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67
67화-우리를 아나
“크아악-!”
엑소슈트 병사와 소총수들이 내 손톱에 썰렸다.
엑소슈트는 그렇다 치고 이런 좀비 시체가 많아서 발 디디기에도 힘든 경기장에 소총수를 투입한 건 누굴까 궁금했다.
어디 숨을 데도 없어서 내 손톱에 그대로 썰렸다.
슈카카칵-!
좀비의 시체들을 밟아도 별로 달라붙지 않는 나와는 다르게 병사들이 착용한 엑소슈트에는 밟으면서 터트린 좀비의 체액과 살점들이 들러붙어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아이템 강화 만만세다!’
슈아아악-!
발걸음이 무거워진 엑소슈트들은 대 손톱 아래 몇 조각으로 갈라졌다.
탕탕탕-! 탕탕탕-!
무대에서는 고주용과 일광을 지키는 병사들과 윤 상사 일행을 지원하는 엄마, 안성희의 대결이 펼쳐졌다.
엄마는 마법으로 소총수들의 발을 묶었고, 그 사이에 윤 상사 일행은 달라붙어 근접전으로 소총수들을 상대했다.
그 모습을 잠깐씩 보면서도 엑소슈트 병사들을 상대하느라 빨리 가서 돕지 못했다.
‘빨리 이 녀석들을 정리하는 게 최선이야!’
더 이상 밖에서 폭발음이 들리지 않았다.
후속부대의 상황이 궁금해질 때쯤 총소리가 들렸다.
탕탕탕탕타탕탕-!!
소총수들의 3점사 소리가 아닌 연사하는 소리인데 소리도 소총 소리와 달랐다.
타타타타탕-!
총알이 날아가 내 앞에 있던 소총수들의 머리에 박혔다.
“하하하, 별것도 아닌 것들이 귀찮게 하고 있어!”
서윤재였다.
늘 단정했던 서윤재가 폭발에 휘말렸다가 살아왔는지 검댕이 묻은 얼굴에 머리도 엉망이었다.
하지만 쌍권총을 쏘는 눈은 광기가 어려 있었다.
타타타타탕-!
“다 죽으라고-!”
무언가 숨기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광기 어린 눈으로 총을 쏘는 모습을 보니 저걸 숨겼구나 싶었다.
저런 총을 쏘는 총사는 마력이 허락하는 한 총알이 무제한이었다.
그런데 마력이 생각보다 많이 소모되는지 보통은 소총수들처럼 3점사로 쏜다.
그런데 서윤재는 그냥 마구 연사했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 잠깐 쏜 총만 백여 발이 넘는 것 같다.
서윤재는 생각보다 레벨이 높아 보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실전 경험이 많은 것 같았다.
양손에 들고 있는 권총이 이제껏 본 어떤 아이템보다 더 새카맸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은 같은 편이니까 잘 싸우면 좋긴 한데. 후속부대는 더 없는 건가?’
내 시선을 느낀 서윤재가 소리쳤다.
“하하, 경기장 밖을 막고 있는 군부대와 싸워서 겨우 나만 살아남은 것 같네요. 그래도 적 병력이 우리 두 배가 조금 넘었으니 밥값은 한 겁니다!”
자신도 치열하게 싸웠다는 말이다.
서윤재의 상태를 보면, 그런 것 같기는 했다.
빨리 고주용을 잡아야 하기도 했지만, 경기장 안의 수많은 시체가 불안했다.
일주일 전 시청을 공략할 때 만난 시체 몬스터가 나타난 게 이렇게 좀비 시체가 가득할 때였다.
탕탕탕-! 탕탕탕-! 탕탕탕-!
소총수들은 거의 정리된 상태였는데 또 추가됐고 엑소슈트 부대들이 그 뒤를 따라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쿵-! 쿵-! 쿵-! 쿵-!
‘우리나라에 엑소슈트를 다루는 군인이 이렇게 많았나? 친구들아. 제대해도 제대로 일할 직장도 없는데 왜 이걸로 들어 왔어?’
