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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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체르노빌의 비밀 (3)
“초고속 우주 항해를 위한 이동 실험?”
제일 위에는 그런 제목이 적혀 있었다. 이해는 안 됐지만, 강민은 어느 정도 수긍을 했다.
과거 소련이 얼마나 우주 개발에 치열했었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SF 영화나 소설 같은 데서 보면 우주를 여행하는 데 핵에너지를 썼어. 이것도 그런 실험이었나 보네?’
처음에는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제목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큰 제목 아래 작은 제목이 더 있었다.
“시공간 이동 테스트.”
강민의 눈이 부릅떠지고 숨이 가빠져 왔다.
‘시공간 이동이라니!’
강민은 푸틴을 바라봤다.
“이게… 정말 가능한 거였습니까?”
강민은 ‘시공간’의 정확한 원리는 몰랐다. 다만 인터넷이나 나튜브에 ‘시공간 이동’에 관련된 내용은 수도 없이 많아 간혹 즐겨 보곤 해서 개념은 알고 있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저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 대표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요.”
푸틴은 그 말을 하며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강민에게 주었다. 그건 사진이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꽤 많은 사람이 체르노빌 발전소 앞에서 웃으며 찍은 단체 사진이었다.
“공식적으로 체르노빌 연료봉이 있는 곳에 있던 사람은 한 명입니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한 명 더 있었습니다. 연료봉이 아니라 연료봉 아래에 있던 실험실에 한 명이 더 있었죠.”
푸틴은 사진 속에서 한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이 남자죠.”
강민은 사진 속 남자를 보았다. 사진이 흐릿했지만 사람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순간 강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남자의 얼굴이 눈에 익었다.
‘이 사람은! 체르노빌 안에서 봤던 그 남자야!’
말이 안 됐다. 이 사진 아래에는 날짜가 찍혀 있었는데 1984년이었다.
“이… 이 사람이 누굽니까?”
“세르게이 보로다이 박사죠. 시공간 이동 실험의 핵심 연구원이었죠.”
강민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이 사진 속 얼굴과 내가 본 얼굴은 똑같았어. 30년이 지났는데 말이야.’
강민의 표정을 본 푸틴이 말했다.
“저는 최 대표를 본 지 얼마 안 되었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죠.”
푸틴은 강민에게 물었다.
“혹시, 보셨다는 남자가 이 남자 맞습니까?”
강민이 사진에서 눈을 떼어 푸틴을 바라봤다.
“맞는다고 하면 제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체르노빌 사건이 터진 게 1986년입니다. 상식적으로 살아 있는 게 말이 안 됩니다.”
푸틴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말이 안 되죠. 하지만 그걸 말이 되게 하는 단 하나의 이론이 있습니다.”
푸틴은 문서를 넘겨 한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것을 한번 보시죠.”
강민은 푸틴이 가리킨 곳을 읽었다.
– 시공간 이동은 현재 기술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실험 중 이상 현상을 발견했다. ‘시공간 이동’이 아닌 ‘시공간 왜곡’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강민이 눈살을 찌푸렸다.
“시공간 왜곡은 뭐지요?”
푸틴이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저도 몰라서 러시아 과학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들이 저에게 말하길… 그건.”
푸틴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시간을 이동하는 기술이라고 하더군요. 최 대표의 말이 사실이면 세르게이는 시간을 이동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 * *
푸틴과 대화를 끝낸 강민은 숙소로 돌아왔다.
푸틴은 더 대화를 나눴으면 했지만, 이미 강민의 머리는 한계였다. 강민은 오래 비행기를 타 몸이 안 좋다고 말하며 다음날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강민은 침대에 쓰러질 듯 누웠다.
‘말도 안 돼! 시간 이동이라니!’
당연한 말이지만 푸틴이 얘기해 준 것은 러시아 1급 비밀이었다. 그것만 해도 미치겠는데, 이게 체르노빌 사태의 진짜 원인이었다.
시공간 실험을 위해 원자로를 한계까지 작동시켰고 그때 알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 원자로가 폭발한 거였다.
만일 이 사실이 대외에 퍼지는 순간 러시아는 영원히 비난받을 게 뻔했다.
‘이러다 정말 방사선 홍차를 마시는 거 아니야?’
쓴웃음을 지며 생각했지만 정말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떡하지?’
이런 내용까지 듣고 모른 체할 수는 없었다. 푸틴이 이걸 얘기한 것은 사실 강력하게 강민을 압박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강민은 눈을 감고 고민하다 눈을 번뜩였다.
“아니지, 굳이 나쁘게 생각할 게 아니잖아?”
푸틴이 이런 비밀을 얘기해 준 건 분명 원하는 게 있어서였다.
‘그럼 내가 갑 아닐까? 을이 졸라 무섭긴 하지만 말이야.’
