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181
183화
나는 남아도는 물자들을 다른 쉘터 들에 뿌렸다. 시나리오 5의 몇몇 쉘터들이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로봇이나 트럭을 통해 육로로 운송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으 나, 현재 좀비들에 의해 침공받고 있는 경우에 무인 드론을 통해 물자를 운송했다.
바로 쉘터P가 그런 대표적인 사례였다.
‘쉘터P 리더의 답장이라.’
나는 쉘터P의 리더가 보냈다는 편지를 뜯었다. 편지를 읽어내리던 내 눈이 이채를 발했다.
편지의 내용인즉슨 자신은 쉘터를 더 유지할 저력이 없으니, 우리 쉘터와 병합하고 싶다는 것. 쉘터P와 의 병합은 오히려 이쪽이 환영하는 일이다.
쉘터P와의 병합을 받아들이기로했다. 어차피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길든 빠르든 언젠가 쉘터 알파 벳들과의 병합을 마칠 생각이었다.
시나리오 4의 영역 전체로 만족할 생각 없었으니까. 한때 같은 신세를 겪은 적이 있던 부리더들 역시 동의했다.
“모든 것은 리더의 뜻대로.”
“리더는 저희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대하신 분이십니다.”
한때 낙원 8지부장, 회장의 아들 이었던 소린이었다. 그는 부리더를 맡긴 이후로, 내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나는 머쓱하게웃었다.
“너무 띄워주지 마십시오.”
“아닙니다. 리더의 위대함은 이루 말할 데…”
참으로 부끄럽게도 다른 부리더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쉘터P를 도와주 기로했다. 무인 전차와 안드로이드 로봇들을 동원해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좀비 무리를 쓸어버리기로했다.
즉각적으로 행동에 옮겨졌다. 당일 날 바로 준비하고 있던 무인 전차,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쉘터P를 포위하고 있는 좀비 무리를 공격했다.
좀비 숫자는 족히 일천 마리에 달 할 정도로 많았지만, 우리 역시 물량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가볍게 승리를 거뒀다. 타일런트와 같은 강력한 변종들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 가장 컸다. 쉘터P의 리더는 우리를 환영했고, 퀸을 통해 그들로 하여금 이주 준비를 시켰다.
몇몇 거주민들은 바로 쉘터 아포칼립스로 이동하기도 했다. 그들이 내부 시설에, 규모에 만족했다는 것은 말해봐야 입만 아픈 사실이었다.
그렇게 순조롭게 쉘터P와의 병합을 진행하던 중, 우리 쉘터는 또다시 좀비 무리의 습격을 받았다. 의외는 아니었다. 시나리오 5에서는 얼마든지 벌어쩔 수 있는 일.
좀비들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계속해서 ‘살아있는’ 플레이어들을 공격 하니까. 덕분에 나는 또다시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67레벨.
내가 이전까지 습득했던 대부분의 스킬들은 마스터했고, 새로운 스킬 습득까지 3레벨을 남겨뒀고, 궁극기 까지는 8레벨밖에 남겨두지 않았다.
어쩌면 새로운 스킬을 이번 시나리오 안에 습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플레이어들의 레벨 역시 계속 상승했다. 그사이 다른 플레이어들 역시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다.
다른 스킬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힐러인 쯔쉬안이 습득한 스킬은 ‘부활’이었다. 시간제한과 횟수 제한이 걸려 있긴 하지만, 죽은 플레이어 및 NPC를 살릴 수 있는 사기적인 스킬.
뭐, 말이 사기적인 스킬이지 실용 도는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런 스킬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플레이어들은 지오반 같은 결말을 맞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쯔쉬안이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했기에, 나는 능력을 시험해볼겸해서 바깥으로 나왔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 마음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활’이라는 능력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니까. 한편으로, 나는 생각했다.
‘만약 현실로 돌아가서 부활을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많다. 어느 나라의 강력한 독재자라 해도, 수십 조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부자라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녀가 부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에게 충성을 바칠 사람들은 수두룩할 것이다. 그녀가 제대로 활용을하게된다면…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곧 내게 다가오는 좀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생전 어떤 일을 겪었는지 눈알이 뚫린 채 내게 다가오는 남자아이 좀비.
“아마 죽은 지 얼마 안된 것 같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죽었다기보다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돼 좀비가 된 상태지만, 팀 아포칼립스에서는 좀비 = 사망 상태라 쳐준다. 한마디로 부활 역시 가능하다는 의미다.
남자아이 좀비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물론 보호막에 가로막혀 나가떨어진다. 하지만 고통스러울 텐데도 불구하고 계속 달려든다.
“한번 해볼게요.”
쯔쉬안은 눈을 감았다. 그녀가 입으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무슨 주문인지, 내가 모르는 언어였지만 대충 경건한 주문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다시 떴을 때.
남자아이 좀비에게 빛이 내려왔다. 그는 경직된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점점 손상된 살갗이 회복되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텅 비어있던 안구에 눈알이 생성되기 시작한다.
남자아이는 털썩 주저앉아 있었다. 그러더니… 나와 쯔쉬안을 한 번씩 쳐다보더니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나는 미리 준비했던 담요를 가지고 남자아이의 몸을 덮어 주었다.
“다 괜찮아, 괜찮아.”
나는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좀비가 됐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 어떤 기분일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저 아이가 눈물을 멈출 때까지 기다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울음을 멈추고 나서야, 나는 남자 아이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니?”
“도미닉.”
“좋은 이름이구나.”
남자아이는 스르르 잠에 들었다. 나는 담요를 덮어준 채로 아이를 번 쩍 들어 무르시엘라고에 태웠다. 쯔쉬안이 기쁨 반, 슬픔 반, 복잡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어떤 일을 겪은 걸까요? 일어나자 마자 눈물을 흘리다니.”
