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198
200화
알고 보니 알폰소라는 성은 베타성에서 왕족을 의미한다고했다. 즉, 앨리스 알폰소는 생체 안드로이드 로봇임과 동시에 베타성에서도 마찬가지로 왕족인 셈이었다.
생명체라고 말하기 힘든 생체 안드로이드 로봇이 어떻게 왕족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유칼리의 말을 빌리자면, 이 드넓은 우주에서는 그리 신기한 일도 아니라고했다.
물론 그런 왕족씩이나 되는 인물이 어째서 카시오페아 사의 불로불사 연구실에 실험체가 돼서 갇혀있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무언가 게임 스토리가 있겠지만, 당연히 업데이트되지 않은 내용인지 라, 나는 알지 못한다.
“와, 저런 로봇은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그녀는 올림푸스를 보며 눈을 반짝 빛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그녀의 행성에도 안드로이드 로봇이 있지만, 저 정도로 고성능의 안드로이드 로봇은 없었다고했다.
역시 올림푸스… 내가 제조한 기체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와는 별개로, 그녀의 입 이 마치 모터처럼 쉴새 없이 열린 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올림푸스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보 기 시작하더니, 이내 쉘터에 있는 것들은 하나하나 다 물어보기 시작했다. 나중에 내가 그녀를 슬금슬금 피할 정도로 말이다.
결국 내가 피하자, 물어볼 다른 거주민들을 찾아다니던 그녀의 눈에 포착된 것이 바로 이유나였다. 하기 야, 눈에 띄는 법복을 입고 있으니 당연한 노릇이었다.
그녀는 이유나에게도 마찬가지로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쯔쉬안 교의 정체란 무엇인가요? 쯔쉬안 교가 믿는 신은 보이나요? 아니면 안 보이나요?”
과연 종교에 심취한 사람답게 이유 나는 오히려 질문을 좋아했다. 그녀는 대답하는 대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앨리스라고 했나요? 당신 세상의 종교는 어땠는데요?”
“우리 세상의 신은 실재하지 않았 어요. 하지만 슈퍼컴퓨터 BANG31을 통해 계산해본 결과에 따르면 신 이 실재할 확률은 13.661%로 결코 낮은 확률이라 말할 수 없으며…”
신이 실재할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니, 그게 가능이나 한 이야기인가? 애초에 확률로 계산할 수 있다 면 그게 신 아니야? 나는 엉뚱한 생각들을 잠시 하며 그들의 대화를 잠자코 지켜봤다.
“그러면 당신은 종교를 믿나요?”
혹여나 내게 타겟이 돌아가지는 않을까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지만, 내내 쳐다보지 않고 있던 내 시선이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인간의 손에 의해 ‘창조’된 안드로이드 로봇은 신을 믿을까?
아니면 신의 존재를 부정할까? 분명 흥미로운 논제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는 종교를 믿고 있어요.”
“그렇다면 당신의 신은 실재하나요?”
앨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신은 만들어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뇨, 신은 단 한 명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죠.”
“어디에요?”
“바로 저기.”
그녀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에는 쯔쉬안이 서 있었다.
그녀는 어린아이에게 젖병을 물리고 있었다. 얼마 전에 좀비 바이러스 치료제를 사용해 치유한 이들 가운데 어린아이도 있었고, 그녀는 어린아이를 봐주는 걸 좋아했다.
그녀가 어린아이 좀비를 무서워했던 것이 오버랩 되는 장면이었다. 자애롭고 아름다운 그녀를 본 앨리스의 비평이 이어졌다.
“저게 어딜 봐서 신인가요? 유기물 로 이루어진 것 같은데. 아니, 그렇다면 신 역시 생명체 아닌가요? 당신의 말인즉슨, 가설 중 하나인 신 이 고도로 발달된 문명의 생명체라는 가설이 사실이라는 말로 받아들 여도 될까요?”
