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109
110화
낙원상들이 구원교와 진리회에 의해 피습당했다. 아포칼립스 세상에 서는 흔하게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 지만, 지극히 폐쇄적인 낙원에 있어 서는 엄청난 대사건이었다.
낙원인들은 전쟁을 원했다. 감히 고고한 자신들의 왕국을 건드린 구원교와 진리회를 단죄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낙원의 ‘지배자’라 할 수 있는 노블레스(No비ess)들은 달랐다.
그들은 제아무리 자신들이라 하더라도 구원교와 진리회를 동시에 상대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설령 이긴다 하더라도, 바퀴벌레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아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라는 것 역시 말이다.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낙원상들의 활동 은 끊어지게 된다.
자신들의 고고한 취미 역시 그 끝을 맞이하게되는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바라지 않았고, 자신들의 체면을 ‘아주’ 구기지 않으면서, 적당하게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하려했다.
그들은 구원교와 진리회에게 각각 낙원의 사신을 보냈다. 굳이 적대시 할 이유가 없다는 말과 동시에, 필요하다면 물자 원조를 해주겠다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한 구원교와 진리회의 반응 은 각기 달랐다. 구원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절해서 사신을 좀비 밥으로 던져버렸고, 진리회는 군 말없이 수락했다.
“역시 과학자 놈들이 다 그렇지, 뭐.”
구원교의 외곽을 지배하는 로제 백작은 사신이 가져온 서신을 읽고 기분 좋게 웃었다. 서신의 안에는 겉으로 동맹을 유지하다가, 구원교를 배신하겠다는 안데르손의 서신이 담겨 있었다.
옆에서 그런 그를 지켜보던 금발의 여자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과학자를 그런 식으로 비난하지 말라고요. 그리고…”
“그리고?”
“안데르손은 믿을 만한 자가 아니 에요. 같은 과학자지만… 그는 최악 중의 최악이라고요.”
“엘레나 박사, 너무 그를 탐탁잖게 생각하지마. 내가 아는 안데르손은 말이야, 적어도 신의를 지킬 줄 아는 남자니 말이야. 과학자기 이전에 말이야.”
금발의 여자, 엘레나는 더 말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그녀는 그동안 옆에서 로제 백작을 봐온 탓에 그의 자존감이 얼마나 높은지를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자신이 더 말을 꺼내 봐야, 그는 생각을 바꾸기는커녕, 들은 체 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들의 기술력이라면 안드로이드 로봇을 대거 찍어내는 것도 가능할 텐데…’
이미 그들은 삼 개월 전에 전투용 안드로이드 로봇 수백 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숫자는 더불어났을 것이 틀림없었다.
진리회는 최근 구원교와 동맹을 맺 었고, 동맹에 대한 대가로 미스릴을 지원받았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숫자가 더 불어난다?
‘안데르손의 인공지능이 테베른이 라는 걸 감안하면, 더는 안 돼.’
안드로이드 로봇은 모이면 모일수록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인간과 달리, 감정이 제한된 채로 움직이는 그들은 그 어떤 인간 군대보다 뛰어나다.
하물며 그들을 조종하는 인공지능 이자신의 인공지능에 맞먹는 테베 른이라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거기서 더 늘어났다간 낙원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아니, 낙원뿐만 아니라 진리회가 적대하는 모든 세력에게 말이다.
“그나저나… 구원교 놈들은 역시나 건방지단 말이야. 박사, 어떻게 생각 해. 이놈들이 이렇게 자신 있게 나오는 이유가 뭘까?”
백작의 물음에,
엘레나는 침묵했다. 그녀는 그 이유에 대해 알고 있었다. 구원교가 낙원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아마 워런 존스를 믿기 때문이겠지.
그녀는 불과 일이 년 전, 자신을 찾아왔던 워런 존스를 떠올렸다. 그때의 그는 유명했다. 사이비 교주로. 하지만 평범한 사이비 교주는 아니었다.
역시 될성부른 나무는 싹부터 다르다는 걸까.
