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92
87. 사랑은 치즈와 같다. >
정말 신기한 일상이다. 올해도 우주의 기운은 나에게 모이는 것일까?
“석태 형, 스타의 행동을 일반인이 따라 하고, 좋아한다고 치면 저도 스타가 된 거라고 봐도 될까요?”
“그렇게 따지면 넌 슈스케 나가기 전부터 스타였겠지.”
“어! 그러고 보면 그렇네요.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죠.”
예전이라고 하지만 고작 작년의 일이다.
“이게 이런 식으로 화제가 될 줄 몰랐는데 말이죠.”
“그래도 광고주는 좋아서 행복의 비명을 지르고 있을 거야. 피자가 엄청 팔리고 있나 봐.”
“그렇겠죠. 모두 마스터 피자로 패러디하는 디테일을 선보이네요.”
인터넷에 내가 촬영한 피자 광고를 패러디한 영상이 수십 개가 올라왔다. 그것도 같은 이가 한 것이 아니다. 전부 다른 이들이 나를 따라 만든 영상이다.
일명 ‘사랑은 치즈와 같은 거야~ ㅇㅇ편’
특히 유명한 건 오덕후 편이었다.
이 사람 덕에 아마 이슈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
한 남자가 마스터 피자를 시켜 1:1 크기의 등신대 피규어와 마주 앉아서 내가 했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서 촬영한 영상이었다.
“세이버짱, 사랑은 치즈와 같은 거라능, 뜨거울 때는 떨어지지 않지만, 식으면 떨어져 버린다능, 우리 사랑은 어떨가능?”
“….”
“나도 안다능, 말하지 않아도 안다능, 우리 사랑은 핫 치즈라능…,”
이런 영상이다. 이 영상이 크게 히트가 되어 인터넷을 도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흔하디흔한 오덕후 영상이 히트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 오덕후 앞에 앉은 여인이 무려 몸값이 이천만 원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참으로 비싼 그녀였다. 심지어 걸어 다니거나 말하는 기능도 없는 인형인데 그런 가격이다.
그리고 그런 피규어에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상이 다른 오덕후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 모양이었다. 오덕후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피규어를 앞에 앉혀 놓고 따라 촬영해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마치 예전에 내가 촬영했던 ‘너만 나가냐? 나도 나간다.’ 시리즈처럼 된 것이다.
‘역시, 내가 촬영할 때도 오글거렸지만, 그 오글거림이 오덕후들이 간직한 15세 소년의 마음을 제대로 저격한 모양이야.’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런 영상이 범람하자 이에 질 수 없다는 듯이, 연예인 아이돌 등신대 실사 사진을 앞에 앉혀 놓고 말하는 여자들이 등장했다. 마치 오덕들의 사랑에 우리의 사랑은 지지 않는다고, 어필하듯이 이것도 범람하기 시작했다.
그런 사랑의 이벤트(?)가 범람하자 일반인들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작은 유치원생 커플의 앙증맞은 치즈 사랑이 나왔다.
두 명의 유치원생이 피자를 동시에 들어 올리자, 서로의 피자 조각의 치즈가 붙어서 늘어졌다. 그걸 마치 우주 누나와 내가 스파게티뽀뽀를 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입으로 치즈를 빨아 당기면서 뽀뽀를 하는 영상이었다.
그리고 그 영상이 수많은 아이를 가진 어머니의 마음을 저격했다. 영상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바야흐로 한국은 ‘사랑은 치즈와 같은 거야’ 열풍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는 광고를 보면서 좋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해 줘서 좋기도 하지만 내가 온 힘을 다한 연기가 놀림감밖에 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나도 예전에 이종재 씨의 명연기를 성대 모사한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이 내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그런 명배우의 연기도 개그로 승화되는데 나 정도야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예성아, 오늘 ‘섹션TV 연예가중계’에서 인터뷰 나오는 거 알고 있지?”
“네.”
광고가 히트하자 예능에서 섭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대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예능과 유명 MC가 있는 예능에서 섭외가 들어왔지만 다 거절했다.
아직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어떤 음악을 하고, ‘아 예성이란 가수는 이런 노래를 부르는구나’라는 인식이 생길 때까지 예능은 피하는 게 좋다는 본부장님의 생각이다. 나도 그런 본부장님의 의견에 동의했다.