그녀의 설명은 장황했다. 이유나에게 받아들여지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유나는 그녀를 세상 한심한 사람이라도 본 듯 크게 한숨을 쉬며, 질책하듯 말했다.
“저걸 보고도 신이라는 걸 깨닫지 못한다면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 거예요. 당신에게는 저 빛나는 광채가 보이지 않나요?”
역시 논리를 이기는 무(無)논리였다.
앨리스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 가, 이내 쯔쉬안에게 다가갔다. 아마 그녀에게 진짜 신인가 물어보기 위해서겠지. 이유나에게 종종 시달리는 쯔쉬안이다.
그녀를 시달리게 만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악마가 하나 더 탄생한 셈이었다. 쯔쉬안에게 다가가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체 강화 시술2 데이터 수집을 완료했습니다. 연구를 시작하겠습니다. 예상 소요시간은 20일 13시 간 45분으로서…」
20일 13시간 45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이제부터는 남는 게 시간이니까.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동안 외부에서 들어오는 좀비란 좀비는 모조리 사냥했다. 75레벨을 찍는 것이 급선무이므로, 다른 플레이어들의 동의하에 경험치를 내가 몰아받기로했다.
그 덕에 레벨은 폭풍 상승해서 74레벨의 20%가 됐다. 2차 각성기를 찍는 75레벨까지는 고작 80% 정도 만을 남겨놓은 상태인 것이다.
말이 80%지 남은 좀비들을 사냥 한다면, 금세 찍을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사이 쉘터Z에서 정찰대가 왔었다. 그들은 이쪽을 굳이 터치하지 않았고, 무언가를 살피는 듯했다.
물론 나는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두 지는 않았다. 안드로이드 로봇을 보내 모조리 잡아들였다. 그렇게 잡혀 온 정찰대에게는 역으로 정보를 캐 내거나, 세뇌를 풀어 다시 쉘터Z로 보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자면 데메테르는 반쯤 미쳐가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거주민들도 점점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COZ의 세뇌는 완벽하 지 못하니까.
그녀가 미친 이유에 대하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우리 쉘터의 실체를 점점 알게 돼서 아닐 까, 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할 뿐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비장의 한 수를 계획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대규모 공습을 계획 중이라고 합니다.」
퀸은 쉘터Z의 컴퓨터를 해킹했고, 그를 통해 정보를 습득한 모양 이었다.
“대규모 공습?”
「예, 옛 쉘터 Y에 묻혀있던 전투기를 발굴해 공습용으로 개조한 모양입니다. 새롭게 쉘터가 된 구역의 일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무력시위를 하고, 나아가 쉘터 전체를 공습 한다는…」
항공전.
솔직히 말하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노릇이었다. 쉘터 Y에 묻혀있 던전투기라 해봐야 세대가 전부다. 기존 쉘터Z에 보유하고 있던 전투기 숫자를 두 대 추가하면 다섯대.
령 그들이 베테랑 조종사고 그들이 탑승한 전투기가 최신예 전투기라 한들, 고작 그 숫자로 우리 쉘터를 타격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향상된 센트리건은 플라즈마 대공 포로 진화했다. 플라즈마 생성기가 세대로 늘어나며, 플라즈마를 대량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을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만에 하나 대공 포의 영역을 뚫고 그들이 폭격에 성공하게된다면, 거주민들의 입장에 서는 재앙인 노릇이니 말이다.
“우리도 만들어야지, 항공 부대.”
이미 설계도는 있었다. 카시오페아 사의 보물 창고를 홀랑 털어먹었을 때 ‘무기’ 면에서 상당한 득을 봤기 때문이다. 내가 만들려는 것은 전투기가 아닌, 무인 드론의 업그레이드 버전.
무인 드론은 다른 쉘터에 물자를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그 용도가 다 재다능하다. 당연히 그 용도에는 무기의 용도도 들어 있었다.
