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246
248화
우리 쉘터가 보유한 아다만티움 전함의 숫자가 열두 기를 넘어설 때 쯤, 나는 박민정의 세계의 아포칼립스를 종식시키고자 마음먹었다.
초월체들이 모였다 한들 고작 아다만티움 전함 한 기를 감당하지 못했었다. 하물며 내가 지금 끌고 온 아다만티움 전함의 숫자는 무려 여섯 기에 달한다.
초월체들은 거칠게 저항했지만, 아다만티움 전함 앞에서 그저항은 무 의미한 것에 불과했다. 불과 30분 만에, 인근 수십 킬로미터에는 핵이라도 직격당한 마냥 거대한 구덩이 가 팼다.
물론 그 위에 있던 초월체들이 흔적 없이 자취를 감췄다는 건 더 말 해봐야 입 아픈 사실이었다.
「대체 이렇게 많은 전함들이 어디 서…! 이럴 순, 이럴 순 없어!」
이세계의 바라가쉬 남작이 이쪽을 올려다보며 부르짖었다. 진화라도 한 건지 그는 우리 세계의 바라가쉬 남작보다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그 역시 아다만티움 전함 앞에서는 평등했다.
「플라즈마를 방출하겠습니다.」
“응.”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전함의 끄트머리에 강력한 에너지가 뭉치기 시작한다. 플라즈마 방출. 초기 전함 의 데미지가 2만이었던 데 반해 그 데미지는 그 두 배인 4만.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곧 그분들이 오실 거다!」
그는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분들이 라…’
그동안 나름 떡밥이 있긴 했었다. 그는 이것이 단순한 재앙이 아닌 진 화의 산물이라고 했었지. 뿐만 아니라, 헤이든의 말에 따르면 그가 모 시는 신적인 존재도 있다고 했었다.
신적인 존재가 누굴까… 한때는 깊 게 생각해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의 말을 더 듣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별로 영양가 없을 테니까. 그의 부르짖음은 곧 플라즈마 방출에 의한 폭발음에 집 어 삼켜지고 말았다.
그의 몸 역시 흔적도 없이 갈기갈 기 찢어졌다. 옆에 있던 다른 초월 체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결말을 맞이했다.
「정화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계 전체를 정화하는데 얼마나 소요될까. 정확히는 몰라도 아다만티움 전함 세기일 때 두 달 정도 걸렸으니, 이 세계에서는 한 달 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걸로 박민정의 세계의 아포칼립스는 끝났다. 뭐, 아직 끝난 건 아니라지만, 예정된 결말이므로 사실상 끝난 것과 다를 건 없었다.
이 세계의 거주민들은 마치 우리 세계의 거주민들처럼 기뻐했고, 쯔쉬안의 이름을 찬양했다. -쯔쉬안 의 이름을 찬양하는 이유는 이 모든 공로를 그녀의 이름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에게서 눈길을 돌리고, 방금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직업 레벨이 149로 상승했습니다.」
내 직업 레벨은 149로 상승했다.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는데,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내 주위에 있는 아다만티움 전함들은 내가 직, 간접적으로 제조한 것들이다.
전함들이 공격해서 죽인 좀비들, 초월체들의 경험치가 내게 들어온다. 게다가 다른 플레이어들이 떨어져 있으니 그 경험치를 모조리 나 혼자 ‘독식’한 셈이다.
뭐, 그걸 감안하더라도 149는 말도 안 되는 레벨이었지만.
그동안 여러 스킬들을 습득했다. 일반 스킬 강화, 1차 궁극기 강화, 2차 궁극기 강화… 살아있는 기계와 기계 군주가 강화되니, 내가 제조한 기계는 더욱더 강해졌다.
가뜩이나 사기였던 내가 더욱더 사기가 된 셈이다.
뭐, 사실 워낙 레벨이 높아져서 그런지 이제는 레벨이 올라도 별 감흥 은 없다. 다만 궁금할 뿐이다. 다음 ‘스킬’은 무엇이며, 대체 언제나올까? 150? 160? 170?
‘설마 200레벨은 아니겠지.’
무려 두 개 세계 초월체들의 경험치를 독식하다시피 했음에도 내 레벨은 149다.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필요 경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는 걸 감안한다면, 아직도 200은 그야말로 머나먼 이상향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렇게 계속 다른 세계를 찾아 나간다면, 그 세계에 있는 좀비들과 초월체들을 죽일 수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나는 다시 내 세계로 돌아왔다. 건너오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보라색 빛으로 일렁이는 포탈. 얼마 전에 생성된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포탈이었다.
어떤 세계인지는 모르고, 아직 불안정해서 그저 무인 드론을 날려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곧 알 수 있으 리라. 포탈을 바라보던 나는 고개를 돌렸다.
Gl=G
하늘에서 거대한 우주 전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전함이 아닌, 외계인들의 전함. 우주 경매장에서 마주쳤던 엔젤족의 전함이었다.
우주 경매장에서 나를 마주친 그들은 직접적인 거래 요청을 해왔고, 나는 그거래를 받아들였다. 전함의 재료 및 설계도, 그리고 파츠를 강화할 수 있는 설계도를 받는 조건이었다.
뭐, 이렇게 직접 함선을 타고 등장한 건 처음이지만 말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한 건 아니지만, 최근 늘어난 함선으로 인해 정거장을 넉넉히 지어놨기 때문에 그들의 함선을 수용할 공간은 충분했다.
‘그때는 그렇게 커 보였는데.’
나는 우주 경매장에서 봤었던 엔젤 족의 함선이 거대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함선은 지금 우리가 만든 함선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작아 보였다.
