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145
146화로제 백작, 줄리아 자작을 비롯한 낙원의 귀족들은 반신반의했다. 하 기야, 단순히 베아트리체의 겉모습 만 보면 달라진 게 없으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그들은 내가 베아트리체를 수리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살아있는 기계에 의해, 장벽이 점차 수복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허, 어떻게 이런 일이…”
“장벽이 살아있는 것 마냥…”
낙원의 귀족들은 감탄했고, 낙원의 과학자들은 이것이 형상 기억 금속 같은 어떤 원리를 이용한 것이 아니 냐고 서로 진지하게토론을 나누기 도 했다.
물론 그런 건 쥐뿔도 없고, 사실 궁극기일 뿐이다. 어쨌거나 베아트 리체의 수리를 마친 나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낙원의 귀족이 되기로했다.
낙원인들이 한데 모였다. 나에 대한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그나마 가장 호의적이라고 말할 만한 시선도 ‘호기심’ 정도가 전부였다.
그것이 귀족들이 평소 내 험담을 하고 다닌 탓인지, 아니면 라인하르 트 남작을 죽였던 전적이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상관없다.
“…해서 그 공로를 인정해 우리 귀족 의회에서는 쉘터 아포칼립스의 위대한 리더, 박시현에게 명예 귀족 칭호를 수여하기로했다. 앞으로 박 시현은 귀족 의회에 참석할 수 있으며, 기존 라인하르트 남작이 가지고 있던 영역을 담당 할 수 있게 되는 권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울 시 에는 대리인을 두는 것도 가능하다.”
남작이 담당하고 있는 영역이라 해 봐야, 쥐꼬리만 하다. 사실 ‘남작’의 직위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어차피 내게 필요한 건 큰 권력이 아니니까.
훗날 낙원을 집어삼킬 때 귀족 칭호가 필요했을 뿐이고, 낙원 외곽에 있는 ‘폐쇄된 생명 공학 연구소’에 들어갈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는 낙원의 귀족이 됐다.
귀족이 되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낙원의 외곽이었다. 폐쇄 된 생명 공학 연구소 안에 들어가 초능력자, 생체 안드로이드 로봇 관련 지식을 획득하기 위해서였다.
폐쇄된 생명 공학 연구소는 낙원이 완성되기 전, 헤이든이 생체 실험을 벌였다…라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일종의 던전이다.
기업 총수임과 동시에 그 자체로 상당한 실력을 갖춘 과학자였던 헤이든은, 낙원의 외곽에 생명 공학 연구소를 세우고, 백신 개발을 위해 좀비를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벌였다.
비록 백신을 개발하지는 못했지만, 생명 공학에 관련된 여러 지식을 얻었다. 그러나 그가 급작스런 사정으로 낙원을 떠난 이후 그의 실험체들이 깨어난 것이 문제였다.
실험체들은 평범한 좀비보다 훨씬 강력했다. 낙원의 귀족들조차 쉽사 리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결국 여러 가지 사정이 맞물려, 가장 안전한 도시 내부에 던전이 생기게 된 것이다.
오로지 1인만 출입이 가능하다.
‘사실 다른 직업이 공략하는 게 훨씬 낫긴 하지만.’
생명 공학 연구소의 난이도는 제법 높은 편이다. 때문에 메카닉보다는 다른 직업이 와서 공략한 후, 이후에 메카닉이 들어가 제대로 전리품을 회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나는 맹점을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만이 이용할 수 있는 맹점이었다. 1인이라는 건 플레이어를 포함한 거주민이다.
즉, 좀비인 디아블로를 대상으로는 통용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디아블로의 몸집은 저번에 비해서 큰 차이가 없었지만, 나는 그가 달라졌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점차 인간을 닮아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버니를.
하기야 워런 존스의 유전자를 물려 받아 탄생한 클론이니까, 좀비니까 당연하다. 그를 보고 있노라면 좀비 로드 상태의 워런 존스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저 안이 위험하다던데.”
“다시 생각해보게.”