예능은 라디오 시대에 나간 거로 만족한다. 내가 원한 만큼의 활약은 못 했지만, 오히려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볼꼴 못 볼 꼴 다 보여줬다면 아마 지금과는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말로 먹고사는 연예인이 아니라 노래로 먹고사는 가수다.
****
“안녕하세요? 섹션TV 연예가중계 시청자 여러분! 여러분의 귀염둥이 리포터 슬기에요. 저는 지금 1월에 추운 겨울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한 남자를 만나러 바로 여기에 왔습니다.
여기가 어딜까요? 네 맞습니다. 바로 GJ엔터테인먼트, T.O.P를 시작으로 딕스, 오메가, 뷰티핑크 등 여러 인기 아이돌을 만들어낸 그 엔터테인먼트. 그럼 저는 누구를 만나러 왔을까요? 딕스? 오메가? 둘 다 아닙니다.
바로 GJ엔터테인먼트의 이레귤러, 치즈로 사랑을 노래하는 남자. 신예성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지금 관계자 말로는 신예성 씨가 연습실에서 한창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다릴 거냐고요? 아닙니다. 제가 누굽니까? 무대뽀 슬기 아니겠어요? 지금 바로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슬기는 ‘들어오기 전에 노크할 것’이라고 적힌 문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문을 빠끔히 열자 그 사이로 피아노 선율이 들려왔다.
하얀색 목폴라에 아이보리색 면바지를 입은 훤칠한 청년이 눈앞에 보였다. 그리고 얼굴에는 검은색 얇은 뿔테를 쓰고 있어 얼굴을 한층 부드러운 인상으로 보이는 남자.
이 남자가 바로 신예성이었다.
‘허, 사전 인터뷰 때랑 전혀 다른 모습이야. 어리지만 프로구나. 사전 인터뷰 때 한사코 바로 촬영하자는 것을 거부한 이유를 알겠어.’
예성은 행사를 마치고 돌아와 메이크업을 지운 채 있다가 불시에 습격을 받고 말았다. 사전에 온다는 것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방문한 것이다.
그리고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어느 정도 파악이 되자 바로 진행을 하려는 슬기에게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라고 이야기하고는 쏜살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런 슬기 앞에 나타난 이는 슬기도 알고 있는 이 GJ엔터테인먼트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이기호 본부장이었다.
“슬기 씨, 이대로는 인터뷰 곤란합니다.”
“네? 해주기로 하셨잖아요?”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아닙니다. 라디오도 아니고 방송이잖아요? 예성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직 방송에 나가면 안 됩니다. 자, 여기서 잠시 쉬시다가 10분이 흐른 다음에 다시 회사 입구로 가는 겁니다.
그리고 거기서 오프닝 멘트를 하시고 다시 이곳으로 오셔서 문을 살며시 열면서 음악에 몰입된 예성이를 찍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본 슬기 씨는 조용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신예성 씨 섹션TV 연예가중계에서 나왔어요. ‘이렇게 말하면 예성이가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네요. 안녕하세요.’라고 받는 거로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
슬기는 기가 찼다.
‘댁이 우리 섹션TV 연예가중계 작가야? 어디서 콘티를 들이밀고 그래?’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이 인터뷰가 얼마나 어렵게 성사되었는지 자신은 알기에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다른 연예 프로에서는 모두 퇴짜를 맞고 자신들만 선택을 받은 것이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라디오에는 자주 출연했지만, 모습이 보이는 방송은 정신영의 정오의 호프곡이랑 지금은 라디오 시대밖에 없었다.
“네 물론이에요. 본부장님. 저희도 그렇게 빡빡한 방송은 아녜요.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릴게요.”
이런 상황을 겪고 다시 인터뷰하기 위해 연습실로 왔다. 그리고 문을 열자 슬기의 눈에 보인 것은 앳된 고등학생은 어디 가고 이 추운 겨울날에 어울리지 않는 훈훈한 봄바람을 일으키는 갓 20대가 된 청년이 보였다.
‘쉬바, 10분 사이에 도대체 네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예성이 들었으면 별일 없었다. 그저 심영 누나의 샤샤샤를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을 터였다.
“안녕하세요? 신예성 씨, 섹션TV 연예가중계에서 나왔어요.”
슬기가 예성의 옆모습을 보면서 말을 꺼내자 예성은 연주하던 피아노를 멈추고 조용히 몸을 틀었다. 이것도 설정이었다. 예성은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자기 노래밖에 없었다. 예성은 환하게 웃으면서 슬기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예성의 머리에는 자신에게 세뇌하듯 말하던 본부장님의 목소리가 반복재생 되고 있었다.
