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진실을 말하다 (1)
“넌 뭐야?”
남자가 강민을 보자마자 반말을 했다.
“손님.”
남자가 비릿하게 웃었다.
“손님이면 기다려. 내가 먼저인 거 안 보여?”
강민은 바닥에 놓인 주유기를 다시 차에 꽂았다. 그리고 아민에게 손을 뻗었다.
“괜찮아요?”
아민은 그때까지도 몸을 떨고 있었다. 강민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거 같았다.
순간 강민의 몸에서 강한 살기가 퍼졌다.
‘죽여 버릴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민이었다. 평행 세계의 아민이 아닐지라도 아민은 아민이었다.
아민이 겁에 질려 두려워하는 걸 보니 참기 힘들었다.
‘아니야, 참아야 해.’
강민은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괜찮아요? 제 손 잡아요.”
강민의 말에 아민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강민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났다.
“어쭈? 너, 이년의 기둥서방이라도 돼?”
그 순간 강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방패소환!’
강민은 보이지 않는 방패로 남자의 무릎을 가격했다.
“악!”
남자는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 쓰러졌다. 언뜻 보면 혼자서 넘어진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었다.
강민은 다시 한번 아민에게 팔을 내밀었다.
“아민 씨죠? 저 삼촌이 보내서 왔습니다. 한만호 삼촌이요.”
순간 아민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그녀는 한참 동안 강민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탄성을 질렀다.
“당신… 아니… 봤어요! 누군지 알 것 같아요.”
그제야 아민은 강민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런데 일어선 것은 아민만이 아니었다. 남자도 주유기를 잡고 일어서더니 강민을 향해 소리쳤다.
“너…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아흑!”
“무슨 짓이라니? 스스로 넘어져 놓곤!”
남자는 뭐라고 쏘아붙이려다 말을 하지 못했다. 강민의 말이 정말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바닥에 놓인 기름을 보았다.
“웃기지 마. 난 이 기름 때문에 넘어진 거야. 모든 건 저년이 책임져야 해! 어떻게 책임질 거야?”
남자의 말에 강민이 피식 웃으며 차 안에 있는 배 변호사를 불렀다.
“배 변호사, 이분께서 책임을 지라고 하는데, 어떡하죠?“
변호사라는 말에 남자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배 변호사는 강민의 차에 있는 블랙박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책임이라. 제가 좋아하는 단어군요. 먼저 이 아가씨께서 성추행당하는 장면이 블랙박스에 찍혀 있습니다. 풀 HD로 명확하게 찍혀 있죠. 제가 증인으로 설 수도 있으니 고소하면 바로 입건 될 겁니다.”
순간 남자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성… 성추행이라니! 난 그런 적 없어!”
“강제로 손목을 잡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로 인해 놀란 아가씨가 뒤로 물러나다 주유기가 풀린 거니 이건 아가씨에게 잘못이 없습니다.”
배 변호사의 말에 남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배 변호사와 강민를 노려보더니 소리쳤다.
“너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강민은 어이가 없어졌다.
“내가 그럴 어떻게 알아?”
“기다려! 박살 내 줄 테니까!”
남자는 그말을 하며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잠시 후 남자가 핸드폰에 울먹이는 목소리를 내더니 전화가 끊겼다.
그 뒤 20분 정도 지나자 주유소로 3대의 승용차가 들어왔다. 승용차에서 덩치가 큰 사람들이 내렸다.
“너 조폭 두목 아들이었냐?”
“조폭이라니!”
들어오는 덩치들을 보며 강민과 배 변호사가 모두 웃었다.
배 변호사가 남자에게 말했다.
“나 같으면 당장 도망갑니다.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고요.”
“그게 무슨 개소리야. 이제 겁나나 보지? 변호사라고 배 속에 칼 안 들어갈 줄 알아?”
그때였다.
– 애애애애애앵.
갑자기 싸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유소로 권총을 든 사람들이 뛰어왔다. 바로 강민을 경호하는 국정원 요원들이었다.
잠시 후 경찰차가 도착하고 남자는 멍한 눈으로 끌려가는 덩치들을 바라보았다.
“이게… 이게…….”
배 변호사가 남자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게 눈치가 있어야죠. 저 아가씨도 최 대표님 얼굴을 알아보는데, 쯧쯧. 뉴스 좀 보고 살아요.”
잠시 후 국정원 요원이 남자조차 끌고 갔다.
강민은 배 변호사와 함께 아민을 사무실로 데려갔다.
강민은 물 한 컵을 아민에게 건네며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거죠? 여기 아르바이트생도 없고, 주인 아저씨 항상 계시던 거 같은데 그분도 안 계시고…….”
강민의 말에 아민이 뭔가를 얘기하려다 눈이 점점 붉어졌다.
“그게… 그게…….”
