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162
163화
내전의 결과를 기다리며, 낙원의 귀족들은 불안감에 떨었다. 카시오페아 사의 내전이 끝난다면 그들은 바로 다음 타겟이 자신들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째 정보통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이 심상찮았다. 내전은 2지 부의 승리로 끝났는데, 느닷없이 1,2,3,4지부가 모두 쉘터 아포칼립스와 병합을하게됐단다.
대체 내전의 종식과 쉘터 아포칼립스와의 병합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 가 있는지 그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였다.
이미 낙원을 뛰어넘을 정도로 거대 해진 쉘터 아포칼립스의 세력이, 이제는 그들을 한입에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로 ‘한층 더’ 거대해졌다는 것.
이제 그들은 다른 이유로 불안감에 떨어야만했다. 이미 낙원인들을 자신의 쉘터로 빼가기도 한 박시현이 본격적으로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한다면 자신들이 막을 수 있을까?
아니, 이걸 막아야 하나? 오히려 막다가 부러져버리는 것이 아닐까?
낙원의 귀족들은 대격변에 적응하 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했다.
그중에서도, 일전에 박시현이 귀족 회의에 참석했을 때 시비를 털었 던 율리우스 백작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만약 박시현이 낙원을 집어삼 킨다면 제일 먼저 자신이 제거될 거라 생각했다. 목숨이 걸려 있는 그는 적극적으로 귀족들에게 의견을 표출했다.
“결사항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의 의견은 귀족들의 큰 지지를 얻지 못했다. 물론 몇몇 강 경파 귀족들이 그의 의견에 찬성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귀족들은 반대했다.
아무리 귀족들이 낙원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라지만, 그 들은 쉘터 아포칼립스와의 전쟁에서 이기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미친 소리 하지 말게. 무슨 결사 항전?”
“그렇다고 우리 낙원을 내줄 수는 없잖습니까?”
“언제부터 낙원이 ‘우리 낙원’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네. 그런 미친 소리 할 거면 당장 나가줬으면 좋겠군.”
“…죄송합니다, 후작 각하.”
무엇이 그리 기분 좋은지 로제 백작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그가 눈치 없다는 건 알고 있던 귀족들이 었지만 이번만큼은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로제 백작, 뭐가 그리 기분 좋은 지는 몰라도 자중하는 게 어떻겠소?”
헛기침을 하는 것으로 불편함을 드러낸 베르지오 후작이 그에게 권고했다.
“제가 왜 기쁘냐고요? 저는 쉘터 아포칼립스에서 지위를 보장받았습니다.”
“??”
“귀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그 직위를 보장받았다, 이 말입니다.”
“저런 배신자가…!”
“배신자? 웃기는 소리 하지 마시 오, 율리우스 백작. 나는 지극히 현 명한 선택을 한 것뿐이니까. 그런데 말이오. 율리우스 백작, 혹시 당신이 결사 항전을 하자는 이유가 우리 위 대하신 ‘리더’에게 무례를 범했기 때문이오?”
율리우스 백작은 가슴이 덜컹하는 걸 느꼈다. 신랄한 그의 말이 그의 심리를 그대로 관통했기 때문이다.
“아, 우리 리더가 그런 말을 하긴 했었지. 낙원에 웬 개뼈다귀 같은 놈이 하나 있는데, 낙원의 왕위에 오르는 날 제일 먼저 그놈을 죽일 거라고 말이오.”
“저, 정말인가?”
“그래, 안타깝게도 당신은 쉘터 아포칼립스에 들어갈 수 없소. 리더께서 쉘터 아포칼립스에 입성하시는 날 당신은 제일 먼저 죽을 것이오.”
쉘터 아포칼립스가 카시오페아 사를 흡수했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 들은 그는, 그 즉시 박시현을 찾아가 제일 먼저 충성을 바쳤다.
어차피 그를 이용할 생각이었던 박 시현은 그가 돕는다면 일이 쉬워지 겠다 생각해서, 그 충성을 받아들였고, 그를 ‘낙원 병합 계획’의 총사령 관으로 임명했던 것이다.
