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1)
11화 생존하는 법을 배우다 (4)
‘방패 치기?’
메시지와 함께 강민의 전면에 두 개의 투명한 방패가 생겼다.
사용 방법은 바로 머릿속에 들어왔다.
‘맙소사 이건 공격 스킬이잖아? 방패를 휘두를 수 있어!’
지금껏 방패를 가지고 방어만 했는데 이제 공격이 가능해졌다. 다만 공격은 직접 방패를 잡고 해야만 했다.
‘이게 어디야!’
강민은 한 개의 방패는 지금처럼 전면에 놓고 다른 방패는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잡았다.
손잡이는 강민이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강민은 손잡이를 방패 끝부분으로 이동시켰다.
손잡이의 형태도 마음껏 바꿀 수 있었다. 손잡이를 막대기 형태로 바꾸니 강민은 꼭 거대한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게가 안 느껴져. 충분히 휘두를 수 있을 거 같아.’
헬멧을 보니 얼마 버티지 못할 거 같았다.
“헬멧! 정신 차려!”
강민은 크게 소리치며 근육 좀비를 향해 뛰어올랐다.
“크아아앙!”
근육 좀비가 강민을 보며 다리를 찼다.
– 쾅!
방패가 근육 좀비를 다리를 막고 강민은 오른손으로 들고 있던 방패를 휘둘렀다.
– 팍!
방패 앞면이 근육 좀비의 얼굴을 강타했다.
근육 좀비가 휘청거렸다. 순간적으로 충격이 컸던지 잡고 있던 헬멧을 놓쳐 버렸다.
[‘방패 치기’가 성공하였습니다.> [적의 HP 100이 감소 하였습니다.> [방패 내구도 20이 깎였습니다.>바닥으로 내려온 강민이 눈을 크게 떴다.
‘효과가 엄청나잖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이 투명 방패 자체도 말이 안 돼. 이 세상 자체도 말이야.’
근육 좀비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였다. 강민은 다시 방패를 휘둘렀다.
– 팍!
근육 좀비가 벽에 부딪히며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강민은 그사이 얼른 헬멧을 데리고 계단 위로 올라갔다.
“이봐! 괜찮아?”
강민이 헬멧을 툭툭 치자 헬멧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좀… 비… 는?”
헬멧의 말에 강민은 계단 아래를 내려다봤다.
1층으로 떨어진 근육좀비가 옆에 있던 일반 좀비를 잡아 들었다. 근육 좀비의 입이 찢어지며 일반 좀비의 팔을 씹어 삼켰다.
“다른 좀비를 잡아먹고 있어!”
“안 돼……. 막아… 야 해. 좀비를 잡아먹으면… 상처가 재생… 돼.”
강민이 눈을 빛냈다. 헬멧이 근육 좀비에 대해 잘 아는 거 같았다.
“그럼 죽여야지.”
헬멧이 벽을 짚고 일어났다.
“저놈은 목을 잘라야만 죽어. 다른 건 안 돼.”
강민은 근육 좀비를 바라봤다. 목을 잘라야 하면 방패보다는 칼이 나았다.
“내가 저놈을 막지. 네가 목을 잘라. 할 수 있겠어?”
헬멧이 고개를 끄덕였다.
“크아아아앙!”
어느새 1층에서 근육 좀비가 괴성을 질렀다. 한 마리 좀비를 다 잡아먹은 거 같은데 잘린 팔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강민과 헬멧을 본 근육 좀비가 계단을 뛰어 올라왔다. 중간쯤 오다 힘차게 뛰어오며 오른 주먹을 휘둘렀다.
강민은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 쾅!
충격이 컸지만 견딜 만했다.
‘레벨 업으로 내구도만 올라간 게 아니라 방어력도 올라간 건가?’
궁금했지만 상태창에 정보가 안 나오니 알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발 조심!”
뒤에 있던 헬멧이 소리쳤다.