“마치 재앙 속에서 피어난 한 줄기 꽃 같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선조들 께 많이 들었습니다. 뵙게 돼 영광 입니다.”
“반갑습니다.”
엔젤족의 대표자는 내게 손을 건넸고, 나는 그의 손을 맞잡았다.
“약속한 보수는 곧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상단의 대표답게 우주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알고 있었고, 그와 나누는 대화는 몹시 흥미로웠다.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시리우스 성의 좌표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내 말에 엔젤족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리우스성의 좌표. 분명 우리 엔 젤족은 그에 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혹시 무슨 목적으로 물어보시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내가 죽기 전에 들었던 헤이든의 부탁.
위기에 빠진 시리우스성을 구해달 라는 그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였다. 뭐, 엄밀히 말하면 순수하게그 의 부탁을 들어준다기보다는 그 팥 고물도 빼먹을 겸 겸사겸사였지만.
– 찬란한 시리우스성에는 물자들 뿐만 아니라 설계도가 상당히 많네. 자네들의 함선의 동력 기관도 대단하긴 하지만, 그보다 발전된 동력 기관의 설계도 역시 말이야.
“최근 정보원에게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시리우스성의 상태는 좋지 않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성인들은 목숨을 잃거나, 재앙에 감염됐고, 남 은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만약 워프 게이트를 열 시 에, 이 세계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후우우우.
강렬한 바람이 그의 몇 가닥 안 되는 머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는 어느새 내가 아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입이 자연스레 벌어진다.
나 역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다만티움 전함이 속속히 도착하고 있었다. 한 대도 아니고, 여섯 대전 체가. 이쪽 세계에서 순찰을 나갔다, 불러들여 도착하는 것들이었다.
“대체 어떻게 저렇게 많은…”
엔젤족의 입이 떡 벌어진다.
아다만티움 전함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연히 알고 있었을 테지만, 그 숫자가 저 정도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을까. 저 세계에 아다만티움 전함 여섯 대가 추가 로 더 있다는 걸. 게다가 지금 건조 되는 전함의 숫자가 한 대도 아니고 무려 세대라는 걸.
나는 흩어지는 머리를 고치면서 생각했다. 시리우스성의 재앙이 어떤 재앙인지는 몰라도, 지금의 우리 쉘터라면 충분히 감당 할 수 있으리라.
헤이든은 집무실에 앉은 채로 차를 들이켰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참 마음고생을 참 많이했다. 박시현의 사후, 그는 같은 시리우스인들에게 무척이나 시달렸기 때문이다.
– 헤이든, 우리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 맞소?
– 헤이든, 약속과 다르지 않소?
등등. 멱살을 안 잡아서 다행이지, 그에게 엄청난 폭언을 퍼부었던 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는 그들이 그러는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이해하려 애썼다.
몇몇 행동주의자들은― 그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칭했다- 당장이라도 폭동을 일으키려 했고, 실제로 성도에 있는 모우린과 접촉하거나, 그밖에 반란분자들과 접촉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이들은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때로는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해가면서 까지 그들을 만류했다.
이런 그에 대해 행동주의자들은 몹시 불만이 많았지만, 아직까지도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무사히 막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정확했다.
박시현은 부활했다. 그리고 퀸은 그의 의지하에 반란분자들을 축출 해내기 시작했다. 관련된 수많은 이들이 지하 감옥에 갇히거나, 목숨을 잃었다.
개중에는 시리우스인들도 제법 섞여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리우스인들은 그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박시현은 그를 도와 시리우스성을 구원해주겠다고했다.
사실 정작 이야기를 꺼냈던 헤이든 도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는 바깥에 떠다니는 아다만티움 전함들을 바라본다.
시리우스성에서 가끔 보곤 했던 광경을 설마 이 지구에서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기 야 당연하다. 시리우스성에서도 전함은 특수 전력에 들어갔으니까.
하물며 이 반쯤 멸망했던 지구에서…
단단한 콘크리트를 뚫고, 한 송이 꽃이 피어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그는 새삼스레 박시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저 정도의 전력이라면 충분히…’
아니, 방심은 이르다. 자신의 고향 인 시리우스성 역시 전함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멸망했던 걸 생각하면 변종들 중에 전함을 부술 수 있는 변종이 있음이 틀림없다.
‘그런데 아무리 변종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그는 하밀리온 타일런트를 떠올렸다. 분명 엄청나게 강력했던 건 맞 지만. 그런 녀석이 떼거리로 있다고해서 전함에 위협이 될까? 하고 묻 는다면 그건 결코 아니었다.
초월체들 중에는 하밀리온 타일런트 이상의 괴물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런 초월체들을 단신으로 쓸어버린 것이 바로 저 아다만티움 전함이고.
하물며 한 대도 아니고, 열 대도 넘어간다면…
‘어쨌거나, 빨리 넘어가고 싶구나.’
그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들뜨는 걸 느꼈다. 바로 그때였다. 치지직. 그의 옆에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그는 떨떠름한 얼굴로 옆을 바라봤다.
이내 사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도 익히 알고 있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다름 아닌, 바라가쉬 남작이었으니까.
헤이든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미 죽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박시현과 퀸의 말에 의하면 그는 아즈사라는 창기사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했다. 설마 그런 그 가 살아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치 못했던 그였다.
‘아니, 어쩌면 다른 세계의 바라가 쉬 남작일지도.’
평행세계를 알고 있는 이상, 그 또한 염두에 둬야 한다. 바라가쉬 남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신수가 훤하군, 헤이든.」
헤이든 역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