강민은 밤새 푸틴이 원하는 것을 고민하고 이걸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했다.
창가로 날이 밝을 때쯤 강민은 마음을 정했다. 아침을 먹고 호텔을 나서자 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대통령궁에 도착한 강민은 푸틴을 다시 만났다.
강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대통령 각하, 원하시는 게 뭡니까?”
생각지도 못한 강민의 물음에 푸틴이 살짝 이채를 띠며 대답했다.
“전… 세르게이를 원합니다.”
강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어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는… 식물 뿌리와 하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를 데려오려면 거대한 나무까지 데려와야 할 겁니다. 게다가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고요.”
“흠.”
푸틴은 큰 신음성을 냈다.
타임머신이 성공했고 그 기술을 가질 수만 있다면 러시아는 앞으로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었다.
“만에 하나 안개 속을 다니다 보면 만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푸틴은 포기하지 않았다.
“만나면 뭐 합니까? 정상이 아니어서 제가 죽을 뻔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전 도망치지도 못했을 겁니다.”
강민의 말에 푸틴은 턱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그 말은 어떤 계기만 있으면 정신을 차릴 수도 있다는 말이지 않습니까? 사실 저에게 좋은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네?”
“한 사람을 안으로 데려가십시오. 아마 도움이 될 겁니다.”
강민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구 데려가라는 말씀이십니까?”
“아나톨리 보로다이 교수입니다.”
강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톨리 교수?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데?’
강민의 모습을 본 푸틴이 말을 이었다.
“한동안 인기인이었죠, 나튜브에서 체르노빌이 위험하다는 것을 몇 년 전에 예측한 교수였으니까요.”
그제야 강민은 그가 누군지 알 거 같았다. 자신이 러시아 호텔에 있을 때 쪽지로 전해 줘 알게 된 교수였다.
‘그리고 그 쪽지에는 푸틴을 믿지 말라는 말도 적혀 있었지.’
쪽지가 생각난 강민은 마음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런데 그 교수를 왜 데려가라는 거죠?”
“그가 세르게이 박사의 친형이니까요.”
이때만큼은 강민도 놀랐다.
“네?”
“만일 최 대표 말대로 세르게이의 정신이 왔다 갔다 한다면 그와 대화가 가능한 사람은 아마 아나톨리 교수밖에 없을 겁니다.”
푸틴의 말에 강민은 깊이 고민했다.
‘푸틴의 말이 맞아. 그때 봤던 사람이 정말로 세르게이라고 한다면… 그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그의 형일 가능성이 높아.’
강민의 눈이 빛났다.
‘잘하면 체르노빌의 비밀을 알 수 있겠어!’
사실 체르노빌의 비밀에 대해서는 푸틴만큼 강민도 알기를 원했다.
‘아직 짐작뿐이지만, 평행 세계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어 있는 거 같아.’
푸틴의 말을 들은 강민은 당장이라도 아나톨리 교수를 데리고 체르노빌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강민은 시치미를 뗐다.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각하, 저는 다시는 체르노빌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말 안 해도 아시겠죠?”
푸틴은 강민의 눈을 바라봤다. 강민도 푸틴의 눈을 바라봤다.
“흠, 나도 그 일은 유감입니다. 들어서 알겠지만, 러시아는 끝까지 미사일 발사를 반대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대통령 각하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하지만 그래도 체르노빌에는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제 조국도 제 땅도 아닌데 다시 갈 이유가 없습니다.”
강민의 말에 푸틴이 눈을 빛냈다.
“그러면, 이런 조건이면 어떻습니까?”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떤 조건이라도 전 싫습니다.”
강민은 튕겼다.
‘푸틴, 이 일은 내가 갑이야. 당신은 절대 나를 포기 못 해. 그럼 대가를 내놔 봐! 내가 어쩔 수 없이 움직일 정도의 대가를!’
푸틴이 이 정도로 목메는 일이라면 대가도 그만큼 클 거였다.
푸틴이 넌지시 말했다.
“세르게이를 데려와 주십시오. 만일 말씀하신 대로 불가능하다면 어쩔 수 없겠지요. 대신 체르노빌 지하에 있는 연구소는 폭파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 말 듣지 않으셨습니까? 전 절대 안 갑니다.”
강민은 한 번 더 튕겼다.
강민과 푸틴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푸틴은 잠시 눈을 감다가 뜨며 강민을 향해 말했다.
“체르노빌, 아니, 지금 안개로 뒤덮인 지역을 모두 드리지요. 100년 동안 조차, 어떻습니까? 홍콩처럼 말이죠.”
* * *
“콜록, 콜록.”
기침한 아나톨리 교수는 입에서 손수건을 땠다. 피가 한 움큼 손수건에 묻어 나왔다.
아나톨리 교수는 안개 지역 바깥에서 체르노빌을 향해 바라봤다.