근육 좀비가 발로도 공격했다. 하지만 공격에 쓰던 방패를 바로 방어용으로 변경해 발을 막았다.
“크아아아앙!”
공격이 막힌 근육 좀비가 답답한지 괴성을 질렀다.
그때였다.
“내 앞을 막아 줘!”
강민의 뒤에 있던 헬멧이 근육 좀비를 향해 달려들었다.
근육 좀비 아래까지 내려간 헬멧의 칼이 번뜩였다.
순식간에 근육 좀비의 오른팔이 땅에 떨어졌다.
“카아아악!”
고통에 괴성을 지른 근육 좀비가 헬멧을 향해 발을 찼다.
방패가 헬멧의 앞을 막아섰다. 헬멧은 강민을 힐끗 바라본 뒤 뛰어올라 근육 좀비의 목을 칼로 쳤다.
– 슥.
하지만 칼은 목 바깥으로 나오지 못했다. 근육 좀비가 칼이 목을 자르는 순간 반대편으로 몸을 비틀어서였다.
칼은 목을 절반 정도 자르고 가슴 쪽으로 들어갔다.
사람이었으면 죽었을 상처였지만 근육 좀비는 아니었다. 근육 좀비는 오히려 머리로 헬멧의 머리를 박았다.
“꺄악!”
헬멧이 뒤로 날아가 버렸다.
강민이 눈을 부릅떴다.
‘박치기를 한다고? 근육 좀비 저거, 그냥 힘만 센 좀비가 아닌 거야?’
일반 좀비는 공격당해도 패턴이 뻔했다. 인간을 먹이로 생각하며 다가올 뿐이었다.
그런데 근육 좀비는 달랐다. 인간처럼 몸의 모든 부위를 이용해 공격했다.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강민은 오히려 전의를 북돋웠다.
‘양팔이 잘리고 목 절반이 잘렸어. 지금이 기회야!’
생각은 짧았다. 강민은 바로 근육 좀비를 향해 뛰어들었다.
– 꽝!
양팔이 잘린 근육 좀비가 쓸 수 있는 건 다리뿐이었다. 다리를 방패로 막은 강민은 다른 방패를 휘둘렀다.
– 팍!
방패는 정확히 머리를 맞췄다.
[‘방패 치기’가 성공하였습니다.> [적의 HP 100이 감소하였습니다.> [방패 내구도 20이 깎였습니다.>잘린 목이 충격을 받아 더 벌어졌다.
죽음이 임박한 걸 알았는지 근육 좀비가 뒤돌아 도망가려 했다.
‘못 도망가!’
강민은 모든 방패를 공격형으로 만들어 휘둘렀다.
– 팍!
근육 좀비가 휘청거렸다. 이제 목은 거의 떨어져 있었다.
“죽어! 이 괴물 새끼야!”
강민은 전력을 다해 오른손으로 방패를 휘둘렀다.
– 팍!
방패가 반대편으로 나왔다.
좀비의 몸이 멈추고 바닥에 근육 좀비의 목이 떨어졌다.
[‘근육 좀비’를 죽이셨습니다. 10포인트를 얻으셨습니다.>“헥… 핵…….”
강민이 계단 손잡이를 잡고 거친 숨을 내뱉었다. 힘들어 이대로 눕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근육 좀비가 쓰러지자 어떻게 알았는지 정문을 통해 좀비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강민은 근육 좀비 몸에서 칼을 뽑고 온 힘을 다해 다시 위로 올라갔다.
헬멧은 바둥거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조금 전 박치기의 영향인지 헬멧은 온통 금이 가 있었다.
“근육 좀비는 죽였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해?”
강민은 헬멧에 칼을 주며 말했다. 헬멧에게 어떤 대책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일반 좀비는?”
“지금 몰려와.”
“그럼 2층은 틀렸어. 5층으로 올라가야 해.”
