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체르노빌의 비밀 (4)
“맙소사.”
아나톨리 박사는 LED 등을 들고 연구소 안을 바라보았다.
연구소 안은 천장과 벽에 금이 가 있고 중간중간이 무너져 내려 있었다.
몇 십 년 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듯 먼지도 두껍게 쌓여 있었다.
그런데 연구소 한가운데 이상한 게 있었다.
‘저게 뭐지?’
아나톨리 교수는 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거리가 있어 볼 수 없었다.
별수 없이 강민에게 데려가 달라고 요청하려는데, 강민의 모습이 이상했다.
자신이 본 것을 보며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최 대표님, 혹시 저게 무엇인지 아시는 겁니까?”
아나톨리의 말에 강민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나톨리를 안고 연구소 안으로 들어갔다.
강민은 의자에 아나톨리를 앉히고 말을 했다.
“나무뿌리 같습니다.”
아나톨리는 깜짝 놀랐다.
“네? 저게 나무뿌리라고요?”
아나톨리는 연구소 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나무뿌리를 바라봤다. 그건 바닥과 천장 사이에 기둥처럼 놓여 있었다.
‘말도 안 돼. 이런 곳에 이렇게 거대한 나무가 있을 수가 있나?’
아나톨리가 눈을 크게 뜨며 뿌리를 보고 있을 때 강민도 똑같은 표정으로 나무뿌리를 바라봤다.
‘분명해. 그때 본 그 나무야. 세르게이가 있던!’
강민이 가까이 다가가 뿌리를 살폈다. 많이 바뀌긴 했지만 자신이 방패로 나무뿌리를 박살 낸 자국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뿌리 한가운데는 세르게이가 있던 자리가 움푹 패여 있었다.
‘확실해. 그때 봤던 그 뿌리야. 그럼 세르게이는 어디로 간 거지? 그리고 이 뿌리는 왜 여깄는 거야?’
드디어 뿌리를 찾았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강민은 LED 등을 천장에 달아 놓고 가방을 내려 놓았다.
‘어쩔 수 없네. 푸틴이 부탁한 거나 찾아보자.’
푸틴은 연구소를 폭파시켜 달라고 했지만 혹시 연구 자료들이 있으면 그걸 가져와 달라고 했다.
강민은 주위를 돌아 다니며 살폈다.
‘이상하네. 종이들이 하나도 없어.’
누군가 싹쓸이해 간 것처럼 연구소에는 종이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캐비넷 안도 텅텅 비어 있었다.
“최 대표님, 무얼 찾고 계십니까?”
“푸틴 대통령이 이곳에 자료가 남아 있다면 가져다 달라고 했거든요.”
강민의 말에 아나톨리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최 대표님은 푸틴과 친하십니까?”
강민이 멈칫했다.
‘친하냐고?’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몇 번 보지도 못했는데 친하고 말고 할 게 없죠. 그냥 비지니스적 관계입니다.”
“푸틴은 무서운 사람 입니다. 권력자들이 다 그렇겠지만, 푸틴은 특히나 그렇죠.”
강민은 호텔에서 받은 쪽지가 떠올랐다.
‘혹시… 그 사람들과 아나톨리 교수가 연관되어 있나?’
강민은 아나톨리 교수를 살짝 떠보기로 했다.
“안 그래도 러시아에 처음 왔을 때 비슷한 말을 들은 적 있었습니다.”
“러시아에서요? 놀라운 일이군요. 하긴 모든 러시아 사람들이 푸틴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요.”
아나톨리 교수의 반응을 본 강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사람들과 연관이 없는 건가?’
그들과 연관되어 있었다면 이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었다.
“네, 그렇겠지요. 하지만 전 푸틴과 계약했거든요. 여기를 폭파하기로요.”
아나톨리 교수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폭파하기에는 좀 아깝네요. 장비를 보니 뭔가 중요한 것을 실험하던 곳 같은데. 남은 자료가 어딘가에 있을 거 같은데.”
말을 하던 아나톨리 교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연구소 이쪽저쪽을 살피다가 말했다.
“VHS 테이프가 있어요!”
“네? VHS 테이프라니요?”
아나톨리 교수가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 예전 80~90년대에 쓰였던 비디오 테이프가 서랍장에 잔뜩 있었다.
“저게 뭔가요?”
아나톨리 교수는 천장을 바라봤다. 그곳에 CCTV가 있었다.
“여기를 CCTV로 찍은 거 같습니다. 예전에는 그걸 VHS 테이프로 저장했거든요.”
강민은 CCTV를 바라봤다.
‘복도나 출입구가 아니라 연구소 한가운데 CCTV가 있다고?’
보통 CCTV는 보안으로 쓰이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건 그런 게 아닌 거 같았다.
