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진실 (2)
평행 세계 최강민이 강민의 눈을 바라봤다.
자신보다 한 뼘 정도는 더 커 보이는 키, 자신과 매우 닮았지만, 확실히 자신보다 잘생긴 얼굴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으로 가득한 분위기.
분명 닮았지만 다른 사람이었다.
‘정말, 이 사람 말대로 배다른 내 형제인가?’
최강민은 강민을 보며 말했다.
“조용한 곳에서 얘기 좀 가능할까요?”
강민은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간 곳은 길가에 있던 조금 덜 부서진 주택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천장이 부서져 집 안은 엉망이었다. 강민은 식탁 의자 두 개를 가져와 먼지를 털어 내고 최강민에게 건넸다.
최강민은 의자에 앉고 말했다.
“저를 치료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강민은 깍듯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아닙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이건 강민의 진심이었다.
사실 평행 세계 최강민이 걸어서 왔을 때 가장 놀란 사람이 바로 강민이었다.
‘내 피가 효과가 있어. 그것도 무척이나 강하게.’
자기 피가 치료 효과가 있다지만 하반신 마비인 사람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내 피가 평행 세계 강민에게 특별한 영향을 끼치는 거 같은데.’
걱정도 됐지만 기대도 됐다. 평행 세계 자신도 분명 ‘나’였다. 강민은 평행 세계의 자신도 잘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힐러이십니까? 제법 많은 힐러를 봤지만, 저를 고친 사람은 처음이라서요.”
“힐러는 아닙니다. 다만 비밀스러운 치유 방법이 있습니다. 부탁이니 제가 치료했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씀하지 말아 주십시오.”
강민의 말에 최강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알겠습니다. 대충 둘러대겠습니다.”
평행 세계 최강민은 그렇게 말하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정말… 저와 당신이 배다른 형제입니까?”
강민이 멍한 표정이 되었다.
‘맙소사? 그걸 믿는 거야?’
배다른 형제는 긴급한 상황에서 그냥 대충 둘러댄 이야기였다. 설마 그걸 믿을지는 몰랐다.
“그 건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저도 확인해 봐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요.”
“뭘 확인한다는 거죠? 뭔가 아시는 거 같은데 말씀해 주십시오. 전, 당신과 저의 관계를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최강민이 강하게 밀어붙였다.
“어떻게요? 뭘 확실히 한다는 거죠? 뭘 알고 싶으신 겁니까? 저와 당신이 닮았다는 거?”
강민이 따지고 들자 최강민은 당혹해하며 대답하지 못했다.
“휴, 저도 혼란스럽습니다. 서로 쓸모없는 건 넘깁시다. 전 며칠 후 이곳을 떠날 거고 그냥 지금처럼 살아왔듯 모른 체하면서 살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건 진심이었다.
‘평행 세계 최강민도 살렸고 위험한 것도 없는 거 같으니, 더 이상 이 사람과 붙어 있어 봤자 좋을 거 없어.’
강민은 이곳에서 잠시 머물다 경복궁으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최강민은 뭔가를 말하려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우선 아버지의 배다른 자식이라 치지요.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게 대답해 주십시오.”
평행 세계 최강민이 강민 쪽으로 상체를 내밀었다.
“어떻게 당신이 언어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거죠? 배다른 형제면 스킬마저 똑같나요?”
최강민의 말에 강민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그건…….”
“말 돌리지 마십시오. 언어 스킬도 없는데 고블린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곤 생각할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최강민이 일어서서 강민에게 다가왔다.
“똘망이가 그러더군요. 당신이 주인이고, 나는 이상한 주인이라고.”
순간 강민은 숨이 멎는 듯했다.
‘똘망이 그놈, 그런 것도 얘기한 거야? 이거 어떻게 해야 해? 그냥 솔직히 얘기해 버려?’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언젠가는 얘기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강민은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똘망이가 그랬다고요? 설마 고블린 말을 믿으시는 겁니까?”