그대가로 그는 귀족 직위를 보전받을 수 있었다.
“이런 젠장! 배신자 새끼가…!”
율리우스 백작은 더이상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플라즈마 건을 들어 로 제 백작에게 겨눴다.
하지만 그가 방아쇠를 채 당기기도 전에, 그의 뒤에서 나타난 거대한 괴물이 그를 한입에 집어삼켰다. 그동안 온갖 변종 좀비들을 흡수하며 한층 더 강해진 디아블로였다.
“그 괴물을 어째서 귀족 회의에 데려온 건가?”
“아니, 바깥에 있는 친위대는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줄리아 자작의 물음이 끝나기가 무섭게 디아블로의 몸이 흐려진다. 이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스토커 (Stalker)의 특성인 투명화를 흡수한 것이다.
물론 단순히 투명화를 한다고해서 이 안까지 들어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투명화에 디아블로의 민첩이 더해지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결국 디아블로는 손쉽게 이 안까지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잘했다, 디아블로. 여러분에게 선택권을 드리겠습니다. 낙원을 순순히 우리 리더에게 바칠 건지, 아니면 이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건지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를 협박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후작님, 달라지는 게 정말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래, 아무리 디아블로가 있다 하더라도 당신들이 이끄는 친위대가 모두 다 달려온다면 디아블로는 몰라도, 나 하나쯤은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말이야. 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알려진다면 쉘터 아포칼립스가 가만히 있을까? 이미 전 병력이 출동하기로 약조를 받았습니다.”
사실 박시현은 이런 말을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그에게 로제 백작은 그저 써먹기 좋은 멍청한 장기말 정도가 전부였으니까.
만약 그가 죽는다면, 다른 장기말을 이용하면 되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쉘터 아포칼립스의 세력이 그들을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해졌다는 점, 그리고 쉘터 아포칼립스에서 온 디아블로라는 끔찍한 괴물을 앞에 뒀다는 점…
두 가지 상황이 맞물리다 보니 그 들은 로제 백작의 말을 사실로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정말이라면…”
“낙원은 끝났습니다. 애초에 이런 귀족 놀이 따위 그만둡시다. 다들 현실로 돌아오세요. 낙원의 설립자 인 헤이든 총수께서 이 모습을 본다 면 탄식을 금치 못하실 겁니다.”
그의 말을 들은 낙원의 귀족들은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시선 은 곧, 베르지오 후작에게 옮겨갔다. 직위는 후작이지만, 그는 사실상 귀족들의 대표자 역할을 하고 있는 그였다.
그러나 베르지오 후작이라 한들, 별다른 방법이 있을 리 없었다. 차마 자존심 때문에 병합 요청을 받아 들이겠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그는 박시현을 만나보겠다는 말을 꺼냈다.
* * *
거대한 무인 전차가 철로를 달리고 있다. 이번에 새로 완성된 아다만티움 전차다.
물론 아다만티움 전차라 칭하기엔, 다소 과대 포장된 면이 없잖아 있지만, 카시오페아 사의 무인 전차보다 그 성능이 월등히 뛰어남은 더 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었다.
“우와아아!”
“멋있다아아아!”
주행 장면을 바라보며 거주민들을 환호성을 보내고 있다. 거대한 무인 전차 여든 대가 일제히 철로를 주행 하는 장면은 확실히 간지나긴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해 보인다.
“우리 쉘터에서 제작한 아다만티움 전차가 어떻습니까?”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번에 새로 쉘터에 합류하게된 카시오페아 사의 지부장들은 떨떠름 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기야 병합 하자마자 제일 먼저 자신들을 불러서 전차쇼를 보여주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게 협박인 건가? 아니면 정말 순수하게보여주는 건가? 싶겠지. 물론 전자였다. 내가 얘네들을 불러 놓고 굳이 뻘짓 할 이유는 없잖아.
“추가적으로 수백 대, 더 나아가서는 수천 대 이상 제조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질 것입니다.”
