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229
231화
박민정은 잔뜩 기대 어린 얼굴로 포탈을 바라봤다. 이제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그녀의 오빠가 있는 세상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쯔쉬안은 그녀에게 쉘터 아포칼립스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도시라 말했었다. 그녀는 오빠를 만날 생각, 도시를 구경할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다.
“갔다 올게.”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인사를 건넨 그녀는, 쯔쉬안의 손을 붙잡고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디뎠다. 곧 포탈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마주할 수 있었다.
쉘터 아포칼립스의 NPC들을. 박민 정이 두리번거렸지만, 박시현의 얼굴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벙찐 얼굴로 서 있자, 쯔쉬안이 NPC들을 향해 조금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시현은요?”
대신 환영을 나온 알렉스 교수가 고개를 절레 흔들며 말했다.
“지금 초월체들의 총 습격을 받고 있네. 직접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전선이 넓은 모양이야. 이미 아다만티움 함선들이 움직이고 있네.”
그녀는 다급하게물었다. 박시현에 대한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때로 그에게 소식을 전해 듣긴 했지만, 이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으니 말이다.
“시현은, 시현은 괜찮나요?”
“글쎄, 아다만티움 함선이 꽤 큰 데미지를 입었다는 모양인데, 다행히도 완전히 파손되지는 않은 모양 이야. 너무 염려하지 말게. 언제나 그랬듯 시현은 잘 헤쳐나올 테니 말이야.”
쯔쉬안은 잔뜩 굳은 표정을 지었다. 박시현이 강하다는 건, 그가 제조한 아다만티움 함선이 강력하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줄곧 초월체의 위험성에 대해 말해왔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다만티움 함선이 큰 데미지를 입었다니… 혹시 그가 다친 건 아닐까. 만약에, 정말 만약에 죽어버린 건 아닐까.
그녀는 파리한 얼굴로 곧 입을 열었다.
“민정아, 쉬고 있어.”
“언니는 어떻게 하시게요?”
박민정이 그녀에게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초월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그녀였지만, 척 듣기에도 그것이 좋지 않은 의미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내 남자가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쯔쉬안은 천천히 한 발자국 걷기 시작했다. 곧 그녀의 등에서 날개가 펼쳐졌다. 110레벨에 도달하며 그녀가 얻은 스킬 천사화였다.
그녀의 비행 속도는 비행기조차 아 득히 뛰어넘을 정도였다.
곧 전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녀의 눈에 초월체들과 아다만티움 로봇들, 불꽃이 붙은 아다만티움 전함이 눈에 들어왔다.
척 봐도 좋지 않은 상태라는 것만 은 분명했다. 그녀는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잠시 동안 모든 아군을 ‘무적 상태’로 만드는 무적 필드 효과가 전장 전체에 펼쳐졌다.
그러자 전세는 역전됐다. 그녀의 무적 필드 효과는 단순히 무적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아군의 능력치를 크게 높여주는 효과 역시 가지고 있었다.
그녀 혼자 전황을 뒤바꿔버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무적 필드 효과의 지속 시간은 길지 않기 때문에 곧 있으면 끝나겠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랬다.
그때, 그녀를 향해 창이 날아왔다. 거대한 창이. 그녀는 본능적으로 보호막을 사용했다. 보호막에 부딪힌 창이 순간적으로 멈춘다. 그러나 다음 순간 보호막은 부서졌다.
창이 그녀를 관통한다. 아니, 관통 하는 듯했다. 그녀는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무적 필드 효과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일순간 공포를 느꼈다.
‘이 창은 대체…’
만약 무적 효과가 없었다면, 이번 공격으로 그녀는 죽었을 것이다.
아니, 죽지 않아도 최소한 엄청난 데미지를 입고 말았겠지. 아리사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그녀는 섬뜩할 수밖에 없었다.
“쯔쉬안!”
그때, 외침과 함께 아다만티움 전함의 문이 열리며 거대한 로봇이 튀어나왔다. 올림푸스였다. 내려온 거대한 로봇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가볍게 손에 올랐다.
곧 올림푸스는 다시 아다만티움 전함 안으로 들어갔다.
초월체들이 대규모로 침공을 감행 해왔다.
침공 사실 자체는 별로 놀랍진 않았다. 창기사(임시적으로 내가 붙인 이름)가 초월체들과 힘을 합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에 앞서서 그녀의 습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숫자에는 나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초월체가 하나도 아니고, 저번처럼 수십 단위도 아니고, 무려 수백 단위였으니까. 아다만티움 전함이 한 척 더 없었다면, 진즉 우리 쉘터는 패망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쯔쉬안이 전황을 바꿨다. 과연 대규모 전쟁에서 고레벨 힐러가 가지는 힘은 명불허전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전황이 완전히 뒤집힌 건 아니었다.
여전히 초월체들은 건재했으며, 이대로 시간이 지속된다면 밀릴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초월체들의 숫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결국, 그 방법을 써야만 하나.’
“시현, 괜찮아요?”
쯔쉬안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전장을 아우르는 범위의 ‘무적’을 사용하는 건 지금의 그녀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AP 회복 속도가 빠른 그녀답 게 금세 AP는 차오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을 것이었다.
나는 그녀를 가볍게 안아 주며 말했다.
“아직은 괜찮습니다. 아직은…”
어디까지나 아직이었다. 이대로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떤 결말을 맞이 할지, 나는 좀처럼 예측할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갑자기 저렇게 많이…”
“아다만티움 전함을 한 대 더 만든 게 신호탄이 됐는지도 모르죠.”
