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235
237화
안드로이드 로봇들과 좀비들의 전투가 시작됐다. 좀비들이 기세 좋게 달려들었지만, 우세한 쪽은 당연하게도 박시현이 소환한 안드로이드 로봇들 쪽.
레전더리 기체인 올림푸스를 앞세 웠으니, 그들이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올림푸스에 탑승한 채로 박시현 은 달려드는 최종 진화체를 향해 가볍게 주먹을 휘두른다.
그의 능력치에 비례하는 올림푸스 의 능력은 과연 괴물이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였다. 그의 주먹에 닿은 순간 최종 진화체의 얼굴이 기괴하게일그러지더니, 그대로 폭죽처럼 터져버린다.
다른 최종 진화체들이 단체로 달라 붙었지만, 올림푸스의 플라즈마 쉴 드에는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게다가위협 사격을 하며 거리를 좁혀오는 헤라클레스들 역시, 그들에겐 위협적이었다.
결국, 최종 진화체들은 하나둘씩 도망치기 시작했다. 박시현은 그들이 도시로 퍼진다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다닐 수 있을지 알고 있었다.
최종 진화체. 적어도 70레벨은 넘어야 상대가 될까 말까 한 괴물들이 었으니까. 어지간한 초능력자는 오히려 그들에 의해 먹혀버릴 가능성 이 높았다.
초능력자 좀비가, 좀비 군단이 탄생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만약 나 타샤나 드숀 같은 초능력자가 좀비 가 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조차 막지 못할 재앙으로 이어쩔 수 있다.
생각을 이어나가던 그는 방패를 들었다.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있을 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방패는 날아드는 좀비의 주먹을 막아낸다. 놀랍게도 방패가 찌그러졌다.
무려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진 방패가 말이다.
그는 주먹을 휘두른 좀비가, 그가 본능적으로 ‘평범한 좀비’가 아니라 느꼈던 그 좀비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잠깐의 정적 후에 좀비가 입을 열었다.
“무슨 난이도가 이따위야?”
좀비에게 흘러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힘들 한마디.
박시현은 아까 들었던 말이, 그의 착각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아마, 저 좀비는 이 세상을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게임 속에 빠졌던 모습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그는 갑자기 가슴이 쓰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갑자기 담배가 당기는 것을 느꼈다.
대체 이 현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 지고 있는 거란 말인가. 그의 거대한 로봇 손에 잡힌 좀비가 익살스러운 얼굴을 지어 보이며 물어왔다.
“넌 이름이 뭐냐? 다음 판에는 반드시 죽여줄 테니까.”
“내 이름은…”
박시현이 대답을 하고, 그의 말에 무언가 대꾸를 할 찰나였다. 검기가 날아들어 그의 목을 베어냈다. 잘려 나간 그의 목이, 서걱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다.
잠시 동안 박시현은 잘려나간 그의 목을 허망하게 바라본다. 그의 머리는 잘려나간 채로 눈을 껌뻑거린다. 하지만 이내 사르르, 한 줌의 먼지 가 돼서 사라지고 말았다.
뒤에서 드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현! 괜찮아!?”
“드숀….”
대체 왜 죽인 거냐고 따져 묻고 싶었던 그였지만, 그는 이내 목소리를 삼켰다. 그의 입장에서는 나타난 좀비를 처치했을 뿐이니까.
이 도시에 떨어진 좀비는 지금 이 좀비들뿐만이 아니었다. 아까 떨어 진 운석 조각은 한 개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운석들에도 좀비들이 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지금 이 도시는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들의 가족들, 친구들, 친척들…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그는 느릿느 릿하게무전기로 손을 뻗는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현, 도시 여기저기에 좀비들이 출몰했어요. 도움이 필요할 거 같아요.」
급한 듯, 급하지 않은 나타샤의 목소리.
“알겠습니다.”
박시현은 눈을 감는다. 하나하나 느껴진다.
그가 빚어낸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그의 명령 하에 로봇들은 끊임없이 기계 도시를 만드는 한편, 전투용 안드로이드 로봇들을 제조했다.
그리고 그렇게 제조된 전투용 안드로이드 로봇들은 박시현의 의지에, 로키의 의지에,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수백 대의 전투용 안드로이드 로봇 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 * *
하늘에서 수없이 운석이 떨어져 내 렸고, 서울에 있던 시민들은 크나큰 피해를 입어야만했다. 그것은 박시 현이 자취하던 건물이라 한들 예외는 아니었다.
건물에 있던 사람들은 그나마 운이 좋았다. 집주인인 노수현의 말을 듣 고 빠르게 대피한 탓에,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뒤가 문제였다.
끊겨버린 전기. 천장에서 떨어지는 잔해들, 게다가… 폐허가 된 도시를 배회하기 시작한 좀비들.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숨어서 벌벌 떠는 것밖에 없었다.
노수현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초능력자들이 이 위기를 구 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봐선 그들이 구하러 오기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였 기 때문이다.
“어떻게, 어떻게 하죠?”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몰라, 나라고 방도가 있겠어? 숨죽이고 기다리면 그래도 초능력자 들이…”
다음 순간, 지하실 창 너머로 눈을 힐끔거리던 그녀는 숨죽인 채로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좀비의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쪽을 봤을까? 못 봤어야 하는데…
그때, 창 너머에서 인간의 목소리 가 들려온다.
“거기, 누구 있나요?”
젊은 여성의 목소리.
“사, 사람이다?”
사람들의 표정이 환해진다. 자신을 구하러 온 초능력자 아닐까? 그들은 이 절망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찬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노수현의 표정은 어둡기 그 지 없었다.
