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253
255화
의미심장한 얼굴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이내 손을 움직여, 창을 뽑았다. 그의 손에 닿은 창이 바스스 가루로 변해 아래로 떨어진다.
금속 분해를 통해 아마 분해해버린 것이리라.
그가 손을 내릴 찰나, 이번에는 한 줄기 빛이 그에게 날아들었다. 빛은 정확히 그의 어깨에 명중했다. 팅! 그의 몸에 맞은 빛이 지면에 튕겨져 나간다.
빛의 정체는 다름 아닌 탄환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박시현을 닮은 터미네이터 같은 놈을 조지면 되는 거 맞지?”
내 뒤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맞는 거 같은데?”
흑인 여자가 머리를 쓸어 넘기고 는, 입을 열었다.
조금 머리색이나 머리 모양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녀는 틀림없이 알 리샤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 그녀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흑인 남자는 다름 아닌 드숀.
“잘 지냈냐?”
“고작 저런 터미네이터 같은 놈 만나서 고전하고 있는 거냐? 이 몸이 보여주지.”
고작 저런 터미네이터 같은 놈? 나는 어이없어서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드숀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대검을 들었다. 그의 손이 가볍게 수직으로 움직였고, 대검에서 생긴 거대한 검기가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펑!
검기는 그의 몸을 베었다. 아니, 베는 듯했다. 정확히 말하면 베기 직전 보라색 쉴드가 생겼고, 그는 검기를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뭐, 뭐야?”
“이래서 비실한 남자는 싫다니까?”
알리샤가 쓰게 웃으며, 플라즈마 건을 겨눴다. 플라즈마 건의 모양이 변하기 시작한다. 검은 구체를 품고 있는 거대한 총. 블랙홀 건.
무엇이든 뚫어버릴 수 있는 거너의 2차 각성기.
그녀의 총에 맺힌 검은색 구체가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검은색 구체는 앞에 있던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그 크기를 키웠다.
“넌 이제 뒤졌어.”
그녀는 자신만만하게중얼거렸다. 하지만 나는 회의적이었다. 블랙홀 건. 분명 좋은 스킬인 건 맞다. 제대로만 맞힌다면 보스도 골로 보낼 수 았으니까.
하지만 상호 공격 금지 기능을 뚫을 순 없다.
블랙홀 건의 위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결국 이 세계의 법칙을 거 스를 수는 없으니까. 그를 집어삼키는 듯했던 거대한 블랙홀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뭐, 뭐여.”
어찌나 당황했으면 구수한 사투리 같은 언어를 구사하는 알리샤. 나는 쓴웃음을 흘리며 그녀에게, 그들에게 말했다.
“알리샤, 그리고 여러분, 녀석은 상호 공격 금지 기능을 사용합니다.”
“그게 무슨?”
“그러면 어떻게 뚫으라는 거야?”
대번에 내 말을 이해한 나타샤의 물음에 나는 그를 쳐다봤다. 그는 여유로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에게 생겼던 상처는 어느새 수복됐다.
살아있는 기계에 의해, 자신의 몸을 치유한 것이리라. 아니, 그게 맞 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나저나… 창기사는 어떻게 녀석의 쉴드를 뚫은 거야?
‘그게 가능한가?’
아무리 창기사가 전함의 쉴드를 찢 어버리다시피 한 전적이 있다지만, 블랙홀 건도 통하지 않았는데 그녀의 창 투척이 통한다는 건 분명 이상했다.
어쩌면 그녀가 과거의 플레이어인 것과 미래의 플레이어인 것 사이에 무언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창기사를 바라보자, 그녀 역시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바라본다. 그녀는 무언가 복잡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녀의 손에 창이 생성된다. 그녀는 가볍게 손을 움직여 창을 투척했다. 하지만 그도 이번에는 얌전히 맞고만 있진 않았다. 손을 뻗어 그녀가 던진 창을 받아냈다.
실린 힘을 받아내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도, 너무나도 쉽게. 그리고 그녀에게 던져버렸다. 창기사는 어찌나 당황했으면 멍하니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그녀에게 날아드는 창.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춘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창에 꿰뚫려 죽고 말 것이다. 그렇게 놔둘 순 없다.
그녀는 이곳에서 그의 보호막을 뚫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니까.
‘그렇다면…’
나는 몸을 던졌다. 그가 되돌려준 그녀의 창을 향해. 그리고 마치 사슴이 화살을 맞듯, 창은 어김없이 내 몸을 꿰뚫었다. 고통과 휑한 느낌에, 나는 아래를 내려다본다.
한쪽 팔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상처 부위에서는 피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처 부위를 인두로 지지는 듯한 강렬한 뜨거움, 고통이 전해졌다.
초월적인 정신력으로 간신히 참아 낸다.
“시현!”
이자리에 모여 있던 이들 중에서는 힐러도 있었는지, 그들은 내게 힐을 사용했고, 상처는 금세 아물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시 말하면 그뿐이었다.
“대체 어떻게 그녀가 이곳에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너희가 모두 모여도, 나를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미래의 내가 내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드숀이 달려들었다. 그의 몸은 초록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신검합일. 검과 하나가 된 경지.
신검합일을 사용한 그는 초월체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내가 보는 그는,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그보다 더 강해져 있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상대가 상대였다.
아무리 클래스의 차이가 있다 한 들, 저 녀석은 300레벨을 넘었다 했고, 드숀의 레벨은 고작해야 100레 벨에도 이르지 못한, 90레벨에도 이르지 못한 수준에 불과하다.