“네. 믿습니다. 사람으로 변신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고블린이라면 믿지 못할 것도 없을 거 같군요.”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강민이 답답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떤 대답을 원하시는 겁니까?”
“진실! 전 진실을 원합니다.”
최강민의 말에 강민이 한 걸음 다가가 말했다.
“진실이라. 좋습니다. 진실을 하나 알려 드리지요. 당신의 아내 조혜영 말입니다.”
순간 최강민의 표정이 바뀌었다. 눈 끝을 떨며 주먹을 꽉 쥐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겁니까!”
“제 친구들이 그러는데, 빨리 집으로 가 보셔야 할 겁니다. 제물로 쓰이고 난 뒤, 아내에게 큰일이 있었던 거 같으니까요.”
“뭐라고요!”
“빨리 가야 할 겁니다. 지금 당장 가지 않는다면 후회할 수도 있어요.”
강민의 말에 최강민이 입술을 깨물고 뒤돌아섰다. 그는 현관문을 열고 강민에게 말했다.
“다음에! 다음에 보게 된다면 꼭 모든 걸 말해 주십시오. 진실을요!”
“저와 당신이 준비되었다면요.”
* * *
최강민이 나간 뒤 강민은 잠시 마음을 추스른 뒤 바깥으로 나왔다.
“오빠!”
강민이 나오자마자 아민이 다가왔다.
“아까 그 사람은 갔어?”
“응, 나오자마자 뛰어가더라고. 그런데 휘청휘청했어요.”
강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살폈다.
“민주는?”
“언니는 쉐릴을 도와주고 있어요.”
고개를 돌리니 쉐릴과 민주가 그로츠랭의 머리를 향해 칼질하고 있었다.
강민이 그녀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강민의 말에 쉐릴이 하던 걸 멈추고 대답했다.
“그로츠랭의 비늘을 뜯고 있습니다. 이걸 가공하면 엄청난 장비를 만들 수 있거든요.”
“이게? 하긴… 엄청나게 강하긴 하더라.”
방패로 내려찍어도 쉽게 부서지지 않은 비늘이었다.
쉐릴은 뜯던 비늘을 하나 강민에게 건넸다. 회색 비늘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아민아, 이거 한번 봐 줄 수 있어?”
“물론이죠.”
아민은 ‘정보’ 스킬을 써서 비늘을 살폈다.
[그로츠랭의 비늘]– 그로츠랭의 몸을 감싸고 있던 비늘이다. 내구성과 강도가 매우 강하다.
– 강도가 너무 강해 특수한 제련법으로만 변형할 수 있다.
아민의 말을 들은 강민은 눈을 빛냈다.
‘내구성이 높고 강도가 강하다고?’
강민은 제일 먼저 자신의 ‘방패’를 떠올렸다. 모든 게 다 좋은 방패였지만 딱 하나 아쉬운 게 있었다.
‘내구도, 내구도를 올릴 수만 있다면!’
하지만 강민은 곧 고개를 흔들었다.
‘방패는 스킬이고 이건 물리적인 거잖아. 둘을 합치는 건 말이 안 되겠지.’
강민은 대신 다른 것을 생각했다.
‘분명 제련이 가능하다고 했어. 그럼 이걸로 옷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강민은 민주와 아민을 바라봤다. 두 여자의 최대 약점이 바로 방어력이었다.
그런데 비늘로 옷을 만들 수만 있다면 그 걱정을 덜 수 있을 거 같았다.
‘특수한 제련법이라. 이걸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세상은 넓으니 대장장이 기술을 가진 사람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여기에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50만 명이나 있으니 말이야.’
강민은 커다란 가방 몇 개를 가져와 비늘을 모두 담았다.
‘한 개라도 놓치면 안 돼!’
다시 구하기 힘든 재료들이라 강민은 그로츠랭 머리의 모든 비늘을 벗겨 내 담았다.
욕심 같아서는 하늘에 있는 몸통에서도 벗겨 내고 싶었지만 그건 무리였다.
“음, 오빠. 비늘 벗기니 이거 볼품없지 않아요?”