“저, 리더의 계획은 대체 무엇인가요? 이만한 전차를 제조할 만한 인 프라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았어요. 하지만 수천 대나 되는 무인 전차를 제조하셔서…”
흥미롭다는 듯한 오카미 유아의 물음에 나는 담담한 어조로 되물었다.
“계획? 목적을 묻는 겁니까?”
“예.”
“아포칼립스 세상의 종식. 나는 좀비 바이러스를 끝내고, 이 세계를 다시 인간들의 세계로 되돌릴 것입니다.”
어차피 게임 시나리오를 클리어 한다면 엔딩(Ending)은 둘 중 하나다, 아포칼립스 세상을 멸망시키거나, 아니면 아포칼립스 세상을 종식시키 거나.
전자가 편하긴 하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NPC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후자를 선택할 생각이었다.
“허…”
지부장들은 감탄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한 사람만은 거짓된 표정을 짓고 있다. 굳이 인공지능의 분석을 받지 않아도, 나는 알 수 있었다.
‘베드로 같은 놈이 제일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이긴 하지.’
겉으로는 언제나 사실을 말하는 척 하지만, 사실 녀석의 정체는 위선 덩어리에 가식 덩어리다. 1지부장을 죽인 것도 저놈이지.
‘만약 생각을 바꿔먹지 않는다면, 저 놈 먼저 죽여야겠지.’
1지부장 다음으로 아래 두기 까다로운 인물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미소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들은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고개를 돌려 전차 쇼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전차 뒤에는 소형 헬기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하늘을 수놓았다.
아름다운 게 아니라, 저건 좀 징그 러운 것 같은데. 무슨 벌떼를 보는 것 같다. 퀸에게 이야기해서 앞으로 저건 빼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저기, 리더…”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나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릴리다. 1지부 의 연구실에서 노예 신세를 하고 있던 그녀는 병합과 함께 자연스럽게 우리 쉘터의 연구실로 들어오게 됐다.
날마다 쯔쉬안을 붙잡고, 좀비 바이러스의 백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그녀다. 오죽하면 침실에서 쯔쉬안이 내게 그녀 좀 막아달라고 하 소연을 할 정도였을까.
그런데 그런 그녀가 무슨 일일까?
“엘레나 박사님께 통신이 도착했어요.”
“엘레나 박사님께 말입니까?”
나는 내 옆에서 전차 쇼를 관람하고 있는 퀸의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퀸은 아무 말없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지을 뿐이었다.
무전기를 꺼냈다. 엘레나 박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낙원이 곧 병합 요청을 받아들일 것 같아요.
―시현이 의도한 거 아니었나요?
사실 의도하긴 했지만, 그 오만한 낙원의 귀족들이 이렇게 쉽게 고개를 숙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녀에게 들어보니, 로제 백작의 전공이 크다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디아블로를 데리고 가서 귀족들의 목숨으로 협박을 했다는 모양이다.
아무리 디아블로가 있다 하더라도, 낙원의 귀족들을 전부 돌리고 살아남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짓을 내게 별다른 말없이 저지른 걸 보면…
괘씸하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그 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강심장은 강심장이네.’
사실 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로제 백작도 쳐내려 했었다. 아무리 내게 붙었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고이고 고인 낙원의 귀족.
그가 우리 쉘터에 들어와, 괜히 허 튼짓을 벌이는 걸 염려해서다.
하지만 그가 생각보다 쓸 만하다는 것이 증명됐으니, 당분간은 내버려 둬야겠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엘레나 박사가 고하듯 말했다.
―베르지오 후작이 공표할 예정이 에요. 낙원은 끝이에요, 이제.
“잘됐네요.”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계획대로 이루어졌다. 시나리오 4내부에 있는 ‘모든 세력’을 우리 쉘터에 편입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적이 라곤 하나밖에 없다.
‘워런 존스를 찾아보실까.’
시나리오 4의 보스, 워런 존스를 어디 도망가지 못하도록, 디아블로 때처럼 꽁꽁 가둬버릴 생각이었다.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