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Survival Game RAW novel - Chapter 119
118화
인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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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은 도시 관리국 건물을 올려다보며 지난밤의 일을 떠올렸다.
지난밤.
B구역 당첨자 처음에 민선화의 이름이 나왔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1주 차 B구역 당첨자입니다.] [첫 번째 당첨자, 민선화 님]“오……. 축하드립니다. 민선화 씨.”
진혁이 먼저 민선화에게 축하를 건넸고, 나머지 파티원들이 이어서 축하를 건넸다.
[두 번째 당첨자, 진세운 님.]“……와, 대박.”
이어서 세운의 이름이 불렸을 때, 진혁의 파티원들은 전부 어쩌면 첫 주에 모두의 이름이 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축하한다.”
“고마워.”
가볍게 축하를 나누고, 모두가 방송에 집중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이진혁, 즈엉 란, 둘뿐.
[세 번째 당첨자, 카멜 님.]“…….”
[네 번째 당첨자, 블란체 님.]“……블란체 씨도 됐네.”
참고로 블란체는 사막 대륙에서 진혁의 파티원 중 한 명이었다.
수분을 응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던 생존가 정예 기사단.
[다섯 번째 당첨자, 왕웨이 님.]이때부터, 파티원들의 표정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름이 불려야 하는 이는 두 명, 남은 자리는 하나뿐이었으니까.
[여섯 번째 당첨자]그 순간, 모두가 숨을 멈췄다.
[연 님.]그리고 두 사람의 이름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집안엔 정적이 흘렀다.
“……이런.”
“아…….”
진혁과 즈엉 란이 낮게 탄식했다.
[이상 여섯 분이 B구역 1주 차 당첨자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이어서 C구역 당첨자를 발표하겠습니다.]시간이라도 돌리고 싶은 순간의 절망감. 그러나 야속하게도 홀로그램 속 AI는 C구역 당첨자 발표를 이어갔다.
진혁과 즈엉 란은 첫 주 당첨자가 되지 못했다.
위로를 건네기에도 격려를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 낮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즈엉 란이 입을 열었다.
“……망했네요.”
그 순간, 세운의 앞에는 두 개의 알림 창이 떠올랐다.
띠링!
[당신은 1주 차 당첨자입니다. 텔레포트 타워 1층에서 증표를 수령하세요.]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보낸 이 : 도시 관리국 시설 담당 앤디]그리고 오늘.
[도시 관리국 시설 담당 앤디입니다. 지난번 접수하신 문제 관련하여 드릴 말씀이 있으니, 빠른 시간 내에 관리국 사무실로 방문 부탁드립니다.]메시지를 확인하고 세운은 다음날 활동 시간이 되자마자 관리국을 찾았다.
마치 당첨자 발표가 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도착한 ‘진실을 좇는 자의 퀘스트.’
직감일 뿐이지만, 세운은 이것이 세 번째 대륙의 변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건물로 들어섰다.
관리국 안으로 들어가자, 안내 AI가 지난번과 같이 세운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앤디를 만나고 싶은데.”
[진세운 님 되시나요?]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AI의 반응에 조금 놀라며 세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AI는 세운을 지난번과는 조금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지난번에는 작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복도로 이끌었다면, 이번에 따라간 곳의 복도에는 문끼리 꽤나 떨어져 있었다.
AI가 그중 하나의 문을 열며 말했다.
[이곳에서 기다리고 계시면 앤디 님께서 오실 겁니다.]세운이 고개를 까딱이곤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지난번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구조였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지난번 문제 접수 때에 만났던 NPC였다.
“안녕하십니까.”
앤디는 이번에도 기계처럼 세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앉으시죠.”
앤디가 그에게 앉을 것을 권유하며 책상의 맞은편으로 돌아갔다.
그리곤 테이블 중간에 있던 검은 물체를 조작하니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홀로그램은 누군가의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
누군가 단도로 무언가를 연신 내려찍는 영상. 영상 속 사람은 세운이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
“……이게 뭡니까?”
“자세히 보시죠.”
앤디가 홀로그램 영상을 가리켰다. 세운은 영상을 다시 제대로 들여다보았다.
처음엔 누군가 단도를 들고 무언가를 계속 내려찍는 영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단도를 휘두르는 대상이 이상했다.
“이건…….”
‘발전기를 파손시키는 영상……?’
영상 뒤편으로 익숙한 길이 보였다. 투명한 비눗방울 같은 길이.
버디의 안내를 받아 걸었던 씨-로드였다.
그 말은 저 사람이 있는 곳이 씨-시티의 돔 외부라는 말인데.
‘스킬을 쓴 건가? 물속에서 숨 쉴 수 있는?’
그러면 가능하긴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씨-시티의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단 말인가? 텔레포트 섬에서 출발한 것일까? 그러나 또 그러기엔 떨어진 거리가…….
‘잠깐.’
영상을 바라보던 세운이 무언가 이상한 것을 찾아냈다.
칼을 휘두르는 사람의 몸에 흐물거리는 이상한 것이 보였다.
종아리에, 등에, 그리고 목덜미와 귀에. 세운이 그것을 자세히 확인하려고 홀로그램에 가까이 다가가는데, 앤디가 말했다.
“인어입니다.”
“?!”
세운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인어요?”
인어라면, 진혁에게 들은 본래 FTU 세 번째 대륙의 존재들이 아닌가?
“인간 변이체를 말하는 겁니까……?”
앤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희는 그들을 인어라고 부릅니다.”
“…….”