어차피 나도 마찬가지였다.
산업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감언이설에 속아서 자원입대했는데 그 자리는 이미 드론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 그마저도 다 소용없는 일이 됐지만 말이다.
달려오는 엑소슈트들은 손에 신호등이나 가로등을 뽑아서 하나씩 들고 왔다.
후아아악-!
의미 없는 짓이다.
나는 손톱으로 가로등을 자르고 그대로 손톱을 찔러 넣었다.
슈아아아아악-!
나와 일행들이 적들과 싸우는 동안에도 관중석의 청소부들은 마치 로마 시대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의 전투를 관람하는 것처럼, 손에 땀을 쥐고 보고 있었다.
꿈틀-! 꿈틀-!
나는 싸우느라고 모르고 있었는데 쌓인 좀비의 시체가 꿈틀대고 있었다.
탕탕탕탕탕-!
“이봐! 진웅 씨! 이거 왜 이런 거야?”
내 주변을 빠르게 오가며 소총수들에게 총을 쏘아대는 서윤재가 무언가를 가리키며 물었다.
서윤재가 가리킨 시체 무더기는 꿈틀대고 있었다.
나는 놀라 주변을 살펴보는데 중간중간 시체 무더기들이 꿈틀대고 있었다.
‘이거, 한두 마리가 아닌데?’
몸을 빼서 엄마와 안성희가 있는 무대 쪽으로 움직이려는데 엑소슈트 병사들이 앞길을 막았다.
후아아앙-!
길을 막는 녀석들에게 빠르게 손톱을 휘둘렀다.
여러 번 휘두를 시간이 없다.
슈카악-! 콰득-!
단번에 팔을 자르고 가슴에 손톱을 박아넣었다.
그러는 동안 꿈틀대던 시체들이 둥그런 형체를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뭔가 이상해진 걸 느꼈고 관중석의 사람들이 먼저 감지하고 웅성거렸다.
“저, 저게 뭐야?”
“좀비 시체들이 뭉치는 거잖아?”
“아래에 살아 있는 놈들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그렇다고 둥글게 뭉치나?”
“그건 아니지. 그럼, 저건 뭐야?”
뒤이어 소총수들과 엑소슈트 병사들, 윤 상사 일행이나 무대 위의 일광 일행들도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꿈틀-! 꿈틀-! 꿈틀-!
경기장에는 완전히 둥글게 뭉친 5m 정도의 시체 덩어리가 5개 완성됐다.
그리고 시체 몬스터는 동시에 괴성을 질렀다.
“크에에에에엑-!!!!”
그리고 수백 개의 팔로 몸을 질질 끌면서 사방으로 흩어져 사람들을 공격하게 시작했다.
“괴, 괴물이다!”
“저놈부터 공격해-!”
“으아악-!”
“도, 도망쳐!”
시체 몬스터의 공격이 시작되자 가뜩이나 혼란스럽던 경기장은 더 정신이 없어졌다.
시체 몬스터를 본 서윤재가 중얼거렸다.
“마치, 신화 속 헤카톤케이레스 같네요.”
“예? 그게 뭐죠?”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머리가 오십 개, 손이 백 개인 거인입니다. 좀 다른 건 저 괴물은 다리가 없네요.”
“헤카톤···그 이름이 더 좋네요.”
“예?”
“아, 아닙니다.”
머릿속에서 알려주었던 이름인 시체 몬스터보다 헤카톤, 뭐라는 이름이 훨씬 있어 보였다.
“저 녀석은 저 팔을 다 없애야 죽일 수 있습니다! 잘라도 계속 튀어나와서 진짜 팔은 저 두 배쯤 된다고 보면 되고요!”
“진웅 씨는 저 괴물을 본 적 있습니까?”
“지난번에 한 번 본 적 있습니다.”
나는 대답하며 헤카톤 한 마리를 향해 달려 나갔다.
슈카카칵-!
