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207
209화 「불완전한 워프 장치」
내구도 : 60/60
사용 횟수 : 2/2
설명 : 외계인들의 지식을 전수받 아 만든 워프 장치. 비록 불완전하긴 하지만, 그 설계만큼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개조한다면 성공 확률을 보다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대충 설명을 읽은 나는 바나나를 워프 장치 안으로 던졌다.
그 순간, 파앗!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앞에서 바나나가 그대로 분해됐다. 만약 내가 저 안으로 들어갔다면 나도 저렇게 됐겠지.
“그런데 어디로 통하는 워프 장치야? 목표가 있을 거 아니야.”
내 물음에 로키와 헤라는 내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 말했다. 저렇게 대할 필요 없다고 하니까 오히려 더 저러는 것 같은데…?
“니하타의 고향으로 통하는 워프 장치…”
“니하타의 고향?”
내가 예상했던 건 글자 그대로 공간 이동할 수 있는 포탈이었는데… 내 예상과 달리 ‘시공의 증표’를 만들어버린 모양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시공의 증표와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나는 워프 장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저길 넘으면 니하타의 고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거지?’
비록 횟수 제한도 있고 실패할 확률도 있긴 하지만, 여기서 더 개발해서 이동만 할 수 있다면, 두세계는 연결돼버리는 셈이다. 그렇다면 얻을 수 있는 부품도 그의 두 배가 되는 건가?
로키가 얼른 변명하듯 말했다.
“물론 제대로 연결됐는지도 확실치 않지만 말이야. 마스터가 기대한 건 이런 게 아니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잘했어.”
여기서 더 연구한다면 두세계를 넘어다닐 수 있는 포탈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예상과 다르긴 하지만, 있어서 나쁠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탈을 이용해 만난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그들을 게임은 물론 현실에서도 ‘확고한’ 아군으로 만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뭐, 그것도 제대로 갔을 때의 이 야긴가…’
나는 포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방금 던진 바나나가 제대로 도착했다면, 누구에게 떨어졌을까?
‘갑자기 귀가 간지러워지는데…’
치밀어 오르는 간지러움에 나는 손으로 귀를 문질렀다. 누가 내 욕이라도 하나?
박민정은 친구들과 함께 VR 게임 방을 갔었다. 최대한 영향을 안 받으려 했지만(…) 오빠인 박시현의 영향을 자연스레 받아서인지, 그녀는 팀 아포칼립스를 플레이했다.
그리고 빠져버렸다. 그녀의 친구 둘과 모르는 플레이어들 열둘과 함께 게임 속으로.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그녀는 이곳이 게임 속이라는 걸 알 아차리고, 튜토리얼 이후 플레이어 들을 이끌어 쉘터A로 향했다.
그 와중에 피해가 하나도 없었던 것만 봐도 그녀의 대처가 상당히 훌륭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상황이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사지에서 파밍하기 위해 움직여야 했으니까.
‘하필이면 힐러를 골라서…’
홀로 살아남는데 힐러만한 캐릭은 없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직접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해봤던 적이 몇 번 없다.
대부분 옆에서 게임 하는 모습을 지켜봤을 뿐. 그런 탓에 게임 지식 은 상당했지만, 그 게임 지식의 상당 부분은 ‘메카닉’ 쪽에 기울어져 있었다.
차라리 메카닉을 골랐다면… 하필 이면 열다섯 명의 사람들 중에 메카 닉은 없었다. 자리에 쭈그려 앉아 한숨을 푹푹 쉬던 그녀는 무심코 허공을 바라봤다.
허공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바나나 하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 그녀는 바닥에 닿아 으깨진 바나나를 보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허공에서 바나나? 대체 무슨 현상이지?
하지만 그녀가 알 방법은 없었다. 그 바나나가 사실은 그녀의 오빠인 박시현이 보낸 바나나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 새끼는 뭐 하고 있을까?’
한편으로, 그녀는 속으로 박시현을 욕했다. 왜 그런 병X 같은 게임을해서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만든단 말인가.
―애초에 그런 게임을 하지 않았다 면, 이런 상황에 처할 일도 없었을 테니까.
* * *
나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티끌 한 점 없이 푸르다.
사실은 요 근래 굉장히 보기 힘든 하늘이었다. 검게 흐리거나, 아니면 피같이 붉은색으로 물들거나… 맑은 날씨 빼고는 참으로 다채로운 변화를 보여줬으니 말이다.
물론 그런 푸른 하늘에 전해진 소식은 내게도, 우리 쉘터에게도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쉘터Z가 대대적으로 군사를 일 으켰어요. 숫자로 따지면 대략 일만 명에 달하는 군사들이 이곳으로 진군해오고 있어요.”
하필이면 데메테르의 명령이 떨어 진 날이었다. 하기야, 그들이 조만간 일을 거행할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 정찰 드론으로 쉘터Z 내부를 줄곧 지켜봐 오고 있었다.
쉘터Z 내부에서는 쉴새 없이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이 ‘우리 쉘터’라는 것은 더 설명 하기도 입 아플 만한 사실이었다.
일만 명이라… 기존의 쉘터Z의 인구는 사만 정도. 저항군이니, 도망 친 사람이니 하면서 줄어들었을 테니 지금은 삼만 정도 됐으려나.
쉘터Z 인구의 삼 분의 일이 출격 한 것이다. 어중이떠중이 일만 명 정도야 무섭지 않지만, 그들 중에는 우리 쉘터에 위협이 될 만한 NPC 들도 제법 있었다.
거기에 그들이 보유한 첨단 무기들까지 감안한다면…
“전투형 안드로이드 로봇으로 대응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들을 위한 선물은 전투형 안드로이드 로봇 수천 기. 하나하나가 아다만티움 갑옷에 플라즈마 쉴드와 플라즈마 건을 착용하고 있는, 업그레이드 버전의 안드로이드 로봇들이었다.