“예성 학생, 내가 전에 말한 적 있지. 본 모습보다는 보이는 모습이 중요한 거야. 아무도 예성 학생의 본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아. 그저 자신이 보고 싶은 부분을 보는 거야. 그러니까 예성 학생도 당연히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부분을 보여줘야지. 안 그래?”
안다. 음악선생님에게도 항상 듣던 이야기가 아닌가? 교회 오빠의 탈을 쓸 시간이 된 것이다.
‘노력할게요. 본부장님’
“네.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네요. 안녕하세요. 슬기 씨 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들어오실 줄 몰랐네요.”
예성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슬기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헤어진 지 10분 조금 넘었거든. 달라진 모습은 둘째 치고라도 아까 그 하이톤의 목소리는 어디다 팔아먹고 이런 부드러운 목소리라니···.’
속으로 구시렁거리는 슬기지만 그래도 자신은 프로였다. 방송은 해야 한다.
“일단 섹션TV 연예가중계 시청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섹션TV 연예가중계 시청자 여러분, 가수 신예성입니다.”
인사를 하고 가만히 카메라를 보자 슬기 씨가 다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인사가 참 간단하네요.”
“네. 제가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긴장이 많이 되네요.”
듣는 슬기는 기가 찼다.
‘아까 신나서 떠들던 아이는 그럼 누구니?’
“네. 그렇군요. 그럼 시작해볼까요? 신예성 씨, 지금 대한민국은 ‘사랑은 치즈와 같다.’ 열풍이에요. 알고 있나요?”
“네. 오늘 매니저 형이 저에게 보여줬어요.”
“정말 많은 분이 따라 하고 흉내를 냈어요. 보니까 어땠어요?”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제 이름이 많이 알려지게 되었으니까요.”
“이번 광고나 신예성 씨가 부르는 노래를 보면 주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뤄요. 신예성 씨에게 사랑이란?”
순간 표정이 무너질 뻔했다. 질문의 순서가 바뀐 것이다. 이 질문은 끝날 때쯤에 하기로 했었는데.
이 질문에 내가 사전 인터뷰 때, 뭐라고 답했더라? 그렇지.
‘사랑, 그거 먹는 건가요? 우걱우걱, 그건 영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거죠. 제가 여자친구 없는 것만 봐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대답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나는 교회 오빠니까.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랑이 있겠지만, 저에게 사랑이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아이가 차에 깔리자 차를 들어 올리는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죠. 연인 사이에는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처럼 바보를 위대한 장군으로 만들기도 하죠. 사랑이란 건 사람을 더욱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내 대답에 슬기 씨는 말문이 막히는지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렇군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사랑에 환상이 있나 보군요.”
“그런가요?”
“네. 신예성 씨가 왜 여자친구가 없는지 알 것 같다고 할까요?”
집요한 아가씨다. 그냥 넘어가 주면 좋을 텐데.
“어쩔 수 없죠. 이게 저라는 사람이죠. 저도 요즘 사랑이 어떻게 인식이 되는지 알아요. 요즘 유행하는 노래만 들어도 바로 알 수 있잖아요.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인스턴트 사랑을 노래하는 이들이 많고, 그런 노래가 인기도 많죠.
하지만 전 사랑은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사랑에 목매고 다닌 것은 아실 거예요.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혼자인 이유는 아마도 그 운명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목매고 다닌 걸 인정하는 건가요?”
“네. 전 사랑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 사랑이 저의 음악 세계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줄 거로 생각하니까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사랑이 하고 싶다. 여자친구가 가지고 싶다. 하지만 이해가 가는 사랑을 하고 싶다. 누군가는 말한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고 사람을 만나봐야 그 사람을 안다고.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그런 말보다 운명처럼 내 앞에 나를 잡아끌 여인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을 한다.
내 말에 슬기 씨가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뒤로도 여러 가지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나는 평정심을 유지한 채, 속에서 나오는 말을 머릿속으로 필터링을 거치며 말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앞으로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다음 주에 제 신곡이 나옵니다. 곡 제목은 ‘필연’이라고 합니다. 아까 물어보셨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노래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필연이라는 곡이 전에 기사가 났던 결혼식장에서 만든 노래죠?”
“네. 맞습니다.”
“짧게 한 소절 부탁드려도 될까요?”