내가 싸우는 동안 다른 엑소슈트 병사 두세 명이 달라붙어 옆에 헤카톤과 싸우고 있었다.
콰득-! 콰드드득-!
엑소슈트는 달라붙어 헤카톤의 팔을 뜯어내고 소총수들이 뒤에서 지원사격을 했다.
탕탕탕-! 탕탕탕-! 탕탕탕-!
팔을 뜯어낸 자리에서 다시 팔이 튀어나왔다.
쑤욱-!
깜짝 놀란 엑소슈트 병사는 잡혀서 슈트째로 뜯기기 시작했다.
콰직-! 콰직-! 콰직-!
“끄아아악-!”
헤카톤의 팔과 이빨에 엑소슈트 하나가 그대로 뜯기고 씹어 먹혔다.
‘저런 식으로 공략하면 안 돼!’
나는 헤카톤에 달라붙는 게 아니라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팔을 자르고 빠졌다.
슈카아악-!
“키에엑-!”
또 다른 헤카톤은 관중석으로 올라가 청소부들을 공격했고 사람들은 피하느라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졌다.
“으아악-!”
“사, 살려줘-!”
“일광 선생님-!”
“안돼-!”
주변엔 비명과 괴성이 가득했지만, 나는 내 눈앞의 녀석에게 집중했다.
계속 헤카톤의 손을 잘랐고 속에 있던 팔까지 거의 다 잘랐다.
슈카카카카칵-!
헤카톤의 절반을 잘랐다.
그런데 이전과는 다르게 아직 살아서 꿈틀대며 이빨을 계속 딱딱거렸다.
“케에에엑-!”
나는 다시 헤카톤을 네 조각으로 잘랐다.
슈가악-!
“키이익-!”
네 조각이 난 살덩이가 부르르 떨다가 축 늘어졌다.
살펴봐도 심장이나 뇌 같은 중심은 보이지 않았다.
‘뭐가 파괴되어야 죽는지 모르니 계속 이런 식으로 할 수밖에 없겠네.’
나는 무대 쪽을 돌아봤다.
무대 앞에서도 헤카톤 한 마리가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고 나는 그곳으로 달려갔다.
엄마와 안성희가 보이지 않았다.
고주용도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았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어딘가로 몸을 피한 것 같다.
무대에서는 일광과 사제들, 소총수들이 헤카톤과 싸우고 있었다.
사제들은 모여서 헤카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는데 헤카톤이 사제들을 붙잡지 못했다.
그리고 일광은 손에서 검은 기운을 안개처럼 쏘아내는데 헤카톤이 그 검은 기운을 피해서 움직였다.
‘역시 일광이나 사제들이나 마찬가지로 공격 능력보다는 저런 식으로 회피하는 능력이 있네.’
물론 조금 전에 보았던 좀비를 쓰러지게 한 능력은 놀랍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공격 능력이라기엔 조금 애매했다.
나는 고주용을 찾으러 주변을 계속 둘러봤다.
엄마와 안성희가 분명 고주용을 쫓아갔을 텐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형님!”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봤는데 보이지 않았다.
‘뭐지?’
“형님!”
다시 소리가 들려서 빠르게 돌아보니 권호창이 관중석에서 나를 부르고 아래로 숨는 거였다.
나는 권호창에게 달려갔다.
권호창이 고주용을 계속 추적해 왔으니 행방을 알 것이다.
“형님! 누님하고 어머님이 고주용을 쫓아갔습니다!”
“아직 고주용 위치는 알 수 있지?”
“예!”
“그럼 쫓아가자!”
“저기, 저 괴물들은 그냥 놔둬도 됩니까?”
권호창이 아직 살아남아 사람들과 싸우는 헤카톤 세 마리를 가리켰다.
나 이외에도 누군가가 한 마리를 잡은 모양이다.
“괜찮아. 우리한테는 고주용이 더 중요해.”
“예, 알겠습니다. 따라오세요.”
나와 권호창은 경기장을 벗어났다.