‘게다가 저렇게 테이프를 쌓아 놓고 있어. 보안 목적이면 쌓아 놓고 있을 필요가 없을 텐데?’
강민은 CCTV가 바라보고 있던 곳을 살펴보았다. CCTV는 나무뿌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강민의 눈이 빛났다.
‘설마, 이거 보안이 아니라, 이곳에서 이뤄지는 실험을 녹화한 거 아니야?’
강민은 바로 아나톨리 교수에게 물었다.
“교수님, 저 테이프들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그야 바깥에 가지고 나가면 볼 수 있죠.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지났습니다. 게다가 여긴 방사능이 많아 십중팔구 테이프가 망가졌을 겁니다.”
강민이 바라보니 테이프들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아.”
강민이 탄식을 내뱉었다.
그때 아나톨리 교수가 CCTV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저것은 다를지도 모르지요.”
“저것이라면?”
“마지막 연구소 상황을 찍고 있던 테이프는 어쩌면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강민은 바로 CCTV가 녹화 장치를 확인했다. 다행히 테이프가 장치 안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전원이 없어 영상을 틀 수 없었다.
강민이 가방에서 대용량 보조 배터리를 꺼내 교수에게 주며 물었다.
“혹시 이걸로 장치들 연결 가능할까요?”
“작업은 해야겠지만 이거 플레이하는 정도는 가능할 거 같습니다.”
교수가 1시간 정도 작업을 하고 VHS 플레이어와 모니터를 연결시켰다.
그러자 흑백 모니터 속에서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영상 속에 한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흐릿했지만 얼굴은 구분할 수 있었다.
하얀 실험복을 입은 30대 초반의 선이 굵은 남자. 아나톨리 교수가 영상을 보며 소리쳤다.
“세르게이!”
* * *
영상 속에는 세르게이와 동료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중 세르게이는 웃으며 CCTV 앞에서 손가락으로 자신를 가리키고 연구소 가운데에 있는 무언가를 가리켰다.
“맙소사 저건!”
강민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건 거대하고 동그랗게 생긴 무언가였다. 직경 3미터 정도 되는 동그란 기계였는데, 가운데는 비어 있었다.
“최 대표, 저게 무엇인지 아는 겁니까?”
강민은 목구멍까지 치솟은 말을 꾹 참았다.
‘저건… 저건 게이트야!’
물론 평행 세계에서 본 게이트와 모습은 많이 달랐지만 기본 모습이 비슷했다.
강민은 모니터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 나무뿌리를 바라봤다. 게이트가 있던 장소에 나무뿌리가 있었다.
‘게이트 기계는 어디 간 거지?‘
주위를 둘러봤지만 어디에도 영상 속 기계는 보이지 않았다.
강민은 다시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연구소장으로 보이는 사람의 명령에 따라 세르게이가 기계를 조작하고 있었다.
그러자 연구소 가운데에 있던 기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동그란 기계 안은 원래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었는데, 잠시 후 그곳에서 푸른 물결 같은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처음에 잔잔했던 푸른 물결은 점점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걸 본 연구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 환호성은 얼마 후 비명으로 바뀌었다.
천장에서 붉은 경고등이 켜지고 연구소장이 소리 지르는 게 보였다.
“아나톨리 교수님, 무슨 일이 생긴건가요?”
아나톨리 교수가 모니터에 고개를 가까이 대고 기계들을 살폈다.
“에너지 출력에 문제가 생긴 거 같습니다. 저 동그란 기계가 엄청난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어요. 그런데 상황을 보니 그게 통제가 안 되는…….”
순간 아나톨리 교수가 멈칫했다.
“에너지? 통제? 이곳의 에너지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끌어당기는데? 설마, 설마 체르노빌 폭발이?”
아나톨리 교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교수님, 왜 그러십니까?”
강민의 말에 교수는 영상 플레이를 중지하고 다급히 테이프에 찍힌 날자를 확인했다.
– 1986년 4월 26일.
이 날은 체르노빌이 폭발한 날이었다.
“맙소사, 체르노빌! 체르노빌이 왜 폭발했는지 알겠어. 그건 사람 실수가 아니야. 저거! 저 기계 때문이었어.”
아나톨리 교수는 매우 흥분하며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 강민을 바라봤다.
강민의 표정은 매우 담담했다. 아나톨리 교수의 눈끝이 흔들렸다.
“설마? 최 대표는 이걸 알고 있었던 겁니까?”
강민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네, 푸틴에게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아나톨리 교수가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알고 있었다고요? 푸틴에게 들었어? 오, 하느님 맙소사!”
아나톨리 교수는 이를 악물다 강민에게 소리쳤다.
“그럼 저를 왜 데려온 겁니까? 전 원자력 전문가이지, 이런 이상 현상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또 뭘 속이고 있는 거죠? 아는 게 있다면 다 말씀해 주십시오!”