‘아니, 이걸 될성부른 나무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워런 존스는 특유의 말빨과 엄청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운으로 유명 정치인, 유명 연예인들을 대거 포섭했다. 자연스럽게 그들을 따르는 신도들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도들을 통해 엄청난 부를 갖춘 그는 도시에 있는 낡은 교회 건물을 사들여서, 개조한다. 그것이 지금의 구원교 본당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교회 건물들도 잇따라 구입해서 구원교 예배당을 만들어, 포교 활동을 도시 전역으로 넓혔다.
어느 날, 그런 그가 그녀에게 찾아 와 막대한 지원금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대가로 그가 요구한 것은 그녀가 진행 중인 초능력 실험의 피실 험대상으로 삼아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그녀는 거절했다. 국가 지원금을 모두 소모해서 돈이 궁하긴 했지만, 임상실험조차 완료되지 않은 초능력 실험을 인간에게 펼칠 수 없다는 윤리의식 때문이었다.
그러자, 워런 존스는 그녀를 협박 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내용을 퍼트려 버리겠다고. 자신 없이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고.
날마다 찾아와서 자신을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그에게, 그녀는 결국 초능력 시술을 해줬다.
엘레나는 워런 존스가 죽거나, 혹은 영구적인 장애가 생길 거라고 예상했다. 그때까지의,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은 전부 실패했으니까.
그러나, 그런 그녀의 예상과 달리 시술은 성공했고, 그는 초능력자가 됐다. 그녀조차 예상하지 못한 ‘좀비 지배’라는 어마어마한 초능력을 얻은.
약속했던 대로 그는 그녀에게 막대한 지원금을 지원했고 그녀는 그 지원금을 발판으로 팀 아포칼립스 프로젝트를 세우게 된다. 그리고 성공했다. 아니, 반쪽짜리 성공이었다.
‘팀 아포칼립스는 다 죽었을 테니까.’
그들의 초능력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약했다. 연구실에서는 빠져나왔을 테지만, 그들이 이 험난한 도시에서 살아남았으리라 기대하기 란 힘들어 보였다.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워런 존스 의 초능력은 계속해서 발전 중이라고 했었지.’
그게 벌써 반 년 전이다. 그의 초 능력이 어느 정도로 발전했을지, 그녀는 감히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애초에 다른 사람들을 초능력자로 만들어주는 초능력이라니. 이게 가능한 걸까?
“엘레나 박사도 모르는 모양이군. 하기야, 또라이들에게 뭐 상식이라는 게 있겠냐마는. 조만간 우리 낙원은 구원교를 칠 거야.”
“조금만 더 지켜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엘레나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그녀는 로제 백작의 결정이 섣부르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지켜보는 눈들이 있어서 말이야. 괜히 개돼지들이 우리의 정 책에 불만을 품고 들고 일어나기라도 하면 곤란하니 말이야.”
그렇게 말한 로제 백작은 더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는 듯 다 마신 찻잔을 들었다. 엘레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그의 찻잔을 받아 들었다.
그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축객령이었다. 방 바깥으로 나온 그녀는 찻잔을 바닥에 던졌다. 쨍그랑. 유리로 된 찻잔은 부서진다.
‘아무래도 워런 존스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
그녀는 그를 막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쉘터의 거주민들이 대거 늘어났지만, 당연하게도 쉘터 아포칼립스의 거주민들이 불만을 품는 일은 없었다. 그들은 오히려 새로운 거주민들을 전폭적으로 환영해주었다.
이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보기 힘든 온정에, 쉘터H 출신의 거주민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까지했다. 나는 부리더와의 상의 끝에 그들을 위한 환영 행사를 열었다.
일류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풍성한 먹거리가 차려졌고, 거주민들이 다 함께 단합해서 할 수 있는 스포츠 대회도 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을 위한 여가 시설도 상시 개방했다.