윤 상사 일행이나 서윤재도 알아서 잘 피하겠지 싶었다.
경기장에는 아직 세 마리의 헤카톤이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피해가 조금 있더라도 어떻게든 잡기는 잡을 것이다.
알아서 하겠지.
큰 관심 없다.
***
경기장을 벗어나 왼쪽 공원 쪽으로 이동했다.
갑옷은 마력을 아끼려고 일단 소환을 해제하고 이동했다.
“형님! 여기에도 한 사람 있어요!”
갈대밭 사이에서 권호창이 머리를 내밀고 소리쳤다.
방치된 공원에 계절은 가을이다.
갈대와 잡초가 무성해서 조금만 몸을 숨기면 사람이 안 보일 정도였다.
그런 갈대밭에 소총을 든 군인들이 중간중간 한 명씩 쓰러져 있었다.
권호창의 화살표는 방향만을 알 수 있기에 쫓는 상대가 계속 움직이고 있으면 조금 빙빙 돌게 되어 있다.
그래서 바로바로 움직이지 못하고 조금씩 지체하면서 뒤를 쫓고 있는데, 먼저 지나간 엄마와 안성희가 적을 한 명씩 처리한 시체들이 듬성듬성 쓰러져 있었다.
쫓아 올 수 있게 빵조각을 던져 놓는다는 이야기처럼 조금 큰 표식을 계속 남겨주고 있었다.
“이 방향이 맞는 거 같으니까 쭉 가보자고.”
“예. 형님.”
엄마와 안성희가 잘 싸우는 건 알고 있지만 적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몰라서 마음은 급해졌다.
탕탕탕-! 탕탕탕-!
총소리가 들렸다.
“가자-!”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도착한 갈대밭에서는 20여 명의 병사들이 갈대밭에 숨어서 총을 쏘고 있었다.
일단은 병사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권호창은 안전한 위치에 있으라고 한 뒤에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은밀하게 숨어서 적을 치는 건 몇 번 시도했지만, 성미에 맞지 않았고 잘하지도 못했다.
사실은 내가 그리 못하는 건 아니지만 엄마와 안성희가 나보다 너무 잘한 거다.
나는 조용히 접근했다가 바로 갑옷을 소환했다.
“갑옷소환-!”
“뭐야-!”
“적이다-!”
“쏴-!”
탕탕탕-! 탕탕탕-!
놀란 병사들이 총을 쏘았다.
내 갑옷의 절반 정도밖에 안 오는 갈대들이었지만 좌우로 빠르게 이동하는 나를 많이 가려주었다.
“크아악-!”
“커억-!”
내 머리가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하며 움직였고 그때마다 병사들의 비명이 터졌다.
탕탕탕-! 탕탕탕-! 탕탕탕-!
“으악-!”
“커어억-!”
엄마와 안성희도 근처에서 적을 상대했다.
탕탕탕-! 탕탕탕-!
퍼억-!
탕탕탕-!
“크허억-!”
우리 세 사람이 병사들을 상대하니 금방 병사들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나야!”
갈대밭에서 안성희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멈칫했다.
곧 안성희와 엄마가 갈대밭 사이에서 나타났다.
나는 안성희에게 급히 물었다.
“고주용은?”
“이동 중이야. 멀지 않아.”
“그럼, 가자!”
우린 권호창을 불러서 같이 이동했다.
안성희가 앞장서고 그 뒤를 따라가는데 엄마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고주용이 생각보다 강해. 조심해야 해.”
“어떤 식으로 싸우는데요?”
“하나의 무기를 쓰는 게 아니고 손에 잡히는 대로 쓰는 걸 봐서는 전사는 아닌 것 같다. 그냥 몸이 가볍고 빠른 사람이야. 감도 좋은 것 같고.”
앞서가던 안성희가 거들었다.
“나하고 어머님하고 같이 공격하는데 잘 피하더라. 정말 감이 좋았어.”
서윤재도 생각보다 더 강했다.