헬멧은 그 말을 하며 걸으려 했다. 하지만 머리를 다쳤는지 휘청거렸다.
“업혀!”
강민이 가방을 앞으로 메며 소리쳤다.
“괜찮아, 걸을 수 있어.”
“그 걸음이면 좀비한테 따라 잡혀! 빨리!”
헬멧은 잠시 망설이다 결국 강민의 등에 업혔다.
‘윽! 무겁잖아!’
여자라 생각해서 가벼울 줄 알았는데 칼에, 헬멧까지 있어서 그런지 꽤 무거웠다.
‘끄응!’
강민은 죽을힘을 다해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 * *
아래에서 좀비들이 쫓아왔다.
강민은 온 힘을 다했다. 한 층 한 층 올라가는 게 군 시절 유격만큼 힘들었다.
‘진짜 집에 돌아가면 바로 헬스부터 한다!’
간신히 좀비에게 잡히지 않고 5층에 올라섰다.
“503호야!”
헬멧의 말에 503호에 들어갔다.
문 앞에 서자 헬멧이 강민의 등에서 내려 문에 열쇠를 꽂았다. 다른 곳은 모두 키패드 형식 자물쇠인데 이 집만 열쇠였다.
헬멧은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신발장 위에 있는 알람 시계를 조작했다.
– 일어나! 일어나!
알람이 울리자 헬멧은 시계를 복도 반대 방향으로 바닥에 미끄러지듯 던졌다.
“빨리 들어가!”
헬멧의 말이 강민이 안으로 들어가자 헬멧이 들어오면서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 딸각.
헬멧은 현관문 렌즈 구멍에 얼굴을 대었다. 하지만 깨진 헬멧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에잇.”
헬멧은 헬멧을 벗고 렌즈에 얼굴을 대었다.
뒤에 있던 강민은 그제야 헬멧을 벗은 그녀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왔는데 온통 땀범벅이었다.
‘아니, 저 정도가 될 때까지 헬멧을 쓰고 있었던 거야?’
자신 같으면 답답해서 못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헬멧을 쓰고 있어서 근육 좀비의 박치기 공격에 살아남은 걸 생각하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다행히 좀비들이 이쪽으로 안 와. 유인이 성공했어.”
헬멧의 쉰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강민은 헬멧이 시계를 왜 던졌는지 깨달았다.
‘그 급박한 와중에도 좀비들 유인을 생각한 거야?’
생각해 보니 알람 시계도 괜히 있는 게 아닌 거 같았다.
‘모두 준비되어 있던 거야.’
강민은 이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그 단면을 발견한 거 같았다.
강민은 뒤를 돌아봤다. 깔끔한 내부가 보였다. 근래에도 사용한 거 같이 보였다.
“여기는 너희 임시 대피소 같은 곳이야?”
여전히 렌즈 구멍을 보던 헬멧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네가 있던 곳은 이러지 않았어?”
강민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내가 있는 곳은 좀비가 아니라 돈과 전쟁인 세상이라.’
강민은 대충 둘러댔다.
“뭐, 비슷해. 사는 곳이 똑같지.”
“그렇지, 이런 세상에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겠지.”
뭔가 씁쓸한 헬멧의 말에 강민은 망설이다 말했다.
“고마워, 구해 줘서.”
강민의 말에 헬멧이 살짝 멈칫했다.
“난 빚지고 못 살거든. 네 덕분에 승철이가 살았어. 이건 그 보답이야.”
“이런 세상에 쉽지 않았을 텐데. 나중에 이건 꼭 보답하지.”
“이런 세상에는 그런 약속 의미 없어. 그래도 나쁘진 않네.”
헬멧은 그 말을 하고 뒤돌아섰다.
머리카락이 살짝 휘날리며 헬멧의 얼굴이 나타났다.
