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247
249화
니하타의 세계에서 나타샤는 어렵지 않게 시나리오 7까지 캐리하는데 성공했다. 그 와중에 100레벨에 도달한 그녀는 염동력 상위의 힘인, 신력을 습득하면서 한층 더 강해졌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초월체들을 상대하는 일에는 애먹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박시현이 초월체들을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뒷받침 해주는 쉘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쉘터 아포칼립스와 이 세계의 쉘터를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원시인과 현대인의 차이라고 할 정도로 크나큰 차이가 났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초월체들을 상대하지 못하니, 그녀는 초월체들을 홀로 상대해야만 했고. -그나마 그 들 중에 니하타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긴 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그것은 그녀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설령 이긴다 하더라도 그사이에 다른 초월체가 쉘터를 급습한다면 쉘터는 꼼짝없이 멸망해 버릴 수밖에 없으니까.
쉘터가 멸망해버리면 그녀가 싸우는 이유가 사라지게 되니까.
“누나, 좀 쉬어요.”
그녀를 염려하는 니하타의 말에 나 타샤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쉴 수 없어.”
나타샤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그녀는 한계에도 달해 있었다. 육체적 피로감은 조금 도 느끼지 못했지만, 정신적 피로감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내가 미쳐버릴지도.’
장벽 위에 선 채 그녀는 도시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초월체를 바라본다. 장벽 위로 당장이라도 넘어올 수 있을 만큼 그 몸집이 거대한 초월체.
단순히 존재만으로 그녀에게 크나 큰 부담감이 됐다. 일전에 한 번 붙었지만, 그때 승리는커녕 오히려 패배만 기록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이라면 다르긴 하겠지만…
그때였다. 무언가 그녀의 눈에 번 쩍였다. 팅. 그녀는 순간적으로 방어 막을 사용해 무언가를 튕겨냈다. 무언가의 존재를 확인한 그녀의 눈에 의문이 어렸다.
‘납탄?’
하지만 그녀는 오래 바라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방금 전까지 어슬렁 거리던 초월체가 느닷없이,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빠른 속도로 이쪽을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입을 앙다물고, 신력을 사용했다.
황금색 빛은 달려들던 거대한 초월 체의 진격을 막아선다. 거대한 초월 체의 몸이 들썩거린다. 하지만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든다는 것은 어림 도 없고 단순히 막아서는 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퍽! 연약한 부분이 하나하나 터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때. 팅! 또다시 납탄이 그녀를 향해 날 아들었다.
날아온 방향, 북서쪽 260도, 거리는 대략 l0km로 추정. 그녀의 눈은 어느새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 희끗한 형체가 어린다.
‘사람?’
그것은 다름 아닌 처음 보는 인간.
‘거너다.’
그녀는 이내 그것이 플레이어라는 걸 깨달았다. 하기야, 플레이어 이외에 10km 밖에서 탄환을 발사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 리 없다. 그런데 이 세계의 플레이어가 아니다.
거너는 진즉 다 죽어버렸으니, 당연한 말이지만.
하기야, 박시현은 말했었지. 자신처럼 시공의 증표를 통해 게임 세계를 넘어 다닐 수 있는 플레이어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아마 그렇게 넘어온 플레이어인 모양이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었다. 그들이 자신들에게 호의적이라면 모르겠지만, 적대적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자신을 노려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히 죽, 이내 그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다음 순간 불빛이 번쩍였고, 탄환 은 어김없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초월체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거대한 주먹을 그녀를 향해 휘둘렀다. 그녀는 방어막을 사용했지만 동시에 둘이나 신경 쓸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형편은 좋지 못했다.
탄환을 막아냈지만, 주먹은 막아내지 못했다. 방어막은 부서졌고, 그녀는 그대로 주먹에 맞아 장벽 아래로 떨어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득한 고도에서 떨어지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이대로 끝나는 걸까. 죽는 걸까. 그때 그녀의 눈에 하늘 의 보라색 고리가 눈에 들어왔다.
‘저건…’
얼마 전, 하늘에 보라색 고리가 생겼다. 거주민들은 그 현상이 신기하다면서, 관측하기도 했었지. 자신 또한 한 번씩 보곤 했었지.
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잃고 보기도 했었지만 한편으로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보라색 고리 가 원래 저렇게 컸었던가?
이내, 그녀는 그것이 단순한 기후 현상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말았다. 보라색 고리 너머에서 거대한 무언 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저게 뭐야?’
거대한 전함의 끄트머리였다.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전함의 꼬트 머리에서 작은 점이 떨어져 내린다. 그녀는 신력을 통해 지상에 착지한 채, 그 점을 또렷이 바라봤다.
이내,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가 다름 아닌… 박시현이었기 때문이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박시현이 바로 이곳에 등장한 것이다.
초월체는 울부짖었고, 이름 모를 거너는 통탄했다. 그가 타고 등장한 아다만티움 전함은 세계 전체를 씹어 먹을 정도로 강력하디 강력한 전함들이었다.
게다가 전함은 심지어 한 대가 아니었다. 도합 일곱 대의 전함들은, 등장하자마자 초월체를 향해 아낌없는 포격을 퍼부었다. 이 우로스-라는 이름의 초월체는.
그 크기만큼 강인한 체력과 내구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전함의 포격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했다. 에너지 쉴 드가 발동했지만, 채 0.1초도 버티 지 못했고 끝끝내 폭발에 휩싸이고 말았다.