게다가 트랜스포머들도 다수 섞여 있어, 화력전으로 넘어간다 한들 크 게 밀릴 것이 없었다. 미사일까지 감안한다면 오히려 ‘압도’하겠지.
그런 안드로이드 로봇들은 이미, 퀸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했다. 곧 전면전이 이어질 것이다.
‘릴리 박사가 COZ의 중화제를 만들었지.’
물론 전면전에 앞서, 우리 쉘터는 COZ의 핵심 구성 요소를 분석해서, 그에 대항할 안티 COZ를 만들었다. 복용, 흡수 시 COZ의 세뇌 효과를 지워버리는 약물이었다.
엘레나 박사와 릴리가 함께 만들었 는데, 그 효과는 이미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쳐(그 실험 대상이 고일이었 다는 건 안 비밀이다) 확실하게입 중될 것이다.
전쟁을 앞둔 시점에 그들의 세뇌가 풀린다면, 안티 COZ가 제대로 먹 힌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내분이 일어나고 말 것이다. 그들의 의지로 전쟁터에 설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옆에 있는 다른 영상을 바라봤다.
시나리오 6지역의 하늘 위에서는 공중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쉘터Z 가 보유한 전투기와 그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비행 드론들의 전투였다.
분명 최신형 전투기의 스펙은 비행 드론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그러나 이쪽의 비행 드론은 그 숫자만 수백 기에 달했다. 마치 벌레 수백 마리가 달려드는 것처럼 몰려서 달려드는데, 최신형 전투기라 해도 버틸 수 있을 리 없다.
게다가 운전하는 게 인공지능이었 다면 그나마 도주할 가능성이 높았겠지만, 인간 조종사였으니까.
결국 격추됐고, 그나마 남은 두 대는 그레이스 대령에 의해 탈취돼 우리 쉘터의 손으로 고스란히 넘어왔다.
세뇌 걸린 척 연기하면서, 자신의 가족과 함께 넘어온 그에게 나는 약속했던 대로 쉘터 아포칼립스에서의 지위와 재산을 약속했다.
뭐, 그래 봐야 사실 이곳에 있는 다른 거주민들과 크게 다를 것도 없지만 말이다. 이외에도 몇몇 거주민 들이 또다시 우리 쉘터로 넘어왔다.
COZ 2의 위력은 대단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몇몇 이들은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고, 잘못된 것을 알아차려 넘어 왔다고했다.
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나는 숙식을 제공하기로했다.
공중전에서 패배한 여파가 컸는지 데메테르는 주춤거렸다. 우리 쉘터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안티 COZ를 폐건물을 거처로 한 그들에게 살포한 것이다.
약물들은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대혼란이 찾아 왔다. 세뇌가 풀렸으니 당연한 노릇 이었다. 그리고 혼란이 찾아온 그들을 맞이할 것은 우리 쉘터의 안드로이드 군단이었다.
거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데메 테르는 후퇴를 결심하고 말았다. 하 기야 그녀에게도 별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거주민들이 그녀를 따라나섰던 건 아니다. 대부분의 거주민들은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모르는 채로 버려졌다. 나는 퀸을 통해, 그들에게 간단하게상황 설명을 전했다.
“저희는 무조건 항복하겠습니다.”
“항복하겠습니다.”
상황을 들은 그들은 데메테르에 대해 분개하면서도, 우리 쉘터에 무조건적으로 항복하겠다고했다.
나는 퀸을 통해 그들을 일일이 검사, 감시하고, 쯔쉬안의 광역 힐링을 사용해 그들에게 혹시 있을지 모르는 변수를 제거하고 거주민으로 편 입하겠다고 약속했다.
* * *
데메테르는 극도로 충혈된 눈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오늘따라 하늘이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쉘터 아포칼립스를 공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녀의 친위대를 비롯한 오천의 병력들은 여전히 그녀를 믿고 따라 오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들의 반응이 예전만 못하다는 걸 눈치챘다.
기껏 COZ 2를 투여해 강력한 세 뇌를 걸어놨더니, 쉘터 아포칼립스 가정체불명의 약물을 뿌려대자 세 뇌는 풀리고 말았다.
다시 세뇌를 걸려면 걸 수야 있겠지만, 그 과정이 마찬가지로 예전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나를 도와주겠다던 목소리는 어디 간 거야?’
그녀는 괜스레 장벽 너머에서 들었던 목소리를 탓했다. 자신을 도와주 겠다더니, 그것은 모두 거짓말이었 단 말인가.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애초에 전쟁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때였다. 그녀가 묵고 있는 건물 바깥이 갑작스럽게 시끄러워졌다. 무슨 일인고해서 그녀가 황급히 나가보니, X 표시가 그려진 복면을 뒤집어쓴 인간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 인간?’
아니, 자세히 보니 누가 봐도 이상하기 짝이 없다. 애초에 인간이 저렇게 클 리 없잖은가. 주변의 거주민들도 마찬가지인지 그들은 총을 들고 그들에게 겨누고 있었다.
“좀비?”
복면 속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좀비의 것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또렷한 발음이었다.
“그분의 명을 받고 왔다.”
“그분의 명?”
“모든 이들의 어머니, 그리고 우리 의 어머니. 쉘터 아포칼립스와의 전쟁, 우리가 돕겠다.”
“당신들은 정체가 뭐지?”
“우리는 그분의 명령에 따르는 그림자, 그리고 진화의 정점에서있는…”
본래 시나리오 7에 나와야 할 최종 진화체들이 출현, 그리고 쉘터Z의 세력에 합류하는 순간이었다.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