동그란 이마에 짙은 눈썹, 쌍꺼풀 진 예쁜 얼굴에 오똑한 코, 균형 잡힌 입술에 날렵한 턱선까지.
순간 강민의 입이 벌어졌다.
바로 앞에 미스 코리아 뺨을 칠 만큼 예쁜 여자가 서 있었다.
너무 예뻐 강민은 한동안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강민은 눈앞의 여자를 어디선가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지? 내가 이렇게 예쁜 여자를 본 적이 있었나?’
아니었다. 제법 예쁜 여자는 본 적 있었지만 다들 평범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눈앞의 여자처럼 같은 인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질적인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혹시 배우나 아이돌…….’
그때 강민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설마!’
티브이처럼 화장을 하지 않아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지만 분명했다.
“한… 민주?”
* * *
민주는 눈살을 찌푸렸다.
눈앞에 멍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날 알아봤네.’
헬멧은 이미 깨져 더는 쓸 수가 없었다.
‘진짜! 이래서 헬멧을 안 벗는 거였는데.’
어제 자신에게 보였던 냉철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민주 맞지 않아?”
민주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라고 해 봤자 쓸모없다는 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들이 원하는 것도 잘 알고 말이야.’
민주는 칼을 든 손에 힘을 꽉 주며 대답했다.
“맞아, 내 이름이 한민주야.”
민주는 남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본 남자들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날 실망하게 하지 마. 애써 구했는데 널 죽이긴 싫어.’
자신의 얼굴을 본 대부분 남자가 자신에게 호감을 사려 했다.
목적은 뻔했다. 자신의 몸이었다.
그나마 호감을 얻으려 한 사람은 양반이었다. 힘으로 꺾으려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좀비 세상이 되고 힘없는 여자는 남자들에게 기대 살 수 밖에 없었다.
‘나도 그렇게 살 뻔했지.’
옛 생각이 떠오른 민주는 입술을 깨물고 칼을 살짝 앞으로 내밀었다. 남자가 헛짓거리하려 하면 바로 베어 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뜬금없는 남자의 말에 민주는 이맛살이 찌푸렸다.
“진짜? 한민주? 핑크 드림의 한민주란 말이야?”
남자는 고개를 흔들더니 말을 이었다.
“말도 안 돼! 다… 당신!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무슨 소리야? 어떻게 살아 있다니? 그럼 내가 죽어 있어야 한다는 거야?”
민주의 쉰 목소리에 남자가 무척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야. 미안해.”
남자는 그 말을 남기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손을 이마에 두고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 거 같았는데 간혹 자신을 힐끗 보며 놀라는 게 영 이상했다.
‘이거 뭐지?’
다른 남자들이 보여 준 반응과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성욕의 대상으로 보지는 않는 거 같아 안심이긴 한데, 기분이 묘하게 껄끄럽네.’
남자는 꼭 자신을 귀신 보는 듯했다.
‘찝찝하지만, 상관없잖아.’
자신이 애써 구한 사람을 죽이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민주는 생각했다.
민주는 안방으로 가 장롱 구석에서 ‘무전기’를 꺼냈다.
“여기는 3조. 여기는 3조. 들리는가?”
대답은 즉각 들렸다.
– 언니! 괜찮아요?
새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건강해.”
건강하진 않았다. 온몸이 쑤시고 아직 머리가 ‘웅’ 하고 울리고 있었다.
– 어휴, 언니! 그냥 뛰쳐나가면 어떡해요! 다들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미안해, 새미야. 하지만 시간이 없었어.”
– 그럴수록 같이 가야죠! 항상 같이 움직이라고 말한 게 언니예요!
“미안해. 다음부터는 꼭 그럴게.”
민주의 대답에 안도하는 새미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 참, 언니. 그 사람은 구했어요?
“응, 같이 있어.”
– 다행이다. 언니. 조금만 기다려요. 저희가 구하러 갈게요.
새미의 말에 민주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 절대로 오지 마. 여기 ‘레드 지역’이야.”