아민의 말에 강민이 그로츠랭을 바라봤다.
아민의 말대로였다. 위압적인 모습의 그로츠랭은 비늘을 벗기니 쭈글쭈글한 모습이었다.
“그러네, 이건 꼭…….”
순간 강민이 눈을 크게 떴다.
‘이건!’
강민은 그로츠랭에게 다가가 피부를 만졌다. 비늘과 달리 부드럽고 촉촉한 피부에 온몸에 주름이 가 있었다.
‘이건 말이 안 되는데! 이게 왜 여기 있어!’
강민은 뒤로 물러났다. 뒤로 물러나서 전체를 보니 더 확실해졌다.
‘이건 거대 지렁이잖아!’
분명했다. 그로츠랭은 체르노빌에서 자신이 죽였던 거대 지렁이와 매우 비슷했다.
‘물론 크기가 10배는 더 커지고 비늘이 있지만 말이야.’
강민은 그로츠랭의 머리를 돌며 자세히 살폈다. 지렁이와 달리 눈이 있고 입의 모양이 달랐지만, 몸통은 분명 체르노빌에서 본 거대 지렁이였다.
‘체르노빌, 결국 모든 건 체르노빌에 있다는 건가? 하지만 그 남자가 말한 건 현실이 아니라 이곳 평행 세계의 체르노빌이잖아?’
뭐가 뭔지 강민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해. 평행 세계든 현실이든 체르노빌로 가야 한다는 거야. 그곳에 무언가가 있어.’
강민이 그런 결심을 할 때였다.
군용 차량 한 대가 근처에서 멈췄다. 차 안에서 하얀 방호복을 입은 몇 사람이 내렸다.
군인들의 등장에 모두가 하는 걸 멈추고 강민에게 다가왔다.
방호복 입은 사람 중 한 명이 강민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전 대한민국 국무총리 서상호라고 합니다.”
* * *
평행 세계 최강민은 집으로 돌아왔다. 집 근처에는 피해가 심한 곳이 많았는데, 다행히 집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휴우.”
분명 자기 집인데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괜찮아, 괜찮아!”
강민은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모든 게 자신이 집을 나갈 때와 똑같았다.
깔끔한 걸 좋아하는 혜영이는 집이 어지럽혀지는 걸 싫어해, 집은 언제나 정돈되어 있었다.
강민은 한 발 한 발 걸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 크지 않은 집이라 얼마 안 돼 거실에 도착했다.
혜영은 그곳에 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세 버린 혜영이 거실에 쓰러져 있었다.
“혜영아!”
강민은 저도 모르게 혜영을 외치고 달려갔다. 하지만 몇 발자국 안 가 멈췄다.
“병신 새끼, 그렇게 당해 놓고 또 이래!”
강민의 이성과 감성이 싸웠다.
분명 미워해야 하는데, 죽이고 싶어 해야 하는데 혜영이 쓰러진 모습을 본 순간 강민의 마음은 혜영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찼다.
‘이러니 그렇게 당했지. 호구처럼 당하고 살았지!’
강민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였다. 혜영이 깨어났다. 혜영은 상체를 일으키더니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왔… 어?”
평소와 다름없는 말이었다.
강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짓을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혜영의 모습에 애틋함보단 분노가 솟기 시작했다.
“왔냐고? 조혜영, 너 나한테 할 말 없어?”
“무… 슨 할 말? 강민아 왜 그래?”
혜영은 당황하며 물었다. 그러다 눈을 크게 떴다.
“강민아! 너 일어선 거야? 어떻게 된 거야!”
혜영이 놀라 일어서서 강민에게 다가오려 했다. 그 순간 강민이 소리쳤다.
“오지 마!”
혜영이 멈췄다.
“왜 그래, 강민아.”
“왜 그래? 왜 그래? 너야말로 왜 그랬어? 말해 봐. 네 뱃속에 있는 아이! 그거 내 아이야?”
강민의 말에 혜영의 눈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당연하지. 너, 그게 무슨 소리야! 너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우리 6년 넘게 봐 왔잖아!”