아민은 점점 울먹이는 표정이 되더니 이윽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아빠… 엄마! 엉엉.”
* * *
강민은 아민을 데리고 2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2층에 샤워실이 있어서였다.
“저. 잠시 나갔다 올게요. 어디 가시지 말고 꼭 기다려 주세요. 꼭이요.”
아민은 그 말을 하면서 바깥으로 나갔다.
아민이 나가자 배 변호사가 물었다.
“그런데 최 대표님은 여기 와 보셨습니까? 굉장히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아… 예전에 와 본 적이 있어서요.”
“그래요? 그럼 저 아가씨도 그때 보신 겁니까? 대표님이 굉장히 친숙하게 대하시네요.”
“그게…….”
강민은 어색하게 웃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강민은 잠시 고민하다 아까 아민에게 둘러댔던 변명이 떠올랐다.
“배 변호사님, 한만호 교수님 아시죠?”
“한 교수님이요? 알죠.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몸값 비싼 교수님 아닙니까?”
“여기가 한만호 교수님 가족이 일하는 곳이에요.”
배 변호사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네? 가족이요?”
“네, 한 교수님에게 누나 한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조금 전 그 학생의 엄마죠.”
“아…….”
강민은 자신이 아는 것을 배 변호사에게 조금 더 설명했다.
그렇게 20분 정도 지나자 문이 열리며 아민이 들어왔다. 머리가 젖어 있는 게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온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강민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몸은 괜찮아요?”
아민은 살짝 강민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워하지 말아요. 한 교수님이 조카 얘기를 많이 해서 그런가 많이 본 사람처럼 익숙하거든요. 한 교수님이 이곳에서 지내던 일까지 모두 말해 줬어요. 아민 씨 일도 말하고 이곳에 위성 전화기 설치한 것도 말해 주고요.”
강민의 말이 계속되자 아민은 점점 당황한 모습이 되었다. 강민이 꽤 개인적인 일까지 말하고 있어서였다.
“그… 그만 말씀하셔도 되요. 최강민 대표님하고 저희 삼촌하고 일은 저도 잘 알고 있거든요.”
아민은 그 말을 하며 다급하게 물었다.
“대표님, 혹시 저… 삼촌, 저희 삼촌하고 연락되세요? 학교에 찾아가 봤는데 미국에 가셨다고 해요. 아무리 연락해 봐도 연락이 안 되고요.”
강민은 탄식했다.
“미국에 가셨다고 들었어요. 저도 얼마 전에 알았거든요. 저도 연락해 봤는데 연락이 안 되더라고요. 아시다시피 그분 연구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신경 안 쓰려 하죠.”
아민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뭐가 서러운지 눈물을 글썽였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삼촌을 급하게 찾아야 할 일이요?”
아민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아버지하고… 어머니가 교통… 사고를 당하셨어요.”
강민이 깜짝 놀라 물었다.
“뭐라고요? 교통사고? 크게 다치신 거예요?”
아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정신을 잃으셨고, 아버지가 큰 수술을 받으셨어요.”
강민의 표정이 굳었다.
“맙소사, 언제요?”
아민은 이제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일주일… 전에요.“
그제야 강민은 아민이 일을 하던 게 떠올랐다.
“혹시, 돈이 필요한가요? 그럼 걱정 말아요. 제가 모든 수술비를 다 지불하죠.”
강민의 말에 아민이 깜짝 놀랐다.
안 그래도 돈이 필요했다. 분명 부모님 통장에 돈이 있을 텐데 찾을 방법이 없었다.
돈이 없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월급도 주지 못해 모두 나가버렸다.
그래서 아민이 직접 일을 하는 거였다. 하지만 고3 여자가 주유소를 운영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아민은 거절할 생각도 못 했다. 그만큼 돈이 급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부모님이 깨어나시면 꼭 갚을게요.”
“괜찮아요. 한 교수님하고 저하고 무척 가까운 사이예요. 돈은 신경 쓰지 말아요.”
그 말을 하며 강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민 양, 혹시 부모님이 계신 병원에 제가 가 봐도 될까요?”
강민의 말에 아민은 좀 당황했다.
아무리 외삼촌과 같이 일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너무 자신에게 잘해 주는 것 같아서였다.
‘혹시, 나한테 관심이 있나?’
그런 생각도 했지만 아민은 티브이에서 강민 옆에 있던 여자가 생각났다. 외국인이었는데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자였다.
‘에이, 멍청한 생각 하지 마. 오늘 처음 본 사람이 기름으로 범벅이 된 사람을 좋아할 리 없잖아. 저분은 정말로 삼촌 때문에 나를 도와주는 거야.’
아민은 소파에서 일어나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제가 안내할게요.”