90레벨이 신검합일을 써서 신체 능력 및 반응 속도를 극대화했다 한 들, 레벨이 깡패다.
무려 레벨이 3배보다도 더 높은 300레벨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현란하고, 절제된 간결한 움직임으로 그의 앞에 도달한 그는 검을 휘둘렀다.
보호막은 뚫려 있는 상태. 그를 벨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지, 그는 발 도 자세를 취했다. 못 보던 자세인데, 아마 현실에 넘어가 있는 동안 익힌 모양이지.
하기야, 드숀은 내게 말했었다. 검술에 대해 더 익히고 싶다고. 비단 그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검술뿐만 아니라 지구의 다양한 검술을. 그는 검술 사범들을 찾아다닌다고 했었지.
아마 그렇게 익힌 동작 중 하나인 모양이다.
그의 손이 움직인다. 그리고 그의 검 역시 마찬가지다. 검이 길어진다. 실제로 길어진 것이 아니라, 착시현 상이겠지만 그의 검은 그를 베었다.
아니, 베는 듯했다.
“드숀!”
다른 세계의 나는 드숀의 검을 붙잡았다. 분명 무엇이든 베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예기를 품었음에도 그는 너무나 손쉽게 붙잡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진짜 드숀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그는 저 하늘의 별을 베어버린 적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검사로 성장했지. 진짜 드숀에 비하면 너는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진짜 드숀?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그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그 영상을 본 건 나와 쯔쉬안이 전부였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그의 손이 움직인다.
퍽!
주먹을 맞은 드숀이 헉, 하는 소리 와 함께 뒤로 나가떨어진다. 알리샤 가 고함치면서 방아쇠를 당겼지만, 그녀의 총이 닿기 전에 그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나조차 그를 놓쳤다.
그는 이미 그녀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그녀 역시 드숀과 마찬가지로 뒤로 나가떨어진다. 나타샤가 염동력을 사용했지만, 그녀의 염동력은 그에게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이래도 안 통할까?”
그녀의 몸이 두둥실 떠오른다. 염 동력을 무제한으로 퍼부을 수 있는 마인화를 사용한 것이리라. 나조차 조금 기대를 품었다. 마인화로 사용 할 수 있는 염동력은 말 그대로 무 제한이다.
그런 무제한이라면, 어쩌면 그를 멈출 수 있을지도.
아니, 멈출 수 있나?
그녀의 염동력이 그를 짓눌렀다. 그가 일순간 멈춰 섰다. 하지만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타샤의 당황한 얼굴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녀가 염동력을 사용하건 말건, 코앞까지 접근한 그는 그녀에게도 마찬가지로 주먹을 휘둘렀다.
“진짜들에 비하면 너무 약해. 너희 들은 어차피 클론에 불과하다. 그 사실을 받아들여.”
이밖에도 다른 플레이어들이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그의 털끝 하나 건드리는데 실패했다.
과연 300레벨답게, 아니 300레벨 인 걸 떠나 그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끔찍하게강했다. 힐러들이 계속 힐링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진즉 누가 죽어도 벌써 죽었을 텐데.
‘아니.’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이미 죽었을 테고 말이다.
그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퀸이 나를 배신할 거라는 건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사실 꿈속에서나를 배신했던 이는 비단 쯔쉬안 뿐만이 아니었거든.해서, 나는 그녀에 대한 대책을 세워뒀었다. 뭐, 단순한 꿈이었다지만… 실제로 배신당 하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군.”
「마스터,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
속으로 물어봤음에도, 그녀는 마치 내 대답을 들은 것처럼 말을 이어나 가기 시작했다.
「거대 전함의 슈퍼컴퓨터에 들어 있던 정보들 가운데 시간 배율 장치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냈습니다. 사용자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시간을 가속시키는 장치입니다.」
‘어떻게 사용하는 건데?’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마스터 가 필요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 마스터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박시현은, 저 생체 안드로이드 로봇은 시간 배율 장치 사용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마스터라 면 가능합니다.」
“그런데, 박시현, 너는 정말 퀸을 믿나? 그녀에게 모든 걸 믿고 맡길 수 있나?”
나는 눈을 감는다.
「다만… 시간 배율 장치를 사용할 경우, 마스터의 시간은 멈추게 됩니다. 그리고 마스터를 제외한 세계 전체의 시간만 흐르게 됩니다.」
그녀의 말을 나는 어렴풋 이해할 수 있었다. 시간 배율 장치를 사용한다면, 이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대가’로 내 시간 은 멈추게 된다는 뜻 아닌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별다른 방법이 없잖아.’
‘어쩌면 이건 퀸이 나를 속이는 건 아닐까?’
속으로 차오르는 의심. 하지만 나는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퀸을 믿는다.”
분명 의심했던 적은 있었지만, 나는 그녀를 믿는다. 왠지 모르게 기쁨에 찬 듯한 퀸의 음성이 들려온다.
「마스터, 포탈을 열겁니다. 포탈 안으로 들어와 주시면 됩니다.」
“무슨 꿍꿍이가 있나 보군.”
그가 무언가를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그를 향해 금속 변형을 사용했다. 그의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뒤틀리기 시작한다. 그의 몸을 구성한 것 역시 기계.
그가 잠시 멈춰 섰다. 하지만 보라색 에너지 쉴드가 발동하자, 그는 재차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내 그는 내 앞까지 접근해온다.
그 순간, 내 뒤에 포탈이 열린다. 나는 뒤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나는 흔적도 없이 포탈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