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체르노빌의 비밀 (5)
허공에서 세르게이와 아나톨리의 눈이 마주쳤다.
세르게이의 눈과 목소리가 떨렸다.
“정… 정말, 형… 형이야?”
그건 아나톨리도 마찬가지였다.
“맙소사. 세르게이! 세르게이!”
아나톨리는 양팔을 뻗어 세르게이를 꽉 껴안았다.
“정말. 정말이었어. 네가 살아 있었어!”
아나톨리가 오열하자 세르게이는 팔을 뻗어 아나톨리를 껴안았다.
하지만 세르게이의 손끝은 나무와 연결되어 덩굴처럼 되어 있었다. 덩굴이 아나톨리의 몸을 조심스럽게 감쌌다.
‘정신을 차린 건가?’
다행이었다. 만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강민은 세르게이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
‘역시, 아나톨리를 데려온 게 정답이었구나.’
두 사람은 한참을 껴안고 울다 잠시 떨어졌다.
“그런데… 세르게이, 네 모습이 어떻게 된 거냐? 게다가 하나도 늙지 않았어?”
아나톨리의 말에 세르게이가 쓰디쓴 표정을 지었다.
“그게… 말이지.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야.”
그런데 그때였다.
세르게이가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아악!”
“세르게이!”
아나톨리가 세르게이를 붙잡았다. 세르게이가 소리쳤다.
“형,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 빨리”
아나톨리가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냐! 널 어떻게 만났는데, 난 절대 안 가겠다.”
세르게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형, 그놈이 또 내 정신을 침범하고 있어. 내 인간으로서 이성은 조금 있으면 사라질 거야. 으악!”
세르게이가 비명을 질렀다. 그의 눈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세르게이! 세르게이!”
아나톨리가 세르게이를 불렀지만, 세르게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혹시, 그놈이란 게 이 나무인가요?”
강민의 말에 세르게이는 힘겹게 ‘맞아’라고 대답했다.
“그럼 방법이 있어요. 혹시 고통스러워도 좀 참아요.”
강민은 그 말을 하고 15개의 방패를 소환했다.
‘말 안 드는 놈은 맞아야 정신 차리지.’
나무는 높이만 해도 200m가 넘을 정도로 높고 두께도 두꺼웠지만, 강민의 방패도 만만치 않았다.
‘네놈이 아무리 세계수라고 할지라도 못 견딜걸?’
강민은 방패를 던졌다.
– 쿵! 쿵! 쿵! 쿵! 쿵!
15개의 방패가 날아가 거대한 나무의 기둥에 10m 간격으로 박히기 시작했다.
15개의 방패가 모두 박히자 강민은 전기를 방류하기 시작했다.
– 찌이이익.
15개의 방패가 모두 전기를 쏟아 냈다. 그 전기들이 모두 하나로 이어지더니 결국 세르게이가 있는 곳까지 내려와 세르게이의 몸을 감전 시켜 버렸다.
“으아아아악.”
세르게이의 머리가 위로 솟구치며 온몸에서 연기가 났다.
“살… 살… 살려 줘!”
세르게이가 비명을 지르고 얼마 안 가 붉은 눈이 다시 원래의 눈으로 돌아왔다.
그걸 본 강민은 방패를 소환 해제 했다.
“괜찮냐! 세르게이.”
아나톨리의 말에 세르게이가 강민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봤다.
강민은 그런 세르게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세르게이 씨, 참아 보세요. 만일 다시 정신이 나가게 되면 그때마다 ‘이 맛’을 보게 될 겁니다.”
강민의 말에 세르게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 알겠습니다.”
알겠다고 말했지만, 세르게이는 중간중간 정신이 나갔다.
강민은 그때마다 ‘맛’을 보여 줬고 맛을 본 세르게이는 점점 강민의 말을 명심하기 시작했다.
그건 세르게이뿐만이 아니었다.
세르게이를 감싸고 있는 ‘세계수’가 강민을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 * *
세르게이의 설명이 다시 시작됐다. 그는 5분, 10분을 지나 50분 동안 쉬지 않고 얘기를 했다.
‘이거 완전 투머치토커 아니야?’
1시간이 지나도 세르게이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2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얘기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참지 못한 강민이 나섰다.
“세르게이 씨, 그러니까 정신이 깨어 있을 때는 이 안개도 스스로 조절 가능하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게 어떤 원리인지 생각해 본 게 있는데, 그건…….”
“스톱!”
강민은 세르게이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
“반대로 정신을 잃을 때는 꿈을 꾸고요. 그런데 그 꿈이, 꿈이 아닌 거 같다는 거죠?”
“네,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하냐 하면…….”
“시공간 왜곡 기계 때문이라고 아까 그 얘기 했었습니다.”
강민의 말에 세르게이가 나뭇가지를 움직여 뒷머리를 긁었다.