‘인어가 어째서……. 대륙이 바뀌면서 사라진 게 아니었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존재의 등장에 세운이 넋을 잃고 있자니, 앤디가 세운을 부른 이유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진세운 님께서 접수해주신 발전기 외부 파손 문제를 조사해본 결과, 한 인어의 지속적인 공격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가 영상을 멈추고, 무언가를 조작하자 홀로그램 속 인어의 얼굴이 크게 확대되었다.
확대된 홀로그램 속 인어의 얼굴엔 비늘이 돋아 있었고, 귀 뒤에는 지느러미로 보이는 것이 붙어 있었다.
거기다 생각보다 앳되어 보이는 얼굴.
처음엔 그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람인 것 같으면서도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게 인어…….’
“저희 씨-시티 관리국에선 해당 인어를 처리키로 결정 내렸습니다.”
이어지는 앤디의 말에 세운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깐, 잠깐만요?!”
앤디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왜 그러시죠?”
“처리라는 건……?”
“죽이게 될 겁니다.”
“…….”
세운의 얼굴에 충격이 번졌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앤디의 반응이었다.
앤디는 왜 그리 놀라느냐는 듯이 도리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세운이 미간을 찌푸렸다.
“……없는 겁니까? 인어는 인간이잖습니까?”
“정확히는 인간의 ‘변이체’죠.”
“하지만……!”
“또한 이번 건은 다른 문제도 아닌 발전기 파손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발전기는 이 도시의 심장과도 같은 시설물이니, 도시에 위협이 되는 생물을 살려 둘 순 없습니다.”
세운이 작게 입을 벌렸다.
앤디는 인어의 죽음을 마치 해로운 동물 한 마리를 잡는 것 같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인어는 변이체이긴 하지만 기본은 ‘사람’인데.
처음 홀로그램을 보았을 때,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외형도 비슷한데.
‘이걸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겁니까? 생김새가 이렇게나 비슷한데도요?”
“생김새가 비슷하다 하여, 사람에게 해가 되는 생물을 살려줄 순 없잖습니까? 저는 진세운 씨의 이런 반응이 반대로 이해되지 않습니다만.”
“…….”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세운은 충격 받은 표정으로 앤디를 바라보았지만, 앤디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결국 세운은 생각하길 포기하며 자리에 앉았다. 머리가 지끈거려 이마를 짚으며 앤디에게 물었다.
“제게 이 사실을 말해주는 이유는요?”
“문제를 접수하신 분이시니까요. 사안이 사안이라 대면 보고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지시가 내려와?
“누가요?”
“위에서요.”
“그 위에 누가 있는데요?”
앤디가 그런 세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거야 저도 모르죠. 제가 윗분들과 친했다면 여기서 이러고 있겠습니까?”
정말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은 그저 시킨 일만 한다는 듯이.
그 기계적인 대답에 세운이 작게 허탈한 듯 웃음을 뱉었다. 그러다 결국, 이번에도 이해를 포기했다.
“그럼 그 인어를 죽이겠다는 것도 그 윗분들이라는 사람들이 정한 거겠죠?”
앤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운은 그에게 혹시 그분들을 만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저도 못 만나는데 무슨 수로요?’라는 대답이 돌아올 게 뻔했다.
대신 마지막으로 다른 질문을 했다.
“그래서 그 처리라는 건 언제 할 계획입니까?”
“우선은 발전기 외부의 감시를 늘렸으니, 발견되는 즉시 사로잡을 예정입니다. 생포할 수 있다면 잡아서 범죄 이유를 묻고, 그럴 수 없다면 즉살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결정이 났다는 거죠?”
“예.”
세운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게 더 전달해주실 얘기가 있으십니까?”
“끝났습니다.”
세운이 자리에서 일어나 앤디와 짧은 인사를 나눈 뒤, 방을 나왔다.
복도를 되돌아오는 세운의 감정이 복잡했다.
‘인어라.’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인어가 나올 줄이야. 인간의 외형을 한 변이체. 그 변이체를 죽이려는 도시.
그리고 도시를 움직이는 발전기를 망가트리려는 인어.
‘뭔가 있는 게 분명해.’
[안녕히 가십시오.]안내 AI가 건물을 나서는 세운을 향해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 기계적인 목소리는 지금의 세운에겐 이질적이게 다가왔다.
“후…….”
관리국 건물을 나온 세운은 그제야 숨이 트이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조금 전부터 반짝이던 알림창을 바라보았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다는 알림창을.
띠링!
시설 관리국의 접수한 발전기 파손 문제의 결과로 관리국은 지속적으로 발전기를 파손시킨 인어를 죽이기로 결정했다. 관리국이 인어를 죽이기 전에 인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난이도 : B
[인어와의 만남(미완료)]완료 보상 : 일회용 지느러미 5개, 1,000Cal
* 관리국에서 인어를 잡아들이기 전에 만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인어와 만난 사실이 관리국에 알려질 경우 퀘스트는 실패합니다.
* 해당 퀘스트 완료 시 연계 퀘스트 를 받게 됩니다.
‘역시.’
관리국에서 인어를 죽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세운은 이런 전개를 예상했다.
아무리 변이체라곤 하지만 인어는 ‘인간’의 변이체. 쉽게 죽일 수 없는 존재가 아닌가.
이 둘 사이에 숨겨진 비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지는 순간이었다.
띡.
세운이 퀘스트 수락을 누른 뒤, 곧장 걸음을 옮겼다.
세운은 발전기에 일어나는 일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발전기 수리공 버디.
‘지금까지 이유 없는 퀘스트는 없었으니까.’
그를 찾아가면 관리국보다 그 인어를 먼저 만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는데, 돌연 알림이 울렸다.
띠링!
[이진혁 : 진세운, 도시 증표 수령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