아나톨리 교수는 숨이 벅차도록 소리 질렀다. 강민은 아나톨리 교수가 다 말할 때까지 기다리다 한마디를 했다.
“세르게이.”
“세르게이라니! 죽은 제 동생은 왜 부르는 겁니까?”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전 지난번 이곳에 왔을 때 세르게이 박사를 본 거 같습니다.”
아나톨리는 놀란 눈을 하다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그런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내 동생은! 30년 전에 죽었단 말입니다!”
강민이 멈춰진 화면을 보며 말했다.
“솔직히 저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그걸 알아보러 들어온 거지요. 그런데 진실이 무엇인지 이제 곧 알 거 같습니다. 같이 보시지요.”
그 말을 하며 강민은 다시 영상을 플레이했다.
영상 속 연구소는 난리가 났다. 천장엔 금이 가고 연구소장이 모두 나가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모두가 서로 나가려고 비명을 지르며 연구소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단 한 명만은 달랐다. 바로 세르게이였다.
그는 연구소장의 말에도 뭔가를 반박하며 계속 모니터 속 수치만 가리켰다.
연구소장은 그런 세르게이에게 소리치다가 또 다시 일어나는 진동에 도망치듯 연구소를 나섰다.
이제 연구소에 남은 건 세르게이 혼자였다.
연구소 안은 난장판이었다. 연구소에 있던 제법 큰 관상용 식물이 충격으로 굴러다니고 천장은 갈라져 흙이 떨어졌다.
하지만 세르게이는 오로지 모니터 속 수치만 바라봤다.
그러다 수치가 빨간 게이지에 오른 순간 세르게이는 버튼을 눌렀다.
순간 기계에서 환한 빛이 났다. 세르게이는 그걸 보며 미친 듯 웃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꼭 ‘성공이야! 드디어 해냈어!’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연구소가 지진이라도 난 듯 또 한번 흔들렸다.
그 충격에 세르게이가 바닥을 굴렀다. 세르게이의 몸이 구르고 굴렀다.
세르게이는 구르는 걸 멈추려 쓰러져 있던 화분을 잡았지만 화분과 같이 굴렀다.
그러다 세르게이의 몸이 동그란 기계의 안쪽에 들어가 버렸다.
화분은 절반쯤 들어가다 말았다.
그걸 본 아나톨리가 크게 소리쳤다.
“세르게이!”
영상은 그 뒤 한참 동안 계속됐지만 세르게이는 나오지 못했다.
“세르게이! 안 돼… 안 돼! 세르게이!”
아나톨리 교수는 계속 동생 이름만 불렀다.
영상 속 연구소 안은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영상이 끝날 때쯤이었다.
“어? 교수님, 저거 보십시오.”
강민이 영상을 가리켰다. 강민은 반쯤 들어가다 멈춘 화분을 가리켰다.
화분 속에 있던 식물이 갑자기 커지기 시작했다. 잎이 커지고 줄기가 나왔다.
식물은 동그란 기계에 줄기를 뻗어 감싸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저렇게 식물이 빨리 자랄 수는 없어!”
아나톨리 교수가 그렇게 소리칠 때였다. ‘픽’하며 영상이 끝났다.
“아…….”
아나톨리 교수는 탄식을 내뱉었다.
“안 돼! 안 돼!”
아나톨리 교수는 테이프를 다시 돌려 봤지만 테이프는 그게 끝이었다.
* * *
아나톨리 교수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강민에게 물었다.
“저… 정말. 세르게이를 본 겁니까?”
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요, 그걸 세르게이 박사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존재를 본 건 확실한 거 같습니다.”
“어디서! 어디서 본 겁니까!”
강민은 자신과 세르게이와 만난 것을 모두 얘기해 줬다.
순간 아나톨리 교수가 고개를 흔들었다.
“말도 안 돼. 몸이 나무뿌리와 연결되어 있었다고요?“
”네, 그리고 아무래도 그게 저 나무뿌리 같습니다.“
아나톨리 교수는 몸을 돌려 연구소 한가운데 있는 나무를 바라보았다.
“나를 저기로 데려다 주십시오.”
강민은 아나톨리 교수를 들어 나무뿌리로 데려갔다.
그때였다. 아나톨리 교수의 허리에 묶여 있던 ‘마석’들이 환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어? 최 대표님, 이거 이상합니다. 마석에서 빛이 나요.”
그때였다. 나무뿌리 안 동그란 곳에 푸른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건 영상에서 보던 모습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설마? 이 뿌리 안에 기계가?“
“교수님, 가지 마십시오.”
강민의 만류에도 아나톨리 교수는 신기해하며 더 안쪽을 살폈다.
그런데 그때였다.