“하하. 벌써 그것도 얘기했군요. 그럼 이것도 얘기했나요? 더 이상 시공간 왜곡 장치로 시간 이동을 할 수 없다는 걸요? 그 장치와 나무와 제가 하나로 이어진 것도요?“
강민이 눈을 빛냈다. 드디어 자신이 궁금한 내용이 나왔다.
“아니요. 그 말은 안 했는데요?”
강민의 말에 세르게이가 지금까지와 달리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날 당신이 저를 깨우고 난 뒤 전, 제 모습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답은 쉽게 나오더군요. 이 나무뿌리는 제가 시공간 장치에 빠져들었을 때 제가 잡고 있던 관상용 식물일 겁니다. 문제는 식물의 절반은 원래 시공간에, 또 절반은 저와 함께 이곳에 있다는 거였죠. 즉, 이 식물은 두 개의 시공간을 잇고 있는 겁니다.”
세르게이는 나무 덩굴로 두 개의 모양을 만들었다. 하나는 시공간 장치 또 하나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이 식물은 한쪽에서 시공간 장치와 하나가 되었고 이쪽에서는 저와 하나가 되어 버렸습니다. 두 시공간을 사이를 두고 이렇게 저와 식물과 시공간 장치는 하나가 되어 버렸죠.”
강민은 다급히 물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세르게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저도 모릅니다. 단지 확실한 건, 알 수 없는 시공간의 힘 때문에 이 식물이 이렇게 자랐다는 것과…….”
세르게이는 강민과 아나톨리를 보며 말했다.
“시공간 장치는 더 이상 작동을 안 하지만 대신 제게 이상한 능력을 줬다는 거죠.”
“네? 이상한 능력이요?”
강민의 말에 세르게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제가 정신을 잃으면 전 꿈을 꿉니다. 아주 생생한 꿈이죠.”
“단지 꿈일 뿐인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네, 문제가 있습니다. 이게 일반 꿈이 아니라 아무래도 시공간 장치가 보여 주는 꿈 같아서입니다.”
“네?”
강민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제 꿈속에 미래의 모습이 보입니다. 장치를 통해 육신은 더 이상 이동하지 못하지만 대신 제정신이 미래로 가는 거 같습니다. 그걸 전 꿈속에서 보는 거죠.”
“맙소사.”
”아직 놀라시면 안 됩니다. 중요한 게 빠졌거든요.“
놀란 강민의 모습을 보며 세르게이가 말을 이었다.
“그 꿈속에서… 지구는 멸망합니다.”
* * *
전 세계 사람들은 점점 확장하고 있는 안개에 대해 연일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안개 속에 상상 속 괴물과 또 다른 세계가 있다 보니 전 세계 언론은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었다.
대다수 전 세계 사람들은 이 기사를 흥미로 바라봤지만,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사람들에게는 이건 흥미가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몇 달 후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전역이 안개로 뒤덮일 수도 있다는 기사가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연일 정부 청사 앞에서 대책을 마련하라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대통령은 대국민 발표를 했다.
이 내용은 곧바로 전 세계에 속보로 전달되고 어마어마한 파장을 일으켰다.
[최강민 대표, 체르노빌에 비밀리에 들어감. 같이 들어간 사람이 누구인지 몇이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음.] [이번 작전에 최소 마석 500개 이상 사용되는 것으로 발표. 이건 60억 달러(6조)가 넘는 비용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3개국은 만일 최 대표가 안개를 더 이상 퍼지지 못하게 한다면 현재 안개가 퍼진 지역과 인근 러시아 땅 일부를 최 대표에게 100년 동안 조차해 주는 것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대국민 발표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놀람을 넘어 경악했다.
–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아무리 최강민이 대단한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저 넓은 땅을 개인에게 100년 동안 조차해 준다니? 이거 치욕 아니야?
– 위에 바보 아니야? 저 땅 어차피 못 쓰잖아? 방사능만 가득하고 말이야. 오히려 더 이상 돈 주지 않고 땅으로 끝내면 우크라이나에 큰 이득이지.
– 맞아. 만일 계속해서 저 안개가 퍼져서 우크라이나를 다 덮고 나면 어쩌려고? 그때 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어.
사람들은 두 의견으로 갈라져서 싸우기 시작했다.
그 와중 블로디미르 대통령은 이 안건을 국회에 상정했다. 영토에 관한 건은 국회의 허락을 받아야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국회도 이 건에 대해 야당과 여당이 치열하게 싸웠다.
이걸 안정시킨 건 역시 블로디미르 대통령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만일 최강민 대표가 성공하지 못하면 이 안건은 무효가 됩니다. 대신 우크라이나도 안개 속으로 사라지게 되겠죠.]이 안건은 간신히 과반을 넘겨 국회를 통과했다.