나는 스포츠 대회를 관람하며 맥주를 홀짝였다. 방금 전 열린 육상 경기의 1등은 드숀이었다. 그는 뛸 듯이 좋아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이 그를 축하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저게 무슨 똥 꼬쇼야… 육체 능력에 있어서, 블레이더인 그를 뒤쫓아 갈 만한 거주민 이 있을 리 없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본이 제이슨과 함께 내게 다가왔다. 아까 부터 계속 와인을 홀짝이더니, 취했는지 그는 딸꾹, 딸꾹질까지 하면서 내게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리더를 위해 목숨을 다 바 치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음식은 입맛에 맞으십니까?”
“예, 다 입맛에 맞습니다. 정말 어떻게 만드셨는지 너무 존경스러운데… 그런데 혹시 리더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십니까? 저는 오늘 음식 중에…”
…아, 이 양반 투 머치 토커였나. 속으로 탄식하면서 나는 힐끔 제이슨을 바라봤다.
와인을 홀짝이며 우리를 재밌다는 듯한 얼굴로 바라보던 그는 얼른 얼굴빛을 바꾸고는 그를 질질 끌고 갔다.
“왜, 왜, 나는 아직 리더께 말씀 드릴 게 남아있는데…”
“리더도 좋은 시간 보내시게 괴롭히지 좀 말게.”
역시, 제이슨이 눈치가 빠르다. 그사이, 2경기인 여자 육상 경기가 열렸다. 여자 육상 경기는 놀랍게도 박빙이었다. 선두에 선 건 알리샤지만, 2등인 쯔쉬안과 거의 거리 차이가 없었다.
‘쯔쉬안은 아예 버프까지 사용한 거 같고.’
쯔쉬안의 레벨이 높은 탓에 사실상 알리샤와의 민첩은 엇비슷한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선두는 바뀌지 않았고, 그녀는 아쉽게 2둥이 되고 말았다.
저걸 보면 쯔쉬안 신도들이 탄식을 할 것 같은데. 나는 힐끔 고개를 돌려 광신도(자칭)들을 바라봤다. 이유 나와 드미트리가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들의 떨떠름한 얼굴을 보고 있으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고개를 돌리려 하는데, 가만히 있던 이유나 가 입을 열었다.
“…역시 그분께서는 일부러 양보해 주셨습니다.”
응? 아무리 생각해도 전력으로 뛰었는데 뭘 양보해?
“아, 그런 거군요. 왠지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드미트리가 옆에서 얼른 맞장구친다. 고개를 끄덕이는 건 그뿐만이 아닌, 다른 광신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음, 역시 한번 깊게 자리 잡은 신앙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저들과 구원교가 뭐가 다른 걸까. 진지하게생각하던 나는 쯔쉬안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렴 구원교보다는 쯔쉬안교가 훨씬 낫지.
뒤이어서 양궁 대회가 열렸다. 솔직히 말해서, 승자가 너무나 뻔하기에 나는 대회장에서 나왔다. 대부분 의사람들이 대회장에 모여있기에 쉘터 아포칼립스는 한적하기 그지없다.
나는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뜬금없긴 하지만, 갑작스럽게 디아블로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내가 얘 밥을 안 준 지 얼마나 됐더라…?
퀸을 통해서 살아있는 걸 확인하긴 했지만, 죽기 일보 직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 감옥에 도착했을 때는 버니가 앞에서있었다. 아까 안 보이더니, 지하 감옥에 와있었구나. 그에게 살짝 인사를 한 나는 배식구를 열었다.
그리고, 오면서 챙긴 오이를 몇 자루 안에다 넣어주었다. 예전 같았으 면 반찬 투정이라도 부렸을 텐데 별 다른 군소리 없이 이번에는 오이를 가지고 스르륵 사라진다.
“녀석의 감정이 느껴지네.”
버니가 말을 걸어왔다.
“어떤 감정입니까?”
“기쁨이네.”
채식을 받고 기쁨을 느끼는 채식주의자 좀비라. 역시 반복된 훈련의 성과는 위대한 것 같다. 내가 뿌듯 한 얼굴로 녀석이 갇혀있는 구체를 쳐다보고 있자, 버니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야, 그나저나…”
그의 말을 들은 나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