새 아다만티움 전함에 초월체들은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짐작했을지도 모르지. 결국 그것은 그 들의 규합을 불러왔고, 바로 지금 상황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막아낼 수 있을까요?”
“막아내야만 합니다.”
나는 지상을 바라본다. 무적 필드 의 지속 시간이 풀렸고, 다시 전투는 시작됐다. 거대한 뱀 모양의 거대한 초월체가 안드로이드 로봇들을 닥치는 대로 박살 내고 있었다.
애석하게도 안드로이드 로봇의 플라즈마 광선은 껍질을 꿰뚫지 못했다. 내가 명령을 내리자 아다만티움 전함의 주포 문이 열린다. 뱀 모양 의 초월체를 향해 주포가 일제히 발사된다.
쾅! 쾅!
폭음과 함께 두 개의 아다만티움 전함의 주포가 지상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다.
그 포격 속에서 뱀 모양의 초월체는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사망. 그러나 그 여파에 휘말린 안드로이드 로봇들 역시 잃어버렸다.
살아있는 기계에 의해 회복될 수 없이, 영영 파손이었다.
물론 안드로이드 로봇이야 다시 보충이 가능하니 실행하긴 했지만, 뼈 아픈 손실일 수밖에 없었다. 저쪽의 전력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파악하 지 못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초월체는 고작 하나가 끝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괴물 같은 초월체들이 각지에서 출현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전장이 그런 식이었다. 아다만티움 전함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밀거나, 밀리고 있는 상황.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것만은 명백했다.
그 사이, 몇몇 초월체들은 도시 코 앞까지 침입했다. 플라즈마 센트리 건들이 불을 뿜고, 대공포들이 초월 체들에게 발사됐지만, 그들은 기어 코 도시의 장벽을 넘어서는 데까지 성공했다.
안에 있는 안드로이드 로봇들과, 그리고 거주민들과 전투가 벌어졌다. 아담과 이브 프로젝트를 통해 군인이 되기를 택한 거주민들은 초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안드로이드 로봇에 탑승한 채로, 초능력을 사용해 초월체들을 상대했다. 물론 상대가 상대인지라, 그들의 초능력은 통하지 않았지만.
1시간, 2시간, 3시간… 나는 전장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전장은 여전히 밀렸다. 게다가 창기사의 존재를 염려해서 쉽사리 플라즈마 방출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우리 쉘터는 그야말로 궁지에 몰린 쥐였다. 나도, 퀸도 알고 있었다.
이렇게 대규모로 몰려온다면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라는 걸. 그런 상황을 대비해 ‘그’에게 얻어냈던 것이 었지만… 사실 별로 쓰고 싶은 방법 은 아니었다.
일단 성공확률이 미지수였고, 이 세상에 어떠한 부작용이 미칠지 모르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마스터, 명령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쉘터 전체에 플라즈마 쉴드, 에너지 쉴드를 가동해.”
이런 상황을 대비해 장벽 전체에 쉴드를 사용했다.
지금 우리 쉘터에 있는 플라즈마 생성기의 개수는 수십 기에 달한다. 우주 경매장에서 사 모은 것에, 시리우스 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것, 내가 직접 제조한 것들 등등.
그 탓에 우리 쉘터가 보유하고 있는 플라즈마 보유량은 넘쳐흘렀다. 애초에 수만 기의 안드로이드 로봇 들에게 일일이 플라즈마를 제공하고도 남을 정도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쉘터는 그런 플라즈마를 ‘한동안’ 사용하지 않고 모아뒀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카시오페아 기프트’
카시오페아 사에서 만들어낸 핵미 사일. 인공지능 에반에 의해 보호되 고 있던 카시오페아 사의 비밀 병기. 나는 모우린을 통해 핵 발사실 의 위치를 알아냈고, 보호하고 있었다.
혹여나 언젠가 필요해질지 모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핵 발사는 실패할 수 있다. 게임상에서는 핵 발사를 할 경우, 실패해서 아예 게임 오버가 됐었다.
그리고 나는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플라즈마를 모아놨다. 핵의 후폭풍을 플라즈마 쉴드를 통해 막아내기 위해서다. 그그!나 그것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나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결단을 내려야만했다.
아다만티움 전함이 두어 대만 더 있다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쉘터가 보유한 전력으로 저 많은 초월체들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시나리오 : 종막을 실행하겠습니다.」
섣부른 결정은 아니었을까, 내 선택이 잘못된 선택은 아닐까, 더 나은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수많은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감돌았지만, 나는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말없이 쯔쉬안의 손을 붙잡았을 뿐이다. 그리고 천천히 발사대 의문이 열리고, 거대한 로켓들이 하늘을 향해 일제히 날아올랐다. 그리고…
날아오른 로켓들은 설정된 좌표대로 궤도를 그리며 지상을 향해 내리 꽂혔다.
슈우우욱. 펑! 귀를 먹게 만드는 굉음과 함께, 곧 지상이 정적으로 물들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멀게 만들 강렬한 빛과 함께.
하지만 나는 눈을 감지 않고, 그 모습을 똑똑히 쳐다봤다. 이 인간이 가진 최후의 병기 앞에서 초월체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핵폭풍은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갔다. 아다만티움 전함 역시 거칠게 흔들렸다.
플라즈마 쉴드와 에너지 쉴드들 역시 아예 벗겨져 버렸다. 나는 도시를 바라봤다. 도시에 둘러진 플라즈마 쉴드는 다행히도 원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쯔쉬안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