“세르게이! 죽기 전 너를 봐야 하는데…….”
모두 자신 때문이었다. 동생인 세르게이가 체르노빌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건 모두 자신 때문이었다.
– 꿈을 포기하지 마, 세르게이.
자신이 언제나처럼 동생 세르게이한테 한 말이었다.
체르노빌 사태가 벌어지기 전날, 세르게이에게 연락이 왔었다.
– 형, 내가 하는 실험 지표가 아주 좋아. 어쩌면 내일, 정말로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할 거 같아.
– 먼저 축하한다. 네가 이 정도로 말할 정도면 정말로 성공하겠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네 꿈을 이뤄, 세르게이.
이게 동생 세르게이와 한 마지막 대화였다.
체르노빌 사고가 터지자 연구소 사람들은 모두 빠져나왔다. 단 한 명 세르게이만 빼고.
연구원들의 말을 들으니 세르게이는 조금만 더 하면 성공이라며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
아나톨리 교수는 지갑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그 사진 속에는 자신과 동생 세르게이가 함께 웃고 있었다.
“너를 다시 한번 볼 수만 있다면…….”
아나톨리 교수가 손가락으로 동생 세르게이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컨테이너 연구소 문이 열리며 제자 데니스가 들어왔다.
데니스가 상기된 얼굴로 아나톨리에게 말했다.
“교수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한때 자신에게 수많은 기자와 정부 관계자들이 몰려들었지만, 이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핵분열 따위에 더는 관심이 없었다. 모두 안개가 어디까지 퍼지는지 그 안에 있는 건 뭔지에 관심을 뒀다.
“네!”
“누구신데? 난 내가 아는 걸 모두 언론에 공개했다.”
“그 때문에 오신 게 아닌 거 같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이 기다리시던 분입니다.”
순간 아나톨리의 눈이 빛났다.
“안으로 모셔라.”
아나톨리 교수의 말이 끝나자 현관문을 열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순간 그를 발견한 아나톨리 교수의 눈이 커졌다.
“당신은!”
“처음 뵙겠습니다, 아나톨리 교수님. 저는 최강민이라고 합니다.”
강민은 아나톨리와 간단한 인사를 하고 데니스를 바깥으로 나가게 했다.
데니스가 나가자 강민은 휠체어에 탄 아나톨리 교수를 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교수님, 체르노빌 안으로 들어가시겠습니까?”
* * *
‘와, 푸틴 장난 아니네. 이걸 해내네.’
강민은 비밀리에 체결된 협정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그건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 3국에 연관된 협정서였다.
협정서에는 강민이 자비로 현재 체르노빌 사태를 안정시키면 현재 안개가 깔린 우크라이나 지역과 벨라루스 지역을 강민에게 100년 동안 조차시킨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당연히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는 반대했지만, 푸틴이 근처에 있는 러시아 땅 일부를 포함해 조차시켜 버렸다.
그 땅은 작긴 했지만, 안개가 아직 침범하지 않은 지역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크라이나나 벨라루스도 어쩔 수 없었다.
강민은 핸드폰으로 전달된 협약서를 닫았다.
‘이게 내가 나오는 즉시 전 세계에 공표된다고?’
국가가 아닌 개인에게 땅이 조차되는 건 인류 역사상 거의 최초였다.
‘땅 넓이를 보니 남한 넓이의 절반 정도던데. 휴우.’
강민은 씩 웃었다. 이러면 평행 세계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왕처럼 지낼 수 있었다.
강민은 방호복을 입고 바깥으로 나갔다. 거대한 안개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좋아, 이제 가 볼까?’
* * *
강민의 2차 체르노빌 진입은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강민은 아나톨리 교수만 데리고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물론 무턱대고 들어간 건 아니었다. 사라의 도움으로 초소형 ‘마석링’을 가지고 들어갔다.
이건 허리에 묶을 수 있게 띠처럼 만들어져 있었는데, 강민은 이걸 아나톨리 교수의 허리에 묶었다.
마석링에서 나오는 빛이 반경 3m 정도의 안개를 흡수하고 주위를 밝혔다.
– 드드드드드.
갈라진 도로 위를 휠체어 바퀴가 굴러갔다.
주위는 온통 나무와 풀로 가득했다. 꼭 정글 같았다.
도로는 그나마 식물들의 침범이 적어 간신히 휠체어로 이동하고 있었다.
– 크아아아악!
사방에서 괴물들의 비명이 들렸다.
“괴물들의 소리는 나는데 이상하게 안 보이네요?”
아나톨리 교수의 말에 강민이 대답했다.
“그러게요. 그동안 내부에 무슨 변화가 있던 거 같습니다.”
강민은 이렇게 대답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민 주위를 지금 ‘방패’들이 벽처럼 막고 있었다.
게다가 막는 것만이 아니었다.