* * *
강민은 자신의 차로 아민과 배 변호사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 강민이 가자 병원 관계자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그만큼 강민은 요즘 한국에서 최고 이슈인 사람이었다. 특히나 탈모제, 정력제, 피부 로션 등은 의사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런 강민이 아민의 부모님 병문안을 왔다는 얘기에 담당의가 바로 내려와 상태를 설명했다.
“주상민 환자분은 복부를 크게 다치셨습니다. 1차로 수술을 해 위험한 고비는 넘겼는데, 다시 한번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는 아민 아버지 피가 RH- A형이라는 거였다. 전국에 이 피를 가진 사람이 극소수였다.
다행히 1차 수술 때는 간신히 피를 구해 수혈을 했지만 다시 한번 수술을 하려면 피가 꼭 필요했다.
아민의 어머니는 외상은 심하지 않는데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민의 부모님은 모두 중환자실에 있었다.
‘효과가 있으면 좋겠는데.’
강민은 사람들 몰래 아민 부모님의 입에 자신의 피를 집어넣었다.
‘아민의 어머니는 처음 뵙네. 아민이가 어머니를 닮은 거였구나.’
평행 세계에서 아민의 어머니는 다른 사람을 돕다가 죽었다.
그게 계기가 되어 아민의 아버지는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다행히 효과는 바로 나왔다. 1시간 정도 지나자 아민의 어머니가 눈을 뜬거였다.
“엄마!”
“아… 아민아, 아민아!”
아민은 엄마를 꼭 껴안고 통곡을 했다.
하지만 아민의 아버지는 아니었다. 상처가 많이 아물고 혈색이 좋아지긴 했지만 다시 수술을 해야 하는 건 변함이 없었다.
‘피… 피를 구할 곳이 필요해. 그것도 RH- A형으로 말이야.’
그런 피가 쉽게 구해질 리 없었다. 그러다 문득 강민은 그 피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있음을 깨달았다.
‘평행 세계! 평행 세계에 있는 아민의 아버지 피를 뽑아 오면 되잖아?’
안 그래도 내일이면 다시 평행 세계로 가야 했다.
강민은 새벽에 아민에게 말했다.
“내가 그 피를 구할 곳을 알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 줘요. 꼭 구해 올게요.”
그 말을 하고 강민은 집으로 돌아갔다.
잠을 잘 시간은 없었다. 강민은 마트로 가 창고에 쌓인 모든 물건을 아공간에 넣었다.
모든 준비를 하고 나니 오전 11시였다.
언제나처럼 강민은 안방으로 들어갔다. 11시 30분이 되자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현재 지점’을 본 세계 포인트로 저장하시겠습니까? YES, NO>강민은 바로 YES 버튼을 눌렀다.
[‘평행 세계’로 이동합니다. 현재 두 개의 선택지가 있습니다.>1) 경복궁 근정전.
2) 강화도.
[어느 곳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1분 내로 선택하지 않을 시 1번으로 이동합니다.>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강민은 바로 2번을 선택했다.
[평행 세계로 이동을 시작합니다.>* * *
[평행 세계로 이동을 완료하였습니다.> [다시 본 세계로 갈 때 저장했던 포인트 중 한 곳으로 이동합니다.>강민이 눈을 떴다.
강화도에 있는 자신의 호텔방이 보였다.
“이곳에 또다시 돌아왔구나.“
이 주 만에 돌아온 거였는데 꽤 오랜만에 온 것 같았다.
강민은 창가로 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조금 먼 곳에 바닷가가 보였다.
‘아민이하고 민주가 저기 놀러 간다고 했었지? 갔나?’
그때였다.
– 똑똑.
“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아민이 들어왔다. 민주도 함께 들어왔다.
그녀들의 얼굴을 보자 저절로 강민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바닷가 놀러 간다면서?”
아민이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오빠 없이 가면 재미없어요.”
“그래? 그럼 지금이라도 갈까?”
강민의 말에 아민이 눈을 번뜩였다.
“정말요?”
“그럼. 가자.”
강민은 아민과 민주를 데리고 바닷가로 갔다.
두 여자는 뭐가 좋은지 백사장에서 조개를 줍고 웃고 다녔다.
강민은 뭐가 저렇게 좋을까 생각하다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다 말해야겠지?’
아민 아버지의 피를 뽑으려면 그에 대한 설명을 해야 했다.
‘이제 두 사람에게는 말할 때야.’
강민은 바위에 걸터앉아 얘기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가 말했다.
“너희들에게 말할 게 있어.”
강민의 조금 심각한 표정에 조금 전까지 웃고 있던 두 여자의 표정도 조금은 굳었다.
“오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그래요? 심각한 얘기예요?”
강민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응, 심각해.”
“뭔데요? 설마 우리 둘 중 한 사람에게 고백하려는 건 아니죠?”
끝까지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려 아민은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가볍게 만들지 못했다.
“나 말이야.”
오