버니야 툭 던지는 수준이었지만, 로제 백작은 안절부절못했다. 뭐, 그 가 안절부절못하든 말든 상관없기에 나는 그를 무시하고 디아블로를 이끌고 입구에 발을 들였다.
「폐쇄된 생명 공학 연구소에 입장 하시겠습니까?
최대 인원 : 1명
주의 : 이 던전은 상당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으니, 충분한 준비가 필요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에 손을 대고 금속 변형을 사용한다. 자물쇠 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문이 있던 자리에 새하얀 막이 쳐진다. 나는 발걸음을 내디뎌 막을 통과한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나를 따라 도우라는 명령을 받은 디아블로도 성큼성큼 걸어 막을 통과한다. 나를 따라올까 말까 주저하던 로제 백작이 갑자기 허겁지겁 이쪽으로 달려왔다.
물론 벽에 부딪치는 순간, 그는 튕겨져 나갔다. 1인밖에 입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내부는 어두웠다.
그러나 초 파워 슈트에 붙어 있는 인지력으로 인해, 상당히 인지력이 높아진 지금의 나는 환한 대낮은 아니라도, 상당히 선명하게내부를 바라볼 수 있다.
나는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대고, 초보자용 플라즈마 건을 빼들었다. 그리고 천장을 향해 한발 날렸다. 하지만 천장에 붙어 있던 무언가는 플라즈마 탄을 너무나도 쉽게 피해 버렸다.
시나리오 3에 무작위로 출현하는 엘리트 좀비인, 새벽의 마녀(DaWn Wit아!)다. 시나리오 1에서 상대하기 도 했던 밤의 마녀와 동종이라 말할 수 있는 녀석.
당연히 시나리오 3과 시나리오 1이라는 차이점이 있는 이상, 녀석은 사실 밤의 마녀와 비교하는 게 섭섭할 정도의 괴물이다.
지금의 나라면 지지는 않아도, 상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녀석의 육체 능력은 상당하니까.
물론 내가 직접 상대할 이유는, 그럴 생각은 없었다. 여기에는 시나리오 3의 보스께서 계시니까. 나는 디아블로를 돌아봤다.
나를 응시하던 디아블로는 다음 순간 움직였다. 버니가 명령을 내린 건 아닌 것 같고, 아마 자의적으로 판단을 내린 것 같았다.
순식간에 천장으로 뛰어오른 디아블로는 새벽의 마녀를 쫓기 시작했다. 새벽의 마녀도 피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미녀의 얼굴이 두 쪽으로 갈라지며 안에서 흉측한 촉수들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디아블로는 촉수에 아랑곳 하지도 않고 입을 벌렸다. 그 순간, 나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새벽의 마녀의 몸이 맹수를 앞에 둔 초식 동물 마냥 경직되는 걸.
다음 순간, 디아블로의 열린 입이 새벽의 마녀를 탐욕스럽게 집어삼켰다. 으그적, 으그적. 잘근잘근 씹히면서도 새벽의 마녀는 별다른 저항 조차 하지 못했다.
‘좀비 지배 특성인가.’
아무리 디아블로가 강력하다 한들, 새벽의 마녀 역시 꽤 강력한 축에 속하는 엘리트 좀비다. 그럼에도 이렇게 빨리 결말이 지어진 건 녀석이 특성을 활용했다는 방중이었다.
포식을 마친 디아블로의 몸이 한층 더 부풀어 올랐다가, 이내 다시 줄어들었다. 새벽의 마녀의 힘을 홉수 한 모양이었다. 나는 배낭에서 오이를 꺼내 던졌다.
녀석을 위해 가져온 싱싱한 오이였다. 군말 없이 오이를 받아 든 녀석 은 오이를 잘근잘근 씹었다. 나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저게 맛있어서 먹는 걸까?
…어쨌거나 나는 더욱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생명 공학 연구소 내부는 작지 않다. 넓이로 따지면 에스티마의 연구 단지와 엇비슷할 것이다.
내가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연구소의 A 구역이다. A 구역 안에서는 생체 안드로이드 로봇에 대한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다.
