 말이 맞네요. 그냥 기분으로 피처링 부탁했다 서로 곤란하겠어요.”
“그래. 언니들이랑 하자.”
언니들의 든든(?)한 말에 소율은 힘차게 대답했다.
“그래도 저작권료는 양보할 수 없어요.”
“매…매정한 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