레드 지역은 절대로 가서는 안 되는 곳을 뜻했다.
– 네? 좀비만 있는 게 아니에요?
“거대한 덩치의 녹색 괴물이 있어. 근육 좀비의 수도 많고 말이야.”
– 그 정도면 좀비들 유인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좀 위험하겠지만요.
“안 돼, 안 통할지도 몰라. 확실하지 않지만, 녹색 괴물이 좀비를 움직일 수 있는 거 같아.”
– 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됐다. 지금까지 좀비를 상대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제멋대로 움직여서였다.
좀비들을 누군가가 통솔한다면 그건 곧 생존할 수 없음과 똑같은 말이었다.
“그러니, 내가 다시 연락할 때까지 기지나 잘 지키고 있어. 절대 바깥으로 나오면 안 돼.”
– 언니!
새미가 소리쳤지만, 민주는 바로 무전기를 껐다.
거실로 나가니 남자는 소파에 앉아 여전히 뭔가를 고민하는 듯 보였다.
‘위험해 보이지 않아. 차라리 이대로 계속 있어 줘.’
민주는 베란다로 가 몸을 숙이고 바깥을 바라봤다.
수많은 좀비가 사방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암울했지만 그래도 이건 익숙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민주가 운동장 한가운데를 바라봤다.
그곳에 좀비들이 엎어져 있었고 그들의 등에 앉아 있는 거대한 녹색 괴물이 보였다.
제법 먼 거리였지만 민주의 시력은 ‘그날’ 이후 매우 좋아졌다. 이 오피스텔에 온 것도 멀리서 강민이 오는 도망치는 걸 발견해서였다.
운동장을 보니 녹색 괴물이 뭔가를 외치며 도끼를 하늘에 휘두르고 있었다. 휘두를 때마다 도끼에서 검은 연기가 나왔다.
그 모습이 꼭 영화 속 주술사의 모습과 비슷했다.
검은 연기가 근처에 있던 근육 좀비들의 몸에 들어갔다. 녹색 괴물이 도끼를 가리키자 근육 좀비들이 움직였다.
‘잘못 본 게 아니었어.’
오크는 뭔가 주술 같은 방법으로 좀비들을 움직이는 거 같았다.
눈앞에 깜깜해졌다. 이게 사실이라면 앞으로 자신들은 앞으로 ‘군대’와 싸워야 할지 몰랐다.
“미치겠네. 앞으로 어떻게 하라고!”
저도 모르게 한탄이 쏟아졌다.
그때였다.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얘기 좀 나눠 볼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지 말이야.”
남자가 물병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민주의 눈이 흔들렸다. 남자가 건넨 건 몇 달 만에 보는 생수병이었다.
* * *
강민은 눈앞에 있는 게 한민주라는 걸 깨닫고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분명 현실 세계에서 한민주는 자살했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내가 사는 세상과 평행 세계의 역사가 다른 건가?’
그럴 리 없었다. 만일 그랬다면 문명도 지폐도 달랐어야 했다.
‘가장 먼저 내 집이 내 것이 아니었어야 했지.’
하지만 똑같았다. 자신의 방도 창고에 있던 짐들도 똑같았다.
‘분명 똑같은 세상이야. 좀비를 빼고 말이야.’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강민은 알 수 없었다.
물론 좀비 세상이 되었으니 대다수 사람이 죽었을 거란 생각은 들었었다.
현실 세계에서 살아 있는 사람의 대다수가 이곳에서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곳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
뭔가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강민에게 매우 중요할 게 틀림없었다.
‘설마, 여기에 아버지가 살아 계시는 건 아니겠지? 엄마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부모님이 어딘가에 살아 계신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찾아야 했다.
그러다 문득 강민은 자신이 가장 중요한 걸 지금까지 잊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맙소사, 그럼 평행 세계에 있던 나는 어떻게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