‘거 너인가.’
박시현은 나타샤와의 재회에 반가워할 새도 없이, 장벽 너머 황야를 쳐다봤다. 이름 모를 거너는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소형 드론에 탑승한 채로 그곳으로 향했다.
그는 여전히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같은 플레이어를 습격하다니. 당신의 정체는 뭐지?”
“나? 나, 말인가? 나는… 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한 구원자다.”
어설프게 웃던 그는 어느새 손에 블랙홀 건을 들고 있었다. 스치는 것만으로 어떤 생명이든 앗아갈 수 있는 거너의 무기.
그러나 채 발사되기도 전에, 아다만티움 전함이 그에게 자동포격을 가했다. 인간의 손보다 기계의 판단 은 빨랐다. 순식간에 일대가 쑥대밭 이 돼버린다.
그는 그 포격 속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박시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를 바라보다가,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바라가쉬 남작이 나타났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자신의 세계의 바라가쉬 남작은 틀림없이 전쟁에서 죽었으며, 박민정의 세계의 바라가쉬 남작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나타난 바라가쉬 남작은 대체 뭐란 말인가? 클론? 아니면 정교한 홀로그램? 아니, 그는 양쪽 다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다른 게임 세계의 바라가쉬 남작일 것이다. 하지만 NPC가 자의 적으로 게임 세계를 건너다닌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개입했겠지.
그는 그것이 아즈사와 같은 플레이어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의문이 남긴 하지만…’
그는 하늘을 바라본다. 그가 탑승한 메인 전함 이외에, 연이어 출현 하는 아다만티움 전함들은 망설임 없이 포격을 가했다. 아마도시 근처의 초월체들을 향해서겠지.
그 역시 소형 드론에 다시 올라탄 채, 세계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니하타의 세계를 구하고, 세계를 병 합할 시간이다.
* * *
헤이든은 테이블에 앉은 채, 담담하게 바라가쉬 남작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게임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일 뿐이다라…’
그는, 불쑥 나타나서 한 그의 말을 허무맹랑한 소리라 여겼지만, 동시에 그는 어쩌면 그것이 한없이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지구에서 박시현이 없었다면, 지구는 결국 멸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수많은 평행세계의 지구. 그 속에서 살아남는 지구는 극소수에 불과했을 테니까.
‘게다가 전 우주로 확장하게된다면…, 그는 하늘을 바라봤다. 시리우스성 이 빛나고 있었다.
대낮이었지만 그는 또렷하게 바라 볼 수 있었다. 그 아름다운 광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당장에라도 빨려들어갈 것 같지만 그는 시리우스 성이 재앙에 의해 휩쓸렸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재앙의 징조, 그 정체는 어쩌면…’
* * *
그로부터 정확히 삼 개월가량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 쉘터에 생겨난 포탈은 열두 개였다. 박민정의 세계, 니하타 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모두 다 플레이어들의 세계였으며, 우리는 그들의 세계의 구원을 마쳤다.
그들의 세계에서 바하라 광산 및 여러 보물들을 얻을 수 있었으며, 아다만티움 전함의 숫자도 오십대로 훌쩍 늘어났다.
말이 오십대지, 하나만 해도 초월체들을 씹어 먹을 수 있는 괴물들이 무려 오십대라는 소리다.
거기다가 이번에 엔젤족에게 받은 특수 재질의 갑판으로 한층 더 강화하게된 걸 생각하면. 마음만 먹는 다면 행성 하나를 박살 낼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전력을 가지게 된 셈이다.
「직업 레벨이 …로 상승했습니다.」
180레벨을 넘어선 순간부터 직업 레벨은 더 이상 무의미했다. 꾸준히 능력치야 오르고 있었지만, 새로운 스킬은 떠오르지 않았기에 이게 끝 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현, 무슨 생각해요.”
“내일, 시리우스성으로 향하지 않습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 어떤 위협이 닥친다 하더라도 시현은 잘 해낼 거예요.”
쯔쉬안은 내 손을 잡고 말했다. 나 역시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그녀의 따스한 온기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저 하늘에 빛나는 시리우스성에서 나는 무언가가 나를 강렬히 부르는 것을 느꼈다.
‘이제 마지막이다.’
“그리고 제가 따라가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전함이 오십대라고 하지만, 시리우스 성 내에 나타난 좀비들이 얼마나 강력한지 나는 모른다. 뭐, 좀비 들이 강해 봐야 얼마나 강하겠냐는 생각을 내심 품고 있긴 하지만.
사람 일이란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하지만 쯔쉬안은 그런 내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시현 역시 그런 위험한 곳으로 향 한다는 말이잖아요. 못 가게 막아도 돼요?”
아니, 나는 없으면 안된다. 내가 안 가면 그만큼, 전함의 위력이 약해지니까. 나는 단숨에 재앙을 끝내 버릴 생각이었다. 내 대답을 알아챘 는지, 그녀는 웃으며 내 손을 꼭 쥐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지킬 거예요.”
그녀의 어깨에서는 어느새, 거대한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엔젤족의 날개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날개가. 내 레벨이 180레벨에 육박했듯, 그녀의 레벨 역시 140레벨을 돌파했다.
“그러면 쯔쉬안만 믿겠습니다.”
그녀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리우스성으로의 포탈이 열리기 하루 전의 일이었다.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