– 찌이이이익.
방패에서 엄청난 전기가 내뿜어져 주위의 모든 지렁이와 식물들을 태워 죽여 버리고 있었다.
그 덕에 그 어떤 괴물들도 강민 주위로 오지 못했다.
강민은 휠체어를 끌고 빠르게 이동했다. 하지만 아나톨리 교수가 나이가 많아 5km 움직일 때마다 쉬면서 움직였다.
“최 대표,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아시오?”
강민은 멈칫하다 대답했다.
“체르노빌 전문가여서 그러신 거 아닙니까?”
아나톨리 교수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나에게는 동생이 있소. 모든 기록이 소멸하여 사라진 동생이지. 그런데 그 동생이 얼마 전부터 꿈에 계속 나와. 자신을 만나러 와 달라고. 동양인 남자와 함께 말이야.”
강민이 멈칫했다.
“난, 그게 누군지 몰랐어.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당신 같아. 하나만 묻겠소. 혹시… 내 동생을 아시오?”
아나톨리 교수의 질문에 강민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나톨리 교수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그렇게 10시간쯤 지나자 체르노빌 발전소가 보였다.
“도착했습니다.”
강민은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안개가 옅어졌다.
강민이 LED 등을 켜자 주위가 환하게 보였다.
“최 대표, 구멍이 많이 있습니다.”
아나톨리 교수가 주위를 보며 말했다.
곳곳에 거대 지렁이가 만든 구멍이 잔뜩 있었다. 발을 잘못 디디면 구멍 안으로 빠질 거 같았다.
“여기서부터는 휠체어로 이동하기 힘들 거 같습니다. 업히시지요.”
강민은 아나톨리 교수를 업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한 번 와 본 곳이라 이동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 삐삐삐삐삐.
아래로 내려갈수록 방사능 측정기가 최고 측정 단계를 넘어서 소리를 냈다.
강민은 아예 측정기를 꺼 버리고 더 안으로 들어갔다.
방사선 때문에 녹아 버린 시멘트 덩어리들이 보이고 더 안으로 들어가자 핵 연료봉이 있는 곳이 나왔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핵 분열이 일어나고 있었어!”
아나톨리 교수는 핵 연료봉 근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나톨리 교수가 근처를 살피는 동안 강민은 그곳을 바라봤다. 그곳은 거대한 나무뿌리가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전에 보았던 거대한 나무뿌리와 ‘세르게이’는 보이지 않았다.
‘어딨을까? 밖에 있는 정글 속 거대한 나무에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푸틴 말대로 지하에 있다던 연구실에 있는 것일까?’
푸틴은 강민이 떠나기 전 어쩌면 세르게이가 연구실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왜냐하면 그곳에 ‘장치’가 있기 때문이지요.
이곳에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한 강민은 다시 움직였다.
지하 연구소로는 원래 엘리베이터로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막혀 있는 상태였다.
비상구가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이 연료봉이 있는 방 끝에 있었다.
강민은 방 끝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하지만 계단은 천장에서 떨어진 시멘트 덩어리들도 막혀 있었다.
아나톨리 교수가 탄식하며 말했다.
“이거 어쩌죠?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 막혀 있습니다.”
강민은 잠시 아나톨리 교수의 눈을 가리고 말했다.
“최신 폭탄을 가지고 왔습니다. 혹시 모르니 눈과 귀를 막아 주십시오.”
아나톨리 교수가 눈을 감고 양손으로 귀를 막자, 강민은 방패를 소환했다.
허공에 가로 5m, 세로 7m의 거대한 방패가 나타났다. 방패가 무너진 잔해 덩어리들을 치웠다.
– 쿵! 쿵! 쿵!
한 번 칠 때마다 잔해가 패여 나갔다. 그렇게 1분 동안 때리자 잔해가 모두 사라졌다.
“교수님, 됐습니다.”
아나톨리 교수가 귀에서 손을 떼고 앞을 바라봤다.
“맙소사, 이걸 어떻게? 이런 폭탄이 있다는 것은 들어 본 적도 없습니다.”
“미제에요, 미제.”
“아.”
그제야 이해하는 아나톨리 교수의 모습에 강민은 피식 웃고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은 꽤 길었다. 강민은 아나톨리 교수를 업고 20m 정도 아래로 내려갔다.
그곳에 거대한 철문이 보였다. 문에는 온갖 위험한 문구가 잔뜩 적혀 있었다.
강민은 아나톨리 교수를 바닥에 내려놓고 철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윽!”
손잡이를 돌리고 힘을 줬지만 몇십 년 동안 열리지 않던 거라 쉽게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강민의 힘은 인간을 넘은 지 오래였다.
강민은 있는 힘껏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 끼이이익.
얼마 지나지 않아 경첩이 돌아가는 소리가 나며 연구소 안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