화살표를 따라 A 구역으로 걷고 있는데 연구 가운을 걸친 과학자로 추정되는 사내가 맞은편에서 나타났다. 나타난 그는 나를 향해 물었다.
“저기… 생존자분이십니까?”
“맞습니다.”
“살았다. 저, 지금까지 이곳에…”
탕. 나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 겼다. 반사 신경으로 피한 덕분에 머리를 맞추는 데는 실패했지만 어깨를 날려버렸다.
“어떻게 알았지?”
나를 향해 표독스럽게 말한 사내의 얼굴이 액체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패러사이트다.
“어떻게 알았냐고?”
평범한 인간이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곳에서 나를 똑똑히 바라보면서 말을 걸어올 리 없잖아. 애초에 이런 연구소에 갇혀서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 리는 더더욱 없고 말이다.
패러사이트는 엘리트 좀비지만 그리 강한 개체는 아니기에, 나는 수월하게처치할 수 있었다.
뒤이어 나타난 두 마리의 엘리트 좀비들도 디아블로에 힘입어 처치한 후, 나는 A 구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먼지가 잔뜩 쌓인 슈퍼 컴퓨터.
금속 분해를 사용해 슈퍼 컴퓨터를 분해한다. 바닥에 우수수 떨어지는 부품들. 나는 그사이에서 인공지능 모듈과 USB를 획득한다.
생체 안드로이드 로봇에 대한 지식 은 확보했다. 다음은 ‘초능력자’에 관련된 지식. D 구역에 있는 걸 아는 나는 바로 D 구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향하던 도중, 좀비와 마주 쳤다. 연구실을 빼곡히 메울 정도의 거대한 좀비는 나를 보며 씩 웃었다. 키메라다. 그런데 보통 키메라가 아니다.
‘타일런트와 디바우러의 조합인가.’
하필이면 섞어놔도 엿 같은 것만 섞어 놨다. 타일런트의 거대한 덩치 와 디바우러의 포식 능력이 더해지 면 까다로운 걸 넘어 사기 아닌가?
녀석을 굳이 명명하자면 타바우러 (Tyvourer). 이름부터가 끔찍한 혼 종인 녀석은. 시나리오 3에 등장하는 변종 좀비들 가운데서 단연코 두 손가락 안에 드는 녀석이다.
왜 두 손가락이냐고? 디아블로는 당연히 포함해야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쓴웃음을 흘리면서 디아블로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디아블로가 녀석에게 거칠게 달려 들었다. 하지만 타바우러의 거대한 주먹이 휘둘러졌다. 퍽! 주먹에 맞 은 디아블로가 뒤로 나가떨어진다.
가볍게 공중에서 한 바퀴 돈 녀석 이 바닥에 착지했다. 여전히 투지를 불태우면서 재차 뮤턴트에게 달려 들었다. 혈전이 벌어졌다.
굳이 우열을 따지자면 호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전투를 길게 이어나갈 생각은 없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나도 미리 대비를 해놨으니까. 기계 소환을 사용한다.
다음 순간, 상당한 AP가 소모됨과 동시에 무르시엘라고가 소환된다.
지금 레벨의 기계 소환으로 소환할 수 있는 기계는 중형으로 한정된다. 무르시엘라고는 대형에 속한다. 따라서 소환한다는 건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나는, 이곳으로 오기 전에 미리 무르시엘라고에 기계 소형화를 여러 번 사용하고 왔다. 소형화된 무르시엘라고가 등장한다.
애기애기한 사이즈.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해?」
그에 맞춰 한층 더 애기애기해진 로키가 내게 물어온다. 나는 타바우 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대형 플라즈마 건으로 조져버려.”
무르시엘라고가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기계 소형화되기는 했지만, 본래의 능력은 그대로였으므로. 천장 이 열리며 대형 플라즈마 건이 녀석에게 겨눠진다.
“디아블로, 빠져.”
내 말을 알아들은 듯 디아블로가 일순간 뒤로 빠진다. 그리고 대형 플라즈마 건이 불을 뿜었다. 한 발 도 아니고, 연이어 세 발.
그리고 타바우러는 고스란히 플라즈마 건을 맞고 말았다.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