“그래, 그래서 널 잘 안다고 생각했어. 6년 동안 봐 와서. 그게 내 실수였던 거야. 아니… 내가 멍청했던 거야.”
강민의 말에 혜영이 몸을 떨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최강민!”
“조혜영, 결론부터 말하지. 네 계획 실패했어. 다크 엘프도 다 죽었어.”
순간 혜영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거짓말! 그럴 리 없…….”
소리치던 혜영이 자기 손으로 입을 막았다. 저도 몰래 들통이 나 버린 거였다.
“역시 그랬구나, 그랬어. 크크크.”
강민은 미친놈처럼 웃다가 말했다.
“너 그거 알아? 너도 이용당한 거? 네 배 속의 아이, 죽었을 거야.”
혜영이 꽥 소리쳤다.
“거짓말!”
혜영은 얼른 웃옷을 들어 올려 배를 살폈다. 배의 크기는 엄청나게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혜영은 알 수 있었다. 아이가 죽었다는 걸.
“안 돼! 안 돼!”
혜영이 소리쳤다. 혜영은 미친년처럼 배를 쓰다듬다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러다 창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말았다.
그곳에 늙어서 쭈글쭈글한 모습의 할머니가 있었다.
“거… 거짓말! 거짓말!”
혜영은 화장실로 뛰쳐 들어가 거울을 봤다. 자신이 본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거울 속에 더 적나라한 늙은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혜영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현실을 믿기 어려워서였다.
“왜? 왜! 그렇게 약속했잖아!”
소리치는 혜영의 옆으로 강민이 들어왔다. 강민의 손에는 식칼이 들어 있었다.
“당했다는 걸 이제 깨달았나 보네? 네가 나를 속이면서 너도 속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
“아니야! 아니야! 그는 인간이 아니란 말이야. 엘프는 거짓말을 안 해, 거짓말은 인간만이 하는 거야!”
강민이 크게 웃었다.
“크크, 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나에게 네 얘기를 한 게 누군지 알아? 바로 다크 엘프야! 널 제물로 삼은 것도 모르고 자신을 따랐다고 웃던 게 바로 다크 엘프라고! 그때 난 맹세했어. 너를 죽여 버리겠다고 말이야!”
그 말을 하며 강민은 칼을 내밀었다. 하지만 강민은 칼을 뻗지 못했다. 강민은 온몸을 떨었다.
“거짓말! 거짓말!”
“네 모습이 증거야. 너 똑똑하잖아. 무엇이 진실인지 아직도 몰라?”
강민의 말에 혜영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칼을 들고 떨고 있는 강민을 보다가 거울을 바라봤다. 그곳에 늙어 있는 자기 모습이 보였다.
“싫어!”
거울 속 자신을 본 혜영은 크게 소리 지르며 강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손에 힘을 꽉 주며 자기 가슴을 칼에 꽂아 넣었다.
– 푹.
칼이 혜영의 가슴속에 들어갔다.
놀란 강민이 얼른 칼을 빼며 소리쳤다.
“혜영아!”
강민이 혜영을 보니 혜영은 이미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잠… 잠깐만 기다려. 의사! 의사를 부를게!”
뒤돌아 가는 강민을 혜영이 잡았다.
“제발… 그만…….”
“무슨 소리야!”
강민의 얼굴을 파랗게 질려 있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바보 같은 놈, 넌… 나한테 배신당해 놓고도… 왜 우는 거야!”
강민은 대답하지 못했다.
혜영이 입에서 피를 쏟으며 작게 말했다.
“강민아, 미… 안 해.”
그 말을 하고 혜영이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혜영아!”
강민이 혜영을 부축했다.
“이런 세상이… 되지 않았으면, 너와… 살았을 텐데….”
“안 돼! 죽지 마. 살면 되잖아! 같이 살면 되잖아!”
혜영의 눈이 점점 감겼다. 혜영은 있는 힘을 다해 강민을 보며 말했다.