벨라루스도 비슷한 홍역을 치렀다. 다만 러시아만은 달랐다.
푸틴의 지지 속에 모든 반대가 무시되고 안건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전 세계에 속보가 떴다.
[체르노빌의 안개. 확장을 멈추다.]* * *
강민과 아나톨리 교수의 얼굴이 굳었다.
“세르게이. 그게 무슨 말이냐. 지구가 멸망한다니?”
아나톨리 교수의 말에 세르게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아. 어디부터 말해야 하나. 간단하게 말하면 이래. 결국, 이 안갯속으로 각국의 연합군이 들어와.”
“설마… 네가 연합군에 잡히거나 죽는 거야?”
세르게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들은 지렁이를 죽이고 이곳의 식물들을 표본으로 가져가긴 했지만 여기까지는 오지 않았어. 그들은 애당초 다른 것을 목표로 왔으니까.”
“목표라니?”
“시공간 왜곡을 연구하던 지하 연구소.”
순간 아나톨리의 눈이 커지고 강민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강민이 바로 물었다.
“연구소에는 아무것도 없을 텐데요?”
“비디오테이프가 남아 있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그걸 가져가서 최첨단 기술로 복원시켜요.”
강민의 입을 딱 벌렸다.
“맙소사. 설마?”
“네, 예상하셨나 보네요. 그들은 체르노빌과 비슷한 현상을 일으킵니다.”
“이 실험으로 체르노빌이 어떻게 됐는지 알면서도 진행을 한 건가요?”
강민의 말에 세르게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때와 기술 수준이 다르니 그런 사고는 안 날 거로 생각했죠. 그들의 장담대로 실험은 성공했습니다. 타임머신까지 구현하지는 못했지만 원래 우리가 하려면 시공간 이동을 하나둘 성공하기 시작했죠.”
그 말과 함께 세르게이가 자신을 감싸고 있는 나무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들은 상상하지 못했죠. 시공간의 틈새에 무엇이 있는지를요. 한낱 관상용 식물을 이렇게 만들어 버리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를요. 결국 모든 국가의 실험 시설에서 ‘에너지 폭발’이 났습니다.”
세르게이는 폭발이 얼마나 참혹한지 말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방사능에 오염돼 죽기 시작했어요. 인류는 이걸 해결해야 했지요. 그때 사용된 게 여기에 있는 식물들과 지렁이들이었어요.“
아나톨리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방사능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니까.”
“네. 각국은 빠른 시간 내에 치료제를 만들어 자국민에게 치료제를 배포합니다. 그리고…….”
강민과 아나톨리는 세르게이를 바라봤다. 그 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세르게이는 더 이상 어떤 것도 말하지 않았다.
“세르게이, 그 뒤는? 그 뒤는 어떻게 되었느냐?”
“그건 저도 모릅니다. 그 뒤의 미래는 보이지 않았거든요. 인류가 멸망해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제가 아직 능력이 모자라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아…….”
아나톨리의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그때였다. 세르게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요즘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게 있어요.”
“뭔데? 그러느냐? 더 생각나는 게 있느냐?”
“그건 아니에요. 단지 제가 꿈속에서 보는 것과 현실에서 일어나는데 모두 똑같은데 단 하나가 달라서요.”
세르게이가 강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제가 본 미래에는 당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제 앞에 나타났죠. 그 이후 꿈이 흐릿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세르게이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당신, 당신은 누구입니까?”
* * *
강민은 세르게이의 질문에 솔직히 대답하지 못했다.
단지, ‘그냥 저는 최강민인데요? 한국인이고요.’라고 넘길 뿐이었다.
‘미치겠네. 이거 내가 세계선 이동하며 미래가 바뀌고 있는 거 같은데.’
원래 미래가 인류가 멸망하는 거니 바뀌는 것에 강민은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미래가 그 비디오테이프 때문에 망한다고?’
그렇다면 가만 놔둘 수 없었다. 모조리 없애 버려야 했다.
‘다행히 이건 어려운 일은 아니야. 하지만 이곳의 식물과 지렁이들을 가져가 실험하는 건 막을 방법이 없어.’
에너지 폭발이 안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인류는 반드시 이곳 식물들을 분석하고 무언가를 만들어 낼 게 분명했다.
‘이걸 어떻게 막지? 게다가 안개를 멈추는 것도 큰 문제야.’
안개를 멈추려면 현재로서는 세르게이가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계속 강민이 남아서 전기로 충격을 줘야 하는데 강민은 이곳에 계속 있을 수 없었다.
‘방법이 없을까?’
강민이 골똘히 생각할 때였다.
갑자기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의 영토 할양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왕의 권능’이 발동됩니다.> [현 세계에서 아직 ‘영지’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이곳 ‘체르노빌’을 중심으로 ‘영지’를 선포하시겠습니까? YES, NO>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