“그건 아무도 모르죠. 다만… 썩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나는 무르시엘라고를 몰고 쉘터로 돌아왔다. 그사이 도미닉은 잠에서 깼는지 공포 반, 호기심 반의 얼굴 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걱정할 거 없단다. 이곳은 안전하니까.”
그제야 도미닉이 입을 열었다. 약간 메마른 목소리였다.
“…정말요? 하지만 우리 엄마가 안전한 곳은 없다고 했는걸요?”
“나를 믿으렴.”
내 말에 반신반의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그의 머리를, 쯔쉬안이 쓰다듬 으며 말했다.
“그래, 이 아저씨 말 믿어.”
그제야 도미닉은 마음이 놓였는지, 내 손을 꼭 붙잡아왔다. 나는 그에게 쉘터를 구경시켜주었다. 그는 넋을 놓고 구경했다.
나는 도미닉에게 밥을 먹였다. 그는 많이 허기가 졌던 듯 정신없이 수프를 들이켜듯 마셨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를 데려간 곳은 바하라 광산, 마리아의 교실이었다.
교실에서는 한창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교실 문을 드르륵 열고, 도미닉이 안으로 들어갔다. 마리아가 나를 쳐다봤다. ‘걔는 뭐예요?’하고 물어보는 표정이다.
말하자면 복잡해서, 나는 잠시 마리아를 바깥으로 내보내 도미닉에 대해 설명했다.
굳이 둘러댈 필요 없이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쯔쉬안이 좀비 상태인 그를 인간 상태로 되돌렸다고 말이다.
“쯔쉬안은 신이에요?”
신. 언제 한 번 이야기했지만, 이 세계에서 힐러는 신이나 다름이 없다.
“뭐, 틀린 말은 아니네요. 아무튼, 다른 아이들과 차별 없이 잘 대해 줬으면 좋겠어요.”
“맡겨주세요.”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다시 교실로 돌아왔을 때, 아이들은 도미닉에게 다가왔다. 아마 이것저것을 그에게 물어보는 모양이었다.
도미닉의 얼굴은 잔뜩 붉어져 있었다. 그 모습 어디서도 좀비의 모습 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쯔쉬안을 쳐다봤다. 그녀 역시 기쁜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앞으로 종종 이렇게 나가요. 한 사람이라도 더 구원할 수 있게.”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엘레나 박사가 얼마 안 있으면 백신이 완성된다고 했으니까요.”
“좋네요.”
그때 되면 우리는 또다시 대규모의 거주민들을 맞이하게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쉘터는 그들을 맞이하기에 충분했다.
#뽀뽀
탑승형 기체인 을트라 역시 보급되기 시작했다. 거주민들은 울트라에 탑승해, 좀비들과 한 차례 전투를 벌였고 멋지게 승리했다.
하기야, 울트라는 대개 아다만티움 부품으로 이루어진 데다 강력한 플라즈마 쉴드를 입고 있으므로 어지간해서는 파괴될 일이 없었다.
무슨 타일런트 같은 괴물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에야 말이다.
이번에 도시에 새롭게 세워진 투기장에서 울트라에 탑승한 검투사가 좀비와 맞서 싸우는 장면은 꽤나 흔 한 볼거리가 됐다.
‘그리고…’
「타이탄의 부품(E)를 획득했습니다.」
레전더리 기체인 타이탄. 마치 SF 괴수 영화에나 나올 법한 거대한 로봇의 필수 부품을 거의 다 모았다. 이제 한 피스만 더 모은다면 타이탄 제조에 들어갈 것이다.
타이탄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비밀 병기가 되기에 충분하니까, 아다만티움 전함을 제조하는데 걸릴 만 한 시간을 크게 벌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 사이, 준비를 마친 쉘터P의 리 더를 비롯한 나머지 거주민들 역시 우리 쉘터에 합류했다. 나는 쉘터P 의 리더, 브라이언 역시 부리더로 지정했다.
“다른 리더들과도 한 번 대화를 나눠봤는데 말입니다. 우리 쉘터와의 병합을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렇습니까?”
“쉘터Q, 쉘터R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리더께서 보내주신 구호물자를 받고 뿅 가 있는 상태니까요. 아마 쪽팔려서 먼저 말을 못 꺼내서 그렇지, 리더께서 이야기를 꺼내신다면 당장에 오케이 할 겁니다.”
“브라이언, 그러면 그 일은 당신이 맡아줬으면 합니다.”
“예, 리더. 반드시 그놈들이 저희 쉘터로 넘어오게 만들겠습니다.”
쉘터의 사정을 정확히 알지 못했을 때, 그는 병합을 반대했었다. 하지만 물자 같은 건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다는 우리 사정을 알게 되자마자 그는 180도 태도를 바꿨다.
“그리고 쉘터P의 거주민들이 우리 쉘터에 잘 녹아들기 위해서는 당신 의도움이 절실합니다. 믿고 있겠습니다.”
“예, 리더.”
그는 빠릿빠릿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굳이 그렇게 말한 이유는 최근에 거주민들끼리 다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사소한 다툼이야 종종 일어난 적 있었지만, 이번에는 세력 간의 다툼 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최근에 합류 한 거주민들과, 예전부터 있던 거주민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뭐 해, 나는 그들에게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양쪽 다 내쫓을 거라고 엄포를 늘어놨다.
그들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해서, 나는 리더들을 굴리려는 것이다.
내 말보다 그동안 함께 했던 리더 의 말이 좀 더 와 닿을 테니 말이다.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