“바보. 강민아…, 여자를 믿지 마.”
그게 마지막이었다. 혜영은 그 말을 하고 눈을 감았다.
“혜… 영아?”
강민은 혜영을 불렀다. 하지만 혜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야.”
강민은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죽였으면서도 혜영이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혜영아! 혜영아!”
강민이 소리쳤다. 하지만 혜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텔레파시’ 스킬을 얻으시겠습니까? YES, NO>순간 강민은 이를 악물었다.
사람을 죽이면 스킬을 얻는다. 이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반드시 알아야 할 ‘진리’였다.
‘정말로 혜영이가 죽었구나.’
강민은 바닥에 주저 앉았다.
혜영을 죽이면 시원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마음이 텅 빈 거 같았고 머리가 멍해졌다.
강민은 NO를 누르려 했다. 스킬은 한 사람에게 한 개가 전부였다. 언어 스킬 대신 텔레파시 스킬을 얻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몸속에 들어온 피가 진해 집니다. 피의 힘이 각성시킵니다.> [이제부터 스킬을 2개까지 보유할 수 있습니다.>강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스킬이 2개?’
강민이 알고 있던 세상의 진리가 바뀌었다.
* * *
‘이 양반을 여기서 보네?’
강민은 서 총리와 악수하며 서 총리의 목숨도 질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 총리는 강민에게 온갖 칭찬을 하면서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예전이라면 칭찬해 줘서 마냥 좋아했겠지만, 지금 강민은 예전의 강민이 아니었다.
강민은 옆을 바라봤다. 그곳에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영상 찍고 있네? 이걸로 강화도 사람들 민심을 달래려 하나?’
강민은 이런 대형 사태가 터졌으니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강민은 대충 맞장구쳐 주며 빨리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뭐든지 말씀하십시오. 다 들어 드리겠습니다.”
서 총리의 말에 강민이 눈을 번뜩였다.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하라고?’
마침 필요한 게 있었다.
“저 총리님, 혹시 이곳에 대장장이 스킬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요?”
서 총리는 잠시 어딘가로 연락을 하고 강민에게 대답했다.
“대장장이 스킬을 가진 사람이 있긴 한데, 레벨이 1입니다.”
“아.”
강민이 안타까운 탄성을 내쉬었다.
무려 반신 등급의 그로츠랭이 가지고 있던 비늘이었다. 이걸 1레벨이 다룰 수 있을 거 같지는 않았다.
“안타깝네요. 어쩔 수 없죠.”
강민의 말에 서 총리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혹시 급하신 겁니까? 높은 등급의 대장장이 스킬을 가진 사람이 있긴 있는데.”
“네? 있다고요?”
“네, 다만… 이계인입니다.”
강민이 눈을 크게 떴다.
“이계인이요?”
“네, 들어 보셨을 겁니다. 드워프. 영화나 소설 속에 많이 나오죠. 그 드워프가 이 근처에 있습니다.”
강민이 입을 벌렸다.
‘드워프? 그… 대장장이 종족 드워프가 있다고?’
확신은 못 하지만 드워프의 기술이라면 그로츠랭의 비늘을 가공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드워프가 어딨나요? 바로 만나고 싶습니다.”
강민의 말에 서 총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만나 뵙게 해 드리는 건 어렵지 않은데… 좀 그들이 까다로워서요. 조금 기다리시면 정부에서 준비를 할 테니 그때 같이 가시죠.”
서 총리의 말에 강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준비를 안 하면 그들이 안 만나 주나요?”
“아뇨, 잘 만나 줍니다. 성격도 나쁘지 않고요. 다만… 그들에게 뭔가를 부탁할 때는 뭔가를 줘야 합니다.”
“돈 같은 거 말인가요?”
“아뇨, 돈이 필요 없는 세상 아닙니까?”
“그럼 뭘 원하는데요?”
강민의 말에 서 총리가 한탄하며 대답했다.
“원래 이런 세상만 아니면 쉽게 구하는 건데, 그들이 원하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