자폭 드론이라든가, 아니면 플라즈마 광선포로 무장한 드론이라든가 등등.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 방어력은 나쁘지 않지만 크기가 작아 그 내구도가 낮다.
나는 그러한 낮은 내구도를, 드론 의 숫자로 대신할 생각이었다.
퀸이 설계도를 분석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딱 시간으로 말하면 일 분? 그녀는 설계도를 지긋이 일 분 정도 바라보더니 오히려 더 나은 개선 방안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분석이 완료되자, 원래부터 안드로이드 로봇을 찍어내던 공장들이 드 론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우리 쉘터의 인구가 2만을 넘긴 지 오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쉘터의 거주지구는 채 10%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구역의 50% 정도는 공장으로 개조해 놨다.
평상시에는 쉘터에 필요한 물자들을 찍어내지만, 경우에 따라서 무기를 제조할 수도 있는 공장들이었다. 그런 공장들에 일제히 불이 들어왔다.
한 대, 첫 번째 프로토타입의 탄생을 축하할 시간도 없이…
비행 드론의 숫자가 수십 대, 수백 대로 불어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아마 그들이 공습을 할 때쯤이면 수천 대가량으로 늘어날 것이다.
말이 수천 대지, 그것들이 상대해 야 하는 것이 고작 다섯 기 정도라는 걸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비교도 안 되는 전력이라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전력이 제 활약을 하는 일은 없었다. 데메테르가 공습을 포기한 것이다.
물론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생각을 고쳐먹고, 우리 잘해봅시다 이런 생각에서 공습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 쉘터의 상황이 심상잖습니다. 부리더들이 그녀의 의견에 대놓고 반대한 모양입니다. 데메테르의 심기 가 많이 불편한 모양입니다. 이번 공습을 중지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데메테르의 리더쉽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당연하게도 우리에게는 희소식이었다.
“그래요, 그렇단 말이죠? 수고했습니다, 그레이스 대령.”
그러자 그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 혹시 저와 저희 가족들은 언제 쯤 쉘터 아포칼립스로 이동…
그의 뒷말을 모를 리 없는 나는 그의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
“아직은 당신이 쉘터Z에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전쟁이 끝나기 전에, 당신들을 무사히 우리 쉘터로 옮겨주겠습니다.”
그는 할 말을 망설이는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대령은 이제 내게 낱낱이 쉘터Z의 정보를 불어버리는 신세 가 되고 말았다. 어차피 기호지세였다.
이제 와서 그가 멈췄다간 내가 그 의 ‘약점’을 데메테르에게 넘길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뭐, 내가 채찍 만 휘두른 건 아니다.
우리 쉘터에 원하는 이들을 들어와 살게 해주겠다는 당근을 내밀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그는 쌍수를 들고 좋아하며 가족들과 함께 쉘터로 이동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레이스 대령은 우리 쉘터를 몇 번이나 왕복했으니, 다른 쉘터Z 거주민들에 비해 ‘보다’ 우리 쉘터를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쉘터Z의 삶이 윤택하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쉘터에 비해서지, 우리 쉘터와 비할 바는 아니었다.
요 근래 무기를 찍어내는데 열중 하고 있다지만, 문화 산업 개발도 결코 게을리하는 편은 아니었으니까.
그때 소피아가 나를 찾아왔다. 한때 나와 악연이 있기도 했었던 그녀는 요 근래 전략 전술을 내게 이것저것 제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꽤 유능한 인재였다.
“무슨 일입니까? 소피아?”
“저, 리더, 한 가지 좋은 생각이 있는데 말입니다. 그저번에 주변의 식량을 모두 없애버리는 괴물 있지 않았습니까?”
디재스터(Disaster)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 괴물을 전쟁에 이용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상대방의 물자를 원천 차단할 수만 있다면, 아주 중요한 키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죽을 날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디재스터를 무기로 이용한다라…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눈을 빛냈다.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