푸른 물결 속에서 무언가가 나왔다. 그건 사람의 팔이었다. 분명 사람의 팔이었는데 손이 나무 잔뿌리처럼 생겼다.
그 손이 아나톨리 교수를 낚아채 푸른 물결 안쪽으로 데려가려 했다.
그걸 본 강민이 소리쳤다.
“안 돼!”
강민은 바로 몸을 날려 아나톨리 교수의 다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미 아나톨리 교수의 상체가 물결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웃기지마!”
강민은 소리 지르며 방패를 소환해 나무뿌리를 때렸다.
– 쿵!
거대한 충격음이 들리며 빨리 들어가던 아나톨리 교수의 몸이 조금 강민 쪽으로 빠져나왔다.
그런데 그때였다.
물결 속에서 수많은 나무줄기가 나와 강민의 몸을 휘감았다.
강민은 다시 한번 방패로 뿌리를 때렸다.
– 쿵!
강민을 잡아당기는 나무줄기의 힘이 약해졌다.
하지만 이미 아나톨리 교수는 물결 안으로 들어간 후였다.
강민의 눈이 빛났다.
‘그 손, 분명해. 세르게이의 손이었어!’
강민은 푸른 물결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힘차게 빛나던 물결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이렇게 도망가려고?’
강민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물결 속으로 몸을 날렸다.
* * *
눈앞에 깜깜해졌다가 밝아졌다.
[시공간 이동으로 몸에 ‘충격’이 가해집니다.> [성혈의 신체가 견뎌 냅니다.>‘여긴 어디지?’
주위를 돌아봤다.
‘안개?’
주위에는 옅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하지만 어둡지는 않았다.
하늘에 밝은 빛을 내는 무언가가 둥둥 떠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온통 숲이야.’
주위에는 거대한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다.
그런데 그 나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지가 강민을 향해 뻗어 오기 시작했다.
강민을 그걸 보며 피식 웃었다.
‘방패 던지기!’
순간 가로 5미터 세로 7미터의 거대한 방패 15개가 나타나 사방으로 뻗어 갔다.
방패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모든 게 잘렸다.
– 끼아! 끼아!
어디선가 괴물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민은 앞을 바라봤다. 그곳에 끝을 알수 없을 정도로 넓고 높은 나무가 서 있었다.
‘이건?’
분명했다. 안개 지역에서 본 거대한 나무가 분명했다.
강민이 나무를 향해 한 발자국 다가갔다. 그러자 사방에서 나무뿌리가 뻗어져 나와 강민에게 달려 들었다.
‘방패 소환!’
강민은 자신의 사방에 방패를 소환했다. 동, 서, 남, 북, 위, 아래까지 모조리 방패로 막았다.
– 퉁! 퉁!
나무뿌리들이 방패를 두들기며 안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방패를 뚫지 못했다.
그러자 나무줄기들이 방패를 감기 시작했다.
강민은 그걸 보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감전!’
순간 방패에서 환한 빛이 나며 방패 주위에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 끼아아악.
어디선가 괴성이 울리며 나무뿌리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강민은 방패 위에서 거대한 나무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거대 지렁이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방패에 닿자 마자 연기를 내며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그렇게 얼마 가지 않아 강민은 거대한 나무 앞에 다다랐다.
그곳에 ‘그’가 있었다. 세르게이가 나무줄기에 파묻힌 채로 아나톨리 교수를 안고 있었다.
강민은 세르게이에게 다가갔다.
‘저 눈! 정상 상태가 아니야.’
세르게이의 눈은 붉었다. 게다가 흰자 부위에 작고 붉은 점이 있었다.
강민은 이런 눈을 하고 있으면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거대한 나무의 안쪽이 열리며 세르게이가 아나톨리와 함께 그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강민은 곧바로 15개의 방패를 모조리 소환해 거대한 나무에 박아 버렸다. 그리고 전기를 내 뿜었다.
– 치이이이이.
거대한 나무가 흔들리며 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 쿵!
–
강민이 하늘로 방패를 날리자 거대한 나뭇가지 하나가 떨어졌다.
그런데 그때 메시지가 떴다.
[‘태초의 세계수’ 나무 가지를 잘랐습니다.> [10000 포인트를 획득 하였습니다.> [세계수 나무 가지는 S급 재료입니다.>강민은 깜짝 놀랐다.
‘세계수? 태초의 세계수라고?’
강민은 더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 급한 건 그게 아니었다.
“세르게이.”
강민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안쪽으로 다가갔다.
붉은 눈의 세르게이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강민은 손을 뻗어 세르게이의 목을 잡았다.
“사…살려…….”
세르게이가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정신을 잃고 있던 아나톨리가 눈을 떴다.
“세르… 게이.”
순간 세르게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형?”
세르게이의 눈이 정상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