슬기 씨의 말에 나는 카메라 뒤에 서 있는 본부장님을 쳐다봤다. 본부장님이 그런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럼 짧게 후렴 부만 불러 볼게요. 아, 아!”
목소리를 가다듬고 조용히 눈을 감고 결혼식장에서 봤던 행복한 모습을 떠올렸다. 이재홍 씨가 신부의 손을 잡고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으며 행복하게 웃던 모습을.
[오늘 많은 축하 속에 당신과 하나가 돼요.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 바로 오늘이죠.
난 알아요. 이 행복이 시작이라는걸오늘처럼 행복한 날이 계속되겠죠. ]
“여기까지입니다.”
“아! 좋네요.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져요. 특히 연인들이 함께 들으면 더욱 좋을 것 같은 노래네요.”
“감사합니다. 많이들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잘 되실 거예요. 그럼 ‘사랑은 치즈와 같다.’ 열풍의 주인공인 신예성 씨와의 인터뷰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섹션TV 연예가중계의 저 슬기였습니다.”
슬기 씨의 클로징멘트와 함께 카메라의 불이 꺼졌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촬영팀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 추운 겨울날 나 하나를 촬영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온 것에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이게 당연하게 여겨질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마냥 고맙다. 매번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에게 최초로 찾아오는 서비스를 제공해준 분들이 아닌가?
“신예성 씨, 오늘 수고했어요. 노래 정말 좋은데요. 꼭 사서 들을게요.”
“네. 감사합니다.”
“저랑 사진 좀 찍어줄래요? SNS에 올릴 건데.”
“네. 괜찮아요.”
슬기 씨와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자 본부장님이 나에게 엄지 척을 들어 보였다.
“잘했어. 예성 학생, 오늘 모범생 그 자체였어. 평소에도 그러면 얼마나 좋아?”
“그건 제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이제 옷 갈아입어도 돼요? 이건 뭐로 만들었기에 이렇게 간지러워요?”
“어머 예성아, 그거 100% 캐시미어거든. 100%라 정전기도 안 생길 텐데, 간지럽다니···.”
“심영 누나, 정전기고 자시고 몸이 근질거린다니까요.”
“네 몸이 싸구려라서 그런 걸까?”
“어허, 누나가 만든 이 얼굴을 싸구려 취급하고 싶어요?”
“얼굴만 고급이고 몸은 싸구려지. 본부장님 예성이도 스타일리스트 붙여야 하지 않겠어요?”
“이제 행사도 줄었는데 지금 와서 필요가 있을까요?”
“음, 아니야. 이제 신곡이 나오니 다시 움직여야지. 심영아, 할 만한 사람 찾아봐라.”
“네. 본부장님”
“헐, 본부장님 누가 들으면 이제껏 놀고 있는 줄 알겠어요.”
“그런 거 아니라는 거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예성 학생, 이제 곡도 나오니까 팬클럽 창단식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팬클럽이요? 그거 포기하라고 하셨잖아요?”
“10대를 포기하라고 했지. 팬클럽은 당연히 있어야지. 그리고 예성 학생의 경우는 지금 이미 3개, 4개 가 존재해. 워낙 인원이 적어서 하나로 합칠 생각이야.”
“그런데 팬클럽이 있으면 제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적은 인원이긴 하지만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아닌가? 뭔가 해야 할 것 같았다. 동생에게 팬클럽에 관해서 물어봐야 할까?
“아무것도 하지 마. 부탁이야.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
두 번이나 말하다니. 이 기분 나쁜 뉘앙스는 뭐란 말인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니. 내가 뭔가 하기만 하면 사고가 터질 것이라는 표정이다.
“왜요?”
“예성 학생의 경우는 직접 나서면 신비감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거기다 예성 학생 우리가 노리는 타겟이 누나들이라고 했잖아? 친해지면 안 좋아. 팬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좋단 말이지. 기획사가 중간에서 조율할 거야. 그렇게 알고 있으면 돼.”
“네.”
“일단 신곡이 발표되면 그 후에 팬클럽 창단식을 할 거야. 이번 신곡이 알려지게 되고, 그 후에 팬클럽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의 가입 수가 많이 늘 거야.”
“전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
“아니, 오늘처럼 신중하게 말하는 연습을 해. 일단 지금은 이미지를 구축해야 해. 나중에야 예성 학생 본래 성격이 나와도 재밌다고 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노래 분위기와 가수의 갭이 느껴져서 실망할 수도 있는 문제니까.”
“알았어요.“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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