‘주변에 있던 좀비들은? 놈들을 죽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그렇다면 저 목소리의 주인은 좀비 들 한가운데에서있었다는 이야기 가 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주변에 좀비 들을 무시하고자신들에게 말을 걸 정도로 대단한 초능력자였다면, 좀비들부터 먼저 처치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특수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기라도 한 걸까? 그런 초능력은 듣 도 보도 못했는데.
“이리 나와 봐요. 좀비들은 제가 모조리 처치했으니까.”
“어, 어떻게 할까요?”
명문대에 다니는 202호 자취생의 물음에, 노수현은 지하실 창을 오히려 꾹 닫으며 말했다.
“가지마.”
“하지만 누가 봐도 사람 목소린 데?”
플레이어들의 말에 의하면 별의별 좀비들이 다 존재한다고 했었다. 그중 사람 목소리를 내는 좀비가 없으 리란 법은 없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창 너머에서 또다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안 나오시면 그냥 갈 거예요. 시간도 없는데 빨리 나와요.”
그녀의 말에 몇몇 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빨리 나가야 되는 거 아니야?”
“우리 나갈게요.”
“아냐, 못 나가.”
“우리만 내보내 주세요.”
노수현은 망설이는 듯한 얼굴을했다. 의심스럽다. 의심스러워도 너무 의심스럽다. 그녀는 결국 반쪽짜리 해결책을 내놨다. 문을 열고, 그녀는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대신 목소리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목소리의 정체를 확인한 그녀의 입이 벌어진다. 그녀의 예순다 섯 인생에 있어서 그보다 입이 크게 벌어졌던 적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무언가 소리 가 새어 나오기도 전에, 길쭉한 손은 그녀의 머리를 붙잡았고, 그대로 잡아 당겨지고 말았다. 마치 무 뽑 듯, 너무나도 쉽게 머리가 뽑히고 말았다.
머리를 잃은 시체에서는 피가 흘러 나온다. 바닥을 철철 적시는 핏물,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 목소리의 정체는 기분이 좋은 듯, 흥흥거리면서 중얼거린다.
“두더지 게임 존나 개 꿀잼이네.”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지하실 내부는 삽시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해 버렸다.
“비명 지르지마. 흥분되니까.”
「직업 경험치가 상승합니다.(1인 파티 보너스 +150%)(첫 시민 처치 보너스 +300%)」
목소리의 정체는 떠오른 메시지를 천천히 닫았다. 그때, 그녀는 뒤를 돌았다. 순간적으로 그녀는 벙찐 얼굴을했다. 그녀의 뒤에는 다름 아닌 거대한 로봇이 있었으므로.
* * *
나 역시 올림푸스를 탑승한 채로 직접 움직였다. 도시 곳곳에는 좀비 들이 가득했고, 나는 그들을 어렵지 않게 소탕할 수 있었다.
내 자취방 근처에 돌아왔을 때 아까의 좀비와 마찬가지로 ‘평범하지 않은’ 좀비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금발의 좀비는 집주인의 머리를 들고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나는 내 가슴 위로 무언의 감정이 복받치는 걸 느꼈다. 확인한 즉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나를 봤다. 그녀의 동공이 커진다.
그러나 내 주먹은 이미 그녀의 머리에 휘둘러졌다. 퍽! 금발의 좀비는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져서, 벽에 강하게부딪히고 말았다.
“뭐, 뭐야?”
나는 느릿느릿하게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넌 뭐지?”
그녀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뭐, 네임드 NPC인가? 뭐야, 뭐 초반부부터 이런 괴물이 나와?”
“이 세상이 게임인 줄 아나 본데.”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세상은 게임 같은 게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설정 잘 만들었네. 하마터면 감성 팔이에 넘어갈 뻔했잖아?”
그녀는 이죽거렸다.
“그래 봐야 너희들은 데이터 쪼가리에 지나지 않아.”
말없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입을 벌렸다. 캬아아아. 머리를 강하게울리는 괴성. 그러나 나는 이내 견뎌낸다. 패러사이트 퀸의 정신 공격도 버텨낸 적 있는 나다.
나는 그대로 벌어진 그녀의 입을 향해 주먹을 집어넣었다. 펑! 폭음과 함께 그녀는 볼썽사납게 뒤로 나가떨어진다. 나는 머리가 반쯤 너덜 거리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대체 이런 괴물이 초반부터 왜 나오는 거냐고. 날 죽여, 다음 판 하면 그만이니까.”
그녀는 웃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게임’을 하고 있는 거라면, 이것은 그저 게임에서의 죽음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렇게 태연한 것이겠지.
그러나 내게, 이것은 게임이 아닌, 현실이다.
– 월세 없으면 다음 달에 내라.
무심한 듯 나를 생각해주던 집주인을 죽인 그녀를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지만, 나는 가까 스로 억눌러야했다. 보아하니 저쪽 은 이쪽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반대로, 이쪽은 저쪽을 잘 알지 못 한다. 정보를 캐내야 한다. 나는 숨을 몰아쉬고는, 금속 생성과 금속 변형을 응용해 그녀를 가둘 감옥을 만들었다.
“나는 로그아웃하면 그만인데?”
그녀는 나를 비웃으며 말했다.
“로그아웃할 수 있으면, 해보시든 가.”
나는 말없이 그녀의 머리에 주먹을 날렸다. 퍽. 호쾌한 소리와 함께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과연 로그아웃할 수 있나, 보자고.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