아주 새까맣다 못해 빛을 빨아들이는 수준의 무기를 든 걸 보면 겉으로 보는 것보다는 다른 각성자와 많이 싸운 것이다.
실제로 서윤재의 전투 센스가 뛰어날 수도 있지만 재벌들이니 어떤 식으로든 자기 전투력을 높였을 것이다.
서윤재도 그런데 고주용이 그러지 말란 법은 없다.
재계 1위의 스타그룹과 4위의 명신그룹이 말로만 듣기에는 별 차이 없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열 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그러니까 고주용이 서윤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권총을 쓰는 서윤재야 직업을 확실히 아니까 능력도 알 수 있지만 아직 직업을 모르는 고주용은 무슨 능력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그래도 크게 걱정은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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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선유도 공원에 도착했다.
권호창은 공원 입구에 대기시켜 놓고 우리 세 명만 들어갔다.
“더 가까이 가봐야겠지만 주변에 다른 사람들은 없는 것 같아.”
안성희는 신중하게 지도를 보면서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고주용이 강해 봐야 얼마가 강할까 싶었는데 혼자 이곳에 있는 걸 보면 뭔가 있긴 한 것 같네.”
“맞아. 뭔가 있으니까 여기 온 걸 거야.”
선유도 공원 가운데 건물이 하나 있었다.
시설 관리도하고 행사도 하는 그런 건물 같다.
“이 건물에 고주용 혼자 있어.”
안성희의 말에 좀 심각해졌다.
“지난번 하수구처럼 자폭하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고주용이 가진 게 얼마나 많은데 자폭해? 그럴 일 없어.”
“그렇겠지? 무슨 꿍꿍이일까?”
“전혀 모르겠다.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잖아.”
“그렇지. 가야지.”
나는 엄마를 슬쩍 봤다.
엄마는 평소보다 더 차갑게 내려앉은 표정이었다.
우린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에 들어가자 내부가 넓은 전시관이 나왔고 가운데 뜬금없이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고주용은 피아노 앞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모양이다.
전형적인 재수 없는 재벌의 행동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들려오는 피아노는 곡이 뭔지는 모르지만, 꽤 잘 치는 것 같았다.
안성희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체르니 30에 20번 곡. 대단한 건 아니야.”
“아, 그래?”
고주용은 잠시 피아노를 치다가 멈췄다.
“입구에 피아노가 있더라고, 기다리는 동안 지루해서 여기로 옮겨 왔지. 거기, 성희 씨가 말한 것처럼 대단한 건 아니야. 재능이 없어서 초등학교 때 배우다 말았거든. 다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아직도 기억하는 게 나도 신기해.”
이놈이 우리를 알고 있었다.
“우리를 아나?”
고주용은 피식 웃었다.
“몰랐는데, 얼마 전에 알게 됐지. 내 일에 방해를 많이 했더군. 궁금해서 알아봤지.”
알면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게 잡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알면 긴말 안 해도 되겠네!”
나는 바로 갑옷을 소환했다.
“갑옷소환-!”
슈우웅-! 쿠웅-!
갑옷을 입고 손톱을 빼든 나를 본 고주용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언가 흥미로운 걸 본 표정이다.
위협을 느낀 사람의 표정이 아니라서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주용은 안심시키듯 양손을 들고 이야기했다.
“워, 워, 아까 보니까 폼 좀 나던 데? 그 손톱으로 다른 병사들을 막 썰고 말이야.”
나는 손톱을 들어 올렸다.
“이제 너를 썰어주지.”
고주용은 손가락으로 엄마와 안성희를 가리켰다.
“세 명이 나한테 복수하려고 온 거 아니야? 혼자 그래도 돼?”
난 한 걸음 다가갔다.
“난 네놈의 팔다리만 썰면 되지. 그 정도는 조절할 수 있거든.”
“흐흐, 그래?”
나는 아직도 자신만만하게 웃는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주용을 향해 손톱을 휘둘렀다.
슈카카카카칵-!!
“멈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